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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dow 2부 : 장미의 이름 (1막 : 아델모의 장 #01)

J.B.G |2004.06.29 13:14
조회 225 |추천 0

# 서문

 

이 이야기는 내가 새롭게 도전해 보는 모방살인을 매개로 한 것이다. 물론, 1부도 그러한 면이 있었지만 이 이야기는 단 한 권의 책을 모티브로 했다는 점에서 조금 다르다. 그 책은 이미 1부의 말미에 밝힌 바 있는 세계적인 언어학자 ‘옴베르토 에코’의 베스트 셀러 ‘장미의 이름’ 이다. 그래서인지 1부의 다소 그로데스크 한 이미지는 2부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것 보다는 원작의 미스터리 모방에 좀 더 무게중심을 두었다.

 

‘장미의 이름’에서 사건을 쫓아 죽는 사람은 총 9명 이다. 그러나 사전전개와 직접적인 전개로 죽는 사람은 7명이라고 생각 된다. 물론, 이 숫자라는 것은 독자의 견해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래서 그러한 애매한 모티브도 최대한 이용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장미의 이름’을 모방범죄의 모티브로 한 ‘Shadow 2부’에서는 몇 명이 죽어야 살인이 완성되는가? 하는 것이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

 

과연, 모방살인은 어떠한 형태로 완성될 것인가?

 

무엇보다도 빠질수 없는 것은 2부에서 그간의 채연의 광적인 살인행각에 대한 사연들도 밝혀 나갈 것이다. 이 이야기는 매우 복잡하고 어려울 듯 하다. 그러나 재미 있는 작업이 될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나 자신도 기대된다.

 

 

 

 

 

1막 아델모의 장 #01

 

‘그림자 살인’ 사건이 발생한 겨울 동안 줄곧 강반장은 다음에 일어날 ‘제2기의 그림자 살인 사건’ 하나에 매달려 있었다.

 

첫번째 연쇄 살인 사건 이후 스스로의 의지로 요양원에 감금 된 채연은 지금 하나의 이야기를 집필하고 이었다.

 

두 사람은 면회라는 명목으로 지금 다시 마주 앉아 있었다. 강반장의 목적은 너무나 뻔한 것이었다. 이미 십여 년 전에 실종 된 김필우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 그것뿐이었다. 아니, 그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거 알아? 재우씨는 지금 페르소나에 가려 자신의 엔트로피를 억누르고 있다는 거 말이야.”

“그만해! 네 그 말도 안 되는 언어도단에는 이제 질려버렸으니까”

“언어도단? 이건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야? 인간은 누구나 사회 속에서 욕망을 숨기고 살아가고 있다고 그리고 그 욕망을 이성이라는 가면에 숨기고서는 속으로 병들어 가고 있는 거야”

“네 말대로 사람들이 그 가면을 벗어 던진다면, 인간은 함께 살아갈 수 없어…”

“맞아… 그런데 말야… 그자들은 욕망에 자신을 내 맡긴 그자들은, 그 가면 속 자신의 엔트로피를 인격이라는 가면에 너무나 잘 숨기는 동물이었어.”

 

이렇게 말하고 있는 채연은 어딘지 모르게 묘한 표정을 감추고 있었다. 슬퍼 보이기도 하고, 혹은 분노에 차 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아니면 그러한 표정 속에 자신의 욕망을 잘 숨기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무엇을 숨기고 있는 것일까? 라고 강반장은 생각하고 있다. 혹시,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무엇을 즐기는 것일까? 살인을…? 아니면, 자신을 인형처럼 조정하는 것을 즐기는 것일까…? 그는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네가 살해한 자들 애긴가?”

“…관심 없다며?”

 

강반장은 지금 자신의 머릿속 파일에 방금 전 김채연의 말을 기록해 두었다.

 

“그것보다, 요즘은 글을 쓴다지?”

“응…”

 

강반장은 무엇인가 분위기를 반전시키고자 말은 했지만, 딱히 더 이상 할말이 없었다. 그렇게 강반장이 해야 할 적당한 말을 찾아 헤매자 채연이 그를 구해 주었다.

 

“이곳은 쉬기에 좋기도 하지만, 나무 무료하잖아…”

“그것… 무슨… 내용이야?”

“나중에 발표되면 봐.”

“…”

“일은 잘 돼?”

 

강반장은 조금 전 보다 더 굳어진 얼굴로 채연에게 물었다.

 

“항소… 할거야?”

