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좀비소설) 불시착 #6

가네샤 |2009.07.24 14:39
조회 598 |추천 0

매번 편이 늦어서 죄송합니다.ㅜㅜ

-----

 

 

우리가 나눠탄 군용트럭은 생각보다 의외로 쉽게 고속도로 위를 가로질러 달릴 수 있었다. 가끔씩 여기저기 도로 위에 널려져있는 차들 때문에 가끔가끔 멈칫멈칫 해가면서 가기는 했지만, 아까 죽을뻔한 상황보다는 배나 안전했다.

 

뭐, 가끔씩 볼수 있는 상황으로는 트럭 앞부분에서 좀비들을 박으면 놈들이 사지가 뜯어진 채로 트럭 위를 나뒹굴다가 다시 트럭 뒷부분으로 떨어진 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몇번 깜짝깜짝 놀라면서 우리는 청주공항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얘, 너는 몇살이니?"

내 앞에 앉은 '가족' 중에서 아주머니가 내게 말했다.

그러자 그 '가족'의 시선은 모두 나에게 몰렸다.

 

"아, 저는 17살입니다."

"그렇구나. 우리 민규랑 동갑이네?"

아주머니는 자신의 옆자리에 앉아있는 내 또래의 남자얘를 보고 말했다.

그 통통한 민규라는 남자얘는 나를 힐끔보더니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나도 고개를 숙이며 인사에 답했다.

 

"그래... 아까 우리 지혜 살려줘서 고마웠어."

아주머니는 자신의 무릎베개를 베고 잠이 든 여자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 여자아이는 콧물 눈물범벅이 되어 있었다.

저 어린아이가 가족들이 자신을 버리고 가려고 했다는 것을 느끼고는 얼마나

충격을 먹었을까... 라고 안타까운 시선으로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아저씨도 연신 피곤하신듯 고개를 아래로 떨구곤

트럭이 덜컥거릴때마다 따라서 고개를 흔들었다.

 

"하... 그래 이제 나도 눈좀 붙혀야겠구나."

"네, 아주머니 주무세요."

 

아주머니도 역시 피곤하셨는 지 바로 고개를 앞으로 숙이고는 잠을 청했다.

나와 동갑이라던 통통한 아이, 민규는 우리의 뒤, 그러니까 트럭 뒤로 지나가고

있는 도로의 풍경만

계속 보고 있었다. 가끔 트럭은 놈들 한두마리의 주위를 슉슉 지나가기도 했다.


"내 동생 도와줘서 고마웠어."

"응."

 

놈은 날 보며 말하기 조금 부끄러운 듯, 살짝살짝 내 눈을 마주쳐가며 말했다.

하긴, 놈은 자기의 동생을 버리고 가려했던 놈이었으니까...

나는 습관적으로 왼손을 들어올려, 밋밋한 턱을 문질렀다.

 

" ... 내가 겁이 많아서 그래... 내 겁 때문에 동생을 죽일뻔 했어."

"?"

 

"오빠나 되어서, 금방이라도 죽을 것같은 동생을 두고... 도망치다니..."

 

놈은 갑자기 자기 자신에 대해 풀어놓으면서 비판하기 시작했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조금 놈이 불안해 보이기도 했다.

손톱을 물어뜯는다던가, 머리를 두손으로 쥐어뜯기도 했다.

 

나는 그런 민규를 진정시켜주기 위해서 입을 열었다.

 

"뭘 지나간걸가지고그래? 임마 깨닳았으면 앞으로라도 잘하면돼."

"...."

민규는 잠시동안 나를 바라본다.

손톱을 물어뜯던 행동도 잠시 멈춰있었다.

 

"... 그래, 고마워."

그렇게 말하고는 물어뜯던 엄지손가락을 차분히 내려놓는다.

조금이나마 위로에 도움이 된 듯했다.

 

그런거에 나름 뿌듯함을 얻은 나는 다시 어두운 트럭 뒤쪽 풍경에 시선을 돌린다.

어느새, 트럭이 고속도로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조금 지나자, 점점 주택가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마침내는 아파트들이 많은 거리를 달렸다. 여기도 여전히 자동차들은 너저분히 널려있었다.

