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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이의 이집트 헤메기 - 23. 지중해를 바라보며, 알렉산드리아의 80년 동안 변하지 않은 커피샾.

투덜이 |2004.06.04 01:17
조회 887 |추천 0

23. 지중해를 바라보며, 알렉산드리아의 80년 동안 변하지 않은 커피샾.

 

생각해 보니 내가 지중해를 본 적이 한번도 없더라구.  그래서 알렉산드리아에 내리자 마자 지도를 펴고 바다 쪽이다 싶은 방향으로 무작정 걸으니,  정말 지중해 바다가 나타났다 !

 

와,  파도가 의외로 세네… 새벽에 지중해 바다를 보며 사진 몇장 찍고 호텔을 찾아 가려고 해변가 산책로를 걷다 보니, 내가 어디 있는지, 어디가 어딘지 전혀 모르겠다. 

 

이집트 사람들 이해 안 가는게, 이집트 사람한테 뭘 물어 보려고 하면 자신있게 다가와 영어 할줄 아냐 고 묻는다.  옳다쿠나 싶어 궁금한거 주절이 주절이 물어보면 답은 거의 똑같다. "모르겠다".    그 사람들 대부분 can you speak English ? where are you from?  what’s your name? welcome to Egypt, 이렇게 네 문장은 퍼펙트 하게 하지만 아는 영어는 거의 대부분 여기까지다.  으이구… 차라리 영어 할 줄 아냐고 묻지나 말던지.

 

내가 난감해서 머리를 긁고 있는데 어떤 백인 아줌마가 다가와 너도 지금 도착했니 ? 난 어제 저녁에 왔다 하는거야.  내가 호텔을 찾아 가고 있는데 사람들이 잘 모른다니까, 자기는 산책 하는 중이니 같이 찾아 보자는거야.   이 아줌마는 호주출신 간호사인데 사우디에 일년간 계약직으로 와서 일 하고 있다며 나도 호주에 산 적 있다니까 갑자기 신난다고 바다에다 대고 만세를 부르는거야. 

 

 

이렇게 철부지 미아 아줌마와 나의 알렉산드리아의 여행이 시작됬다.

 

내가 찾아간 호텔이 워낙 위치도 좋고 깨끗하고 저렴해선지 비수기 임에도 불고하고 방이 없단다.  그랬더니 미아 아줌마가 자기 묵고 있는 호텔로 가잖다.  자기랑 같이 방 써도 좋다고.  당근 난 그 아줌마랑 같이 방 쓰기 싫지만 호의도 고맙고, 당장 오후check in 시간까지 샤워 할 때도 없는지라 아줌마 방에 들어가 샤워라도 먼저 하자는 생각에 따라 갔다.

 

그 아줌마가 머무르는 호텔은 시내 중심가에서는 좀 벗어났지만 대신 가족적인 분위기의 아담한호텔 이었다. 예상대로 오후 check in 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첨 보는 아줌마 방에 들어가 샤워를 했다.  내가 원래 이런애가 아닌디.... 

 

내가 알렉산드리아에 한 이틀정도 있을 거 라니까 미아 아줌마가 같이 다니자고 하면서 열심히 계획을 세운다.  미아 아줌마는 밝은 성격에 좀 수다스러운 스타일인데, 사우디에 있던 지난 육개월 동안 말 할 상대가 없어 말 상대에 굶주린 아줌마 였다.   첨엔 나도 말 많은 사람인지라 재미있게 얘기 하다가 점점, 이 아줌마 얼마나 수다가 심한지, 결국 미아 혼자 계속 떠들고, 난, 그래 ? 정말 ? 진짜 ? 밖에 말 할 틈이 없는 거다…   덕분에 난 사우디에 관한 풍부한 상식과, 그 아줌마가 25년간 애들 키워오면서 있었던 일들, 그리고 최근 아줌마가 작업중인 병원의사에 대한 신상명세를 다 알게 되었고, 너무나 다행이도 아줌마가 모든 이야기를 repeat 를 시작할 시점 즈음에 내가 한국으로 돌아오게 됬다.  히유 ~