“응”

“그렇다면, 앞으로 이렇게 만나는 일은 없겠군”

“…그거야… 자기 하기 나름이지…”

 

강반장은 스스로 자신의 소망을 알 수 없었다. 그녀는 항소할 것이고… 자신도 기소를 취하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지금 평행선을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도 지금 자신은 이곳에서 면회라는 명목 하에 마치 연인처럼 김채연과 마주 앉아 있었다. 그는 지금 그녀에게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되면 서로 만날 수 없다고 선언하면서도 그러한 선언 자체가 너무나 미웠다.

 

‘젠장.’

 

이윽고, 봄이 되었다. 그리고 예정대로 김채연의 항소로 재판이 재게 되었다. 그렇게 무심한 재판이 시작되자 강반장은 스스로 공언한 대로 개인적으로 단 한번도 채연이 감금 된 요양원을 찾지 않았다.

 

“지나치게 충실한 남자네 재우씨는… 그렇게 말했다고 정말 한번도 안 찾아올 건 없잖아… 심심해 죽겠네… 놀려먹을 사람이 없어서…”

 

하품을 하며 봄 햇살을 맞는 채연에게 어느새 햇볕은 따가운 여름이 되어가고 있었다.

 

찌는 듯 이글거리는 무더위에 경찰서의 낡은 에어컨이 오늘 따라 유난히 헐떡거리며 요란한 부르짖음과 함께 뜨거운 공기를 연신 품어대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이 종일 지속되자 결국, 참지 못하고 누군가가 가면을 벗어 던지고 버럭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아이~ 십팔 정말… 더워 죽갓네! 도대체, 민중의 지팡이인 우리가 왜 이런 지랄 같은 환경에서 좇 같은 새끼들하고 시름 해야 하는 거야? ”

 

그러자 다른 경찰들이 박장대소하며 웃어대기 시작했다.

 

“깔깔깔….”

“민중의 지팡이? 누구 맘대로…?”

“킥킥킥…”

 

주변에서 웃어대자 소리를 지른 당사자도 실소를 금치 못하고는 이내 힘이 쫙 빠져버렸다. 그러나 최소한 자신만의 짜증 섞인 더위는 한방에 날린 듯 보였다.

 

“빌어먹을… 하나님도 우릴 무시하나? 왜 오늘 같은 날 비도 안 오는 거야?”

 

그는 긴 하품과 함께 눈물샘이 자극되어 나온 짠 물을 닦아내며 땀 속에 묻혀 축 늘어지고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깔….”

“호호호…”

“히히히…”

 

그렇게 더위에 찌들어 이성을 잃고 실성한 사람처럼 웃다가 이번에는 아무도 동조해 주지 않자 그것도 지쳤는지 조용해 졌다. 그리고… 여기 저기 자신의 일로 분주했지만 그들의 공간은 적막했다.

 

“공기 한번 정말… 적막하군…”

 

적막……………………………………………………………………………….

그때, 갑작스러운 우뢰와 함께 큰 굉음이 대지를 찟을 듯한 기세로 지상을 강타했다.

 

“콰~꽝!”

 

순간…

 

“캬악”

 

누군가 놀라 비명을 질렀고, 사람들이 놀랄 기세도 없이 대낮인데도 갑자기 날이 칠흑같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모든 군중은 순식간에 간담이 서늘해 졌으며, 알 수 없는 공포가 온 도시를 휘감아 내리고 있었다.

 

“뭐… 야… 이건?”

“이렇게… 반응이 빨리 오나?”

 

열기로 가득한 대낮에 갑작스럽게 닥친 얼음장처럼 차가운 공포에 모두 얼어붙어 버렸다. 암흑을 몰고 온 이상기후에 아무도 선뜻 불을 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누가 불 좀 켜봐”

 

누군가 소리를 질렀고, 곧 형광등이 껌뻑 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내는 밝아졌다. 하지만, 밖은 점점 더 어두움에 잠식되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갑자기 창을 깨려는 듯 거세게 밀려드는 소음이 사방에서 요동치기 시작했다. 돌이 창에 날카롭게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진동을 하며 울려 퍼지고 있었다.

 

“딱! 따닥!”

 

순식간에 알 수 없는 공포의 깊이는 그 무게를 더해 온 도시를 집어삼켜 버렸다.

 

“우 두두두!”

“이… 이건…”

 

창 밖을 내다 보던 최창경 형사가 말했다.

 

“우박… 인가?”

