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사귀는 의식
간만에 온 은영이와 나는 중고선풍기의 덜덜 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연신 과자에 손을 뻗어 입으로 쑤셔 넣으며 영화를 보았다.
[사랑한다..사랑한다..사랑한다....사랑해...흑흑...]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을 안고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눈물을 흘리자 내 눈에서도 말간 액체가 흘러나왔다.
“흑흑....”
“넌 항상 영화보면서 울더라! 저게 뭐가 슬프다고...”
라며 우는 나를 핀잔하던 은영이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포테토칩을 봉지째 털어넣으며 말했다.
“넌..사랑을 몰라... 흑흑”
난 티슈를 꺼내 눈가를 누르며 말했다. 그런 나를 은영이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고, 그러던지 말던지 난 나 나름대로 꽤나 진지해져 영화에 몰입하고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도 그 감정은 그대로 남아 눈물을 한아름 담은 눈으로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시간에 은영이와 자장면을 앞에두고 앉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우걱 우걱 단무지와 함께 자장면 먹기에 여념이 없었다.
은영이는 춘장을 입에 가득 묻히고는 요즘 내 일생생활의 최대 이슈인 하균과 연우에 관해 물었다.
“입이나 좀 닦고 말하자!....글세 뭐 둘다 나에게 사귀자는 말도 없고...그냥..뭐...”
“그래서 그냥 얘도 만나고 쟤도 만난다?! 이거지?! 이게...이게...바로 삼각관계의 기본이거든!”
은영이는 나무젓가락을 자장면그릇에 탁탁 치면서 일장연설을 했고, 그런 은영이의 말에 나도 동감은 가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우에게나 하균에게나 서로 묻지도 않은 상대편의 이야기에 대해 한다는것도 난감한 일이였다.
그런 내 성격을 아는 은영이는 중대 발표를 하듯 자장면먹던 젓가락을 들고 마이크인마냥 나에게 말했다.
“그렇게 고민이 되면있지! 먼저 고백하는 녀석이랑 사귀는거야!! 그럼 간단하잖아! 하균도 뭐 순진한게 매력있고, 연우도 터프한 맛이 있으니!! 간단하게 먼저 사귀자고 하는 사람이랑 사귀는거야!! 어때?!”
“있지 말야..내가 나이를 먹으면서 느끼는건데...우리때에는 말이 없어도 그냥 사귀는 사이처럼 인식이 되는 것 같아!....”
내 말에 은영이는 ‘나이가 먹을수록 로맨스는 사라져!’ 라며 투덜거렸고, 그런 은영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했다.
어렸을때는 어떻게 하면 로맨스적인 사랑을 할까?! 나름대로 고민도 많고 그랬는데 나이가들수록 로맨스보다는 재력이나 상대편의 스펙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이런걸 따지만 앗싸리 어렸을때 철모를때 결혼하는게 가장 좋다는 어른들의 말이 공감간다.
“근데 말야! 나 진짜 궁금해서 묻는건데! 넌 솔직히 누가 더 좋아?!”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어...하균이랑 연우씨랑 성격이 너무 틀리니깐..서로 너무 틀리니깐 이사람이 더 좋다 저사람이 더 좋다 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이야기할 논제가 아닌 것 같아....”
“옆에서 지켜보는 내가 더 답답하네... 둘중 하나만 너 가지고, 나머지 하나는 애인없는 나를 위해 넘기도록! 알았나??!”
라며 은영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침대에 바로 누워 키득댔다. 그러다 갑자기 일어나 맥주가 땡긴다며 나가자고 나를 졸랐다.
“야...아무리 우리가 노처녀이지만 지금 차림으로 나가는건 낭폐인데??!”
“뭐가 어때서?!!!”
무릎이 톡 튀어나온 추리닝 바지에 색이 꼬질 꼬질 하게 바래서 검은색인지 회색인지 모를 후질그레한 티를 입고 나간다는게 조금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바로 언덕만 넘으면 편의점인데 뭐 어떠랴 싶어 슬리퍼를 질질 끌고 은영이와 편의점으로 향했다.
“야! 저 차 쥑이는데!?!”
은영이와 있으면 나는 세상이 무섭지가 않았다. 더불어 건들거리는듯한 말투와 행동은 은영이랑만 만나면 나오는 나의 습관이였기 때문에 난 다리 한쪽을 건들거리며 나름대로 불량한 말투로 말했고, 그걸 그 차주인이 보았는지 차에서 내렸다.
“허걱....”
차주인을 보고 난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방그레 웃으며 나에게 다가온사람은 다름아닌 하균이였다.
“쿡..옷차림이 그게 뭐예요?! 그리고 그 건들거리면서 떠는 다리는?! 이런면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한걸요?!”
