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개똥으로 인한 잊지 못할 추억이 있다.
불혹을 훨씬 넘긴 나이지만 가끔씩 그때 일을 생각하면 입가에 야릇한 미소가 흐른다.
내 나이 28살 .........
한창 멋 부리고 혈기왕성한 나이였다.
난...키는 165이고 몸무게는 빵빵(?)했다.
(친구 놈들이 드럼통이라고 많이들 놀려댔다.......)
근데...친구들은 하나 같이 모두 큰 편이었다.
그 중 제일 작은 놈이 178 정도였으니 말이다.
혈기왕성한 나이들이다 보니 같이 다니다 사고라도 치는 날엔 난 콤파스가 짧은 관계로
빨리 도망을 못가 뒷수습은 모두 내 차지였다. ![]()
(상상에 맡기기로 하고......)
빵빵한 덩치로 친구들과 걸을 땐 앞장서서 맨 앞에서 걷곤 했다.
친구 놈 왈...
바람 부는 날에 내가 앞장을 서야 바람막이가 되어 덜 춥다나...어쨌다나......^0^
또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내가 앞장서서 걷고 친구 놈들이 뒤에서 따라오면 지갑이랑 돈을
자주 줍는단다...날 쳐다보고 걸으면...<내가 키가 작은 관계로>
(이런 썩을 놈들.....나 땜에 주운 그 돈으로 아직 빵 한조각 사준 일이 없다.) ![]()
좌우지간 친구는 잘 사귀고 볼 일이다.^^* ![]()
어느 날 친구 놈이 너한테 딱 알맞은 여자를 소개시켜 주겠다고 같이 가자고 했다.
그 소리에 조금은 흥분된 마음으로...
그 당시 유행하던 머리 2대8 가르마로 단정하게 가르고,
머리엔 아버지께서 몰래 숨겨놓고 한번씩 바르시던 그 귀한 포마드 기름을 양껏 바르고
있는 대로 멋을 부리고 친구 놈을 따라나섰다.
게다가 추운 날씨 덕택에 흰 목도리를 목에 걸치고서...
작달막한 키에 빵빵한 몸매에 2대8 가르마를 탄 머리에다 포마드 기름까지 양껏 바르고...
거기에다 흰 목도리까지 걸쳤으니 그 형색이 얼마나 우습겠는가???
요즘도 가끔 그 때 일을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난다. ![]()
좌우지간 그 여자가 기다린다던 다방에 들어섰다.
미리 와서 앉아 있던 그 여자는 나와 상견례를 하면서도 인상이 꼭....뭐 씹은 인상이었다.
그리고 앉아서 날 자꾸 쳐다보면서 웃는 것이다. ![]()
그것도 얄미울 정도로.....타이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피식피식 웃는다.
그 여자 몸매도 거의 내 수준이었다.
그래서 친구놈이 나하고 딱 알맞은 사람이라 했을까????? (이건 아직도 미스테리다)
그 여자...날 쳐다보는게 동물원에 원숭이 쳐다보듯 하면서
피식피식 웃는 모습이 영 자존심이 상해.....앞에 놓인 커피를 뜨거운 줄도 모르고
단숨에 마시고는 일어나서 가려는 순간... ![]()
(정말 표현은 안했지만 무지 뜨거웠다.....^^)
그 여자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오늘 즐거웠다며...우린 인연이 아닌 것 같다는 말을 하고서는
그 큰 엉덩이를 보란 듯이 좌우로 흔들며 나가는 것이었다.
완전히 뒤통수를 한방 맞은 기분이었다.
생각 같아선 뒤따라가서 유난히 튀어나온 그 여자의 뒤통수를 있는 힘껏
한대 갈기고 싶은 심정이었다.
(뭐....오늘 즐거웠다고......???????) ![]()
동물원에 원숭이 쳐다보듯 실컷 보고나서는 오늘 즐거웠다고...(하긴 즐겁기도 했겠다.^^)
우~~쒸!!!!.....즐거웠다며 구경한 관람료(?)도 내지 않고 가는 그녀가 너무 얄미웠다.
그리고...뭐....????? 우린 인연이 아닌 것 같다고....??????
말투가 비꼬는 것 같아서 영 기분이 상했다.
내고 나온 커피 값이 무지무지...억수로...정말로...한없이 아까웠다. ![]()
소개시켜준 그 친구 놈이 원망스러웠다. ![]()
밖은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고 추웠었다.
기분도 꿀꿀하고 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해질 무렵에 기분도 풀 겸
술을 한잔 하려고 술집에 들어갔다. ![]()
이런....제길, 그 술집 주인 아주머니가 또 내 속을 뒤집는다.
