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현재 중남미에 거주하고 있는 내년 나이 서른....의 아..저씨..아니 청년입니다..
8개월 전 쯤에 베트남에 체류했을 때 겪었던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해요.
베트남에서 조사할 게 있어서 제 일을 하면서 틈틈이 아는 형들의 회사에서 일도
도와주고 있었을 때였어요. 회사 맞은 편에는 시민회관 같은 게 있었는데 창문을 열면
야외수영장이 한 눈에 들어왔죠. 햐...날은 덥고,수영 해본지도 오래 됐고,운동도
좀 해야겠고.. 뭔가 물놀이에 대한 강한 욕구가 생기더군요..
그래서 큰 맘 먹고 회사 베트남 직원 델꾸가서 한 달 정기이용권을 끊었습니다..-_-
그리고 소풍가는 초딩마냥 두근두근 전날 밤 밤잠을 설치며
수영복이랑 물안경이랑 챙겨놓고 룰루랄라 수영하러 간 첫 날!
당당히 시민회관 입구에서 흠....베트남어 아는 거라고는 깜언(감사합니다),
씬로이(미안합니다) 밖에 모르는데...수영장 출입구는 과연 어디일까...나는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를 이용해서 출입구를 찾을 수 있을까....
안에서는 저렇게들 해맑게 물놀이를 하고 있는데.......
카운터는 어떻게 가고, 옷은 어디서 갈아입어야 하는가....라는 아주 기초적인
중대한 난관에 부닥쳤었죠...
주변에 지나다니는 현지인도 없고....그렇다고 또 일하고 있는 베트남애 데리고 올 수도 없고..
전화를 해도 여기를 다녀본 적이 있는 사람이 없고...
에이 모르겠다.....그냥 옷 입은 채로 신발을 신은채로 철조망을 넘어 수영하는
현지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_-....암튼 어쨌든 수영장 입장....
카운터에 도착하니 뭐 말이 안통해도 바디랭귀지라는 만국공용어가 있으니까 어려울 건
없더라구요. 그렇게 옷을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나오니....
후...뭐 이건 바둑판에 치열한 대국 끝에 최후에 하나 남은 하얀돌...-_-;;;
민망하지만 제가 속살이 좀 하얀편인데;; 이건 뭐 팔만 타고 밀가루 떡하나 떡하니 나왔으니...
또 시선집중...-_-;;; 애초부터 우려되긴 했었으나...물놀이를 할거야..ㅠ_ㅠ라는 열망하에
혼자 열심히 안보이는 데서 잠수만 하고...(좀 소심;;)
끝내고 나와서 아..앞으로는 아침 일찍 사람 없는 타임에 와야겠다 생각하며
그렇게 샤워실로 갔습니다. 후 그런데 아뿔사 맙소사....o_o..
물안경과 수영복에 너무 집착을 한 나머지 수건만 챙겨오고 비누나 샴푸같은
샤워도구를 안챙겨 온 겁니다. 에이 뭐 어떻게 해....그냥 물루 대충 씻구 나가서 집에가서
씻어야지 하고 샤워를 하고 있는데...
덜컥....제 샤워칸 안에 한 키작은 베트남 남자가 묵직한 검은 비닐봉다리를
들고 들어오더군요...o_o;
'엥 빈 샤워칸이 이렇게 많은데 왜 일루 들어오지?'
의아한 표정을 그에게 지어보이자....그는 손으로 수도꼭지 트는 흉내를 내며
'저기 물 안나와'
이러면서 해맑게 웃으면서 같이 좀 쓰자 이런 바디랭귀지를 구사하는 것이었습니다.
아...그렇구나 물 안나오는가 보구나..그럼 뭐 같이 쓰지...
오...이 사람...비누랑 샴푸가 있어..+_+ 심지어 바디클랜저도 있잖아!!!!
'너 아까부터 봤는데 샤워도구가 없는 거 같아서 이거 같이 쓰자'
이러면서 저한테 샴푸를 짜주는데....흑.....아...착한 현지인 같으니라고..ㅠ_ㅠ 하면서
'아 그래 고마워 넌 참 좋은 아저씨구나'
라고 화답했죠.
하하호호 거리며 가슴도 한번씩 장난스레 탁 치면서 현지인과의 진한 우정을
만끽하고 있을 때 쯤
갑자기 그가...제 몸에 비누칠을 해주는 것이 었습니다.......그래서 제가
'이건 좀 과잉친절 같은데 고맙지만 이렇게 안해줘도 괜찮아^^;'
'아냐. 뭐 이런거 가지고'
이 때까지만 해도...참 친절한 현지인이네...생각했는데....
'근데 샤워하는데 왜 팬티 안 벗구 해'
'벗는 게 좋을거야'
'벗지 그래'
'벗어'
그러면서 제 빤쭈를 훌라당 잡아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전 정말 화들짝 놀라서...순간 패닉상태...
'이 미친XX아 너 지금 뭐하는 짓이야'
'아니 샤워하는데 수영팬티를 입구 해'
'넌 왜 입구해...'
아니...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그 길로 바로 샤워칸 문을 박차고 나와서 비누기가 마저 안씻겨서
다른 쪽 샤워칸으로 들어갔습니다.
물이 안나오긴 개뿔.....잘 나오다못해 아주 콸콸 넘치더군요...
그러니까 곧바로 또 그 묵직한 검은 비닐봉다리를 들고 무슨 일 있었냐는 듯이
태연하게 따라 들어 오데요.
너무 당황스럽고 열이 뻗친 나머지...
"마X빠카 게라웃!!!!!"
샤워장이 떠나갈 정도로 소리쳤습니다;;
그러니 슬금슬금 쮸삣쮸삣 나가더군요....
벌렁거리는 심장을 안고 비눗기도 제거하는둥 마는둥;;;;
옷을 줏어 입고 나와서....
결국 수영장 한달 정기이용권 끊고 첫 날만 가고...
왠지 뭔가 찝찝한 마음에......두 번 다시 안 갔다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