난 얼굴이 새빨게져 몸둘바를 몰랐고, 그런 나를 한참 보던 은영이는 ‘하균??’ 이라며 나에게 물었다. 난 대답도 못한채 고개만 끄덕였고, 그제서야 은영은 아주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처럼 허물없이 하균의 어깨를 툭 치며 ‘방갑다구!’ 라고 말했다.
은영이의 좋은 점은 저거였다. 어떤 사람을 만나든 편안하게 대하고 쉽게 친해지는 성격..내가 부러워하는 은영이의 성격중 하나였다.
“왠 차예요?!”
난 쭈빗거리면서 그제서야 말을 했고, 내 말에 그는 ‘빌렸어요!’ 라며 어깨를 으쓱댔다. 옷을 갈아입고 온다는 나를 억지로 차에 태우고 은영에게는 ‘혜진씨좀 빌릴께요!’ 라는 말만 덩그러니 남겨두고 난 하균과 어딘지 모를곳으로 향했다.
“옷이라도 좀 갈아입고 온다니깐요....”
“괜찮아요. 사람은 꾸미든 안꾸미든 그 주변 악세사리가 중요한게 아니니깐...난 괜찮아요.”
라며 날 안심시켰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하균은 정말인지...생각이 너무 깊다. 어떨때는 29먹은 내가 더 어린애 같이 느껴지니 말이다. 하균은 차를 몰고 한강으로 향했다. 하염없이 흐르는 강물 앞에 차를 대놓고 우리는 아무말 없이 창밖의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만난지도 꽤나 시간이 많이 지났어요..알고 있었어요?!”
난 하균의 말에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내 행동에 하균은 씨익 한번 웃더니 말을 이었다.
“사랑해요....”
느닷없는 사랑한다는 말에 난 하균을 멀뚱 멀뚱 쳐다보았고, 내 표정에 하균은 다시 ‘사랑해요!’ 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갑작스러워요....”
“그럴꺼예요...어제 집에서 한참동안 앉아있는데 갑자기 당신에게 사랑한다는 그 말한마디도 못했더라구요... 그래서요... 오늘은 만나면 사랑한다는 말을 꼬옥 하고 싶었어요...사랑해요...”
난 하균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할수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딱히 대답을 바라고 한말도 아니여서 무어라 말할 게 못되었다.
“우리 .... 사귈래요?!”
라며 하균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실반지를 하나 꺼내었다.
“좀더 근사한걸 해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형편이 이것밖엔 안되요. 하지만 몇 년만 기다려 주면 남들보다 훨씬 근사한걸 해줄께요...”
라면서 내 작은 손가락사이에 실반지를 밀 듯 끼워넣었다. 딱 맞는 느낌..그 느낌이 왜 난 수갑처럼 느껴지는건지....
그렇게 얼토당토 않게 나의 생각할 시간조차 없이 난 하균과 사귀는 사이가 되었다. 물론 조금 아쉬운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은영이의 말이 많이 작용했다. 난 생각보다 귀가 얇단 말이다.
어쨌든 그렇게 로맨스 적이진 않지만 조용하게 우린 사귀는 의식을 치루어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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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풍기 바람 하나에 몸을 의지하고 있습니다. 밀려드는 나른함과 싸우느라 녹초가 되고 있어요!
다들 이렇게 더운날 힘드시겠죠?!
너무 덥네요...더운 날씨예요...
오늘도 행복하길....
오늘은 죄송하게 이번편만 리플에 대한 각각의 답을 못해드릴 것 같아요... 이번편은 다음편과의 연결 부분이라 조금 재미가없을거예요...
죄송합니다.~~~~
리플달아주신
좋은아이님, 라임님, 김은정님, 빨간망또차차님, 하치님, 빙그레님, 이윤미님, 봄꽃님, 세상탈출님, 하늘바라기님, 숲님, 달콤쿠키님, 모래님, 박보빈님, 가야님, 후^^님, 주님, 민들레님, 하양까망님, 선물님, 꼬꼬미님, 바다님, 예선영님, 레몬^^님, 경이님, 몽실이님, 최윤정님, 최지영님, 바다나무님, 밥풀님, 자유부인님, 정♡정님, 박기자님, 채련님, 이현주님
정말 감사합니다~아!! 오늘은 정말 힘든 하루네요... 날씨도 덥고 그래서 그런지 낙이 없습니다. 몸은 자꾸만 쳐지고...힘들어서 그런지 아무런 생각이 없네요...오늘만 이렇게 넘어가겠습니다. 죄송해요..오늘은 너무 지치는 날이라서요..죄송합니다(_ _)^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