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피시방을 운영하고 있는 20대 후반의 총각입니다..
가게에 전.의경들이 자주 놀러오는 편입니다..
낮시간에는 주로 근무복을 입고 오고,
밤이나 새벽 시간에는 '특수진압'..뭐 이런 문구 찍힌 반팔티에 반바지 입고 오구요..
근무시간에 땡땡이 치는 건가요?? ㅋㅋ
주로 카운터에서 회원가입을 하지않고 게임을 하기에 일일이 이름들을 불러주지는 못하지만..
자주 오는 한명중에 굉장히 선하고 곱게 생긴 친구가 한명 있어요..
말도 조곤조곤 새색시 같이 얼마나 예쁘게 하는지..
제가 혼자 붙힌 별명이 '꽃사슴' 입니다..
보통 2~3명씩 같이 오는데, 그날은 밤에 혼자 왔더군요..
사복을 입고..
외박 나온거냐고 물어보니 그렇다네요..
그런가 보다 하고..
제 볼일을 보고, 새벽이 돼서 집에 들어갈려고 하는 중이었어요..
그때까지 게임을 하고 있더군요..
외박 나왔는데, 친구도 없이 혼자 게임하고 있는걸 보니, 괜히 짠~~한 생각이 들어서..
'꽃사슴씨~~내가 저녁을 안먹어서 그런데 같이 닭 한마리 뜯으러 가요..생맥도 한잔 하고..' 라고 했죠..
사실은 제가 술이 먹고 싶어서..ㅋㅋ
괜찮다며 혼자 드시라고 하길래..호프집에서 혼자 닭 시켜놓고 혼자 맥주를 어떻게 먹냐고 하며 데리고 나왔죠..
동네에 좀 늦게까지 하는 호프집에 들어가서 똥집 튀김이랑 화채 하나 시켜놓고
시원하게 들이 부었습니다..
제가 술먹고 싶어서 데리고 나온거 들켰겠죠?? ㅋㅋ
저도 시위 진압은 안했지만, 해양경찰 전경 출신이라 이런저런 군대얘기를 하면서..
외박 첫날인데, 왜 집에 먼저 안들어가냐고 물어봤죠..
한숨을 푹~~내쉬면서 그냥 2박 3일 동안 피시방이나 찜질방에 있다가 들어갈 거라네요..
그러면서 술김인지, 집안 얘기를 하는데..
에~휴..진짜 드라마가 따로 없더군요..
부유하지도 않았지만, 크게 부족한 것도 없이 사는 집안이었답니다..
근데 본인 학창시절부터 어머님이 주식에 좀 손을 댔나 봅니다..
큰 손해 안보고, 은행이자보단 훨씬 짭짤한 수익률에 재미를 들려 거의 전재산을 묻었는데..
그놈의 IMF가 터진거죠..
말 그대로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답니다..
살고 있는 집까지 담보로 주식을 매입한 상태였다네요..
당시 호주에 유학 가 있던 '꽃사슴' 씨의 나이터울이 좀 많이 났던 형은,
집안 형편상 도저히 학비를 조달할수가 없어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옵니다..
고생모르고 자란터라 처한 현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구석방에 갇혀 대인기피증에 걸려
스스로 목을 메었다는군요..
그 충격으로 母친은 49제를 마치기도 전에 뇌졸증으로 쓰러지고..
안그래도 없는 형편에 병원비를 감당할 수가 없어서,
입원할때부터 산소호흡기를 꼽지 않기로 병원과 합의했답니다..
그러곤 몇달뒤에 고인이 되셨다네요..
중견업체에 다니고 계시던 꽃사슴씨 아버님은 월급, 퇴직금 모두 압류 당한채로
정말 드라마 스토리대로 무기력하게 술에 의지하며 살고계시다네요..
꽃사슴씨..동안이라 몰랐는데, 나이도 꽤 많더군요..26살..
저 여린 사람이 군대에서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을지..(전.의경은 시위진압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아직 구타 가혹행위가 잔재하고 있는걸 알기에..)
군대오기 전까지 아버지 앞으로 나오는 국가 보조금 60만원 가량으로 생활하고..
꽃사슴씨는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 현실을 벗어날 길이 조금은 보이겠다 생각해서
야간 대학을 다니며, 알바로 학비를 충당하는데..
그것도 여의치 않아서 몇번이나 휴학을 반복하다가 늦게 입대한 거라네요..
얘기 들어보니, 아버님과 보이지 않는 갈등의 벽도 큰것 같고..
참..
사는게 다들 쉽지만은 않죠..
맥주도 떨어지고, 술집에서 나오면서
'꽃사슴씨, 기분 나쁘게 듣진 말고요..' 하고 말을 던졌습니다..
저도 안철수 교수님처럼 사람한테 말을 잘 못놓습니다..ㅎㅎ
'그런일 겪어보지도 않은 내가 이러쿵저러쿵 충고나 설교할수는 없는거고..
집에는 일단 들어가요..
이걸로 아버지 양말이라도 한켤레 사가고요..
거북해 하진말고..
도움받을줄 아는 사람이 나중에 다른 사람도 도울수 있는거 아니겠어요..'
택시에 태우고 무릎위에 접어놓은 만원짜리 몇장 던져놓고 문닫았습니다..
동정받는 기분은 안들어야 할텐데..그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