 

온 도시를 검게 뒤덮은 먹구름 사이로 반짝거리는 우박이 대지에 내리 꽂이고 있었다. 그 우박으로 온 도시가 술렁거리고 있었다.

 

그 시각.

요양원의 김채연은 우박을 보며, 중얼거렸다.

 

“큰 수고를 하나 덜었군…”

 

같은 시각.

우박이 쏟아지는 도시를 애써 무시하며, 사건에 빠져 있는 강반장에게 최형사가 물었다.

 

“김채연은 항소를 할거면서 왜 스스로 요양원 행을 택했을까요?”

“자신이 정신병자라는 것을 알았나 보지…”

“선배님도… 참… 그런 재미 없는 농담은 그만 두세요”

 

강반장도 최형사를 따라 우박이 쏟아져 내리는 컴컴한 도시를 내려다 보았다. 미처 우박에 대비를 하지 못한 사람들이 우왕좌왕 하며 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개방된 문을 걸어 잠그는 가게와 건물 안으로 피하는 사람. 가방을 치켜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사람. 택시를 잡기 위해 발을 구르는 사람… 그렇게 대낮에 거리의 모든 불빛들이 불을 밝힐 즈음에는 거리에서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 중에는 우박으로 마사지라도 받을 양인지 되려 나와서 날뛰는 사람도 있었다. 우박을 보는 시각과 행동은 서로 달랐지만,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알 수 없는 공포에 자신을 내어 맡기고 있었다.

 

“김채연은 스스로 감금된 거야…”

“…”

“김필우를 찾기 위해서…”

“동생이라…”

“그래… 김필우는 분명 ‘그림자 살인’의 조력자지만… 김채연은 십 년이 넘도록 그를 단 한번도 만난 적이 없어. 아니 만날 수가 없었어… 그가 어디에 은거한지 모르기 때문에”

“그런데도… 그렇게 완벽하게 김필우를 조종하다니… 정말 대단한 여자군요… 김채연 이라는 여자…는…”

“그래… 생각하면 할수록 두려운 여자야. 하지만 그러한 그녀한테는 한가지 난제가 있었어… 정작… 자신의 비밀을 가장 많이 아는 김필우를 제거할 수 없었던 거야…”

“흠…”

“그래서… 스스로 감금된 거야.”

“아무리 그렇다 해도… 꼭 그래야 했을까요?”

“그녀는 아마… 그 동안 김필우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 했을 거야… 그런데 실패했겠지… 그래서 지금 최후의 카드를 빼든 거야…”

“최후의 카드?”

“생각해봐. 김필우가 이 살인을 누나를 대신해서 완성하면… 그는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겠어…?”

“글쎄요…”

“그건 바로 성모야.”

“성모?”

“그래… 어머니의 대리자.”

“김채연… 이군요.”

“그래… 그래서 그것을 잘 알고 있는 그녀는 스스로 자신을 봉인한 거야. 자신을 봉인해서 김필우가 모습을 드러내도록 말이야.”

“어떤 방법으로 모습을 드러낼까요? 김필우는…”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대답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곧… 연쇄살인이 벌어질 거야. 2차 ‘그림자 살인’ 이지…”

“…”

“아마, 김채연 만이 해결할 수 있는 그런 살인사건 이겠지…”

“그런…”

“만약, 계속되는 연쇄살인에도 우리가 그것을 해결하지 못하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오직 김채연 하나라면?”

“그렇다면…”

“자네가 만약 경찰총장이라면 어떻게 하겠어?”

“당연히… 재판은…”

“그렇지 않아도 이미 증거가 불충분해 기운 재판이고, 명분도 충분하니… 그녀는 무죄가 되고, 경찰을 돕는 척 하면서, 이미 드러난 김필우의 행적을 추적할 거야.”

“과연…”

“그리고는…”

“그리고는?”

“그를 죽일 거야!”

“네? 그럴 리가…”

“지금까지 내가 말한 건 김채연이 자신의 입으로 직접 말한 거야.”

“그게… 정말인가요?”

“…”

“선배님… 그녀의 도전을 정면으로 받아들인 거군요.”

“그래…”

 

두 사람은 깊은 생각에 잠겨 잠시 침묵에 빠졌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김필우를 찾아 다니는 것은 어쩌면 부질없는 짓인지도 모르겠군요. 김채연의 말 대로라면… 그는 어디에서인가 출정할 준비를 이미 마쳤을 테니까…”

“…”

 

두 사람은 다시 약속이나 한 듯 침묵했다. 지금 밖은 두 사람의 심리 만큼이나 뒤 숭숭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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