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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 흡혈귀 마녀와 동침을 -14 >>

연지바른 마녀 |2004.07.29 10:34
조회 1,195 |추천 0

퀴즈 답, 태양님이 한 사람 맞추셨습니다, 댕동댕~

현민이 모델로 차태현을 생각하면서 썼습니다.

나머진... 그렇게 화려캐스팅 생각 못했답니다...

 

이 이야긴 19부까지고,

원래 후반부 이야기를 쓰려고 시작했던 스토리였습니다.

마녀를 살리는 건 어렵구...뭐, 그래두 마지막까진 알 수 없는 거죠.

 

이야기 들어갑니다.

 

참, kimrobin21님 리플글 감사드립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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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 흡혈귀 마녀와 동침을 -14 >>

 

쓰는 이 : 연지바른 마녀(mskim0920@nate.com)

 


#
태석형이 내 아파트로 왔다.


[태석 : 어떻게 된 거에요?]

 

[마녀 : 미안해요, 움직이기가 힘들어서.]

 

[태석 : 많이 안좋아요?]

 

[마녀 : ...이젠 괜찮아요.]

 

[태석 : ...]


태석형은 문에 기대 서있는 나를 쳐다봤다.


[선우 : ...]

 


#
[선우 : 형, 다른 데 따로 가서 얘기 못해.
김작가한테서 한시도 떨어져 있기 불안해.]


배웅하러 문 밖으로 나오자마자 말을 꺼냈다.


[태석 : 어떻게 된 거야? 
왜 저렇게 갑자기 안좋아졌어?]

 

[선우 : 자업자득이지, 뭐.]

 

[태석 : ...?]

 

[선우 : 근데 형은 무슨 일로 만나려고 했어?]

 

[태석 : 시나리오 준비하던 거 있다고 했었거든.
그거 얘기하려고.
나 예전부터 영화사 하나 하려고 했잖아.
그 때 대박 날 시나리오 써준다고 큰소리쳐서
송림세자 출연 결정했던 거야.]


그런 모종의 거래가 있었군 -_-'''

현민인, 침 놔주고.
태석형한텐 시나리오.
그럼 난 뭐냐?
이렇게 사람 힘들게 하고.


[선우 : ...어쨌든 이젠 글 쓸 상황 안돼.]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함께 타고, 1층 버튼을 눌렀다.


[선우 : ...그 여자, 사랑의 힘이 모든 걸 극복하게
할 수 있다는 걸 안믿어.]

 

[태석 : ... 그런 사람이 어떻게
그런 따뜻한 글들을 쓸 수 있었을까?
주인공들을 잔인한 상황으로 내몰면서도
근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애정이 깔려있어서
전체적인 내용에 흘러.
다른 작품에서도 마찬가지고, 못 느꼈냐?]

 

[선우 : 그거 알아? 김작가도 나처럼 다른 사람들은 다 아는데
본인만 모르는 늦된 사람인 거.^^]

 

[태석 : (차분) ...누구나 그렇듯 흔하게
사랑에 상처받은 일이 있었겠지.
그래서 지금은 안믿지만, 기회가 되면...]

 

[선우 : 김작가하고 결혼할거야.]


갑자기 태석형이 고개를 휙-돌려
나를 쳐다봤다.
나도 형을 바라봤다.


[태석 : ...]

 

[선우 : ...]

 

[태석 : (내뱉는) 미친놈.]

 

[선우 : 부추긴 건 형이야.]

 

[태석 : 김작가가 잘도 해주겠다.]

 

[선우 : 형한텐 우리 상황이 낭만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우리한텐 현실이야.]

 

[태석 : ...]

 

[선우 : 그 여자랑 살고 싶어,
밖에서 만나지 않고
매일 같이 있고 싶어.
내가 아는 상식 선에서
그러려면 결혼해야 돼.]

 

[태석 : 그냥 살아.]

 

[선우 : ...형, 이건 현실이랬지.
김작가 가족이 나한테
그냥 김작가를 내줄거 같아?]

 

[태석 : ...(후-) 산 너머 산이다.]


띵- 1층.


[선우 : 멀리 못나가.]

 

[태석 : 그래.]


걸어 나가던 태석형이
잠깐 돌아봤다.


[선우 : 형...]

 

[태석 : ...]

 

[선우 : ...도와줘.]

 

[태석 : ...]

 

[선우 : ...]

 

[태석 : 힘들면 전화해라.]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난 10층 버튼을 눌렀다.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창 너머로
태석형의 멀어져가는 뒷모습이 보였다.

 


#
[선우 : 웬 시나리오에요?
시나리오도 썼어요?]

 

[마녀 : ^^ 태석씨가 얘기했구나?
아... 시놉만 잡아놓은 거 하나 있었어요.
근데 아무래도 다른 걸로 바꿔야 할까봐.]


과일 쥬스는 괜찮을까 싶어서
냉장고 안에 있는 과일 중에서
눈 대중으로 신선해 보이는 것만 골라서
믹서기로 가는 중이었다.


[선우 : 무슨 기운으로 글을 쓰려고 그래요?]

 

[마녀 : ...사실 그게 젤 걱정이에요.^^]

 

[선우 : 태석형이 상황모르는 것도 아니고...]


쥬스를 컵에 담아 내밀었다.
잠깐 마녀의 얼굴에 겁먹은 표정이 스쳤지만
짐짓 용감하게 입에 댔다.

한모금 마시고, 괜찮은지 잠깐 멈췄다가...
다시 한모금 마셔보고...멈춰보고...


[선우 : 괜찮아요?]

 

[마녀 : 여기까지만 ^^]


1/5도 못마셨지만, 다행이었다.
아침엔 공장에서 일괄적으로 가공해
인스턴트식으로 파는 과일 쥬스라서 토했던가보다.
앞으론 직접 갈아야겠다.


[선우 : 내일 우리 엄마 만나러 갈래요?^^]

 

[마녀 : ...]

 

[선우 : 우리 엄마가 김작가님 좋아하는 거 알죠?^^]

 

[마녀 : ...]

 

[선우 : 나 되게 용감해지고 씩씩해지려고는 하는데...
엄마한텐 사실...잠깐만 말 안했음 좋겠어요.]

