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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d] #2 화성에서 온 왕자님

wagi |2004.06.26 14:15
조회 1,351 |추천 0

2.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들


“안녕...”

 

‘어째 기분이 조금 걸쩍지근하네.’

 

늘 하던 대로 미진에게 인사를 건넸는데 위화감이 들었다.

인사를 받은 미진 역시도 야릇한 표정이었다.

 

“좋은 아침.”

 

‘미진이랑 어제 무슨 일이 있었나? 그러고 보니 어제 뭘 했더라?’

 

“아앗, 머리가...”

 

갑자기 미진이가 머리를 부여잡고 비명을 질렀다.

동시에 윤도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왜 이러지? 너도 머리 아픈 거야?”

 

“응. 갑자기 어제 우리가 뭐했나 생각하는데 머리가...”

 

“이상하네. 나도 그랬는데.”

 

윤과 미진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고 한참 그대로 서 있었다.

 

‘이상해. 미진이한테 서먹서먹한 기분이 들어.

별로 특별한 일은 없었던 것 같은데.’

 

“미진아, 혹시 우리 어제... 싸웠냐?”

 

“글쎄. 그런 기억은 없는데.”

 

“그렇지? 참 이상하네.”

 

뭔가 생각난 듯 미진은 수첩을 꺼내 날짜를 확인하고는 화들짝 놀라 윤을 바라보았다.

 

‘헉, 윤이 미팅이 없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어제도, 그제도, 그그제도 없어. 아니, 아예 한달이 다 비었잖아!’

 

미진은 너무나 뜻밖의 사태에 슬슬 뒷걸음질을 쳤다.

 

‘이 이상한 기분이 이래서였구나.

저게 지금 불의의 일격을 치려고 모른 척 하는 거야?

싫어! 네 주먹은 핵무기라고!’

 

창백한 얼굴로 한 걸음 두 걸음 비칠비칠 물러나는 미진의 뒷덜미를 윤이 잡아챘다.

 

“말하다 말고 어딜 도망가?”

 

“아, 아니... 이제 수업이 시작될 것 같아서...”

 

“여기 앉아.”

 

윤이 가리키는 옆자리에 엉덩이 끝만 걸치고 앉은 미진은

반만의 대비를 하고 가방을 꼭 껴안았다.

 

‘가방을 던지고 튀는 거야. 아니, 그럼 내 화장품들은?

안 되겠다. 그냥 가방으로 주먹을 막은 다음 튀어서 맨 앞자리에 앉자.’

 

“뭘 그렇게 중얼거려?”

 

“아니야. 호호.”

 

땀을 비칠비칠 흘리며 미진이 간신히 웃어보였다.

그 모습을 본 윤은 음산한 표정의 얼굴을 미진에게 바짝 들이댔다.

 

“너 뭔가 나한테 숨기는 거 있지?”

 

“수, 숨기는 거라니... 그런 거 없어.”

 

“아냐, 뭔가 수상해. 냄새가 난다고.”

 

“냄새라니? 어머머, 이건 향기라고 하는 거야. 참, 내가 새로 산 향수 보여줬던가?”

 

“향수?”

 

미진이 꺼낸 향수에 정신이 팔린 윤은 조금 전의 상황을 바로 잊어버렸다.

 

“좋다~!”

 

“어머나, 윤아! 그거 비싼 거란 말야! 그렇게 막 뿌리는 게 아니야!”

 

“지금 많이 뿌려둬야 미팅 갈 때쯤 잔향이 남을 거 아냐.”

 

간신히 윤에게서 향수병을 빼앗은 미진은

이미 1/3 정도 비어버린 향수를 부여잡고 눈물을 흘렸다.

 

‘저게 정말... 이게 어떻게 산 건데... 내가 죄진 게 있으니 한번만 참는다.

절대 네 주먹이 무서워서는 아냐. 이 깡패야.’

 

“캬캬, 비싼 거라 그런지 아주 몸에 촥 감기네.”

 

‘당연히 감기겠지, 무식아! 아주 향수로 목욕을 해라.’

 

미진은 슬쩍 윤에게서 멀리 떨어진 자리로 움직였다.

 

“야, 너 왜 거기 가?”

 

“향수냄새 땜에 머리아파서 거기 못 있겠다, 왜!”

