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서른 두 살...
혼자 살기 시작한 게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오랫동안 혼자 살았다
집에서 해 먹을 수 있는 건 라면밖에 없다
요리 배우면 까짓거 못 배울 것도 없겠지만 웬지 요리는 하고 싶지 않았다
기껏 요리 해서 혼자 먹는 것도 좀 처량한 거 같고
혼자 해 먹는 요리 별로 맛 있을 거 같지도 않고
여하튼 이런저런 이유로 손쉽게 밖에 나가서 해결하도록 한다
거의 집에서 작업을 하는 나로써는 집 근처 음식점에서 해결을 한다
근데, 먹는 음식들이 다 거기서 거기인지라 식당 주인 아줌마 눈치가 보인다
<1>
몇 년 전엔 점심은 거의 갈비탕으로 해결한 적이 있었는데
매일매일 갈비탕집에 가서 갈비탕을 먹으니 한 달 정도 지났을 때부터는 아예 내가 가면
'갈비탕 드실 거지요?' 하면서 먼저 아는 척을 하시더니
두 달 지날 때부터는 아예 메뉴 물어보지도 않고
석 달 지날 때부터는 아예 내가 항상 앉는 구석자리에 손님도 안 받고 비워 놓고
내가 올 때 정도에 갈비탕을 만들어서 대기를 하고 있는 거였다
근데, 아주머니들이 그렇게 신경 써 주시면 주실수록
특히, 매일 혼자 와서 먹는 나를 불쌍하게 보는 듯한 인상을 주실수록
웬지 모르게 눈치가 보여서 더 이상 음식점을 갈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약 백 일 정도 간 다음부터는 가지 못하게 되었다
<2>
그 뒤로는 성균관대 수원 캠퍼스 뒤 쪽에 있는 밥집으로 밥을 먹으러 다녔다
우리집에서 차로 오분 정도 가야 되는 거리였지만
밥이 무한리필 되면서도 순두부찌게가 삼천원밖에 안 한다는 매력 때문에 그곳으로 다녔다
내 성격상 한 군데 가기 시작하면 꾸준히 가기 때문에 한 군데만 먹으러 다녔다
근데, 단골손님들이 무척이나 많은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백 일 정도 가니까
아줌마들이 내 얼굴을 또 알아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근데, 왜 다들 얼굴을 알아보기 시작하면 불쌍하다는 듯한 눈으로 보시는지...
(아마 혼자 밥을 먹어서 그러는가...)
원래 성격상 그런 거 별 신경 안 쓰는 타입인데도 항상 측은하게 보시길래
더 이상 그곳에도 못 가게 되었다
<3>
혼자 사는 남자가 자꾸 외식하다 보면 건강을 해친다고 해서
무조건 밥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 내가 다음으로 선택한 곳은 김밥집이었다
우리 아파트 단지엔 김밥나라 같은 곳이 두 군데가 있다
그래서 이번엔 밥줄을 끊이지 않겠다는 심정으로
두 군데를 번갈아 가기로 작정을 하고 김밥집을 다니기 시작했다
하루는 이집, 하루는 저집, 이렇게 백 일 정도를 갔는데
왜 항상 백일이 고비가 되는지 일하는 사람들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아는 척을 했다
그들 딴에는 신경 쓴답시고 던지는 멘트들이 ('혼자 사세요?' , '맨날 오시네요' 등)
엄청시리 부담이 되었지만 다행히
십 미터 위 쪽 다른 상가에 김밥나라가 하나 더 생기는 바람에
세 군데를 돌기 시작했다
근데, 독자 중에서 초등학교 영양사로 있는 아줌마가
김밥이 맛소금이 많이 들어가서 건강에 안 좋다고 해서 그만 먹으려고 생각중이다
<4>
일주일에 한두번씩 통닭을 시켜 먹었다
주문할 때 튀는 게 싫어서 언제나 간단명료하게 말하려고 노력했다
"안녕하세요 여기 00 아파트 몇 동 몇 호인데요. 다리날개 섞인걸로 갖다 주세요"
딱 이 말만 하고 끊었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전화로 주문 받는 사람이 내가 이 멘트를 하는 동안
무언가를 적지도 않고 그저 네네 하고만 대답한다고 느끼게 되었다
생각컨대, 그들은 나의 기계적이고 규칙적인 멘트, 똑같은 메뉴를 우리집 동호수와
같이 외워 버린 듯 했다
좀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일주일에 한두번이고 큰 대안이 없기에 모른척 하고 넘어간다
<4 + 1>
사실, 이 전에 내가 시켜 먹던 통닭집은 지금 시켜먹는 통닭집보다 더 편했다
그 때는 전화하면
'안녕하세요 00치킨입니다'
라는 멘트를 듣고 내가
'아~ 안녕하세요'
라고 말하면 그 쪽에서
'아 네 안녕하세요'
그러면 내가
'네 하하. 하나 갖다 주세요'
그러면 그 쪽에서
'네 알겠습니다'
이렇게 했었다
근데, 그 집은 체인점이 아닌 단독으로 하는 곳이었고 손님이 나밖에 없었는지
2년여 정도 지난 후에 망해서 없어져 버렸다
<5>
친구와 둘이 있으면 닭갈비를 먹는다
벌써 6년 정도 된 듯 하다
물론, 내 특성상 가는 곳만 간다
그러나, 집 근처에서만 먹는 게 아니기 때문에 세 군데 정도 퍼져 있다