 

[마녀 : 겁나죠? 분명히 반대하실텐데.]

 

[선우 : 결혼하고 말씀드림 되죠.]


마녀는 탐탁찮은 표정을 지었다.


[선우 : ...그렇게 해요, 우리...
난 하루라도 빨리 같이 있고 싶어요.]

 

[마녀 : 지금도 같이 있잖아요.]

 

[선우 : 그런 뜻 아닌 거 알잖아요,
난 정식으로 인정받고 싶어요.]

 

[마녀 : 그런게...중요해요?]

 

[선우 : 그럼 김작가님은 아니에요?]

 

[마녀 : ...이젠, 아니에요.
선우씨 자꾸 그런 소리하면 할방구 같애.]

 

[선우 : -_-; 그래요, 나 구닥다리에요.
할방구랑 사는 여잔 할망구되겠네~ 그게 누구더라? ^^]

 

[마녀 : 핏-]

 


#
커피숍에 나타난 엄마는,
단지 마녀와 같이 만나자고 연락했을 뿐인데도
정식으로 인사드리고 허락받는 자리로 인식하신 건지,
(여자의 직감이란 정말 무섭다 -_-;)
치장까지 하시고 오셨다.


[엄마 : 어머~ 벌써 와있었네? ^^]

 

[선우 : 어...엄마.]

 

[마녀 : 안녕하셨어요?]

 

[선우 : (마녀를 앉히며) 얼른 앉아요.]

 

[엄마 : 어머, 벌써 챙기는 거야?]

 

[선우 : ^^ 그래서 아들놈 키워봤자 다 소용없는 거야~]

 

[엄마 : 그래, 벌써부터 후회막심이다, 이놈아.^^]

 

[선우 : ^^ 앞으로 더 하게 될 거야~]

 

[엄마 : (선우말 무시하고) 김작가 어떻게 지냈어요?
중국서 오구서 한번도 못봤네.]

 

[마녀 : 어머님.]

 

[엄마 : 응? ^^]

 

[선우 : (마녀말 가로채고) 우리 결혼하고 싶어, 허락해 줘요.]

 

[마녀 : ...]

 

[엄마 : ^0^  다 큰 애들끼리 좋으면 되는거지...
무슨 허락까지 ^^]


차(茶)가 왔다.
마녀는 함부로 아무거나 마시기 힘들다.
지금도 커피숍 안의 담배연기때문에 힘든 기색이 역력한데...


[엄마 : 마셔요~ ^^]

 

[마녀 : 어머님.]

 

[선우 : (말리려) 김작가님.]

 

[마녀 : 저 많이 아픕니다.]

 

[엄마 : 응? ^^]


기어이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그렇게 부탁했건만...


[마녀 : 의사가 반년도 장담 못해요.]

 

[엄마 : ...]


엄마는 이게 뭔 황당무계한 소린가 -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녀 : 그래도 허락해주시면, 선우씨하고 결혼하고 싶습니다.]

 

[엄마 : ...]


말뜻을 알아들은... 엄마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갔다.


[마녀 : 죄송하지만 저 그만 일어나겠습니다.
선우씨, 전철역까지만 바래다줄래요?]


마녀는 엄마에게 목례하고, 나갔다.


[선우 : (따라나가며) 엄마, 잠깐 나갔다 올게.]

 


#
커피숍 밖 - 전철역 사이 거리

 

[마녀 : 화났어요?]

 

[선우 : 끝까지 날 골탕먹이고 싶어요?]


전철역은 그다지 멀지 않았다.


[선우 : 나랑 결혼하고 싶긴 해요?]

 

[마녀 : ...어른 속이고, 맘 불편하고 싶지 않아요.
나만 그럴 거 아니잖아요.]

 

[선우 : ...]


그 말에 대해선 역시 할말없다.


[마녀 : 어머님이 반대하시면, 포기해요.]

 

[선우 : ...]

 

[마녀 : 나요, 지금으로도 충분해요.
선우씨 맘만으로도 나 무지 행복하다구요.]

 

[선우 : ...어디로 갈거에요?]

 

[마녀 : 집에.]


...그 놈의 옥탑방, 빨리 빼야지...젠장.


[선우 : 사라지지 마요.]

 

[마녀 : ^^]

 

[선우 : 못믿겠어.]

 

[마녀 : 그럼 약속할까요?]


마녀가 어린애처럼 새끼 손가락을 내민다.


[선우 : 유치해요 ^^]


그러면서도 내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선우 : 도장!]


엄지손가락으로 도장찍었다.


[선우 : (자기 입술 가리키며) 진짜 도장은 여긴데.]

 

[마녀 : (눈 흘기는)]

 

[선우 : 복사!]


손바닥끼리 비볐다.
따뜻하다.

 


#
엄마는 아까 그대로 장승처럼 꼿꼿이 앉아있었다.
다가가면서... 컵이나 받침대 하나 정도는 날라올 줄 알았다.

 

내가 가자
엄마는 일어나서
아무말없이
그대로 나가버렸다.

 

허락은 절대 아니다.
무언의 반대...

태석형 말대로 산 넘어 산이다.

 


#
[선우 : 엄마- 내 말 좀 들어줘.]


엄마는 방문을 잠그신 채
내 애원을 외면하고 있다.


[선영 : 엄마 왜 그래?  아까 들어와선 아빠 사진 안고
울구불구 난리도 아니었어.
나갈땐 신나서 나가더니.]

 

[선우 : 엄마-  우린 시간 얼마 없어.
엄마 속상한 거 알지만, 제발 이러지 마...
나중에 김작가가 귀신으로 나타나서
오뉴월 서리라도 내리면 어쩌려구 그래.]


문이 벌컥 열림과 동시에
뭔가가 날라왔다.
머리에 맞았다.
아버지 사진이다.


[엄마 : 니 아빠 앞세운 것도 모자라서,
며느리까지 앞세워야 되겠냐?]

 

[선우 : ...]

 

[선영 : 오빠, 그게 무슨 소리야?]

 

[엄마 : 정든만큼만 그냥 지내다가 보내!
법으로까지 엮이는 거랑 아닌게
얼마나 큰 차인줄 알아?
인연하고 악연 차이야!]