총각, 그 머리에 바른 기름 어디서 구했수???? 아주 냄새도 기가 막히는구먼.…
밖에 저렇게 바람이 많이 부는데 머릿결이 그대로네..... 그 기름 성능이 좋은가벼...
하면서 야릇한 웃음을 입가에 흘리고는 돌아서 버린다.
(싸움하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더니...)
정말...아까 만난 그 여자보다도 이 주인 아주머니가 더 얄밉게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집에 가려고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뒤에서 그 아주머니 또 속을 뒤집는 한소릴 한다.
총각, 그 머리가 멋져보여서 오늘 술값 싸게 해 줬어. 다음에 올 때
머리에 바른 그 기름 사가지고 오면 술 공짜로 줄게...이러는 것이다.
정말...
그 날 마지막으로 남겨 놓은 술잔에 있던 술까지 마셨다면
사고라도 쳤을지 모를 일이다.^-^
밖은 여전히 바람이 많이 불고 추웠다.
그런데 난 추운걸 못 느꼈다.
왜냐하면 친구놈 덕택으로....처음 본 그 여자한테 미사일로 한방 맞은 기분인데다,
술집 아주머니한테 유도탄으로 또 한방 맞았으니 가슴이 뻥 뚫린 기분이었으니까...
벌집이 된 그 구멍사이로 모두 바람이 통과하니 추울 리가 있었겠는가.!!!!!
아니...친구놈들 따라다니면서 앞장서서 바람막이 역할로 산전수전 다 겪은 몸이니
어지간한 바람엔 끄덕도 안하는 탓이었는지 모른다.^&^
아무튼 그 날 일진이 않좋다는 생각이 들어 집으로 가기위해 버스를 기다렸다.
이런...오늘따라 버스도 잘 오질 않는다.
한참을 기다려 버스에 올랐는데 사람들이 많이 타고 있는 관계로 차안은 매우 복잡했다.
그 당시만 해도 차장이 딸린 운전수와 2인 1조로 운행되던 시절이였다.
내 몸에서 풍기는 술냄새와 머리에 바른 포마드 기름 냄새가 많이 났었는지
코평수가 유난히도 넓어 보이는 차장 아가씨가 코를 벌름벌름 거리면서 눈을 흘긴다.
(흡사...먹이를 노리며 냄새를 맡는 돼지의 모습 그대로였다.^^)
젠장....오늘 마주치는 여자들 모두 왜 전부 나를 싫어할까?
생각하니 잠잠해진 자존심이 또 고개를 쳐들고 발광을 하기 시작한다.
바깥의 온도차이로 인해 몸이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했고,
달아오르는 술기운과 끓어오르는 자존심의 열기가 충돌을 시작하니 온 몸이
나른해지면서 다리에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몸을 버스 손잡이에 간신히 지탱하고 있던 난
혹시 빈자리가 남아 있지 않나 해서 고개를 돌려 좌우로 두리번거렸다.
(그 당시 버스좌석은 2인용 자리와 1인용 자리가 좌우로 설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빈자리가 내 눈안에 확 들어왔다. 그것도 2인용 자리가....
“봉 잡았다”,“땡 잡았다”는 소린 이럴 때 하는게 아닌가 싶었다.
바람맞은 지친 몸과 달아오르는 술기운에 주체를 못하고 염체불구하고
그 자리를 향해 눈에 불을 켜고 필사적으로 복잡한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들어갔다.
근데...참 이상하기도 했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데 왜 그 자리에 앉지 앉는지....
난 그때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그 자리 옆에 서 있는 키 큰 아가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 털썩 앉아버렸다.
(난.....몸에 비해 다리가 짧은 관계로 의자에 앉을 때도
거의 날다시피 점프를 해서 앉아야 한다.^^)
주위 사람들의 킥킥거리는 웃음소리에도 아랑곳없이 눈꺼풀에 매달린 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이내 눈을 감았다.
의자에 등을 맡기고 잠이 들려는 찰나...
갑자기 고도로 발달된 내 후각이 레이더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어디서 나는지 정체모를 구릿한 냄새가 내 코의 콧물 속을 헤엄치며 비집고 들어왔다.
그 순간 눈을 감은채로 사람들 누군가 소화불량으로 인해 가스를 분출해서 나는 냄새로
생각했다.
그런데....버스가 정차되거나 움직일 때 냄새의 강도가 다르다는 레이더의 지령을
하달 받고서는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어 냄새의 진원지를 찾기 위해 다시 한번 고도로 발달된 후각의
레이더를 다시한번 가동하기 시작했다.
냄새의 진원지를 찾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하는 순간,
엉덩이 부분에서 전해오는 찝찝한 느낌에 손을 뒤로 가져가 대어 보았다.
순~~~~~~~간!!!!!
손끝에 전해오는 물컹거림이 이상한 찝찝한 물체....
