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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최초 외박..

전망 |2004.06.20 23:37
조회 500 |추천 0

 

 

내 최초 외박..

 

내 나이 여덟살 기역 니은도 모르고 시골 국민학교에 입학 했다.

성격이 얌전하고 말이 없는 내가 처음으로 사귄 친구는 앞동네 사는 눈망울이 초롱초롱하고 키가 비슷한 김민지..

 

민지는 말수가 적고 성격이 차분했으며 어리지만 참 야무졌다. 나는 늘 혼자였는데 가끔

같이 노는 친구가 민지였다. 어느날부터 나는 민지와 단짝 친구가 되어 하루는 하교길에 민지네 놀러 갔는데 작고 아담한 초가집이었다.

 

그때 나는 그 초가집의 의미를 알지 못하고 재미있게 놀다 곤히 잠이 들어버렸는데

그것이 내 최초 외박이 되었다. 당시만 해도 참 평화스럽고 모두 양반같이 점잖은

사람들만 사는 시골 작은 마을.. 

 

나와 민지는 그날 이후 더욱 친하게 지내며 노래도 부르고 아주 가끔 시험을 앞두고

공부도 하곤 했다. 똑같이 놀고 공부 해서인지 우리는 나란히 1등..

민지는 앞에서이고 나는 뒤에서 였다.

 

민지는 5남매의 맏딸이었는데 형제들이 학교 입학만 하면 1등을 하는 아주 머리가

좋았는데 나랑 동생들이 터울이 같아 모두 친구가 되어 친하게 지냈다.

 

세월이 지나며 공부를 잘했지만 가난했던 민지와 공부는 못해도 그럭저럭 살았던 나의

갈 길이 달라 서로 자신의 길을 열심히 살며 가끔 연락 하여 만나기도 하고 도움을

주거니 받거니 살았다.

 

민지는 사업하는 남편을 만나 다복하게 잘 살다 IMF때 힘든 일을 겪고 아직 그

휴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다행히 아들 둘이 엄마인 민지를 닮아

공부를 썩 잘해 우리아이들과 나이 차이는 많이 나지만 대를 이어 1등을 한다.

 

고등학교 다니는 민지네 아이들은 앞에서 1등..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들은 뒤에서..

민지와 나는 아이들 성적 때문에 가끔 걱정을 하는데 민지는 아들이 의대 진학에

실패할까봐 우리 아들은 시내 고등학교에 실패할까봐서이다.

 

지금 민지의 다른 꿈 하나는 고층아파트에 사는 것이란다.  민지가 사는 저층 아파트는 너무 시끄럽다며.. 민지 남편의 사업이 번창하여 지난날 초가집에서부터 어어진

가난에서 벗어났으면 진심으로 나의 바램이다.

 

몇년전 우연히 알았는데 민지와 내가 생일이 같았다. 비록 태어난 시는 다르지만 그래서일까 내가 민지에게서 느끼는 어떤 동질감.. 편안함.. 

 

얼마전 나는 길에서 재미로 내 사주를 봤는데 나의 지난 삶과 미래가 결코 고단하지

않을 거라는 얘길 들었다. 민지가 나랑 같은 날 태어났으니 우리의 운명은 아마도

비슷할거라 생각한다.

 

지난날 민지는 내가 다 알지 못하는 경제적인 고생을 해야 했지만 이젠 민지에게 더 이상

가난이 없었으면 그리고 하루빨리 고층아파트로 이사가 내 여덟살때처럼 재미있게

수다떨다 다시 한번 스르르 잠들고 싶은 오늘밤..

 

민지와 나의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 끈끈한 우정은 내 인생에 또 하나의 축복..!!

 

 

 

 
인생은 미완성 - 이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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