 

[선우 : T=T
...엄마, 나 그 여자한테 그러기 싫어.
엄마도 여자잖아, 딸 가진 엄마잖아.
선영이가 김작가같은 상황이면
엄마, 똑같은 소리 할 수 있어?
남자랑 그냥 살다가 죽으라고 할 수 있어?]


엄마는... 허- 말을 하지 못하고 천장만 올려다봤다.


[엄마 : 니 놈의 창창한 앞 길 생각해, 이놈아.]

 

[선우 : 엄마... 나 미친놈인 거 알아,
나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엄마 원망은 안할게.
왜 안말렸냐는 소리도 안할게.
허락만 해 줘.
그 여자 맘 아프게 엄마 제치고
우리끼리만 결혼할 수 없어.]

 

[엄마 : ...]

 

[선우 : ...]

 

[선영 : ...]


엄마는 내 앞에 있는 아버지 사진을 집어들었다.


[엄마 : 니 아빠가 허락하면, 나두 두말 안한다.
작가 선생 사정도 딱하지만,
난 내 자식이 더 중요해.]


돌아가신 아버지가 어떻게 허락을 하시겠나.
...안된다는 소리였다.

 


#
내 아파트....

 

[태석 : 야, 야...그만 마셔. 너 많이 취했어.]

 

[선우 : 끅! 뭐...^^ 우리가 한 두번 마시고 죽나?
마시자~ 마시자~ 마시고 죽자!!! 젠장!!!]

 

[현민 : (두리번) 작가 누나는 안 와?]

 

[태석 : 김작가 돌아갔냐?]

 

[선우 : 몰라. 끅!!  형, 그거 아냐?
여자 둘이 사람 하나 망치는 거 무지 쉽다.
딱 두 명이면 돼.
엄마, 사랑하는 여자.]

 

[태석 : ...]

 

[선우 : 형은 좋겠다, 사귈때부터 양쪽 집에서
다 허락해주고.]

 

[태석 : ...]

 

[현민 : 어른들 허락이 뭐 중요해.
그냥 결혼하면 되지.]

 

[태석 : (무겁게) ...그게 그렇게 쉬운게 아냐.]

 

[선우 : 현민아...나는, 나는 아빠 없어서 친구들이 놀릴 때...
빨리 커서 우리 엄마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현민 : ...]

 

[선우 : 울 엄마 맘에 드는 좋은 여자 데리고 가서
우리 엄마 기쁘게 하고 싶었어.
강현민 너 내 이런 맘 아냐?]

 

[태석 : 알아, 알아, 임마.]

 

[현민 : 형, 효자구나.^^]

 

[선우 : 김작가가 울엄마한테 사실대로 불었을 때
내가 화를 못낸 것두...
그 여자가 가족이란 개념을
얼마나 따뜻하게 생각하고 위하는지, 잘 아니까.
그 여자 드라마에 나오니까.
그러니까... 그래서...]


또, 또, 눈물이 난다.


[현민 : 형, 이젠 술마시면 우는게
아예 버릇이 되겠다.]

 

[태석 : ...김작간 뭐하고 있어?]

 

[현민 : 대체 뭣땜에 반대를 하시는거야? 어?
작가 누나 어디가 싫으시대?]

 

[선우 : ...]

 

[현민 : 우씨...답답해, 둘 다 뭐야! 나만 모르잖아!!! ]


현민이가 전화를 걸었다.


[현민 : 여보세요? 핫 ^^ 누나, 나야 멋진 몸매 현민이 ^^
웅... 지금 선우형네 있어.]

 

[태석 : 김작가야? 잠깐 바꿔봐-]


태석형한테 오는 수화기를 낚아챘다.


[선우 : 여보세요- 김작가님?]

 

[마녀E : 선우씨? 술마셨어요?]

 

[선우 : ^^ 헤헤..네. 좀 마셨어요.]

 

[마녀E : ...]

 

[선우 : 몸은 괜찮아요?  뭐 먹은 건 있어요?]

 

[태석 : 어이구, 그렇게 취해서도 김작가 챙기는구만.]

 

[선우 : 헤헤 ^^ 태석형이 질투한다...]

 

[태석 : -_-;;;]

 

[선우 : 있잖아요, 우리 그냥 결혼해요.]

 

[마녀E : ... 선우씨, 나 지금 어머님 댁에 가는 길이에요.]


응? 그러고보니 주위에 시끄러운 소음이 들린다.


[선우 : 가지마요, 우리 엄마 무지 터프하단 말이에요.
분명히 접시 몇 개는 던지실거야.
가지마요!  가도 나랑 가요!!!]

 

[마녀E : ...어머님이 부르신거에요.
나두 사실 겁나지만... 선우씨 오지마요.]


...멍해졌다.
엄마가 불러?
왜?


[태석 : 야, 야... 너 또 왜 그래.]

 

[선우 : 우리 약속했죠? 안사라지는 거에요?
우리 엄마가 뭐라고 해도!!!]

 

[마녀E : 약속! 도장! 복사! ^^
다 왔어요, 끊을께요.]

 

딸깍-!

 


#
태석형은 돌아가고,
현민인 잠들어 있었다.

술에 많이 취했지만,
잠은 커녕 정신은 더 또렷해졌다.

 

벽시계를 봤다.
마녀와 마지막 통화 후 벌써 세시간이 지났다.
핸드폰은 꺼놨는지, 금방 음성녹음하라는 멘트만 들린다.

 

분명... 우리 엄마, 마녀한테 모진 소리했을거야.
자기 마음을 죽이고, 남은 시간 견딜 자신이 없어서...
결국 나를 받아들였는데...
엄마가 그 여자를 힘들게하면....아픈 사람 더 아플텐데...


***회상**************************
[마녀E : ...어머님이 부르신거에요.
나두 사실 겁나지만... 선우씨 오지마요.]
*********************************


그러다... 더 악화되면, 급성으로 진전되면!!!
단 하루도 장담할 수 없다!!!

 

내가 인터넷으로 알아본 여러 의학 자료들이 그랬다.
담배 한 가치 쥔 손이 발발 떨렸다.

 

엄마...엄마...
나 엄마 원망하기 싫어...

 

아무래도 집 앞까진 가봐야겠다.