콧구멍 앞에 손을 갖다대어 냄새를 확인하는 순간 그 냄새는 내 후각이 지령을
하달한 바로 그 냄새였다.
그 역겨운 냄새에.....내 뱃속에 있는 내용물이 궁금했는지 갑자기 오장육부가 심한 요동을 치더니 확인하려고 안간 힘을 쓰고 있었다.
술이 확 깨는 것 같았다.
내 옆자리에 놓인 상자하나...
빌어먹을...거기엔 개가 한 마리 들어 있었고 아마...찝찝한 물체 역시 그 견공놈(?)이
실례를 한 모양이었다.
의자에도...바닥에도....
이런 쓰...벌... 그 견공 놈이 잘못 먹어 설사를 했는지 참 많이도 싸질러 놓았었다.
염체도 없이.....
내 엉덩이에도...신발에도...그리고 손끝에도....
온통 개똥이 묻어 있었다.
창피하기도 하고 갑자기 버스 안에서 화생방 훈련을 하는지...주위 사람들이 코를 막고
실실 웃는 통에 잘못하면
또 동물원에 원숭이 신세로 전락될까봐 그만 버스에서 내리기로 마음먹고 나오는데
아~~~~럴수 럴수 이럴수가!!!!!
처음 버스에 오를땐 자리를 비켜주지 않으려고 얼굴에 철판을 깔고 버티고 있던 사람들이
내가 내리려고 움직일 때마다 잽싸게 피해주는 것이다.(동작이 무척이나 빨랐다...^^)
(난 우리나라 국민이 그렇게 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아보긴 처음이었다)
아마.....내 몸에 묻어 있던 견공님의 배설물 때문이었을 것이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란 말이 그렇게 맞아 떨어지는지
그때 처음 알았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뒤로하고 도망치다시피 버스에서 내릴려고 하는데 마주친
차장 아가씨의 모습이 더 가관이었다.
차비 받을 생각은 않고 코를 두 손으로 틀어막고 아예 고개를 창밖으로 내밀고 있었다.
(하긴...코평수도 넓으니 냄새도 많이 났으리라.^^)
난 그날 차비 안내고 차 타보긴 또 처음이었다.
떠나는 버스를 뒤로하고 집으로 향하려는데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아까 내가 앉으려 할 때 극구 만류하던 그 키가 큰 아가씨였다.
한 손엔 개가 들어있는 그 상자를 들고서....
아마 그 아가씬 나에게 똥의 무서움과 더러움을 피부로 느끼게 해준 그 견공의 주인이었던
모양이었다.
그 아가씬 상기된 얼굴로 미안해서 그러니 자기 집에 같이 가자고 했다.
뜻밖의 제안에 망설였지만 따라가기로 했다.
포마드 기름 냄새와 개똥의 냄새로 얼룩진 정체모를 그 야릇한 냄새를 유유히 풍기면서...
그 아가씨 집은 정류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집에 들어간 그녀는 오빠가 입던 옷이라며 갈아입으라고 했다.
배설물이 묻은 옷은 나중에 전달해 주겠다며...
아이고~~~~~!!!!
빵빵하고 작달막한 내 몸에 맞는 옷이 어디 있겠는가?...맞추진 않고서는...
그 오빠의 키는 큰 모양이었다.
입어보니 잠바는 거의 외투 수준이었고, 바지는 길다 못해 바닥에 축 늘어졌다.
흡사...내 꼴이 내가 봐도 넝마주이나 패잔병 같은 모습이다.
난 바지를 두겹 세겹 말아 올리고는 그 집을 나왔다.
그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던 그녀는 얼마나 웃었을까???
집으로 오는 길에 남의 눈이 두려워 골목길만 찾아서 다녔다.
부모님 몰래 집에 들어와 바로 화장실로 가서 배설물이 닿인 그 엉덩이 부분을 성능 좋은
이태리 타올로 피가 나올 정도로 그 부분을(?) 박박 문질렀다.
(지금도 그 때의 상처가 아직 남아있다....ㅎㅎㅎㅎㅎ)
그 날은 내 일생일대의 가장 치욕적인 날로 기억되어 진다.
그리고 똥의 무서움과 더러움을 피부로 체험한 소중한 날이기도 하다.
그 개똥 사건이 있은 후
그녀와 난 많은 만남을 가지게 되었고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내 가슴속에 영원히 소중한 사람으로 머물러 있다.
벌써.....아내가 내 곁을 떠난지 6개월이 되었다.
가끔 아내가 그리워지고 보고 싶어질 때마다
이렇게 좋은 인연을 맺게 해준 그 때 맞선 본 그 아가씨와 술집 아주머니...
그리고 소중한 개똥 체험을 하게 해준 그 견공님(?)에게 마음으로나마
감사의 뜻을 전하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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