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 ‘이드’의 토론을 통해서 추리소설 작가 이철에 대한 살해 트릭을 거의 밝혀 낸 성윤기는 그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해서 국회를 찾았다. 그는 지금 국회 도서관의 사건현장에 있었다.
‘역시… 우리의 추리가 맞는 건가?’
그는 동쪽 방향을 바라 보았다.
‘온통… 유리로 된 벽면을 한 고층 건물들이 이곳을 향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 이 정도 환경이라면 빛을 이용한 트릭은 얼마든지 가능해. 저 많은 건물 중 아무거나 하나를 선택하면 될 테니까… 아마, 미리 어떤 메시지를 통해서 이곳에서 할 행동을 지시했겠지. 그리고 마지막에는 저 곳을 바라보도록 했을 거야. 그리고 그 지시를 받은 이철은 이렇게 건물 바닥을 내려보고…’
성윤기는 건물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이철이 추락한 바로 아래를…
‘이 밑에 매달려서 기다리다가… 그를 추락시켰을 거야.’
그는 주변을 유심히 살펴 보았다.
‘그런데 정말 대단하군… 매달린 장비의 흔적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감쪽같다니… 혹시, 우리가 잘 못 집은 건 아닌가? 하지만, 뒤에서 밀었다고 보기는 힘들어… 감시 카메라엔 이철 이외에는 아무도 잡히지 않았으니까. 정말 대단한 증거 인멸이군… 젠장… 어떻게 한 거지…?’
그는 다시 생각을 되돌렸다.
‘아무튼, 범인이 여기에서 매달려 이철을 기다렸다가 그를 끌러 내린 거라면, 목걸이 때문에 생긴 그 목의 상처도 납득이 가… 이 트릭을 의심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목에 꽉 조이는 목걸이를 하게 하고…’
그는 잠시 생각을 멈추었다.
‘아냐… 너무 조이면 오히려 범행을 하는데 방해가 될 텐데… 그럼, 이건 트릭인가?’
성윤기는 무엇인가를 깨닫고 머리가 번뜩였다.
‘잠깐, 정말 꽉 죄었을까?’
그리고 곧 혼란스러워졌다.
‘이건… 범인의 의도야… 틀림없어… 역시, 범인은 누군가 이 트릭을 알아주기를 바라고 있어. 그렇다면 왜?’
성윤기는 머리를 감싸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뭔가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어… 젠장… 그게 뭐지?’
한참 고민하던 그는 결국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이렇게 된 이상. 직접 물어보는 수 밖에…’
그날 저녁. 성윤기는 ‘그림자 살인’ 사이트에 접속해서 범인에게 도발적인 도전장을 던졌다.
‘이철을 죽게 한 트릭을 모두 밝혀냈다.’
도전장을 던진 성윤기는 지금 식은 땀을 흐리고 있었다.
‘젠장… 걸려들어야 할 텐데…’
기대했던 대로 그의 기다림은 그리 길지 않았다. 곧 그의 닉네임으로 쪽지가 쏱아져 날아들기 시작했다.
‘됐어… 넌 걸려든 거야…’
그가 그렇게 손 벽을 마주쳐 기뻐하고 있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그 휴대폰 소리에 성윤기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설마… 벌써?!’
그는 순간적으로 공포가 밀려왔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이 던진 미끼였다. 그는 곧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발신자를 확인했다. 그러나 그것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정아였다. 그는 안도의 한 숨을 내 쉬며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전화를 건 이정아는 상당히 화가 난 듯 보였다.
“도대체, 무슨 짓이야?”
“진정해요.”
“지금 진정하게 되었어?”
“사실은, 아직 알아낸 게 아니에요. 미끼를 던진 것 뿐이에요.”
“너무 위험해!”
“알아요. 위험한지는… 하지만 저도 바보는 아니니까 그리 걱정하지 말아요.”
“너… 정말!”
“지금 수백 통의 쪽지가 날아오고 있어요. 이 중에 진범의 것이 있는지 조차 확실치 않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이정아는 이제는 체념한 눈치였다.
