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소설] 네모난 꿈 03
부제 : 박수소리
글쓴이 : 연지바른 마녀(mskim0920@hanmail.net)
원장의 말대로 현우의 문제는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따르르릉....
-햇빛미술학원입니다.
-영애엄만데요. 어제 영애가 돌아와서 울면서
학원 안다니겠다고 하던데..
괴물같은 애가 들어왔다고...그게 무슨 소리예요?
-아...예...오현우란 아이인데요...
어릴적에 화상을 좀 입어서 그런 것 뿐이지,
무서울게 어디있겠어요?
-그래도 학원에서 어떻게 그런 애를 받아요?
-그 애도 배울 권리가 있습니다, 영애어머님.
-하여튼 오늘은 영애가 울고불고 해서
학원엔 못보내겠어요.
그리고 그런 애가 어떻게 뻔뻔스럽게
우리애 같은 애들하고 똑같이 다닐수 있어요?
기가막혀서...
하여튼 알아서 하세요!
수화기를 내려놓는 하영이는 맥이 풀려서
의자에 앉아버렸다.
다시 벨이 울렸다.
이번엔 정아엄마다.
학원을 옮기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끊어버렸다.
벌써 하영이 반 아이들의 학부모 절반정도가
전화를 해온 것 같았다.
오후 수업을 하려고 하영이가
시끄러운 교실로 들어섰을 때,
그녀는 어떤 한 장면을 목격했다.
-칫, 벙어리 자식이...
민호가 현우의 스케치북을 뺏아버렸다.
현우는 자신의 스케치북을 찾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이미 반이 찢겨져 나뒹굴고 있었다.
민호의 가까운 친구 정우가 현우주위를 돌면서
놀리고 있었다.
-...말도 못하는 벙어리 괴물이...화가 났대요..
화가났대요...
새로 산 스케치북을 잃어버린 현우가 민호를 노려보자,
민호가 맞서서 현우를 노려보았다.
-어쭈, 벙어리자식이 덤비네?
민호가 주먹을 휘둘렀다. 정우까지 발길로 가세했다.
현우는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리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얼굴은 흉하지만 무서운 아이가 아니란 것을
일찌감치 간파한 민호가 먼저 현우에 대한 공포를 깨려
시작하는 것이었다.
현우는 반항할 생각도 못하고 그저 맞기만 했다.
장애자라는 것만으로 늘 위축되어 살아온 현우로선
오히려 그런 태도가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몰랐다.
-너희들 여기서 뭐하는 거야!
하영이가 크게 소리치자 아이들은 후다닥 제 자리에 위치했지만,
현우는 여전히 바닥에 쓰러진채였다.
-너희들은 친구한테 이게 무슨 짓이야!
하영이는 현우가 일어나는 것을 도와주고,
화가 나서 민호와 정우를 불러내어 벌을 세웠다.
자기자식밖에 모르는 요즘 세대 엄마들 때문에
아이들은 점점 버릇이 없어진다.
그럼에도 아이들을 혼낼수 없었다.
아이들의 엄마들이 항의를 해서 선생을 쫓아내고,
아이들을 다른 학원으로 옮기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사립학원에서 이런 일은 치명적이다.
하지만 하영이는 원장님처럼 웃으면서 아이들을
달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우리가 벌서고 있네?
민호가 손을 들면서 중얼거렸다.
옆에서 정호가 또 덩달아 난리를 친다.
-내일 우리엄마하고 와야지...
하영이는 머리끝까지 올라오는 화를 참으려 노력했다.
-니들 엄마들이 트럭으로 와도 이 선생님은 못이겨!
-.....
아이들의 표정이 이미 하영이 쫓겨나는 것을
예정하는 듯했다.
-니들 아빠들이 단체로 고소해도 선생님이 이겨!
-....
-내 친구가 판사걸랑...
-...헉....
언제나 아빠가 검사인 것을 자랑하는 호동이가 놀란다.
-이제 알았어? 민호,정우 똑바로 손들어!
아이들이 쫄았다.
* * *
-어떻게 책임지실겁니까, 김선생?
수업이 끝나자 원장이 다그친다.
-오늘은 아이들에게 벌까지 줬다면서요?
-그건..교육차원에서...
-책임지겠다면서요?
원장앞에서 쩔쩔매고 있던 하영의 머릿속에
며칠동안 고민해오던 현우의 일에 대한 해답이
느닷없이 스쳐갔다.
-아이들에게 벌주는 것은 조심하겠습니다...
그리고 제게 며칠만 시간을 좀 주세요...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음...
원장은 잠시 생각하는 듯 했다.
하영이의 이마에서 땀이 솟았다.
-한번 더 문제가 생기면, 저도 더 이상 김선생님을
우리학원에 계시도록 할수 없습니다.
-네...잘알겠습니다.
다음날 현우를 제외한 하영이반 아이들이
거의 강제적으로 학원에 등교했다.
전날 저녁때 하영이가 일일이 전화를 돌려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니 아이들을 얼굴이라도
다 볼수있게 해달라고 사정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우네에 전화해서는 내일 쉬게 되어서
오지말라고 일러두었다.
-만약 너희들이 현우처럼 말을 못하는 상태로
태어났다면 어땠을지 생각해 본적있니?
-그런 생각은 왜 해요....우린 말 할줄 아는데...
민호가 대꾸했다.
-세상 일은 누구도 모르는 거지...
민호 너도 그렇게 될 수 있었어...
-하지만 아니잖아요.
하영이는 목까지 치밀어오는 화를 꾹꾹 누르고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너희들도 어릴적에 난로옆에서 놀다가 난로가
넘어질 수도 있었겠지?
누구도 대답하지 않는다.
-자....오늘은 선생님이 너희들에게 재미있는 걸 해주려고
이렇게 준비해왔거든...차례대로 줄을 서볼까?
아이들은 호기심에 하영이 주위로 몰려들었다.
하영이가 가져온 것은 예전에 분장실에서 아르바이트 할적에
갖고다니던 화장품들이었다.
하영이는 아이들의 얼굴에 화장으로 괴물처럼 흉칙한 분장을 해주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의 입에 초록색 테이프로 아이들의 입을 막아버렸다.
거울을 본 아이들은 자신의 얼굴을 보고 자지러진다.
놀라서 우는 아이도 있었다.
-...선생님은 너희들에게 숙제를 한 가지 내겠어...
지금부터 지금 그 모습 그대로에,
말한마디도 하지 말고 내일 아침 등교 할 것.
아이들이 지우려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문대어보지만
쉽게 지워지지않게 미리 손을 써놓은 하영이의 계략에
지워지지 않았다.
-내일 아침에 선생님이 지워줄께...
테이프도 그냥 뗄려면 무척 아플거고.
자, 오늘은 수업 끝!
-....웅웅웅.....
-말안하려니까 힘들지?...
하지만...현우처럼 손짓이라던가...한글을 쓸줄 아는 애는
글을 써도 되겠지...선생님이 집에 전화해서 확인할테니까,
테이프 떼고 분장 지울 생각은 하지말고...
엄마따라서 슈퍼도 가고 그래...알았지?
아이들의 눈동자가 하영이를 원망하고 있다.
-선생님 친구가 판사라고 했지...?
영악한 아이들은 하영이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말을 하면 절대로 안돼!
아이들은 이제 말없이 고개만 끄떡인다.
말없이 신발을 신고 학원을 나갔다.
교실밖에 있던 원장이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놀라서 주춤거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