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이 너보고 뭐라 했니? 내가 볼 땐 우리가 먼저 잘못했는데 때리고 칼질하면 우리는 어떤 부류의 사람이냐?”
“언니들. 정말 왜 그래요? 내가 무슨 죽을 죄라두 졌나요?”
“그래, 됐다 이만 가자. 그리고 정말 죄송합니다. 우리 막내가 철이 없어서 그런 걸 마음에 두지 말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아!, 저 같은 산골 무지랭이 이렇게 좀 당하면 어떻습니까. 괜히 마음 쓰시지 말고 가던길이나 가시지요.”
연아의 마음속에는 한두번 당한 일이 아니지만 비참함과 억울함에 기혈이 역류하는 듯한 아픔이 솟구쳐 오른다. 하지만 그런 내색을 않고 삼 자매를 등 뒤로하고 길을 재촉했다.
어깨의 자상은 거의 두푼 깊이로 베어져 계속 피가 흘렀다. 연아는 견정, 곡지혈을 압박하여 피가 흐르지 않도록 지혈 하면서 부지런히 집으로 향했다.
‘세상에는 왜 이렇게 악독한 사람들이 존재 할까? 아무런 죄의식 없이 사람을 때리고 심지어는 죽이기까지 하면서.. 그런 일이 즐거워서 할까?’ 이런 저런 생각 속에 집에 다다라서 “할아버지 저 돌아왔습니다.” 인사를 하는데 사 노인은 깜짝 놀라 “어디에서 그렇게 다쳤느냐? 이리와라 어디좀 보자” 하시며 연아의 자상을 치료하여 준다.
“괜찮아요. 길 가다가 웬 여자들에게 칼질을 당했는데... 도저히 이유를 모르겠어요.”
“내가 무슨 잘못을 해서 그들에게 이런 봉변을 당해야 하는지?”
연아가 공부하며 보낸 6여년간 사람들과 마주치면 거의 매번 놀림이나 구타 돌팔매질 등 수많은 봉변을 당하곤 돌아와서 그런 일에 대하여 의문을 늘어 놓는게 전부 그냥 흘려보내곤 하였다. 하지만 이번일은 연아에게 충격을 주었는지 말수가 더 없어지고 연아의 마음속에 한 가지 바램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나도 그들처럼 칼도 쓰고 무술도 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그럼 나쁜 사람들 모두 혼내 줄 수도 있고...’보름 정도 지나 연아의 상처가 거의 아물자 연아가 어떤 결심이 섯는지 사 노인에게 집을 떠나서 공부하고 싶다고 이야기 한다. 사 노인이 극구 말렸으나 연아의 결심은 이미 반석과 같아서 요지부동이었다.
어쩔 수 없이 사 노인은 연아의 짐을 챙기고 비상 상비약과 가지고 있는 모든 은자를 짐속에 넣어 건네 주시며 “그럼, 넓은 세상으로 나가서 너의 꿈을 이루어 보거라.”
“예, 할아버지 ... 제가 다시 돌아 올 때는 반드시 무엇인가 이루어 여러 가지 의문도 풀고 할아버지도 편안히 모실께요. 그동안 몸 편안히 계십시요.” 말을 하는 연아의 눈에서는 눈물이 방울져 흘러내린다.
“이런, 다 큰 장정이 눈물을 보이다니, 다시는 눈물을 보이지 말거라.”
“네, 할아버지 부디 건강하셔야 합니다.”
“그래.. 너두 몸조심하고 꼭 네 꿈을 이루길 바란다.”하시며 조용히 문을 닫으신다. 한참을 방문 앞에 서 있던 연아가 발길을 돌려 거친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Ep어 놓는다.
사람이 뜸한 산길만 따라서 걷던 연아는 목표를 정하기로 하고 마을로 향했다. 낙읍이라는 작은 고을에 들어선 연아는 우선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주점에서 간단한 요깃거리와 차를 주문하여 먹고는 점원에게 물어본다. “말씀 좀 물어 보겠습니다.”
