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를 재미있게 읽어 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혹시 기억 하실런지 모르지만, 전 그다지 자세히 서술하는데 능하지 않아, 주로 제가 여행하면서 줏어들은 얘기와 제가 만난 사람들 위주로 제 생각을 한번 써 본다고 말씀 드렸읍니다. 이 글은 이미 제 친구들에게 보내졌던 글 들이고, 사실, 여행에 참고 할 만한 내용이 많지 않아 여행 계획을 세우고 계신 분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거 같아 쬐금 죄송하네요... 혹시 여행 계획을 세우시는 분들은 다른 이집트 여행기를 참고 하시면, 유적별로 아주 잘 설명 해 놓으신 분들이 많습니다. 필요하시면 연락 주세요. 알려 드릴께요. ^^
*************************************************
17. 불쌍한 미국인들 ?
왕가의 계곡을 가는데, 어떤 키 큰 할아버지가 옆에와서는 친절하게 말을 걸어와 친해졌다. 내심, 런던 보이즈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지라 냉큼 할아버지를 따라다니게 됬다.
그 할아버지 보기에 내가 쬐끄맣고 동양애고 하니까 어리버리하게 보였는지, 한국인이라니까, 자기는 미국에서 왔다고 하길래, 미국 구체적으로 어디서 왔냐고 물었더니, 마치, 들어는 봤냐는 식으로 천천히 “샌.디.에.고”에서 왔다고 또박 또박 답을 해 주는거다.
살짝 자존심 상한 내가, “그래 ? 거기 sea world랑 old town 참 좋더라” 하니 너 미국 온 적 있냐고 묻는다. 뭐? 샌디에고가 아니고 미국 와 본적 있냐고 ? 쩜 기분이 나빠, “글쎄 미국을 몇번 가 봤는지는 안 세봐서 모르고, west coast 쪽 대 도시는 거의 다 가봤지. 서해안 일번 도로 경치 죽이잖아” 했더니 할아버지가 반가운 척 하드만. 암튼 그 할아버지 덕분에 왕가의 계곡을 돌면서 좀 어른스런 대화를 할 수 있어 즐거웠다.
헌데.. 투어가 끝날 즈음 이 할아버지가 나한테 요상한 말을 했다. 북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냐면서, 자기네가 죽어라 낸 세금으로 우리나라 국방을 돕고 있는데, 우리는 하나도 고마워 하지 않는 거 같아 안타깝다. 내가 그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냐고.
글쎄,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난 좀 놀랬다. 내가 지난 10몇 년 동안 상대한 어떤 미국인도 나한테 이런 질문 한 적이 없었다. 대부분 그런 거 관심도 없거나, 이 할아버지 처럼 생각 한다고 해도 아무도 나에게 대 놓고 그런 질문은 하지 않았다.
그 할아버지는 내가 한국인으로서 미국에 감사하길 바라는 맘에서 나한테 그런 질문을 한 거 같다. 미국의 평범한 중산층으로 보이는 이 할아버지 애기를 들이니, 그들이 주한미군 주둔에 관하여 어떻게 생각 하고 있는지를 조금이나마 알게 된 거 같아 좀 놀랬다. 그래서 신중하게 대답했지.
“글쎄, 한국 사람들은 은혜를 모르는 건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그래서 미국이 옛날에 우리 도와준거 감사 하지. 하지만, 너네도 참 안됐다. 도대체 남 좋은 일 하고도 왜 대우를 못 받을까 ?” 하고 좀 비꼬았더니 너무 고 난이도의 대답을 했는지 그 할아버지 왈, 그래서 부시가 이제는 강경책을 펴고 있다는 겨.
그 말을 들으니 내 씰대없는 정의감이 또 발동했다... 그 할아버지 한테, 우리가 지나간 세월 미국의 도움을 얼마간 받은건 사실이지만, 지금 젊은이들은 지나간 시간에 대해서 보다는 미군이 현재 한국에서 저지르고 있는 실수들에 더 주목 한다. 혹시 들어 봤냐 ? 주한미군이 우리 여중생을 둘이나 치어 죽이고도 이년이 다 되가도록 제대로 된 사과 한번 안 하고 있는거. 너 같으면 니네 나라 소녀 둘이 그렇게 죽었는데, 한놈도 제대로 사과 하지 않는 그런 주둔군에게 고마워 할 수 있겠냐 ? 이건 그저 한 예에 불과하다. 그리고, “옳다” 는건 상대적인 거지 절대적인 게 아닌데 부시처럼 자기만 옳다고 고집하고 융통성 없는 정책을 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구.. (내가 싸가지 없어서가 아니고 영어가 원래 할아버지고 애들이고 다 “너” 니까. 이렇게 쓴거, 이해하지 ? )
내가 원래 건방진 미국것들 꼴을 못 보는 사람이라 그 할아버지가 쪼금이라도 거만하게 굴었더라면, 너네 우리 국방 해 준다고 하고 그동안 챙겨간 잇권이 얼마냐고 또박 또박 따졌겠지만, 나름대로 점잖은 할아버지라 대 놓고 심한 말은 못 했다.
그 할아버지, 우리 여중생 사건 어디선가 들었다며 very sad해 가며 꼬리 내리고 더 이상 질문 하지 않았다. 근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국 사람하고 미국 사람하고 한번도 주한미군 문제에 대한 견해를 가슴을 열고 대화를 하지 않아 주한미군에 대한 서로의 생각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게 아닐까...
그들이나 우리나, 다들 자기가 피해(?)자라고 생각 하는 건 아닌가 싶어 기분이 떨떠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