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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이 남자가 살림하는 법 <1>

이원영 |2004.07.12 03:26
조회 3,932 |추천 0

* 이 글은 동생이 결혼해서 '입덧' 하고 '조카를 낳기' 전의 이야기입니다

 

 

 

 

제대 후 4년 동안 여동생과 단둘이 살았다.

휴학한 3년 동안 나는 살림을 했고

대학을 졸업한 동생은 돈을 벌었다.

물론, 나는 지금도 살림을 하고 있다...









<걸레질>


"방 좀 치우고 살아!!!"

"쇼파에 그냥 누우면 어케 해!!! 씻고 누워!!!"

"양말이라도 벗고 자!!!"



대한민국의 남자로 태어나 저따위 잔소리를

 

여동생에게 하고 싶은 남자가 어디 있겠냐만...

하루에 몇 번씩 걸레질을 하게 되면 저런 말을 입에 달고 살게 된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평소 손이 안 가는 구석진 곳을 닦아줘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찌든 때에 걸레가 '걸레'가 되고 만다.


찌든 때를 닦아내는 날은 펄펄 끓는 물에 걸레를 삶는다.

걸레 네 개를 한꺼번에 삶아서 이틀에 하나꼴로 사용해 준다.


걸레질을 요령없이 하게 되면 어깨와 무릎에 무리가 간다.

한의원에 침을 맞으러 가게 되면 돈이 든다.

걸레질을 할 때엔 츄리닝을 무릎까지 걷어서 두 겹으로 보호해 주고

어깨보단 허리의 움직임으로 해 주는 게 좋다.

정확한 자세...

돈 버는 길이다.





<설거지>


"딩동딩동!!"

"누구세요"

"나야 오빠!"

"덜컥!"

"오빠랑 같이 먹으려고 순대랑 떡볶이 사왔어. 튀김도 사오려 했는..."

"고무장갑은 사왔어?"

"고무장갑? 아차! 깜빡 잊었다!"

"내가 몇 번 얘기했냐! 아까 핸드폰으로도 얘기했잖냐!"

"그게 말야... 간식 사오느라고 깜빡..."

"흥! 그까짓 간식 때문에 고무장갑 사오는 걸 잊어버려!! 관둬!! 니가 설거지 해!"

"오빠... 미안해..."

"안해!! 고무장갑 없이는 설거지 죽어도 안해!!"



이등병 시절, 영하 20도 넘는 날씨게 '겁 없이' 맨손으로 걸레를 빠는 통에

주부습진에 걸려 작년까지 무지하게 고생하였던 나는

죽으면 죽었지 고무장갑 없이 설거지를 하지 않는다.


설거지는 따뜻한 물에 하는 게 좋다.

찬물보다 따뜻한 물이 힘들이지 않고 음식찌꺼기를 벗겨낸다.


짜파게티를 먹은 그릇은 그냥 개수대에 넣지 않고 흐르는 물에 씻어준다.

그래야 나중에 설거지 하기 편하다.


1.5리터 패트병은 다 먹은 후 물을 채워 얼마 정도 놔 둔다.

그래야, 보리차를 담을 때 병 안에 있던 음료 냄새가 안 남는다.


설거지는 마무리가 중요하다.

설거지한 그릇은 마른 행주로 물기를 닦아낸다.

그렇게 하지 못하겠다면 싱크대에 바로 넣지 말고 물기 마를때까지 놔 둔다.


고무장갑은 이틀에 한 번 정도는 뒤집어서 빤 후 손가락 부분을 묶어 말린다.

돈 아끼려고 방꾸난 고무장갑 그냥 쓰지 말아라.

웬만하면 좋은 거 써라. 그게 돈 버는 거다.





<빨래>

여자 속옷과 남자 삼각 팬티는 반드시 손빨래를 해 준다.

세탁기로 빨면 '찌든 때'가 잘 안 빠져서 오래 입지 못한다.

찌든 때가 들기 전에 빨지 않으면 똥꼬 부분이 심각해진다.

삶아 주고 손세탁 하는 거

그게 팬티 한장이라도 아끼는 길이다.


세탁기를 돌릴 때엔 색깔 잘 구별해서 세탁하자.

마지막 헹구기 전엔 피죤(정전기 방지제)을 넣는다.


세탁을 한 후엔 세탁물을 방치하지 말고 바로바로 널어 주자.

널 때엔 반드시 '툭툭' 털어 빨래를 펴 주며 넌다.

아파트나 원룸 사는 사람들은 실내가 건조하니 실내에 널어주는 게 좋다.





<나의 소원>

M.T나 수련회 같은 곳에 가면 이런 말을 종종 듣는다.

"밖에 나오면 남자들이 설거지 하고 청소 하는 거래!"

"여자들! 너희들은 전부 쉬어라! 우리 남자들이 다 할테니깐!"

저런 반인륜적인-_- 멘트를 날리는 놈들 때문에 내가 설거지를...

할 줄 아는가-_-!

절대 안 한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절대 밖에 나와선 설거지, 청소 따윈 안 한다!!

집에서 살림하니까 밖에 나와선 하기 싫어서 안 하냐구??

날 쪼잔한 인간 취급하지 마라

내가 안 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어머! 원영이 오빠 설거지 하는 거 봐!!"

"정말 캡이야!! 너무 멋져!!"

"청소 하는 건 어떻구!! 저렇게 깨끗하게 청소를 하다니!! 정말 살림을 잘 하네!!"


이런 소문은 원래 삽시간에 퍼지기 마련인지라...


"때르르릉!!"

"여보세요"

"어 원영이냐"

"헉! 안녕하세요 교수님! 어쩐 일이신가요?"

"어~~ 그냥 생각나서 전화했다. 근데, 너 살림을 그렇게 잘 한다며?"

"네? 그, 그게..."

"애들이 그러더라. 너 아주 살림을 잘 한다고 말야"

"아... 네..."

"내일모레 우리 집에서 손님 치를 일이 있거든. 너 좀 와 줄수 있겠니?"

"아... 네..."


소개팅 같은 걸 나가도...


"처음 뵙겠습니다. 전 이원영이라고 합니다"

"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

"아... 말씀 많이 들으셨군요^^;; 사실, 제가 쪼금 인기 있는 인터넷 작가..."

"살림을 그렇게 잘 하신다면서여 *_* 결혼하시면 살림을 맡아주신다던데 *_*"

"허억... 네..."


세상이치가 참 묘한 것이...

치우는 사람은 매일 치우기만 하고 어지르는 사람은 매일 어지른다.

어지르는 사람은 치우는 사람을 믿기에 절대 안 치운다.


나의 소원이 있다면...

살림 잘 하는 여자를 만나게 되더라도 내가 게으른 자가 되지 않는 것이고

가사의 일을 분담하여 서로가 돕는 마음으로 섬겨주는 것이다.


혹여라도 살림 잘 못하는 여자를 만나...


"옷 좀 벗고 자!!"

"빨 옷은 세탁기에 던져 넣기라도 해!! -0-"


등의;;

인간적으로 이렇게 살면 안 되지 않겠수-_-;;



팬 카페 : http://cafe.daum.net/leewonyoung 

(카페 자료실에서 살림 잘 하는 제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_-)

MSN : harang2005@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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