수원에 사는 관계로 집 근처 닭갈비 집과 친구 자주 만나는 영통이라는 곳
그리고 가장 친한 친구가 사는 서울 발산역 사거리 송광호 철판볶음집 옆집
이렇게 세 군데만 간다
친구 만나면 항상 먹기 때문에
어쩔 때는 일주일 내내 저녁을 닭갈비만 먹은 적도 있으니까 꽤 자주 갔다
여기서는 친구랑 같이 가는 거니까 괜히 쑥쓰러울 필요가 없다
주인아저씨는 물론이고 알바생들하고도 무지하게 친하게 지낸다
그러나, 알바생들은 길어야 반 년, 아주 길면 일 년 정도만 일하고 관두기 때문에
난 알바생들을 가르쳐 주기도 하고, 바쁠 때엔 그냥 불만 켜 주면 내가 알아서 해 먹는다
<6>
얼마 전 내 생일이었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고 조용히 생일을 보낼 생각이었다
근데, 후배한테서 전화가 왔다
"형! 생일날 밥 한 번 같이 먹죠"
생각 같아서는 아무한테도 내색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가고 싶었는데
또 생각해 보니 생일날 혼자 집에 있으면 좀 그런 거 같기도 해서 승낙을 했다
"그래, 뭐 밥이나 한 끼 먹자"
"뭐 드시고 싶으세요?"
"어? 뭐... 닭갈비 먹자"
"에? 또 닭갈비요?"
"뭐... 그냥 먹는걸로 하지"
"에이 저 돈 많아요. 맨날 먹는 거 말고 다른 거 먹으러 가요"
후배의 말투를 들으면서 뭔가 뜨끔한 생각이 들었다
난 왜 이렇게 맨날 먹는 것만 먹고 사는 것일까...
<7>
교회에서 주일학교 선생님을 꽤 오랫동안 했다
스무살 때부터 시작해서 군대에서 군종병으로, 제대해서도 했다
애들을 무척이나 좋아해서 오버센스도 많이 하곤 했다
한번은 주일학교 여자아이가 학교 같은 반 남자애한테 맞은 걸 알았다
너무 속상했던 나는 다음날(월요일) 학교로 찾아가서 그 남자애를 만났다
만나서 왜 때렸냐고, 앞으로 때리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고 있는데
"어! 선생님!"
우리 주일학교 여자아이가 날 발견하고는 놀라서 나오더니
"선생님 왜 여기 오셨어요?"
반가워서 어쩔 줄 모르는 날 보면서 이상한 듯 이렇게 말하는 거였다
나 그 때 무지하게 서운해서 꽤나 오랫동안 풀 죽어 다녔었다
<8>
지금 새벽 네 시 이십오 분이다
요즘 공연 준비로 인해서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 있다
그러나 잠을 잘 수가 없다...
독자들은 내게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재물을 업데이트 하길 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잡글은 써지는대로 써도 되지만 그 연재물은 하루를 온전히 집중해야 쓸 수 있다
글 쓰는 시간은 두세시간이라고 해도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최상의 것을 끌어내기 위해선
하루 동안의 컨디션 조절이 필요한데 현재로써는 그럴 여력이 없다
이 새벽에 눈을 뜨고 있으면서 난 나의 촌스러움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본다
생각해 보면...
난 한 번 정을 주면 잘 떼기가 힘든 성격인 듯 하다
정이 많으면 상처 받기에 정을 주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
특히, 냉정한 사람에겐 더더욱 정을 주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더 쉽지 않다
내 마음은 상대방과 친한 마음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그 사람은 자길 언제 봤다고 친한 척 하냐고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면
무안하고 뻘쭘하고 괜한 서러움까지 들어서 주눅이 들 때가 많다...
<9>
새벽 다섯시가 된다
내일, 아니 오늘 역시 바쁜 하루 일과가 기다리고 있다
난 오늘도 익숙한, 혹은 낯선 사람들과 만나 하루를 보내게 된다
조금은 두렵기도 하다...
속을 알 수 없는 타인에게 내 감정을 보여주는 것이...
그렇지만...
오늘도 나는 도전해 보려고 한다...
그들을 보면서 내 안에 느껴지는 정감을 표현해 보려고 한다...
설사 그들이 내 생각 같지 않게 나를 밀어내고 거부한다고 해도...
내가 주눅들지 않고 그들을 사랑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하길 기대한다...
그래서...
정 많은 사람들이 슬퍼지는 세상이 되지 않기를 소망하고...
냉정한 사람들의 마음에도 여유 있는 온기의 정이 스며들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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