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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받아들이세요...[마지막 편지 한 통]

에브라임 |2004.07.26 14:09
조회 1,588 |추천 0

나이 스물 여덟에 남자는 어느 사랑하는 여자의 남편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 성당에서 조촐한 출발을 하였답니다.

그리고 2년이란 세월이 훌쩍 흐른 어느 날, 그들이 살던 자그만한 집에 불이 났습니다. 그것은 그들에게 너무나 큰 불행이었지요. 게다가 그 불로 인해 아내는 실명을 하고 말았습니다. 두 사람은 큰 슬픔에 잠겼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갈 그 수많은 추억들을 아내는 더 이상 볼 수 없을 테니 말입니다. 그 후로 남편은 늘 아내의 곁에 있었죠.

아내는 앞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혼자 몸을 움직이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항상 곁에서 아내를 도와주었지요. 처음엔 아내가 짜증도 부리고 화도 냈지만 남편은 묵묵히 그 모든 것을 받아 주었답니다. 남편은 늘 미안해했습니다. 아내를 불 속에서 구해 내지 못한 걸, 그 아름다운 눈을 잃게 만든 걸.

또다시 세월이 흘러 아내는 남편의 도움 없이도 주위를 돌아다닐 수 있을 만큼 적응하게 되었고, 그리고 나서야 남편의 사랑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서 자신의 눈이 되어 주고 있음을 알게 된 거죠.

그 후 아내는 다시는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리지 않았답니다.

그렇게 둘은 서로 아낌없이 사랑하며 살아갔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황혼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시간은 아름답던 아내의 얼굴에 세월의 나이테처럼 작은 주름들을 그려 놓았고 남편의 따뜻하고 든든하던 손도 볼품없이 야위게 만들었습니다. 남편은 아내의 머리에 난 하얀 머리카락을 보며 놀리곤 했습니다.

"이제 겨우 8월인데 당신 머리엔 벌써 하얀 눈이 내렸군."

어느 날인가 아내가 남편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세상을 한 번만 보고 싶어요. 벌써 세상의 빛을 잃은 지 수십 년이 되었는데 날이 갈수록 당신의 모습을 꼭 한 번 보고 싶군요. 난 아직도 기억한답니다. 당신의 그 맑은 미소를. 그게 내가 본 당신의 마지막 모습이니까요."

남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내가 세상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길은 누군가의 눈을 이식 받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쉽지가 않았습니다.

이제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아내에게 아무도 각막을 이식해 주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내는 자신의 마지막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단지 자신의 바람을 남편에게 말한 것뿐. 하지만 남편의 마음속에는 아내의 말이 자꾸만 맴돌았습니다.

'당신의 모습을 꼭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군요.'

얼마 후 남편은 삶을 마감했습니다.

남편은 죽기 전에 아내에게 마지막으로 선물을 하나 하고 떠나기로 했습니다. 자신의 각막을 아내에게 남겨 주기로 한 것입니다.

비록 자신의 눈도 이제는 너무나 희미하지만 아내에게 마지막으로 세상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던 거지요. 아내는 남편의 유언에 따라 남편의 각막을 이식 받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수술 후 처음으로 눈을 떴을 때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늘 곁에 있던 남편의 그림자조차도. 이제 혼자 남게 아내는 많이 슬펐습니다. 자신이 세상의 세상의 빛을 잃었을 때보다 더 많이...


병원 침대에서 내려와 환하게 밝혀진 거리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쓸쓸해하고 있을 때, 남편의 마지막 편지 한 통이 배달되었습니다.


[당신에게 지금보다 훨씬 전에 이 세상의 모습을 찾아 줄 수도 있었어. 우리가 세월의 급류를 타기 전에 당신에게 각막 이식을 할 기회가 있었지.

하지만 난 겁이 났다오. 늘 당신은 내게 말하곤 했지. 내 마지막 모습에 대해서, 젊었을 때의 내 환한 미소에 대해서 말이오. 하지만 그걸 아오? 우리는 너무나 늙어버렸다는 것을. 또한 난 당신에게 더 이상 당신이 기억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 줄 수 없었다오.

당신은 눈을 잃었지만 그때 난 내 얼굴을 잃었다오. 미소조차 지을 수 없는 심한 화상으로 흉측하게 변해 버린 내 모습을 당신에게 보여 주고 싶지 않았소. 또한 우리 생활의 어려움과 세상의 모진 풍파도...

난 당신이 지난 시절 내 미소를 그냥 그대로 기억하고 있기를 바랐소.

이젠 나는 떠난오. 비록 당신에게 내 미소는 보여 주지 못하지만 늘 그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길 바라오. 그리고 내 마지막 선물로 세상을 보여 주고 싶소.

다음 세상에 먼저 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겠소.

예전의 그 환한 미소를 띄우며.]


아내는 편지를 다 읽고 마치 남편이 곁에 앉아 있기라도 한 듯 중얼거렸습니다.

"나 알고 있었어요. 당신의 얼굴이 화상으로 흉측하게 변해 버렸다는 것을. 그래서 예전에 나에게 보여 주던 그 미소를 지어 줄 수 없다는 것도. 곁에서 잠을 자는 당신의 얼굴을 쓰다듬어 보고 알았지요. 하지만 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어요. 당신도 내가 당신의 그 미소를 간직하길 바란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 그대도 나처럼 사랑이 그리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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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오후 시간 마무리 잘 하세요...

 

더 좋은 글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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