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적절한 남자(23)
모텔방에 들어선 순간 만감이 교차했다.
정훈과 다시 이런 일이 없으리라고 생각했던 시간들, 다시 만나면서도 다시 섹스를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 못했던 순간들...
그러나 세상은 항상 예상 못하는 일이 다가오기 마련인가 보다.
그 모든 예상을 뒤엎고 정훈과 나는 3년만에 다시 모텔방에 들어서게 되었다.
"굉장히 설레인다..."
정훈의 먼저 말을 하며 나를 끌어 안았다.
나도 가슴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오랜 동안 잊었던 스킨십에 대한 떨림이었다.
누군가가 나를 안아준다는 포근함에 대한 기대감...
나는 목을 감고 있는 손에 힘을 주어 정훈에게 꼭 안기었다.
"너 이렇게 파고들 때 되게 귀엽다..."
이럴 땐 꼭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왜 이런 순간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 걸까..
"일단 샤워부터 하고..."
정훈은 나에게서 빠져 나가며 말했다.
언젠가 정훈과 같이 샤워한 적도 있었다. 서로의 몸에 하얀 거품을 내며 낄낄거리곤 했다.
"같이 샤워할래?"
정훈이 물었다.
아마 정훈도 나처럼 그런 옛기억을 갖고 있는 것일지도...
"아니..."
나는 웬지 쑥스러워 그렇게 대답했다.
"이리 와봐."
정훈은 내 손을 잡아 끌어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정훈은 완전히 나를 알몸으로 만든 뒤에 목욕탕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샤워기를 켜서 온몸에 물을 뿌려댔다. 나는 정훈에게서 샤워기를 뺐어 그의 알몸에 물을 뿌려댔다. 정훈은 샤워비누를 손에 묻혀 하얗게 거품을 일으켰다. 이상하게 하얀 거품은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었다. 그의 손이 내 몸 구석구석을 흝어가며 하얀 거품을 남기고 있었다. 부드럽도 달콤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나는 마음 속으로 이런 시간을 오래동안 기다려온 것이 아닐까...
나도 손에 거품을 내며 정훈의 몸을 어루만졌다. 내 손이 그의 은밀한 곳에 닿았을 때 정훈은 약간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아...좋아. 계속해줘..."
우리는 서로 미끌거리는 몸을 끌어안았다. 그의 페니스가 자극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의 손이 나의 은밀한 곳을 자극시키자 나는 오랜동안 잊었던 황홀함에 빠져들었다. 나의 몸은 완전히 그를 잊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길고 긴 샤워가 끝나고 우린 나란히 침대로 돌아왔다. 나는 그의 팔을 베고 그의 몸에 손을 얹고 누웠다.
"좋으니?"
정훈이 물었다.
"응."
나는 대답하며 그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그의 혀가 내 입안으로 들어왔다. 정열적인 키스였다. 그리고 그의 입술은 나의 가슴으로 향했다. 나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손으로 그의 페니스를 강하게 자극시켰다. 그는 몸참겠다는듯이 내 몸 위로 올라왔다.
나는 그의 몸에 서서히 강하게 취해가고 있었다. 온 몸이 빠져나올 수 없는 깊고 깊은 늪에 빠져가는 듯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는 아주 단잠을 잤다.
생각해보면 그 동안 집을 옮기고 나서 깊이 잠을 잔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계속 무슨 사건이 얽혀 있어서 나의 단잠을 방해했었다. 나에게 이렇게 편안한 안식을 주는 사람은 정훈밖에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정훈은 나를 출근시켜주고 자신의 직장으로 갔다. 늦어서 괜찮냐는 내 걱정을 다독이며...
회사에 도착했을 때 현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뭐 제가 걱정할 건 아니지만 외박이라..."
아차 싶었다. 현수에게 말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같이 산다고 해도 내 외박에 대해 굳이 현수에게 알릴 필요는 없지 않은가...
"아..네..좀 일이 있어서요."
"아..기다렸는데..."
현수는 짐작하고 있을지도 몰랐지만 그렇게 말했다. 하긴 나라도 현수가 집에 오지 않았다면 걱정은 했을 것 같다. 그건 애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함께 사는 사람에 대한 단순한 걱정이리라...
"네. 담부턴 미리 얘기하죠."
미리 외박을 한다고 알려주는 건 예의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대답했다.
"네..."
현수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단잠을 잤지만 오후가 되자 굉장히 나른해졌다. 하루치고는 너무 먼 여정이었는지도 몰랐다. 아침에 출근하기까지 2시간이 넘게 걸렸다. 나는 이제 애인이 생겼다는 실감이 생기기도 했다. 이제 누군가가 남자 친구 있냐고 물으면 있다고 대답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다시 물을 것이다. 그와 결혼할 예정이 있냐고?
결혼이란 뭘까....그런 의문이 들었다.
스물 아홉이면 연애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게 평범한 인생일지도 몰랐다. 더구나 다시 돌아온 애인이라면 더욱 더 결혼에 근접해 있는 것은 아닐까...
☞ 클릭, 시기적절한 남자 (24편)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