 

알렉산드리아는 이름 대로 알렉산더 대왕이 건설한 항구다. 이후 클레오파트라, 그레코로만 시대를 거쳐 무하마드알리 시대에 다시 크게 번성하며 지금의 유럽도시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유명한 호텔, 커피샵, 델리, 모두 80년 이상 된 곳들이 아직도 같은 자리에 같은 인테리어로 영업을 하고 있고, 유구한 역사처럼, 아가사크리스티가, 서머셋 모옴이, 로렌 드웰이 그곳을 거쳐 갔다.

 

 

알렉산드리아는 카페의 도시라고 한다. 그러나 유럽풍의 깔끔하고 예쁜 카페가 아니라, 거리에 내 놓은 테이블에 남자들 주욱 앉아서 종일 시샤를 피고, 게다가 낡은 차가 많아 매연이 심해 거리에 나와 앉아있고 싶은 분위기도 아닌데다 카페엔 거의 남자들 뿐, 별로 낭만적이지 않은 그런 카페들 이더군.  딱 한군데, 여자들이 있는 까페를 발견하긴 했는데, 어정쩡한 반 지하라 별로 들어가고 싶은 곳이 아니어서 결국 미아 아줌마와 난 쎄실호텔 커피샵에서 차 한잔 하는 것으로 만족 하기로 했다.  그리고 브리질 커피샵의 80년된 카페오레는 인상적 이었다. 거긴 테이블도, take away 같은 것도 없다. 다들 찻잔을 받아 들고 문 앞에, 또는 바에 서서 천천히 한잔 마시고 잔 반납하고 떠난다.

 

 

유서깊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2년전인가 ? 현대식으로 다시 지으면서 건물 앞쪽에 전 세계의 알파벳을 문양으로 새겨 놨는데, 우리의 한글도 거기 있더군.  기분 좋아서 한컷 찍어 왔지. ㅋ.ㅋ.ㅋ. 

 

 

 그리고 이 지역이 그레코로만 시대 유물이 많아 박물관도 그레코-로만(=그리스-로마) 박물관이고, 로마시대의 원형 극장이 발굴 되기도 했다 (여기서 메무나와 사아드 부부를 우연히 다시 만났다 !)   알렉산드리아는 로마시대의 유물과 스핑크스가 함께 공존하는, 독특한 문화가 혼재 되 있는 이집트 안의 유럽 도시이다…

 

(원형 경기장이 아니고 원형 극장 입니다.  제가 어제 밤에 많이 졸렸나 봅니다....)

 

 

(제가 졸려서 정신이 나갔었나 봅니다. 이건 알렉산드리아의 퀘이트베이 요새 입니다. 카이로가 아니고..  사진 내용 수정 할 줄 몰라서 이렇게 올립니다.  흑흑흑..)

 

알렉산드리아는 트램이 다니는 도시라 우리도 마지막에 트램을 한번 타 보자고 해서 한번 탔다. 음… 청결 상태는 묻지 마라.  겉 보기만큼 낭만적이지는 않았지만, 한번 타 볼만 한거 같다.

 

원래 술탄 무하마드가 알렉산드리아를 유럽의 도시처럼 안들려고 했다고 하는데, 정말  건물이 좀 지저분 한거 빼면  알렉산드리아는 마치 빠리의 거리같다.  알렉산드리아가 아마도 이집트 내에서 제일 물가가 비싸지 않을까 싶다.   생활 수준도 카이로 보다 휠씬 높아 보이고, 도시 분위기도 훨씬 자유롭다.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들도 많고,  더더욱 특이한건,  여기선 한번도 새벽기도 소리를 듣지 못 했다.   시끄러운거에 그새 익숙해 진건가 ?  그 소리가 안들리니 이젠 되려 이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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