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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

푸른바다 |2004.06.02 10:50
조회 650 |추천 0

고정관념


아이들이 그림 그리는 것을 보면 상상의 폭이 엉뚱하고 아주 자유스럽다. 마음대로 크레파스를 선택하고 감정대로 칠한다. 조그만 도화지가 우주가 되고 상상의 놀이터가 된다. 그러나 깨끗한 도화지에 개성적인 자신만의 이미지를 새기는 어린아이들에게 하늘을 검게 그렸다고 해서 "바다야 하늘이 파랗지. 왜 까맣니!"하면서 획일적인 색감을 주입하는 일은 아이에게 그릇된 고정관념을 심어주게 되는 원인이 되며, 그 결과 상상력과 창작력을 잃어버린 아이로 만들 수밖에 없다. 이제 그 아이는 하늘을 그릴 때 늘 파랗게만 그리게 된다. 그 아이의 하늘은 밤이 되고, 해가 지고, 노을이 져도 온통 파란색뿐이다. 이처럼 고정관념은 무서운 것이다.


 

나는 어릴 적 강원도 산골짜기 탄광촌에서 살은 적이 있다. 처음 광산촌을 갔을 때 맑게 흐르는 시냇물만 보며 자란 내게 탄광촌을 가로질러 흐르는 냇물이 온통 검은색을 띄고 끝없이 흘러가는 시커먼 냇물에 놀란 적이 있다. 실제로 우리 반 아이들은 미술시간에 그리는 그림의 냇물색깔을 검게 그려내는 아이들이 많았다. 아이들 눈에 보이는 냇물은 언제나 검은 석탄 물이었기 때문이다. 탄광촌 아이들의 고정관념이었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자! 우리 주변에 있는 것들,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 항상 질서정연하게 잘 돌아가고 있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70년대 미니스커트를 유행시킨 모 가수를 보며 사람들은 미친 **라는 소리를 많이 하곤 했었다. 그런데 그 당시 상식을 벗어난 듯 했던 것들이 오늘날의 문화를 이끌어 가고 있다. 장발을 단속하기 위해 가위를 들고 거리를 지키는 순경 아저씨 때문에 이 골목 저 골목을 숨바꼭질하며 피해 다녔던 까닭도 사회의 환경변화와 발전의 형태에 따라 문화도 변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익숙한 것에만 안주하려는 기성세대들의 고정관념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요즘 생기발랄한 젊은 아가씨들이 하얀 속살이 들어 나는 토플리스 비슷한 배꼽티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여도 보는 즐거움이 뭐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내 딸아이가 반 조각 티셔츠를 입고 속살을 들어낸 채 거리를 활보한다면 나는 말릴 것이다. 그것이 내 고정관념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고정관념이란 그 사람의 마음속에 늘 자리하여 흔들리지 아니하는 고착관념이며, 마음속에 잠재하여 있으면서 그 사람의 정신생활을 지배하는 관념을 말한다. 이러한 관념은 살아온 경험을 통해 대부분이 얻어지며, 타인의 경험과 책 등의 간접체험을 통해 습득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번 형성된 고정된 가치는 쉽게 변화하기를 거부하며, 큰 폭의 변화를 수용하지 않으려는 속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고정관념이 형성되기 이전의 어릴 적 교육이 상대적으로 중요성을 띄게 된다.


 

그러나 사십을 넘고부터 어릴 적 형성된 고정관념에 젖어 사는 나 자신을 보고 가끔 나도 역시 새로운 것을 거부하거나 두려워하는 어쩔 수 없는 보수주의자로 되어가는구나 하는 느낌을 항상 받는다. 나이가 들어가니 너무도 빠르게 변화되어 가는 세상을 보면서 가끔 두려울 때가 있다. 단지 새롭게 형성되는 문화가 이 사회에 해악을 끼치지 않는 건전한 문화로 발전하기를 빌 따름이다. 디지털 세상 속에서의 문화의 변천도 디지털 속도만큼으로 빠르기에 현기증이 난다. 고정관념으로 자리하지 않고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고자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지만 자고나면 새로운 풍조가 자리 잡는 세상이다.


 

딸아이가 고등학교 다닐 때였다.  머리에 몇 가닥 빨간 물을 들이고 집에 들어왔을 때 나는 사실 거부감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염색하지 않은 검은머리가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헤어칼라가 보편화되어 있다. 내가 어릴 적부터 보며, 들으며, 느끼며 정상이라 생각하던 모든 것이 빠르게 틀을 깨고 재 가공되거나 아니면 새로운 사조나, 문물이 내 주변을 채워 가는 것에 때로는 거부감을 느낀다. 역시 고정관념 때문이리라.


 

행여 지금까지의 나의 이러한 모든 생각이 내가 극복해야 할 가장 고질적인 고정관념은 아니었는지, 그 역시 알 수 없다. 얼마 전 내 머리칼을 못마땅해 하던 아내의 잔소리가 지겨워 옅은 브라운 색깔로 물들였다. 머리를 감고 거울을 보니 한결 새로워 보여 한참이나 남몰래 웃었다. 새로운 변화도 적응이 되어 우리들의 생활 속에 의식적으로 자리 잡았다면 그것은 다시금 새로운 고정관념으로 자라기 쉬운 것이 고정관념의 속성이 아닌가 한다.


 

2004, 06, 01

 

 

푸 른 바 다 

 

 



Stay with me till the morning / Dana Wi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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