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안방에 책이 있어서 책 보려고 갔다가 침대 옆에 책꽂이를 봤어요. 그곳에서 notebook 공책을 발견했습니다. 내용을 보니 일기장 같았어요.
방금 전 엄마의 일기장 내용을 보고 정말 이대로 있으면 안될것 같아서
도움을 받고자 글을 씁니다.
전에 어떤 분 어머니가 우울증있었다고 했던 글(그 분도 엄마 우울증 생각하게 하지도 않으려고 노력하고 힘이 되주고 극복했다는)을 봤는데 그게 남의 일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였어요.
글을 쓴 이유는 저희 엄마 때문입니다.
불쌍한 우리 엄마. 저는 그것도 모르고 그 동안 제 생각만 한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합니다.
방금 전 엄마의 일기장을 보고 많은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정말이지... 정말 제가 나쁜 딸 같아서... 엄마가 너무 안쓰러워서 눈물이 나네요.
글이 조금 길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끝까지 읽어주시고 조언 부탁드려요.
만약 비슷한 상황인데 극복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안정이 된 분들,
이겨내신 분들, 정말 어른들이라서 해 줄수 있는 조언 부탁드려요.
엄마의 일기장 내용을 요약해보면, 삶에 대한 희망을 잃어가고 많이 지친듯 했습니다.
대부분 남편들이 아내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힘을 주잖아요. 의지가 되고.
하지만 저희 아빠는 그런 분이 아니였기 때문에 엄마는 많이 외로우셨나봐요.
그래도 아빠가 자기를 내버려둬서 자립심이 생긴것 같다는 내용이 있었어요.
술에 취한 아빠 모습보면 더 살기 싫다고, 학창시절 온실속의 화초처럼 조용히 살고
남자관계가 복잡한것도 아니고 날라리도 아닌데, 왜 그런 애들이 더 시집 잘가서
잘 사는거냐고... 돈이 많은게 부러운게 아니라 자기에게 의지가 되는 남편을
잘 만난게 부럽다고, 친구에게 기대 펑펑 울고보고 싶다는 내용도 있었구요.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데 그것도 돈이 나가서 못한다는 내용도 있고요.
아빠가 요즘들어 돈을 가져와도 돈을 쓸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고 해요.
또한 아빠의 카드빚 때문에 엄마가 몇년간 모은 돈으로 산
아파트(현재 집, 새 아파트도 아닌 20년 된 낡은 아파트)날아갈까봐 걱정하고요.
아이들이 자기를 이해해주지 못하는것 같다고, 못난 남편 만나서 이렇게 사는 자신이
너무 싫다고... 외롭고... 힘들고... 만약 자기가 생을 마감하면
남은 아이들 불쌍해서, 남편한테 떠 맡기는거 같아서 더 싫다고 나 자신을 위해서 살자.
사람들과 어울려도 외로울때도 있고 맥주 한캔 마시고 잠을 청하는데 하루하루 사는게
힘들어서 잠도 잘 안온다고... 그래도 내일 일 해야 되서 잠을 청한다는...
그런 내용들이 많았어요.
몇 장 읽으니까 눈물이 막 났어요. 진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엄마의 글씨를 보면서 어떤 마음으로 이 글을 썼는지,
나는 지금까지 엄마에게 뭘 해드렸는지, 짜증만부리고 화내고...
왜 진작 엄마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드렸는지..
최근 7월 20일에 쓴 내용을 끝으로 뒷 종이에는 깨끗하더라구요.
날짜보니까 가끔 가끔 쓰시는것 같아요.
엄마가 한 숨 쉬거나 할때 왜 또 저러냐고 속으로 그랬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엄마 마음이 이해가 가요. 왜 이제야 알았는지, 아니 알면서도
자각을 하지 못한것 같아요. 어느 순간 잊어버리고... 그래서 너무 슬퍼요.
딸이 엄마에게 도움을 주지 못해서 그게 많이 죄송해요.