“무공을 배우고 싶어서 그러는데 이 부근에 어디 무술 가르쳐 주는 곳이 있는지요?”
“아이고, 그 몸으로 무공을 배우신다구요? 에이 아예 포기 하고 농사나 지으시지요?”
“어쨌든 무공을 배우고 싶으니 알려 주시기나 하시지요.”
“음... 그러면 여기서 서쪽으로 한나절 가면 대곡사란 절이 있고 절을 지나 좀 더 가면 진천장이란 곳이 있어요. 그곳에 가면 무술을 배울 수 있다고 하대요.”
“감사합니다.”
연아는 주점을 나와 바로 서쪽을 향해 걸어갔다. 걷는 도중에 한 노인이 푸른 도복을 입고 휘적휘적 걷는데 마치 허공을 나는 것처럼 보인다. ‘아, 정말 빠르다. 내가 아무리 뛰어도 저 걸음을 따를 수 없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며 한눈 파는 사이 어느새 그 노인은 아득히 멀어져 있지 않은가?
연아는 자기도 모른 새 힘을 내어 노인을 쫒아 가려고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신술을 모르는 연아가 뛰는 속도는 뻔했다. 계속 뛰다가 숨이 턱에 찰 듯 할 때 갑자기 연아의 단전에서부터 이상한 기운이 올라와 몸을 가볍게 하는 게 아닌가. ‘어, 이상하게 몸이 가벼운데.. 이런 생각을 하며 계속 뛰는데 갑자기 몸이 앞으로 튕겨지듯 쏘아나간다. 속도를 잡지 못한 연아는 주변의 나뭇가지와 돌부리에 긁히고 채여 때굴때굴 구르고 나서야 멈추어 설 수 있었다. ’이게 뭔 조화인가? 왜 갑자기 몸이 빨리 움직이는 걸까?‘
‘어디 다시 한번 해보자.’ 하며 다시 뛴다. 한번 솟구친 기운은 계속하여 연아의 몸을 빠르게 하여 연아는 마치 말이 달리는 듯 한 속도로 뛰게 되었다. 그렇게 달리는데도 연아는 별로 힘든지도 모르고 뛸 수 있자 자기도 모르게 신기하여 계속 뛰었다. 한나절은 가야 있다던 대곡사가 어느새 눈앞에 보이고 진천장의 대문 앞에 도착하였다. 대문을 보니 거의 두장이상의 높이라 왠지 위축되었다. 하지만 연아는 대문을 두드리며 “누구 안계세요?”하자
“웬놈이냐?”하며 무복을 입은 장한이 거칠게 문을 여는 것이었다. “음... 저 무술좀 배우려고 왔는데 어떻게 하면 배울 수 있지요?”
“이놈, 예가 어디라고 그꼴로 무술을 배운다는거냐? 딴데 가서 알아봐라!” 하며 문을 닫으려 한다.
“아저씨, 저는 꼭 무술을 배우려 합니다.” 문고리를 잡고 사정을 한다.
“이놈이, 저리 못 가겠느냐? 너 혼좀 나고야 정신 차리고 가겠냐?”하며 연아를 밀쳐낸다.
아무런 방비가 없던 연아는 뒤로 넘어져 버렸다. 하지만 얼른 일어서 다시 문 앞으로 가서
“아저씨, 제발 무술을 배우게 도와주세요..”
“왜 이리 소란이냐?”하며 긴 수염의 노인이 나타나 말하자
“예, 노사부님, 이놈이 지금 무술을 배우겠다고 이 꼴로 와서 문을 열어달라고 합니다.”
“기가 막혀서 말이 안나옵니다.”
“그래,~ 음.. 넌 어디에서 왔느냐?” 하며 묻는데 아까 길에서 본 그 노인이 아닌가..
“예, 전 낙읍에서 왔습니다. 무술만 배울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겠습니다.”
“제게 무술을 가르쳐 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