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대 후반 남자입니다.
방금 얼마전에 앨런벌처 이긴 추성훈 경기를 재방송으로 또 봤습니다.
보다보니 괜히 가슴이 두근두근해져서 글을 남깁니다.
꽤 오래전 일이에요. 몇년전? 십년전? 잘은 기억이 안납니다. 여하튼
생각없이 티비를 보고 있는데 인간극장이 하고 있었습니다.
다들 아시죠? 정형돈 테마송이 유명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그때 처음으로 추성훈을 봤습니다. 추성훈은 일본에서 한국국가대표 따보겠다고
한국으로 와서 훈련을 하고 있었습니다. 굉장히 열심히 훈련하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드디어 국가대표선발전에서 추성훈 선수가 한판승으로 몇판인가를 이기고
4강?? 그정도까지 올라가서 경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추성훈이 약간 어설픈 한국말로
이런말을 합니다.
"저는 한판으로 이겨야지 판정가면 져요. 무조건 한판승해야 됩니다."
무슨 소린가 했더니 재일교포라는 이유로 판정으로 가면 불이익을 당한다는 거였습니다.
과연 다음경기에서 추성훈은 판정에서 지고 맙니다. 유도에 거의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제가 봐도 추성훈이 훨씬 잘한거 같은데 결국 국가대표의 꿈을 이루지 못합니다.
그때 추성훈이 또 그럽니다. 약간 울먹울먹한 목소리로 너무 억울한 듯이
"에이 진짜 여기서 유도 못하겠어요. 진짜 아 진짜."
그때 인간극장을 본것은 여기까지 밖에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때는 그냥
'아 저사람 진짜 억울하겠다' 이런 생각정도 밖에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후에 추성훈이 일본국가대표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다는 기사를
보게 됐습니다. 그때 저는 '아 결국 일본국가대표로 전향했구나. 안됐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추성훈이 격투가로 전향했고 그때부터 추성훈은 조금씩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추성훈을 잘 모르던 사람들은 무릎팍도사에 나온
추성훈을 보고 호감을 가지고 추성훈은 인기스타가 됐습니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일본에서 추성훈은 바디로션을 발라서 승리한 비겁한 격투가, 악마로 유명합니다.
사람들은 그것이 마케팅의 일부라고 말하지만 저는 적어도 추성훈은 그런 의도로
저지른 일이 아니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추성훈이 한국에서 광고 몇편을
찍고 유명해지자 이를 시샘하는 사람들도 늘어났습니다. 일본으로 귀화한 그를 두고
배신자라고 욕하는 사람들도 늘어났습니다. 추성훈이 무릎팍도사에 나왔을때 강호동이
추성훈에게 말합니다.
"증조할아버지때부터 지켜온 100년동안 지켜온 국적을 일본으로 바꾸셨는데..."
그때 추성훈이 굉장히 씁쓸하게 대답합니다.
"100년....., 쏘우데쓰까(그렇습니까)......"
추성훈의 말투에서 조상에 대한 미안함, 한국인에 대한 미안함이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이건 그저 제 생각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왜 사람들이 추성훈을 장사꾼, 배신자라고 욕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의 대표로 국가대표를 달고 싶어서 굳이 한국으로 와서 고생고생한 사람을
내팽겨칠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일본국적으로 금메달을 딴 나쁜놈이라고 욕합니다.
그럼 추성훈이 그 아까운 재능, 노력을 썩혀야지 옳다는 것입니까?
앨런벌처와의 경기뿐 아니라 어떤 경기에서도 추성훈은 뒤로 물러서는 법이 없습니다.
항상 맞부딪칩니다. 이번 급소를 맞았을때도 그는 주심의 오분을 오초로 잘못
알아들었다고 합니다. 다시보기로 보시면 아시겠지만 정말 추성훈은 오초정도 있다가
일어나서 경기를 재개하려 합니다. 오히려 주심이 그를 막습니다. 아마도 추성훈은
주심이 어서 경기를 하라고 재촉하라는 것인줄 알았겠지요. 남자분들은 아시겠지만
급소를 맞으면 한참동안은 기운을 쓰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그런 명경기를 펼쳤습니다.
또 그는 항상 카메라와 주심에게 예의를 지킵니다. 일본사람들이 너무나도
싫어할 텐데도 꼭 유도복에 태극기를 달고 나갑니다.
이렇게 열심히 살고 이렇게 한국을 사랑하는 추성훈을 욕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괜히 재방송 보다 울컥해져서 글을 올립니다. 한쪽 눈이 보이지도 않는데 끝까지 뒤로
물러서지 않던 추성훈이 안쓰러웠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