 

“근데 말야, 미진아. 나 어제 미팅 안 했냐?”

 

“헉! 미, 미팅?”

 

“응. 어째 요즘 통 미팅한 기억이 없네.”

 

“지, 지금 잡을께! 살려줘~!”

 

미진은 문에 척 달라붙어서 윤의 눈치를 봤다.

그러나 윤은 의외로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었다.

 

“천천히 해, 천천히.”

 

“뭐라고?”

 

미진은 한 순간 자신의 귀가 잘못됐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 지금 진심이야?”

 

“응. 이상하게 별로 안 땡기네.”

 

“그래서... 안 할 거야?”

 

눈치를 보며 묻는 미진에게 윤의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소 2건이다.”

 

“.....알았어.”

 

 

**************************

 

 

“미팅을 해도 기분이 별로네. 남자들도 괜찮았는데.”

 

윤은 2건의 미팅을 모두 퇴짜놓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객관적으로 봐서는 나무랄 데 없는 남자들이었는데

마음이 내키질 않아서 간단하게 통성명만 하고 돌아오고 말았다.

 

“어? 세진오빠...”

 

오빠들과 머리를 맞대고 뭔가를 이야기하고 있던 세진이 깜짝 놀라 윤을 돌아보았다.

그 순간 윤은 이상한 느낌에 휩싸여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이 기분이 뭐지? 왜 세진오빠를 보고 눈물이 나려고 하는 걸까?’

 

뚫어져라 자신을 바라보는 윤의 눈에 세진이 불편한 듯 헛헛 헛기침을 했다.

 

‘서, 설마 윤이가 기억을 해 낸 것은 아니겠지? 그 약은 완벽하다고 했는데...

왜 그렇게 계속 쳐다보는 거야? 제발 고개 좀 돌려 줘.’

 

뱀 앞의 개구리처럼 꼼짝도 못 하고 그저 등줄기로 식은땀만 흘려내는 세진이었다.

입 안이 바짝바짝 마르고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

 

“세진오빠 왔네.”

 

마침내 윤이 시선을 거두고서야 세진은 남몰래 한숨을 쉬었다.

한번만 더 이런 상황에 처하면 심장마비로 죽을 것 같았다.

 

“으, 응.”

 

“근데 요즘 유진이가 통 안 보이네. 지겹게도 쫓아다니더니.”

 

“유, 유, 유, 유진이?”

 

땀을 뻘뻘 흘리며 심하게 말을 더듬는 세진을 윤이 미심쩍은 듯 쳐다보았다.

세진은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키고 일그러진 얼굴로 겨우 웃어보였다.

 

“유진이, 유진이 말이지... 딸꾹”

 

“군대갔단다.”

 

너무 놀라 딸꾹질까지 하는 세진이 보기 안됐는지 옆에서 한이 한 마디 거들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사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진에게 한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정말? 잘 됐다~ 아예 말뚝 박으라고 그래.”

 

윤은 콧노래까지 부르며 이층으로 뛰어올라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오빠들과 세진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정말 잘 한 짓인지 모르겠네.”

 

“그러게. 아무리 그래도 소중한 기억일 텐데.”

 

“아파하는 것보다야 낫지만 어째 영 입맛이 써.”

 

 


***************************

 

 


“어? 쟤 준서 아니야?”

 

기분이 꿀꿀하다는 핑계로 쇼핑에 나선 윤과 미진은 거리에서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어라, 그러네.”

 

“근데 쟤 군대갔다고 하지 않았어?”

 

“쟤도? 유진이도 갔다던데.”

 

“유진일 받아주는 곳도 있었구나.”

 

미진은 새삼 우리나라 군대의 포용력에 감탄했다.

그러는 사이 준서와 윤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근데 나 왜 쟤랑 안 됐더라?”

 

“그걸 내가 아냐?”

 

“다시 봐도 괜찮은데. 왜 그랬지?”

 

“지금이라도 잘 해 보던가.”

 

“오랜만...”

 

“으아아악~!”

 

윤이 막 인사를 하려고 손을 드는 순간 준서와 눈이 딱 마주쳤다.

윤을 발견한 준서는 거리가 떠나가라 비명을 지르더니 왔던 길로 돌아서 달리기 시작했다.