 

한참을 달리던 트럭이 갑자기 정지했다.

 

민규와 나는 무슨일인가 싶어서 고개만 내밀어서 앞쪽을 내다보았다.

그러자 자동차들로 턱 막혀있는 도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도로가 막혔구나. 이제부터 어떻게 가야하지?"

민규가 다시 손톱을 물어뜯으며 중얼거린다.

이번에는 자기 성찰의 행동이 아닌 뭐랄까, 미래에 대한 두려움. 그런 것일 듯했다.

 

부대장 군인아저씨가 총을 들고 앞좌석에서 내렸다.

그러고는 무엇을 보고는 경계한채로 천천히 다가갔다.

나는 옆에 두었던 권총을 챙긴 후에, 트럭 뒤쪽에서 조심스래 내려서

그의 시선이 있는 곳에 내 시선을 옮겼다.

그러자 한 플라타너스 나무위에 걸쳐져있는 천막같은 게 보였다.

짙은 녹색 천막.

 

아니 그것은 천막이 아니라 낙하산이었다.

 

그 밑에는 좀비들이 하나같이 먹이가 떨어질 때를 기다리는 듯이 입을 벌리고

잔뜩 모여있었다. 한 열두마리 정도 되려나.

나무 위 , 낙하산에 무언가 매달려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부대장님은 트럭창문을

두드리며 군인들보고 나오라고 했다. 그러자, 군인들 모두가 각자 총을 들고 내렸다.

 

"저 위에 누군가 있어. 괴물들이 먹으려 하는 것을 보니, 살아있는 것 같군. 우리는 저 자를 구해낼 것이다. 조심히 움직여 저 아래에 있는 놈들을 처치한다."

"네!"

 

나는 군인아저씨들을 따라가려고 마음을 먹었지만, 군인아저씨들이 트럭을 비우게되면 이 가족들은 곤란해 지겠다는 생각으로 권총을 들고 트럭에 다시 들어가 앉았다.

그러자 민규가 무슨일이냐는 듯이 물었다.

 

"낙하산을 탄 사람이 나무위에 걸려있나봐, 군인아저씨들은 모두 그를 구하러갔어."

"... 아아..."

 

민규가 작게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트럭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총성이 들려왔다. 군인아저씨들의 연발 총성.

소란스럽게 한바탕 울리고 나서는 항상 그 뒤에는 쓰러져가는 괴물들의

작은 신음소리만이 뒤따랐다.

총성이 들리지 않자, 나는 다시 트럭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자 낙하산에 걸려있는 한 정장을 입은 남자를 꺼내는 군인아저씨들을 볼수 있었다.

 

그 때였다.

그 나무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던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엄청난 수의 좀비들이 갑작스레 소리를 지르면서 뛰어오기 시작했다.

 

"....이럴수가, 녀석들이 달리고 있어... !!"

군인아저씨들은  녀석들의 외침소리에 눈치를 챈듯이 다시 사격할 준비를 취했다.

다시 한번 소란스러운 총성이 이어졌다.

 

이번에도 그냥 그저 그렇게 끝날 것같았던 일은 우리에게 더욱 큰 충격을 주었다.

 

군인 아저씨들이 엄호사격을 하고, 부대장님이 낙하산에 있는 남자를 업는 동안,

이번엔 그 나무 왼쪽에 있는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또다른 좀비무리들이 소리를 지르며 군인 아저씨들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아저씨들은 뒤늦게알고서는 뒤쪽에도 총격을 가하긴 했지만

앞뒤로 달려오는 놈들을 모두 막기엔 힘들어보였다.

 

부대장아저씨는 "후퇴!! 후퇴하면서 엄호사격하라!! 운전병! 속력을 높혀!"

그러자 군인아저씨들이 채 오기도 전에 트럭운전석에 타고 있던 운전병이 트럭을

몰기 시작했다.

아까 울렸던 소란스러운 총성에 이미 그 가족들은 모두 어리벙벙한 눈으로 깨어있었고,

나도 오른손에는 권총을 잡아올린채로 긴장을 놓치않고 있었다.