알콜에 쩔은 몸이 휘청거렸다.
일어서면서 습관처럼
무선 전화기 리플레이 버튼을 눌렀나보다.
수화기를 제자리에 놓으려는데
목소리가 들렸다.


[마녀E : 여보세요?]

 

[선우 : 여보세요? 김작가님? 괜찮아요? 어디에요?]

 

[마녀E : 하나씩만 물어요 ^^ 안아프게-]


목소리가
억지로 밝게 하는 건지,
정말 밝은 건지,
구분이 안갔다.


[마녀E : 첫번째 질문이 뭐였드라?
여보세요? 음, 그건 일반적인 생활 용어니까 그냥 통과-]

 

[선우 : -_-;]

 

[마녀E : 그 담이 김작가님?  아- 그건 내가 맞네 ^^]

 

[선우 : -_-;;; 괜찮아요?]

 

[마녀E : 세번째 질문 리바이벌... 안해도 되는데?]

 

[선우 : 성질 급한 넘 숨 넘어가요.]

 

[마녀E : 괜찮아요, 아주 괜찮아요.^^]


뭐가 괜찮단 말인가...젠장.
엄마 집에서 분명 한바탕 당했을텐데.
내 생각해서 일부러 저렇게 농담따먹기하는 거다.


[마녀E : 네번째 질문이 뭐였드라? 뭐였죠?
아- 벌써 치매가 오나~^^]

 

[선우 : ...어디에요?]

 

[마녀E : 어머님 집에서 나왔어요.
그 동네 버스 정류장이요.]

 

[선우 : 거기 있을래요? 나 지금 갈게요.]

 

[마녀E : 환자취급 말아요, 나 괜찮다니까요!]


승질 하난...정말 -_-;;; 못 말려.


[선우 : 그럼 여기 올 수 있어요?  보고 싶은데.]

 

[마녀E : ...갈께요.  그리고...]


...믿을 수 없는 말이 들렸다.
취했나?  꿈을 꾸나?
내 귀를 의심했다.


[선우 : 뭐라구요? 다시 말해봐요.]

 

[마녀E : ^^ 어머님이 허락하셨다구요.]


오! 마이 갓!!!
신이 있다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아-!!!!!

 


#
아파트 놀이터 공원...
마녀와 나는 그네를 타고 있다.
어린 애들이 타는 거라 폭이 좁아서
엉덩이가 되게 아프다.
하여튼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연인의 놀이터 장면은 절대 믿을 게 못된다.


[선우 : 집이 죄다 술로 쩔어서 ^^;;;
들어가면 냄새땜에 토할지도 몰라서...]

 

[마녀 : 집이 아니라 선우씨가 쩔었네요.^^]

 

[선우 : 하.하.하.^_^
근데요, 정말 우리 엄마가 허락했어요?]

 

[마녀 : 네.]


믿을 수 없다, 근데 엄마한테 확인전화하면
아니라고 할까봐 겁나서 전화를 못하겠다.
그저 마녀의 말을 믿는 수밖에.


[선우 : 대체 뭐라구 했길래?]

 

[마녀 : 난 암말 안했어요...
그냥 어머님이 돌아가신 아버님 얘기도 하시고...
내 드라마 얘길 묻기도 하시고...
이런저런 얘기하시더니
선우씰 평생 방황하게 할 수 없다구
결혼하라고 하시네요.]

 

[선우 : ...]


그 당시엔 더 자세한 얘기는 물을 수 없었지만...
나중에 그 당시 여자들끼리 했던 대화를
마녀의 시나리오에서 알 수 있었다.

그 부분만 미리 꺼내 알아보게 고쳐 본다면....

 

***시나리오 중에서**************************
씬**. 방 안

 

[엄마 : 편하게 앉아요.]

 

[마녀 : 네.]


마녀, 고쳐 앉고.
선영, 과일과 차를 가져와 놓으며
마녀를 흘끔 보곤 나간다.


[엄마 : 선우한테 대강 들었어요.]

 

[마녀 :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씀드려서.
많이 놀라셨죠.]

 

[엄마 : 작가 선생이니까, 딴 사람 맘도 잘 알겠죠?
내 맘도 충분히 짐작가겠죠? 그쵸?]

 

[마녀 : ...반대하시면, 그만두겠습니다.]


엄마, 빤히 마녀를 쳐다본다.


[엄마 : 우리 애, 그렇게 쉽게 포기돼요?]

 

[마녀 : 건방질지 몰라도, 선우씨 생각하시는 마음...
제 부모님이 저를 생각하시는 것과 같을거라고 생각합니다. 
... 전 선우씨한테 그 사랑을 버리라고 할 수 없어요.
여자는 다시 만날 수 있지만,
가족은, 자신을 낳아준 부모는 다시 새 인연으로 만날 수 없으니까요.]

 

[엄마 : (한숨- 푸욱) 그 녀석이 왜 나한테 그렇게까지 대들면서
작가 선생하고 결혼하고 싶어하는지 이해가 가네.
지 아버지 죽구, 리어카 행상부터 가게 장만해
살림 꾸리면서 저 키우는 동안...
나름대로 어른스럽게 커서, 이렇게 속썩일 줄 몰랐죠.
걔가 나한테 고집부린 건 여태 딱 한번이었어요.
배우 된다고 가출까지 했었지.
도통 그런 짓 안하는 녀석이라, 믿거니 허락했지요.]

 

[마녀 : ...]

 

[엄마 : (푸우-) 팔자지, (마녀 보곤) 팔자도 유전되요?]

 

[마녀 : ...잘 모르겠지만, 같은 환경에 살면
혈육이 아니라도 비슷한 병에 걸린다고 합니다. 
같은 식습관, 생활 습관 때문에요.
여러 날 함께 있으면 말 버릇이 서로 닮는 것처럼요.]

 

[엄마 : 선우 에비가 아픈 사람이었어요.]

 

[마녀 : !]

 

[엄마 : 선우는 자기 구하느라, 아버지가 사고로 죽은 줄 알지만...
그래도 당장 시한부도 아니었구, 그래도 겁나서 어른들께
말씀 못드리고 부랴부랴 결혼했죠.
선우도... 아이가 있으면 명을 좀 길게 할까 해서 빨리 가졌고.]

 

[마녀 : ...]