그리고 아빠에 대해서 말씀 드릴게요.
아빠는 젊었을때부터 가정을 등한시 하고 사람과 술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카드를 많이 썼고 빚도 많았고 집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였죠.
어렸을때 얘기는 엄마가 가끔 해주셨어요. 제 기억에 남아있는 아빠의
모습도 있었구요. 부모님은 부부싸움을 자주 하셨어요. 그 여파로
저는 밤에 무슨 소리만 나면 반사적으로 일어나고 언성이 조금만 올라가도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뛰어요. 순간 불안해져서. 정말 그 시절(초등학생~중2정도...)
에는 아빠가 술먹고 들어오는 날이면 문잠그고 이불안에서 자는 척 하고 그랬어요.
엄마가 언니하고 저 낳고 썼던 일기장들을 방 청소하다가 봤거든요.
그때도 엄마는 많이 힘드셨던것 같아요. 거의 친정이나 이모, 친구들한테
그나마 의지하신것 같구요..
그리고 아빠는 카드를 쓰면 돈을 갚아야 한다는 개념도 없는것 같아요.
1년전쯤에 가압류 통지서 와서 카드값 적은 것부터 갚아나가는 중이고
나머지 2개는 몇천만원 단위라 건드리지도 못하고 있어요.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걸 의식하는 사람인것 같습니다. 지금은 덜 하죠.
또한 알코올중독입니다. 1년전쯤 언니가 문자를 보냈나봐요.
고모들이 와서 어떤 상태인지 알아가고 입원하자고 난리를 쳤는데
지금은 조용하네요. 하긴.. 돈이 여간 들어가는것도 아니잖아요.
아빠한테 초등학교때 한번 맞은적 있었구요. 술 먹으면 뭐라고 욕하고 소리지르고
때리는 시늉만 할 뿐이죠. 그러다가 두려움 느끼면 밖으로 도망친적도 있었구요,
예전에 비하면 지금 정말 많이 좋아진것 같아요.
그래도 요즘은 술을 먹어도 곱게 자는 편이고, 일주일 내내 마시는건 아니에요.
자기가 의식했는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아무튼 아빠의 담배찌든냄새, 술냄새 맡으면 구역질 나오려고 해요.
먹는것도 좋아해서 집에오면 먹을것도 없는데 엄마 먹을 건데 그거 다 쓸어먹고
그거 왜 먹냐고 타박하면 욕을 합디다.
아빠는 통통하고 엄마, 언니, 저 다 말랐어요.
특히 엄마는 결혼 후에 살이 많이 빠져서ㅠㅠ 팔에 핏줄보이는거
보면 너무 안쓰러워요...
그리고 생활비도 몇년만에 1~2번? 꼬박꼬박 가져오지도 않으면서 생색냅니다.
20년동안 가져온 생활비가 몇천이나 될까요. 어이가 없어서...
그래도 요즘은 꽤 꼬박꼬박 벌어오시는 편인데 그 돈의 출저도 제대로 못 믿겠네요...
그리고 핸드폰 문자 보니까 인부들 돈도 못 주는것 같아요.
그 돈으로 엄마는 아빠의 카드빚 갚고(아빠가 전화도 피하고 빚 안갚으니까
엄마가 갚는거에요.), 관리비 내고...
엄마가 정확히 어느정도 버는지 모르지만 관리비 내고, 이것저것 내고 하면
정말 빠듯하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 표현이 적절한것 같아요.
아빠를 보면 '성숙하지 않은, 몸만 컸지 크지 않은 어른' 같습니다.
예전부터 느꼈어요. 그나마 요즘 아빠가 측은하긴 한데 엄마의 일기장 보고 나니
아빠가 정말 너무싫어졌어요. 그리고 제가 중학생때 아빠가 결혼기념일에 꽃바구니를
사오셨어요. 생전 선물 안했던 사람인데 하고 의심했었어요. 원래 남자가
찔리는 짓 하면 갑자기 안하던 짓하고 선물 사온다잖아요.