녀석들이 달릴수있다니... 이건 최악이다.

 

군인아저씨들은 재빠르게 엄호사격하면서 트럭을 향해 다가왔다.

그에 따라 좀비들도 빠르게 트럭을 향해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부대장님은 먼저 다가와 뒷좌석에 정장의 남자를 태웠다. 그리고는 자신의 어깨에

걸쳐매놨던 총을 들고는 부대원들 코 앞까지 다가와있던 녀석들에게 지원사격을 하신다. 그렇지만 놈들은 달려와서 체중을 실은 점프로 부대원 몇명을 덮치고 있었고,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부대장님은 '사격하지말고 곧바로 트럭 뒷좌석에 탄다!'라고 급하게 외치며 트럭 뒤로 달려와 아찔하게 올라탔다. 다른 군인아저씨들도 점점 높아진 속력의 트럭에 따라올 수 없었었을 것만 같았는 데 역시 단련된 체력으로 빠르게 거리를 좁혀와서는 트럭에 올랐다.

 

급하게 출발한 트럭 뒤로는 바닥에 쓰러진채로 비명을 지르는 군인아저씨들이

보였다. 그 위에 올라타있는 각각의 좀비들은 게걸스럽게 그들의 배를 찢은 뒤에

먹고 싶은 부위를 나눠 먹었다.

 

위기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트럭의 속력을 높히긴 했지만은 아까 봤던 것처럼 트럭의 앞 도로는 자칫하면 사고날 정도로 자동차들이 널려있었다. 그래서 운전병은 위험한 길을 택했다.

 

바로 인도.

 

트럭은 점차 도로의 겉 쪽으로 향하더니 엄청난 덜컹거림과 함께 인도에 올랐다.

그와 동시에 건물의 벽면 쪽과 붙어있는 트럭의 한 쪽 사이드미러는 챙기랑 소리를 내며 뒤로 흩날려져갔다.

트럭의 속도가 줄어들었다. 인도로 오르면서 순간적으로 반동과 함께 살짝 줄어든 것이다. 지치지 않는 듯한 녀석들은 트럭을 쫓아 계속 달려오고 있었다.

 

"제길. 거기 앞쪽 박스에서 총을 하나씩 꺼내잡으세요. 어서요!"

부대장이 고개를 돌린채로 소리쳤다. 그는 이미 살아남은 부대원들과 함께

M4를 다시 잡은채로 총격을 가하고 있었다.

달려오던 좀비들은 그 총격에 다리를 맞고서는 바닥에 강하게 쓰러졌다.

 

나는 빠르게 그 박스를 향해 다가가서 가족들에게 총을 나누어주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주머니, 지혜에게는 총을 나누어주지않았다.

그러니까 아저씨, 민규에게 딱 2개만을 나누어준 것이다.

 

아저씨와 민규는 M4를 잡고는 군인 아저씨들 곁으로 다가가서 사격을 가했다.

민규의 사격실력은 말이아니었다.

반동을 이겨내지 못하여 총이 하늘 쪽으로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그러자, 보다 못한 아주머니가 뒤에서 나오더니 민규의 두 손을 붙잡아 주고는 사격을 도와주셨다.

 

그렇게 차이가 아찔아찔한 정도로 나다가, 시간을 조금 벌게되자

트럭은 점차 인도 위에서도 다시 속도를 되찾고, 막힌 도로 옆 인도를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가끔씩 트럭 옆 범퍼가 벽에 부딪혀 스파크가 튀기도 했다.

 

트럭은 어느정도 인도위에서 달리고나서는 다시 도로 위로 돌아왔다.

점점 차이가 나 멀어져가는 좀비들이 보였다. 그리고 이제는 안보일 정도로...

 

 

 

"쿨... 쿨럭!"

 

때 마침 옆에서 다 찢어진 양복을 입은 남자가 심하게 기침을 하며 상체를 일으켰다.

과연 그에겐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 - - - - -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픽션이므로 실제 인물과 공간에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 가네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