 

[엄마 : 오늘은 TV를 보다 보니까
작가 선생의 옛날 드라마가 재방송되던데.]

 

[마녀 : ...]

 

[엄마 : 나는 모르고 봤는데, 선영이가 지나가면서 그러데요. 
작가 선생 꺼라구.]

 

[마녀 : ...]

 

[엄마 : 거기에... 나오던 말이,
끝까지 곁에 남아있다가 자기 손으로 묻어줬으면
돌아설 수 있었을거라든데...
그게 안되서 남자가 미련때문에 방황하고 자살하는 거 같던데.]

 

[마녀E : 그것은
내 첫 드라마에서
사랑하는 여자가 죽은 줄 알던
한 남자가 방황하는 부분에서
다른 사람의 상황을 통해
자신의 미련을 고백하는 장면이었다.]

 

[엄마 : 작가 선생 상황에서 어지간한 용기 아니면
쉽게 선우를 받아들였을리 없고.
지금 그런 생각이에요?]

 

[마녀E : ...처음엔... 제 부모님에 대한 생각 쪽이었습니다.
어쩔수 없이 자식을 앞세우더라도,
해 줄 수 있는 거 다하시고
미련없이 덜 아프게 가슴에 묻으시라고...
서울 일 다 정리하고, 대전 부모님집에 내려가려 했어요.
제 상태 말씀드리고,
치료받자고 하시면 치료받고...
수술받자고 하시면 수술받고...
입원하자면 입원하고...
하자는대로 다 하려고 했어요.]

 

[엄마 : ...
...사람은 잘 골랐는데...
왜 제대로 된 인연이 아니라서...Y-Y
막는다고 막아지는 인연도 아닐거구...
그 넘, 선영이까지 들먹이는데...
머리 크면 내 품의 자식이 아니라더니...]

 

[마녀 : ....]

 

[엄마 : 기왕에 하는 거면, 서로 좋게 해야지.]

 

[마녀 : ...?]

 

[엄마 : 결혼해요.]

 

[마녀 : (놀라서) ...어머님!]

 

[엄마 : 그 녀석 가슴에 평생 못박고 방황하게 할 수 없어,
나 닮아서 외곬수면, 나중에 다른 사람 만나기 힘들 거구.
나로서도 이게 최선이라고 결정내렸어요.]

 

[마녀 : ...어머님...]

 

[엄마 : ...오래 살아요.]


두 여자, 눈물 그렁하다.


[마녀 : ...]

 

[엄마 : ...]

 

[마녀 : ...어머님.]

 

[엄마 : ...]

 

[마녀 : ...저, 선우씨한테 못되게 굴겁니다.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게,
저란 여잘 진저리치게 잊고 싶도록.]
**************************************

 


#
그 다음 산 너머 산은
마녀의 부모님이었다.

마녀의 상태를 이미 들으신 뒤라
마녀 부모님 집에 들어선 순간부터
웬지 나를 밀어내는 느낌을 받았다.


[마녀 아버지 : 윤아한테서 얘기 들었어요,
그렇게 우리 딸애를 생각해주니 고맙게 생각해요.
그렇지만...]

 

[선우 : 허락해주십시오.]


마녀의 동생 윤수는 계속 나를 흘끔흘끔 살피고 있었다.
자네가 ^^ 홍소연이란 여의사한테 차인...마마보이?


[마녀 어머니 : 윤아야, 그냥 처음 말했던 대로 하자.
내려와서 우리하고 있자, 응?
치료도 여기서 받고.]


두 분은... 내가 결사적으로 매달려서
안그래도 몸이 아픈 마녀의 마음이
잠시 흔들린 거라고 생각하시는 듯 했다.


[마녀 : ...]


나는 잡고 있는 마녀의 손을 더 힘주어 잡았다.


[마녀 : ...엄마, 아빠.]


잠시의 침묵이 흘렀다.


[마녀 : ...나, 이 사람하고 살고 싶어.]


직격탄이었다.
내 말 천마디보다 몇 배는 더 큰 효과를 나타내는.

다시 수습 안되는 고요가 흘렀다.
마녀의 부모님은 무언의 대화를 나누고 계셨다.
눈물을 훔치는 어머니의 손을 다독이며
고개를 끄떡이며 눈으로 말씀하시는 아버지...

 

아... 많은 시간을 함께 나눠온 부부란 저런 것이겠지.
말이 없이도 다정한 눈빛과 몇 번의 다독임만으로도
충분히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것.
혼자인 엄마가... 계속 생각났다.


[마녀 아버지 : ...최서방.]

 

[선우 : 네, 아버님.]

 

[마녀 아버지 : 살 곳은 생각해뒀나?
가능하면 여기하고 가까웠으면 좋겠는데.]


허락이었다.
마녀의 손을 잡고 있던 내 손바닥은 땀으로 흥건했다.

 


#
대전에 내려온 김에,
마녀의 단짝 친구였던 희영과의 만남도 있었다.

그러고보니 마녀와 개인적으로 친한 사람은 처음 만나는 거 같다.

그런데 잠깐!


[선우 : 소희영과 이름이 같네요 ^^]

 

[마녀 : 맞아요, 얘는 박씨에요. 박희영.^^]


허허...별 거 아닌게 재미있다 ^^


[마녀 : 어머~ 희영아~ ^0^]

 

[희영 : 윤아야~ 윤아야 ^0^]


두 여자가 팔짝팔짝 뛰면서 껴안고 난리 부르스를 춘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안다더니....
마녀의 친구니 알만하다 -_-;;;


[마녀 : 야~ 넌 벌써 아줌마 다 됐다!]


응? 아줌마?


[희영 : 뭐, 아줌마가 아줌마지. 으하하하~]


으.하.하.하....?0_0


[선우 : 켁켁~]

 

[마녀 : 어? 사래걸렸어요? 
참, 희영아- 여기 내가 말하던 사람.
이름은 잘 알거구.^^]

 

[희영 : 안녕하세요 ^0^ 박희영이에요~!]

 

[선우 : 아, 예- 안녕하세요~^^]

 

[마녀 : 니 애들 이젠 몇 살이지?]

 

[희영 : 3살, 1살.]

