<펌> 국민연금직원이 자살하며 남긴 글
이 세상을 떠나며 마지막으로 남기는 글’
언젠가는 떠나야 할 그 길을 이제 떠나려 합니다. 돌이켜보면 40년, 적지 않은 세월을 살아왔군요. 이제 그 마지막 길을 떠난다 생각하니 좀 쓸쓸한 마음이 드는군요. 항상 죽음이라는 두 글자를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그래 개똥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데 하면서 내일은 좀 나아지겠지 하는 희망을 안고 살아왔지만 역시 인생은 고해인가 봅니다. 죽음이 두렵지는 않습니다.
이 세상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고 언젠간 홀로 가야할 그 길을 조금 먼저 떠나려는 것뿐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 뜻대로 내 의지대로 살아온 나날들이 얼마나 될까요? 어쩔 수 없이 바람부는 대로 시키는대로 어거지로 살아왔지만 이젠 그렇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
직장생활 한지도 벌써 14년 9개월이 흘렀고 국민연금에 온지도 벌써 4년 7개월이 지났습니다. 직장생활하면서 기쁨도 있었고 슬픔도 있었지만 슬픔이 훨씬 많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국민연금에 온 이후로는 더더욱...
전 원래 소심한 성격입니다. 그래서 누가 뭐라고 하면 대들지도 못하고 돌아서서 혼자 눈물만 흘립니다. 크게 울지도 못하고 소리 죽여 흐느낄 뿐입니다. 크게 울어본 건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 뿐이었습니다. 정말 속상하고 힘들어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그저 혼자서만 울음을 삼키고 또 먹고살기 위해서 또 그렇게 힘겨워 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힘껏 살아보려고 나오지 않는 웃음도 지어 보이고,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 때문에 힘들지 않은 척 애도 많이 쓰면서 내 나름대로는 몸부림쳤지만 그래도 항상 두려웠고 힘들었고 외로웠습니다.
이 세상 친구들은 제가 정말 힘들고 어려웠을 때 모두 나를 떠났습니다. 6개월된 아이를 세 번이나 잃었지만 그때마다 제 옆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몸이 아파 누워있는 아내 앞에서 힘들고 외롭다고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내는 저보다 더 아프고 힘든데... 술 한잔도 맘껏 마실 수 없었고 혼자 누워있는 아내 때문에 항상 가시방석이었지만 어찌어찌 그 시절들은 이제 다 지나가고 지금은 재롱동이 까불이 아들녀석이 하나 있지만 이제는 제가 힘들어서 더 이상 버틸 힘이 없군요. 가시고기처럼 아들녀석을 사랑해주고픈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하루하루 어쩔 수 없이 사는 제 모습이 너무도 초라하고 외롭고 쓸쓸해서 이제는 가야할 것 같습니다.
일주일 전에 사준 노란 자전거가 아들녀석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 되었군요. 자전거를 타는 그 녀석을 보면 참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지가 쪼금만 힘들면 밀어주라면서 발만 페달 위에 올려놓고 노래를 부르곤 합니다. 이런 아들녀석을 남겨놓고 가려는 제 마음도 미어지고 저절로 눈물이 흐릅니다. 절 힘들게 했지만 저만을 사랑한다는 아내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고 이 세상을 떠나려는 저는 정말 나쁜 놈이고 바보인걸 저도 알지만 하루하루 산다는 것은 그보다 더한 고통입니다.
오늘도 전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했습니다. 먹고살기도 힘들다는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보험료를 조정하겠다는 문서를 만들었습니다. 일하는 것이 싫은 것이 아니라 기준도 없이 무턱대고 밀어붙이는 이 일들이 싫습니다. 정말 소득조정은 필요한 일이고 그렇다면 법과 제도로 뒷받침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올려놓고 항의하면 깎아주고 큰소리치면 없던 걸로 해주고 지금은 이것이 현실 아닌가요?
국민을 위한 국민연금이라면서 지금까지 전 국민연금 칭찬하는 사람을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국민연금 와서 한번도 보람을 느꼈던 적이 없습니다. 어디가서 국민연금 다닌다고 말하지도 못합니다. 왜 제가 이렇게 죄인처럼 살아야 하나요? 왜 제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면서 살지 못할까요? 이것이 제 잘못인가요?
한 달이면 적게는 천여건 많게는 그 서너배의 일을 어떻게 소신을 가지고 꼼꼼하게 처리할 수 있을까요? 저는 수퍼맨이 아니라 도저히 능력이 부족해서 더 이상은 할 수 없습니다.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줘야 같이 일을 나눠서 할 수 있을 텐데 항상 땜빵만 하고 맙니다. 제가 하는 일이 이렇게 부실한데 5년 10년 그 뒤에 벌어질 일들을 생각하면 정말 두렵습니다.
작년에는 납부예외율 축소 때문에 벙어리 냉가슴을 앓았는데 산을 하나 넘고보니 올해는 소득조정이라는 더 큰 강이 버티고 있네요. 올해 1월 4천여건, 6∼7월 또 한 3천여건, 그래도 아직 5천여건이 남았네요. 삼성 모 회장님도 3천여만원 내고 3년 7개월이면 원금 다 찾아먹는 좋은 국민연금인데 왜 국민들은 죽어라 하기 싫어하는 걸까요?
이것이 국민연금 말단 총알받이 직원들이 잘못해서 그런가요? 공단 경영진 아니 이건 국가가 잘못한 것 아닌가요? 그래요 먹고살려고 월급 받는 죄로 있는 욕 없는 욕 드러운 꼴 다 당해가며 살아왔지만 정말 이건 이래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요? 제가 뭐라고 한다고 해서 고쳐질 일도 아니고 저 하나 없다고 해서 달라질 것 하나도 없겠지만 제 목숨을 걸고 호소하고 싶습니다.
정말 국민들한테 사랑 받는 국민연금을 만들어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내일도 어제처럼 오늘처럼 산다면 무슨 희망이 있겠습니까?
이제 서서히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오는군요.
두 뺨 위로 흐르는 눈물을 닦고 이제는 제 인생을 마감하렵니다.
사무실에서 인생을 마감하면 또 저 때문에 고생하실 분들이 많이 있을 텐데 그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병사는 전장에서 죽는 것이 가장 명예롭다는 말을 어디서 주서들은 것 같네요.
이렇게 살라하네 저렇게 살라하네. 바람이 부는대로 그렇게 살라하네. 이런게 인생이거늘 풀잎되어 살 것을. 사랑이 다 무언가 친구는 또 무엔가 서러운 내 노래는 그 누가 들어주리 흐려진 두 눈 가득히 아들녀석 밟히네. 술 한 잔 따라놓고 담배도 피워 물고 쓸쓸히 가는 그 길 노래도 들어보리. 눈물로 하늘보면서 내님조차 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