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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선일님의 원혼에 드리는 글

이미은 |2004.06.24 21:36
조회 1,461 |추천 0

<故 김선일님의 원혼에 드리는 글>

 

 

 

김 선 일

 

김 선 일

 

...

 

이 말줄임을 점놓는 순간마다도

 

대한민국과 대한민국을 이웃한 땅과

 

대한민국을 등진 땅과

 

생전 처음 대한민국을 알게 된 익명의 땅을

 

연일 메아리치고 있는 이름.

 

 

 

 

다만,

 

명분없는 전쟁사를 산 댓가로 꽃잎같이 남겨진

 

이 시대의 참혹한 혈흔입니다.

 

 

 

 

수십억의 입술과 입술이 만나서도 그 끝자음을 맺지 못하겠기에

 

수십억의 손끝과 손끝이 만나서도 그 끝자음을

 

차마 떼지 못하겠기에

 

우리는

 

앞섭마다 역력한 당신의 얼굴을 새겨넣고

 

손바닥마다 옳게 쥔 피켓을 세워

 

당신을 대신 울부짖습니다.

 

 

 

 

눈금자를 타듯 한 모눈씩 타 들어가며

 

그저, 살고픈 의지로 토해내는 당신의 연악한 염화를,

 

그토록 토하던 울분을 삭일 겨를도 없이

 

쏟아진 빗줄기에 질식해버린 당신의 원혼을,

 

우리는 녹아내리는 농을 안타까워 할 밖에

 

적이 수천만이 운집한 힘으로도

 

한없이 무기력하였습니다.

 

 

 

 

오늘은

 

무력한 남매에게도 어김없이 햇빛이 들고

 

당신이 다 걷지 못한 길을 걸으며

 

당신이 더 보고자 하였을 책장을 넘기고,

 

당신이었다면 더 반갑게 맞이했을 식단을 삼키며

 

손과 발과 식도의 가닥 가닥이 진실로 저리고 아팠습니다.

 

 

 

 

이 부끄러운 남매의 어떤 아픔과 연민으로도

 

당신의 원혼을 달래고자 함은

 

오히려 더 노하게 하는 오만을 범할지 조심스럽기에

 

차마 숙연한 마음도 놓지 못하였습니다.

 

 

 

 

눈 앞의 빛은 사그러들었지만

 

당신이 태우던 꿈은 아직 우리들의 두 손에서

 

마음의 염화를 피웁니다.

 

 

 

 

국화를 대신하여,

 

이 염화를 당신의 영전에 드립니다.

 

 

 

 

시퍼런 서슬에 잠긴 당신의 원혼을 잠재우고

 

명분없는 전쟁으로 피비린내 진동하는 태평양을 잠재우고

 

사람의 목을 베는 인도(人刀)의 날을 잠재우고

 

이제는 숙연히 오늘의 부끄러움을 참회해도 좋을

 

그 날이 올 때까지

 

이 염화를 피울 것입니다.

 

이 염화를 지킬 것입니다.

 

 

 

 

까마득한 어둠에서 눈을 뜨소서.

 

전신의 혈관이 역류하여 머리털이 심장에 통째로 박히던 악몽에서

 

이제는 깨어나소서.

 

부디 멀지 않은 여정 끝에 처음 동공이 열리는 천세(天世)에서는

 

인간세계의 잔혼에 노여움도 따라 버리소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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