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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노조 파업에 대해..펌글

나이트 근무를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컴퓨터 앞에 앉았다.
>할 말, 아니 쓸 말이 너무 많은데, 한 숨 자고 나면 하고 싶은 말이 반으로 줄어버린다.
>기억하고 싶은 꿈은 잠에서 깨자마자 바로 글로 적으라 했다. 나 역시 상기하고 싶은, 글로 전하고 싶은 생각이 있기에 이렇게 자판에 손을 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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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올 보건의료노조 파업을 "체제에의 도전"이라고 표현했다. 영리에 밝아버린, 그래서 공공성을 잃어버린 병원. 인력은 최대한 감축시키고, 연봉제로 족쇄를 채우고 나이 들고 지치면 명퇴라는 철퇴로 과감히 떨쳐버리는 병원. 그런 병원에 대고 주5일제를 요구하는 건 체제에의 도전이 맞다. 혹자들은 "노조에서 주장하는 의료공공성 강화가 주5일제와 무슨 상관이냐"고 따지고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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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간호사들은 적게는 17명 많게는 40명의 환자를 보고 있다. 그 많은 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기본적인 치료만 하는데도 8시간 내내 간호사들은 뛰어다닌다. 만삭의 몸으로도 10시간30분의 밤근무를 버텨야 하고, 환자를 들었다 놨다 하며 용을 쓴다. 화장실 갈 시간이 없어 참다 참다 하다보니 방광염에 걸리기도 하고, 정맥염과 근막통증후군따위는 기본으로 달고 다닌다. 오죽하면 여성사업장 중 유산, 조산율이 1위겠는가. 간호사 두명 중 한명이 유산을 경험하고 있다. 환자의 건강권을 수호한다는 간호사가 되려 건강권을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어떤 미친 **는 누구나 유산, 조산 경험하는데 왠 호들갑이냐고 따지고 든다. 순간 살의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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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간호사들의 인력이 많아지면, 결국 환자에게 돌아가는 간호의 질과 양은 나아질 수밖에 없다. 외국의 의료환경이 좋은 이유. 단지 시설이 좋고, 약이 좋아서가 아니다. 간호사 한명이 환자 3~5명을 보면서 먹이고 씻기고, 처치하는 모든 간호를 제공하고 있기에 쾌적한(!) 의료환경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무릇 간호사가 건강해야 건강한 간호가 나오는 법이다. 간호사가 병들어가는 환경에서 어찌 올바른 간호와 친절함을 기대할 수 있는가. 웃긴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파업하기 전에 친절부터 배워라"라고 비난을 한다.
>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죽어라 "사명감"만 강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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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에서 말하는 주6일 주40시간을 하게 될 경우 간호사 4명의 몫을 3명이 채워야 한다. 그래야 각자에게 제대로 off가 돌아갈 수 있다. 그것도 기본적인 off일 뿐. 원하는 날 휴가 받는 건 더더욱 요원해진다고 해야겠다. 내가 휴가를 받으면 내 동료가 내 몫까지 2배로 뛰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간호사는 결혼도 하지말고, 아기도 갖지 말고 죽어라 환자곁에서 천사처럼 웃으며 일해야 한다. 그러다 나이들고 힘 딸리면 명퇴해야된다. 간호사의 경력이 철저히 무시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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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산별총파업 나흘째에 접어들었다.


병원협회에서 발표한 성명서가 병원 복도에 나붙었다. 환자 고만 괴롭히고 복귀하란다. 그리고 조속히 타결을 보란다. 도대체 앞뒤도 모르고 달려들어 훈계하고 있는 이놈의 병원협회가 제정신인가 싶다. 국민 건강권 수호 어쩌고 하면서 결국엔 돈벌이 병원 만드는데 급급한 이것들이 무슨 자격으로 이따위 성명서를 붙이고 다닌단 말인가.


재작년, 이름대면 누구나 알법한 큰 병원 두 곳이 정말 징하게 파업을 했다.


한 곳은 다행히도 119일만에 종결지었고, 다른 한 곳은 270일만에 완전 개박살이 난 채 현장으로 돌아갔다. 올해 그 곳은 산별교섭 투표도 하지 못했을 뿐더러, 인력감축, 연봉제 도입, 명퇴를 앞두고 있다. 그곳이 주님의 사랑을 실천한다는 가톨릭 병원이다. 명동성당에서 한창 투쟁중이였을 때 지원을 나간 적이 있다. 그들은 참 할 말이 많았다. 회식자리에서 의사(물론 교수) 옆에 앉아 술시중을 들게 하고, 임신도 수간호사가 순번과 달을 정해주는대로 해야 했다한다. 뭐...임신순번제는 비단 이 병원만 그런게 아니다. 우리병원에도 암암리에 적용되고 있으니 말이다. 어쩌다 실수로 애가 생기기라도 하면 축하보단 핀잔을 먼저 듣는게 이 바닥(!)이다. 그리고 그때 얘기 들으면서 알게 된 사실은 수녀님이 나보다도 욕을 더 잘한다는 사실이다.



> 모든 응급상황의 최전선에 배치되면서, 모든 처방권을 일차적으로 걸러내는 필터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간호사는 정말 제 대우를 못 받는 것 같다. 그래서 많은 간호사들이 이 땅을 떠나 미국으로, 호주로, 캐나다로 떠난다. 간호사로서 제대로 대우받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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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보건의료노조파업을 두고 병원노동자들을 귀족노동자. 부르조아 노동자라고 부른다. 돈 많이 받고, 쉬는 날도 많으면서 뭘 더 놀려고 그러냐고 비난을 퍼붓는다.(솔직히 연봉 2~3000에 쉬는날이10여일 되는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는 전체 간호사의 20~30%이다 나머지는 한달에 노는날 4개에 연봉1500이 고작이다.) 정부가 개악해버린 주5일제 법안대로라면 우리는 평균 10일에서 15일의 연월차가 깎인다. (5년차인 나의 경우 9일이나 깎인다.) 당연 생리휴가는 무급이고, 받지도 못하는 휴가는 수당은 커녕 연말이 되면 그냥 공중분해해버린다. 병원은 "휴가를 제대로 쓰지 않은 네 책임이다."라고 해버리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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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40시간? 웃기지 말라고 해라. 남들 주44시간 일할 때 우리들 주 48시간이상을 일해왔다. 주40시간제를 한다해도 우리는 주 48시간을 일하게 된다. 되려 duty당 인원이 줄어 노동강도만 세지고, 시간외수당마져 25%나 깍여 전체수당까지 깍일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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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쯤되면 간호사들....... 파업할 만하지 않은가.
> 임금인상? 다 필요없다. 임금 몇 푼 올리자고 뭐하러 이 고생을 사서 하는가.
> 아. 서글프다. 아무리 이렇게 열심히 설명해도 걸레같은 조중동 신문에, 그리고 싸구려 기업논리에 철저히 교육받은 대한민국 국민들. 여전히 파업은 돈에 환장한 노동자들의 외침으로만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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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역시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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