그런데 아빠가 목욕하러 가신 사이에 친구분한테 전화가 왔는데 문자가 왔어요.
봤더니 어떤 여자랑 문자를 주고 받았더군요. 몇개 더 있었는데 일 때문에 만난것
같지는 않더군요. 꽃바구니 선물한것에 조금 기뻐했었던 엄마는 아빠의 불순한 의도를
알고 꽃바구니를 밖에 버리고 오셨죠. 아빠가 정말 뻔뻔스러웠습니다.
그일 이후로 안좋았던 부모님 사이 더 안 좋아지고 남자만 봐도 싫어졌죠.
지금도 그래요. 아빠 같은 사람 만날까봐 나중에 결혼같은것도 못할것같아요.
엄마는 시골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니고 대학교와서 아빠 만나서 결혼했습니다.
지인의 소개로 만났다가 얼마 만나지도 않고 결혼한거죠.
(결혼 할 당시에 엄마는 임신중이셨죠.)
언니와 제가 초등학교 다니고 어느정도 커가니까 엄마는 회사 다니면서
돈 모으고 그러셨어요.
그런데 아빠가 몇년 전 뇌출혈로 쓰러지고 수술비,입원비로 몇천만원 날렸죠.
(서울에 있는 큰 병원이였는데 입원비가 너무 비쌌거든요. )
그 돈이였으면 새 아파트도 사고 차도 사고 했을텐데...
아빠가 생활비도 꼬박꼬박 안 가져와서 보험 해약하면서 언니하고 저 학교 보내고,
생활비로 썼었죠. 그리고 집 살때 대출 받은거 갚아나가시고요.
하지만 이제 아빠 카드빚 갚아야 하니까 더 힘들것 같아요.
아무튼 엄마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꿨는데 아빠 만나서 결혼 실패하고
대화도 단절되고 방도 따로 쓰고... 정말 부부같지 않은, 겉만 부부...
이런 모습보고 자란 저는 결혼 절 대 하고 싶지 않네요. 행복할수도 있겠지만
남자가 싫어요.
그리고 언니가 한명 있는데요. 국립대 다닙니다.
처음에는 등록금 고모들이 돈 모아서 한번 내줬어요. 하지만 방학끝나면
돈 내야 할 생각에 엄마도 많이 막막한것 같아요. 아빠가 언제 또
생활비 가져올지도 모르고...
언니는 아르바이트 하는데 20만원 조금 넘게 받아요. 하지만 쇼핑몰에서 옷을 사거나,
남친 만나서 조금씩 아껴서 쓰거나 그렇게 지출을 합니다.
그래도 그렇다고 언니가 막 놀고 다니는 그런 여자가 아니라
공부하면서 자기 사고 싶은거 하니까 대견스럽기도 하고..
그런데 저축도 했으면 좋겠어요.
저도 알바 하면서 생활비 보탠 적도 있고, 참가자격 전국민, 제한 없는 공모전
응모 하면서 적지만 상금 받은거 생활비 조금 보태고 저 필요한거 사고 하기도 했어요.
아무튼 이 가정에 살면서 정말 많은 일들을 겪고 많이 힘들어서
죽으려고도 해봤는데 절대... 절대 쉬운 거 아니잖아요.
그 동안 저만 힘든줄알았어요, 나만 고통받고 나만 우울하고 그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였어요. 엄마의 일기장 내용을 보는 순간 제 잘못도 있는것 같아서
너무 죄송스러워요. 정말 이기적인 딸이였어요. 20년동안 얼마나 힘드셨을까.
아무리 자식이 있다 한들, 남편의 자리는 자식이 대신할 수 없는 거잖아요...
내색을 거의 안 하시는 편이라 그게 더 슬퍼요... 힘들면 힘들다고 그냥 솔직하게
말하면 좋을텐데...
그리고 제가 정말 너무 힘들어서... 가정 환경, 문제를 일으켰다거나,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라 정말 너무 견디기 힘들어서... 고등학교를 자퇴했어요.