 

[마녀 : 야~ 야~ 그런 어린 애들 두고 이렇게 나와두 돼?
좀 있음 신랑 퇴근할 시간이잖아.]

 

[희영 : 신랑은 무슨 핫바지냐?
시댁에다 애 둘 던져놓구
신랑보구 알아서 하라구 했다.]

 

[마녀 : 오호~ ^^ 역쉬 넌 대단해.]


친정두 아니고 시댁에다?
마녀보다 더 배짱 좋은 여자로군.

3~4시간동안은 내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두 여자는 서로 안부묻고 그동안 지난 얘기, 가족, 친구 얘기로
수다떨기 바빴다.

 

어이? 마녀씨, 그대 아픈 사람 많수?
어이? 마녀 친구 희영씨, 나두 있어요 ^.^


[마녀 : 나 잠깐 화장실 좀~]

 

[희영 : 같이 갈까?]

 

[마녀 : 아니.]


여자들은 왜 화장실을 같이 갈까?
같이 칸에 들어가서 볼일 보는 것도 아닐텐데.
정말 궁금하다.
나중에 마녀한테 물어봐야지.

마녀가 코너를 꺾어 모습이 안보이자,
(희영이...아, 소희연과 헷갈린다)
희영씨가 재빠르게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희영 : 고맙습니다.]

 

[선우 : 네?]

 

[희영 : 윤아...겉으론 평범하고 무난하게 살은거지만
사실 내면으론 많이 불행한 애에요.]


마녀가 돌아오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려는 듯이
굉장히 빠르게 말하고 있다.


[희영 : 사람한테 몇 번 데이고 나선
사람을 절대 신뢰하지 않아요.]

 

[선우 : ...]

 

[희영 : 그래서 쟤 평생 혼자겠구나,
저 먼저 결혼하면서 맘이 안좋았어요.]

 

[선우 : ...]

 

[희영 : 고맙습니다, 쟤 쉽게 사람한테 맘 못여는 앤데,
최선우씨가 구제해줬네요 ^^
게다가... 윤아 상태 알면서.
정말 고맙습니다.(꾸벅~)]


...얼떨떨하다.
친구란 그런 건가...?
아까까진 펑퍼짐한 아줌마의 본면을 다 보이더니^^
지금 나한테 눈물까지 글썽이며,
3번씩이나 저렇게 고맙다고 인사한다.

갑자기 예전에 오토바이 사고로 죽은 친구놈이 생각난다.
그 놈이 살아있었으면, 나한테 희영씨같은 친구였을텐데....
그 놈은 내가 이러고 있는 걸 알면, 뭐라고 했을까.
태석형처럼 '미친놈'이라고 했을까.
'잘한다, 화이팅!' 했을까.

 

마녀... 어쩌면 나보다 가진 것이 더 많은 사람이다.
양친부모, 이런 친구, ....그리고 나.

아아... 나 같으면 백년은 더 살고 싶겠다.

 

마녀가 돌아왔다.
얼굴이 창백하다.
걸음이 비틀거린다.


[선우 : (벌떡) 또 토했어요? 0.0]

 

[희영 : 너 괜찮냐? 나 부르지~ 0.0]

 

[마녀 : 조금요.^^
오랜만에 술집에 오니까 냄새가 좀 역해서...]

 

[선우 : 나가요, 그럼.  (일어나는) 여기 계속 있음 안좋잖아요!]

 

[마녀 : 토하고 나니까, 괜찮아요.
(희영씨에게) 괜찮아.
야~ 너 애들땜에 이런 데 올만에 왔을텐데,
한 잔 더 해라.  어? 잔이 비었네?
선우씨 얘 한 잔 따라줄래요?]

 

[선우 : ...]

 

[마녀 : 괜찮다니까요, 나 얘 만나서 기분 짱 좋아요.^^]


기분깨고 싶지않아서,
희영씨에게 맥주를 가득채워줬다.


[희영 : (받아놓고) 야, 야- 이런데 학교다닐 때 질리게 다녔잖냐.
이젠 집에서 애들 잘 때 틈타서, 신랑이랑 오징어 찢어서
소주마시는 것두 꽤 낭만적이야.^^]

 

[마녀 : 그래? ^^ 나두 한 번 해봐야지~
우리 선우씨도 한 술 한다~ ]


우, 우리 선우씨~ ^^


[희영 : 그래~ 신문에서 본 적 있는 거 같다.
다른 두 사람하구 맨날 술 퍼먹구 산다구.]


허허....-_-;


[마녀 : 어... 태석씨랑 현민이 말하는구나.^^
다 좋은 사람들이야... 내가 싸인 받아다 줄까?]

 

[희영 : 내 남자두 아닌데, 그런 싸인 받아서 뭐하냐?
국끓여먹을 것두 아닌데.]

 

[선우 : -_-;;;;;]

 

[마녀 : 오호~ 멋졌어 ^0^ 세기의 명언이야~박희영! (손바닥 내밀고)]

 

[희영 : (마녀의 손바닥 치는) 그렇냐? ^^]


그러더니 두 여자... 하이파이브하는 거다.

이건 또 뭐냐. -_-;

마녀가 송림세자 드라마팀하고 잘 놀기도 했지만,
이런 모습은 또 첨본다.

 


#
술집 나와서 잠시 밤바람을 쐬었다.
밤바람이 꽤 쌀쌀하다.

마녀의 몸엔
조금이라도 춥거나,
공복이거나,
하여튼 몸이 움추리게 되거나
기운떨어지는 건
뭐든 금지사항이다.

겉옷을 벗어 마녀의 어깨에 걸쳐줬다.


[희영 : 야~야~ 니 신랑 멋지다 ^^
우리 신랑은 야- 내가 '추은뎅~' 그러면
'나두 추워' 그러고 불 곁으로 먼저 도망간다 ^^]

 

[마녀/선우 : 아하하하 ~^0^]

 

[마녀 : 살다보면 선우씨도 그렇게 되겠지.^^]


...살다보면!
살다보면!

그래, 마녀야... 우리 나중까지
건강하게 옛얘기하고 살자.


[선우 : (억울) 아닌데-]

 

[마녀 : (걱정스런) 너 술깨서 가야되잖아.]

 

[희영 : (불만) 웅- 꼭 그래야 되나.
잠깐만- 전화 좀 해보고.]


