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어디 한번 볼까? 이리와 앉거라.”
사 노인은 앞에 앉은 연아의 온몸 구석 구석을 짚어보고는 고개를 갸우뚱 한다.
“음, 그래 이상하게 뭉쳐있던 것 들이 많이 없어졌구나. 음....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군...”
“응? 잠시 누워 보거라.” 한참을 짚어보던 사 노인이 “엎드려 보아라.”하여 연아가 엎드리고 노인은 다시 온몸을 훓어 내려간다. “허어, 네 등의 혹이 많이 줄어들었구나. 알고 있었느냐?”
“예? 줄어 들었다고요? 전 몰랐는데요?”
“그래, 음... 이상한 일이로구나.”
“어디 불편한 곳은 없었느냐?”
“예, 요즘 들어 몸이 가벼운게 어떤 때는 날아오를 것 같기도 했어요.”
“허어, 이상한일이다. 네 몸속의 근골이 다 바뀌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어쨌든 네겐 좋은 일이니 지켜보자꾸나.”
사노인의 약실에서 돌아온 연아는 검게 탄 비녀 같은 것을 붉은 주머니에 넣어 보관한 뒤 다시 연공을 시작하였다.
어느덧 한 시진 정도가 흐르고 연아는 무아지경에 빠지기 시작하였다. 그때 연아의 코에서 푸르른 기운이 스며 나오는 게 아닌가? 도가의 경지에 오르면 삼화취정의 단계에서 볼 수 있다던 현상이 연아의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푸르른 기운이 연아의 주변을 맴돌다 한순간 연아의 호흡에 따라 입으로 끌려 들어간다. 이러기를 수차례 반복하던 연아의 몸에선 뼈와 뼈가 부딪는 듯한 소리가 들리고 이어 연아의 등에 있던 커다란 혹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이었다. 또 한시진이 흐르고 연아가 연공에서 깨어날 때에는 다시 혹이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연공에서 깨어난 연아는 이런 현상을 전혀 모르고 있다.
매일 매일 반복되는 연공과 사 노인의 교육이 연아의 정신세계를 넓혀주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연아 이지만 어려운 일을 겪고 난 후 매일 산속을 쏘다니며 호연지기를 길러 이제 겨우 열두 살이지만 어린행동이 보이지 않고 과묵한 청년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산속의 하루하루가 너무도 빨리 지나가고 연아의 몸에는 더 많은 변화가 왔지만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지나던 어느 날 연아는 물속에 비친 제 얼굴을 자세히 보게 되고 그날 이후로 얼굴을 가리고 다닌다. 벌써 연아가 그렇게 컷다는 이야기 이겠지....
사 노인은 자신이 의원이지만 연아의 얼굴을 고쳐줄 수 없다는 한계에 의학연구에 몰두하게 되고 이렇게 무정한 세월은 또 삼년이 지나갔다.
어느덧 열다섯이된 연아는 헌헌장부가 되었지만 등에 달린 혹과 흉측한 얼굴로 사람들과 여전히 어울리지 못하는 외톨이가 되어 오로지 연공과 공부에만 매달려 용맹 정진하여 자기도 모르는 새에 내공의 깊이를 예측하지 못하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밖으로 표출하지 못하는 내공은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는 반쪽짜리 무공이 아닌가?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날 연아는 산에서 쏘다니다가 자기도 몰래 동네어귀에 다다르게 되고 갑작스럽게 나타난 세필의 말에 놀라 뒤로 넘어지게 되자 면포가 벗겨지고 얼굴이 들어나게 되었다. 말위의 세 사람은 깜짝 놀라며 “헉” 괴물 아니야!“ 하며 채찍을 휘두른다. 갑작스런 채찍질에 모질게 맞은 연아는 땅을 구르며 피한다. 하지만 눈이 달린 듯한 채찍은 피하는 연아를 향해서 매섭게 날아든다. 다짜고짜 채찍을 휘두르는 사람들을 살펴보니 전부 여자들이 아닌가?
“무슨 연유로 이렇게 매질을 하시오?”하고 연아가 일어선다.
“이런 괴물이 감히 우리 삼령의 앞을 막고 도리어 큰소리야. 이놈이 죽어야 알겠구나.”하며 더욱 매섭게 채찍을 휘두른다. 연아는 자기도 모르게 이리 저리 피하고 몇 대를 맞았지만 이상하게도 맞은 자리가 그렇게 아프지는 않았다.
“이놈 봐라. 제법 수가 있나본데 너 한번 혼나봐야겠구나.”
“옥령아! 그만해라. 알고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너무 심하게 하는구나.”
“금령언니, 이놈이 우리를 놀리고있는 것 같은데요?”
“누가 놀린다고 그러시요? 난 아무런 영문도 모르고 매질을 당했소.”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그리 무섭게 때리시는지 모르겠소?”
“이놈이 그래도 찟어진 입이라고 말을 하네.”하며 말에서 뛰어내려 연아를 때리려 하자 “옥령아!, 우린 빨리 가야 하잖아. 그만 끝내고 어서 가자.”
“그리고 소협께는 죄송하게 됐는데 이쯤해서 양해하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아가씨의 말씀대로 따르겠으나 저 아가씨의 성질은 정말 못됐군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사람을 때리고 이젠 죽이려하니 말입니다.”
이 말을 들은 옥령은 “이놈이!” “야~앗”하며 칼을 뽑아 내려친다.
혼비백산한 연아가 쓰러지며 피하는데 “캉”하는 소리와 함께 금령의 검이 날아와 검극의 방향을 돌려놓았다. 하지만 연아의 어깨를 스쳐지나가고 연아의 어깨에선 금새 새빨간 피가 흘러내린다.
“어맛! 이를 어째, 금령은 급히 옷깃을 찢어 연아의 어깨를 감싸려하지만 연아는 의연히 일어서며 ”상관없소. 어짜피 죽기위해 태어난 몸 한칼 맞은 것이 무에 대수겠소.“하며 손길을 거두게 하고 ”옥령이라 하였소?“ 내 잘 기억하고 있다가 나중에 다시 만나면 반드시 멀리피해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겠소.”하며 뒤돌아 금령에게 “아가씨의 호의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오늘일은 제가 여러분들의 발걸음에 방해가 되어 일어난 것으로 생각하고 오늘 이만 돌아갔으면 합니다.”
“네 이놈, 건방지기 짝이 없구나 정말 관을 봐야 눈물을 흘리려느냐?” 하며 옥령이 주먹을 휘두른다. 가까운 거리라 피하지도 못하고 복부에 정통으로 맞은 연아는 그만 뒤로 벌렁 쓰러지고 만다.
“으흑” 아무리 여자의 주먹이라도 무공을 익힌 손속은 맵기 짝이 없어 마치 쇠뭉치에 맞은 듯하다. “옥령아!” “그만두지 못하겠느냐?” “너 오늘 정말 심하구나. 오늘따라 왜 이런거냐?” “어서 사과하지 못하겠니?”
“은령언니는 또 왜 그래요? 이놈이 하는 짓 못 봤어요? 왜 나만 가지구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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