정말 이겨내고 끝까지 버텨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죠. 하지만 후회는 없어요.
내가 선택한 이상, 살아가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으니까요.
열 여덞살 여자구요, 자퇴한지는 좀 많이 지났죠. 검정고시 준비중이고
컴퓨터 자격증이나, 운전면허도 따려고 하거든요.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 요지는 이거에요.
엄마의 일기장 내용을 보니 우울증이 있는것 같아요.
우울증은 정말 결혼 초기부터 그랬던것 같아요. 내색은 안하지만 많이 힘든 것 같아요.
솔직히 아빠같은 사람이랑 같이 살면 우울증오고, 자녀들까지 우울증 생겨요.
그리고 언니한테는 일기장 내용을 말하지 않았어요. 말해야 할까요?
이번에 알바비 받으면 엄마 선물 사준다고 하는데 어떤 걸 사야 좋을까요?
같이 있으면 말도 없고 어색하고 그래요. 자주자주 대화하고 그래야 하는데
엄마 오면 피곤하니까 바로 주무시고, 아침에도 다 별 말 안하고...
아빠는 새벽에 나가서 거의 일어나면 엄마,언니, 나 이렇게 있는데
말도 별로 안하니까요. 그렇다고 아주 막~ 어색한건 아니구요.
그래도 그런 분위기는 상관 없어요. 어떻게든 엄마 기쁘게 해드리고 응원해주고
뭔가 힘이 되고 싶거든요.
어떻게 해야 엄마를 위로해줄수 있을까요? 엄마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엄마 데리고 여행을 한번 다녀올까요? 국내에서 기차여행 같은거...?
하지만 엄마가 상담원을 하셔서 연휴에도 쉬는 날이 없고 쉬는 날도 언제가
될지 규칙적이지 못해서요.
제가 얼른 성인이 되서 돈 벌어서 같이 좋은곳 비행기 타고 오고, 드라이브도 하고
여유로운 노후를 맞이하게 해주고 싶거든요. 정말 고생 많이 하셨으니까요.
물론 저희 가정보다 더 힘든 상황, 더 고생하신 분들도 계시겠지만요,
현재는 엄마를 도와주고 싶고 어리지만 버팀목이 되주고 싶거든요.
톡커 여러분들, 조언 부탁드려요.
이러다 혹시라도 엄마한테 무슨 일 생길까봐도 두렵고,
알면서도 가만히 있을수도 없습니다. 계속 신경이 쓰여요.
제발 조언 부탁드려요. 부탁드립니다.
***
조언 감사드립니다. 하나하나 다 읽어봤구요.
소소한 대화 하라는 말이 제일 많았던것 같아요.
그래서 엄마한테 사소한 일이라도 말해주고 대화도 많이 하려구요.
정말 친구처럼 지내려구요.
또한 언니한테도 엄마 일기장 보여줬습니다.
어떤분은 일기장 뒷장에 편지를 쓰라는 조언이 있었는데
편지 써서 뒷장에 꽂아두었습니다.
울 엄마 이제 웃게해드릴거에요. 사소한 것이든 신경써주고, 뭐든지 같이 하고
혼자가 아닌, 외롭지 않다는걸, 행복하다는 걸 느끼게 해드리고 싶네요.
저희 집안과 비슷한 상황이 있는 분들이 꽤 있더라구요.
그래서 동질감도 느끼고... 나만 힘든게 아니구나, 더 힘든 사람들도
꿋꿋히 이겨내는 구나 생각했습니다.
글 하나하나 읽어보면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힘내라는 말이,
타인에게 듣는게 참 기분이 묘하더군요.
여러분들 덕분에 정말 많은 위로가 되었어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고난과 역경은 이겨내라고 있는것 같습니다.
언젠가 가족이 모여 옛날일을 웃으면서 얘기할수 있는 날이 오겠죠?
찬란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겠죠?
모두들 정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우리 모두 화이팅! 힘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