희영씨는 벤치에 앉아
핸드폰으로 전화건다.


[희영 : 뭐해요~^^  애들은? 
...알았어요, 좀 있다 들어갈게. 
뭐, 자구 갈 수도 있구.]


끊더니, 통화 내용으로 또 수다떤다.


[희영 : 야~ 지금 우리 신랑 몇 마디 했는 줄 아냐~]

 

[마녀 : (재미있다는 듯이) 뭐라는데?]

 

[희영 : 내가 '뭐해요~^^' 이러니까 -->'잔다'
애들은? --> 잔다
좀 있다 들어갈게 --> 잘거냐?]

 

[마녀/선우 : 우하하하~]


희영씨는 정말 재밌는 친구다.
이렇게 배 잡고 웃긴 오랜만인 거 같다.
이런 친구가 곁에 있으면 늘 유쾌할 거 같다.


[마녀 : 커피 마실래? 술 좀 깨게.]

 

[희영 : 그러지, 뭐 ^^]


알아서 구해오라는 눈짓.

둘러보니 근처에 캔커피 자판기가 있다.
캔커피를 뽑고 있는데, 두 여자가 소리 낮춰
수근거리는 소리가 간간히 들린다.


[희영 : 근데... 분위기가 좀 비슷한 거 같다.]

 

[마녀 : 응?]

 

[희영 : 니 첫사랑이랑.]

 

[마녀 : (피식) 기지배, 그걸 다 기억하냐?]

 

[희영 : 내 기억력 하난 끝내주잖아~^^]


....첫사랑...? 0_0


[마녀 : 하긴... 비슷한 거 몇 개 있긴 하지.]

 

[희영 : 웅... 음악하던 사람이었나?]

 

[마녀 : (도리도리) 하던 건 아니고,
록 음악 감상 동아리 회장이었어.]

 

[희영 : 아- 그랬던 거 같다.
또...방송 쪽 엔지니어로 가려고 했었지?]

 

[마녀 : 핫~^^ 니 기억력 인증 받아둬야겠다, 야~
니 애들 너 닮았음 공부 잘하겠다 ^^]


바, 방송 엔지니어... 0.0

캔커피 3개를 양 손에 다 쥐고도
언제 돌아서야 할지... 망설였다.


[마녀 : 이젠 다 잊었어, 이젠 누구도 그 사람하고 비교 안 해.
(씁쓸) 언제부턴가 그렇게 되드라.]

 

[희영 : 그러니까 최선우씨도 만난거지.]

 

[마녀 : 가끔 꿈에서 보이긴 해,
그럴 때만 어디서 잘 사나...궁금하긴 하지.]

 

[희영 : 어디서 애 아빠되서 퍼져 살겠지.
하여튼 너 이제부터라도 잘 살아.
7년을 수절하면서 기다리면, 어디가도 열녀 소리도 듣는다.
너 마음으로 충분히 그 사람한테 할만큼 했어.]


7, 7년 -_-;;;

아내가 될 사람 과거가 이렇게 쉽게 들려져도 되나.
대전 내려와, 부딪치게 되는 - 내가 알던 마녀의 또 다른 모습들....
...나 과연 잘 살 수 있을라나?

 


#
서울로 돌아가는 길은 예상처럼 그다지 막히지 않았다.
마녀가 운전하는 나를 자꾸 쳐다본다.


[선우 : 왜요?]

 

[마녀 : 피곤할 거 같아요.]

 

[선우 : 괜찮아요 ^^]

 

[마녀 : 중간에 휴게실 있으면 들렀다 가요.]

 

[선우 : 그래요~^^]

 

[마녀 : 희영이 꽤 괜찮은 애죠?^^]

 

[선우 : 네~ ^^]

 

[마녀 : 담에 태어나면 남자랑 여자로 따로 태어나서
같이 살고 싶을 정도로...멋진 애에요.
언니처럼 의지되고 든든하고.]

 

[선우 : 그럼... 난요?
희영씨가 남자였음...]

 

[마녀 : ^^ 모르죠~걔가 남자였음
선우씨 만나기 전에
진작에 유부녀 됐을지도~^^]

 

[선우 : -_-;;;]

 

[마녀 : 선우씨도 희영이가 같은 여자 만났음 좋았을 걸...
남자한테 짐되지 않고, 희생시키지 않고...
선우씨한테 좋은 써포터가 돼줬을텐데.]


기분이...한없이 추락한다.


[선우 : ...짐 아니에요.]


마녀는 일부러 창밖보며 딴청이다.


[선우 : 김작가님?]

 

[마녀 : 그냥 내 생각일뿐이에요.]

 

[선우 : ...]


마녀는 기어 잡은 내 손을 가볍게 툭 쳤다.


[마녀 : 선우씨 같음 나같은 생각 안했을까?
괜히 신경 곤두세우지 말고 흘려들어요.^^]

 

[선우 : 담에 또 그런 얘기하면 삐칠거에요~]

 

[마녀 : 알았어요. 무지 잘못했네요, 최선우씨.^^]


시외로 빠진 길을 달리다보니
간간히 휴양림같은 곳을 지나치게 됐다.


[선우 : 저기서 잠깐 쉬었다 갈까요?]

 

[마녀 : ^0^ (끄덕끄떡)]


휴양림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이번엔 태석형 차를 빌렸다.
나도 차 한 대 구입해야겠다, 마녀랑 어디든 다니려면...
몸이 안좋아 자가용도 오래타기 힘든데,
대중교통은 말해 뭐하랴.

안내판에 - 주차비가 두 종류로 나뉘어있다.
시간당, 일일당.


[선우 : (관리인에게) 여기 하루 쉴 수 있는데 있어요?]

 

[관리인 : 방갈로가 있지유~ 저 위로~^^]

 

[선우 : 어떻할래요? 여기서 하루 있다 갈래요?]

 

[마녀 : 스케쥴 없어요?]

 

[선우 : (도리도리)]


...있어도... 제꼈을 거다.


[선우 : 하루 있다 가요.]

 

[마녀 : (끄떡끄떡)]


휴양림이라 마녀한테 좋을 거 같다.
빌린 차 문제야 태석형한테 양해 구하면 될 거구.