“무슨 단서가 있으면 그 즉시 내게 연락해야 돼. 절대로 혼자 행동하면 안돼 알겠어?”
“네…알았어요.”
“조심해!”
“네…’
그날 밤. 요양원의 김채연은 자정이 지나 마감 뉴스를 보고 있었다. 뉴스에서는 여의도에서 상수도관이 터져서 주변 도로가 물바다가 되었다는 보도를 하고 있었다.
“아주 잘 하고 있어 필우야…”
채연은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아주 가련하면서도 매우 차가운 것이었다.
다음날. 성윤기는 다시 국회를 찾았다. 그는 주위를 경계하는 빛이 역력했다. 그리고 그러한 성윤기를 멀리에서 이정아가 미행하고 있었다.
‘역시… 행동이 부자연스러워… 주위를 경계하는 빛이 역력해… 틀림없이, 뭔가… 꼬리를 잡은 게 분명해…’
한편, 이정아에게 미행을 받고 있는 성윤기는 국회 도서관의 1층에서 무엇인가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이정아가 감시하기에 그의 행동은 틀림없이 어떠한 힌트를 얻은 것이 분명했다.
‘도서관에서 도대체… 무엇을 검색하고 있는 거지? 책인가? 그렇다면, 어떤 책이지?’
성윤기는 도서관에서 장서목록을 검색하고, 체크해서 그것을 대출하고, 또 분석하는데 오전을 다 허비했다.
‘도대체, 뭘 찾고 있는 거지… 빌어먹을… 우연히 만난 것 처럼 하고 접근해 볼까?’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고 그의 앞에 다가가려는 사이 누군가가 성윤기를 불렀다.
“윤기야?”
그 순간, 그녀는 그만 자신의 자리에 몸을 움추렸다.
‘뭐야? 저 계집애는?’
정체를 모르는 한 젊은 여자와 성윤기는 무엇인가 애기를 나누더니 곧 헤어졌다.
‘젠장, 그냥 아는 학교의 친구정도인 것 같은데…? 별로 수상한 점은 없는 것 같고… 괜히 긴장했잖아… 젠장.’
하지만, 한번 타이밍을 놓친 이정아는 그냥 더 지켜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정아가 보기에 성윤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초조해지는 것 같아 보였다.
한참 시간이 지나 오후가 되자, 성유기는 국회의사당으로 향했다. 성윤기는 이정아의 예상대로 지금 초조했다. 어제 받은 메시지를 분석해서 이곳에 왔지만… 아직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도서 목록을 순서대로 찾아 보았지만, 최종 목록에는 아무런 메시지도 없었어. 하지만 이 목록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이건, 단순한 도서목록이 아니라 이 목록 전체가 최종 메시지야. 그리고 그 메시지는…”
그는 자신이 기록한 메모를 꺼내 보았다.
‘정말 어처구니 없군… 뭔가 이상해…’
무엇인가 의문이 들었지만, 성윤기는 이미 점심시간이 되었고 해서, 누군가의 지시대로 그냥 밥을 먹기로 했다.
‘정말 여기서 밥을 먹기만 하면… 내가 찾는 것을 열람할 수 있는 건가? 젠장…’
성윤기는 지금 매우 초조했다. 그는 이미 한 수를 빼앗기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그렇게 복잡한 생각에 골몰해서 국회로 들어서다가 그는 경비원의 제지를 받았다.
“출입증은 있으신지요?”
“아! 죄송합니다. 딴 생각을 하느라…”
성윤기는 곧 국회의사당 후편에서 정식으로 출입허가를 받고 곧장 지하의 식당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작은 난관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젠 어쩌지… 식당은 2개 잖아?’
성윤기는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곧 결정했다.
‘어차피 날 감시하고 있다면, 어디라도 접촉해 오겠지… 그렇다면…’
성윤기는 나름대로 위험을 피하기 위해 큰 식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지금 국회 식당은 출입기자와 직원 그리고 국회위원과 보좌관들로 꾀 혼잡했다.
‘젠장, 왜 하필 이런 날을 택한 거지?’
성윤기는 조금씩 점점 더 초조해져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