 

“왜 저러냐?”

 

“너 혹시 쟤도 팼냐?”

 

“그럴 리가 있...을까?”

 

윤은 준서의 뒤를 죽어라 쫓았다.

 

“준서야?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

 

“으아악! 살려줘! 나 준서 아니야!”

 

“맞는 거 같은데...”

 

“아니라니까! 나 박준서 아니예요!”

 

“맞구만 뭘...”

 

필사적으로 달리는 준서를 그렇지 않아도 느린 윤이 잡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점점 뒤쳐지는 윤을 남겨두고 준서는 그야말로 바람처럼 사라졌다.

 

“헉헉... 에고, 다리야... 헉헉헉...”

 

무릎을 짚고 가쁜 숨을 몰아쉬는 윤 옆으로 다가온 미진이 쯧쯔 혀를 찼다.

 

“그럼 그렇지. 무슨 짓을 했길래 애가 경기까지 일으키며 도망치냐?”

 

“헉헉헉... 진짜 이상하네. 때린 기억 없는데.”

 

“때린 놈은 몰라도 맞은 놈은 기억하는 법이야.”

 

 

**


‘죽고 싶지 않아... 미치고 싶지 않아...

학교까지 휴학하고 이한 선배를 피했는데 여기서 그 원흉을 마주치다니! 내 팔자는 왜 이러냐.’

 

준서는 흑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 동안 이한의 눈초리가 생각날 때마다 얼마나 떨었던가.

이한의 저주도 무서웠지만 그보다 이한한테 찍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태도가 변하는 친구였던 놈들 때문에 더욱 힘들었다.

학교에서는 왕따가 되고 밤에는 저주에 걸리지 않았나 하는 불안감 때문에

제대로 자지도 못했던 악몽같은 나날들.

 

준서는 그 때를 떠올리고는 몸을 부르르 떨다가 문득 다른 생각이 나서 히죽 웃었다. 

 

“근데... 걔 못 본 새 많이 예뻐졌네.”

 

박준서는 진정한 호색가였던 것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희동이마을님, 정말이세요? *_*

제가 게름 피우고 윤이랑 유진이 찢어놨는데도요? ㅎㅎㅎ

유진인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뭔가 해 줄 수 있었다는 게 기벘을지도 모르지요.

불쌍한 것... ㅠ.ㅠ

 

시온님, 와아~! 또 신인 등장이시네요. ^^ 반갑습니다.

판타지 쓰시나 봐요? 저도 판타지 엄청 좋아하는데.. ^^

시온님 글 보러 희리릭~!

(독촉과 협박은 원래 제 전공이랍니다. ㅋㅋㅋ)

 

밥풀님, 이런... 밥풀님께는 이중의 고통을 드리고 말았군요. ㅠ.ㅠ

그치만 싱싱한 놈으로 하나씩 나눠갖고나면 아마 기분이 좋아지실 거예요. ^^

 

수정맘님, 죄, 죄송합니다. ㅠ.ㅠ

2부 처음부터 아프게 해 드리다니... (퍽, 퍼억~! 유진이 이 나쁜 놈! 왜 그런 거야!)

자, 이제 마음 푸시고 즐겁게~ 읽어주세요. ^^ (맘 아프게 한 유진이는 제가 패줬어요. ^^)

 

라엘님, 오오... 신인 대거 등장, 짜짠~!

에구에구, 다들 유진이를 이뻐라 하시는데

이 녀석은 왜 소식 한 장 없는 건지... ㅠ.ㅠ

다 교육을 제대로 못 시킨 제 탓입니다요. ㅠ.ㅠ

 

비야님, ㅎㅎㅎ 마셨지요. 마셨답니다.

주스에 타 주니까 아주 마지막 한 방울까지 삭삭 핥아먹어 버린 걸요. -_-

윤이가 그렇죠 뭐. 그리고 그 약은 꽤 강력하답니다. ㅋㅋㅋ

 

보노보노님, 오옷, 또다시 시작되는 신인의 역사~!

반갑습니다. ^^*

해피일까요, 시리일까요? ㅋㅋㅋ

(그런 당연한 말을... =_=  이게 시리가 어울리기나 하냐~!)

네, 해피랍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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