1박 2일로 주차증을 끊고,
관리실에 가서 방갈로를 하루 빌렸다.
평일이라 빈 곳이 많았다.
가파른 곳 말고 평평한 낮은 곳에 있는 것으로 골랐다.


[마녀 : 와아~ ^0^]


마녀는 고개를 젖히고 두 팔을 벌리고
산냄새, 나무 냄새, 풀냄새를 지긋이 맡는다.
C.F.에 나오는 것 같은 포즈다.
기억에 무슨 생리대 C.F였든 거 같은데 -_-;;;


[선우 : 그렇게 좋아요? 머리에 꽃도 꽃아줄까요?]


근처 들꽃 하나 꺾어서 내밀었다.
마녀는 내가 꽃아주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선우 : 이러고 팔짝팔짝 뛰면, 사람들이 뭐라하게요?]

 

[마녀 : 광년이 ^0^ 아싸~]

 

[선우 : 푸하하.... 잘 아네. 
이젠 비만 내리면 딱이야~ ^^;
...어?]


후두둑~ -_-;;;

 

허걱~

 

쏴아-


정신없이 마녀의 손을 잡고
아까 지도에서 보던 대로 길을 뛰었다.

다행히 금방 도착했다.

방갈로 번호를 확인했다.

 

<진달래 5>


[선우 : 여기 맞다, 들어가요.]


들어가서 욕실에 있는 수건을 들고 나와
마녀의 머리칼과 얼굴을 닦아줬다.
얼굴은 백지장같고, 입술이 파랗다.
온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다.
당황스럽다.


[선우 : 추워요?]


괜히 왔다, 그냥 차로 서울 올라갔으면...비 맞진 않았을텐데.

욕실의 샤워기를 틀어봤다, 다행히 따뜻한 물이 나온다.
마녀를 데리고 들어가 옷 입은 그대로
샤워물을 맞게 했다.
맞을 때만 따뜻하지,
막상 그치면 젖은 옷이 체온을 뺏어갈거다.
그래도 당장은...


[마녀 : 선우씨, 나 안아주라.]


...꼭 껴안았다.

 

당신, 내 체온을 가져가.
얼마든지 가져가.


[마녀 : ...숨막힌다 ^^
선우씨 진짜 힘세네.]

 

[선우 : 어? 어...]

 


#
마녀는 곧 괜찮아져서...
(다 내가 안아줘서 그런거다 ^^,
허튼 소리 말라구? 흠... 하여튼 진짜 그랬다, 뭐)

샤워하고 나왔다.
그동안 나는 방안 보일러를 한껏 올렸다.

방갈로에 방 보일러도 있네 ^^;;;
참 신기하다.

조금 있으니까 금세 방 안이 후끈해진다.

 

다행히 차 트렁크에
대전에 내려갈 때 몇 일 예정하고 가느라
옷 몇 벌 챙겨놓은 게 있었다.
그것 갖고 와서 욕실 안으로 마녀의 옷 대충 챙겨 온 것 들여다주고,
내가 걸치고 있는 옷들도 벗어서 대충 짜서 방바닥에 널면서
마른 옷으로 갈아입었다.

빗물 뚝뚝진 곳을 다 쓴 수건으로 대충 훔치고,
비내리는 창 밖을 내다봤다.

쉽게 그칠 것 같지 않다.

마녀가 욕실서 나온다.


[마녀 : 선우씨도 샤워해요, 감기걸리겠다.]

 

[선우 : 네, 에취~]

 

[마녀 : 기침하면 안되는데.]


마녀가 걱정스럽게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선우 : 키스해주면 안할건데 ^^]

 

[마녀 : 샤워하고 오면 해줄게요 ^^]


샤워하고 나오니까, 마녀는 내가 차에서
옷과 같이 갖고 온 음식
(장모님^^이 싸주신 반찬거리, 주전부리 거리)을
방바닥에 늘어놓고 있었다.

무슨 소풍 온 것 같다.^^
밖은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안에선 방바닥에 신문깔고, 김밥까지-_-;; 먹으며...


[선우 : 무슨 여자가 신랑 입에 김밥 하나 안넣어주냐?]

 

[마녀 : 그냥 먹어요 ^^]


아...하여튼 고분고분한 적이 없어요.


[선우 : 그렇게 먹어도 괜찮아요?]

 

[마녀 : 엄마가 해 준거라 그런지 몇 개는 괜찮네요 ^^]

 

[선우 : 와- 장모님한테 음식 좀 배워야겠다~]


마녀의 얼굴이 빨개진다.


[선우 : 왜요?]

 

[마녀 : ...^^ 방이 너무 덥다.]

 

[선우 : 음...-_-;;;]


그게 아니었던 거 같은데.
보일러의 온도를 낮췄다.


[마녀 : 선우씨...]

 

[선우 : (방바닥에 벌렁 누우며) 아... 뜨뜻하다~ ^^]

 

[마녀 : -_-;;;]

 

[선우 : 말해요.. (팔 내밀며) 누울래요?]

 

[마녀 : (도리도리) ]


하여튼 고분고분하지 않아. -_-;;;


[선우 : 말해요..]

 

[마녀 : (차분히) 우리... 결혼해요?]


웬 뜬금없는...-_-;;;
아...왜 갑자기 불안해지지?


[선우 : 아하하하- ^^ 지금까지 뭐했는지 몰라요?
허락받았잖아요 ^^ 결혼 허락 ^^]

 

[마녀 : 조건이 있어요.]

 

[선우 : 말해요~ (흥얼) 처엉산~~~~]


뭐...이젠 걸릴 거 있나?
양쪽 어른들 다 오케이 하셨는데.


[마녀 : 나요, 우리 결혼....언론에 시달리고 싶지 않아요.]

 

[선우 : 동감이에요. (흥얼) 맑으은...무울~~~~~~~~]

 

[마녀 : 그리고... 혼인신고는 안되요.]

 

[선우 : !!]


벌떡 일어나 앉았다.


[선우 : 뭐라구요? 0.0]

 

[마녀 : ...결혼식만 하자구요.]


이건 또, 대체 무슨 소리야?


 

 

 

 

<계속....>

 

 

뱀발 : 마녀와 선우는 언제 결혼하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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