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지 혼자 마시는 술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3층 월세방에서 창밖을 보며 서서 맥주를 마셨습니다.
하나 둘씩 쌓여 가는 구겨진 알루미늄 조각들이 민망해서 TV에서 보던 사람들처럼 포
장마차를 찾았습니다. 생각처럼 빈 잔이 채워지질 않았습니다. 채워도 채워도 쓰린
속에 시끄러운 주위가 날 취하게 내 버려 두질 않았습니다.
잔뜩 흐린 초봄 날 밤에 "飛"라는 바를 찾았습니다.
맘씨 좋은 선배가 술잔 한번 나눠 주질 못해 미안하다며 소개 해 준 곳입니다.
" 야, 노총각 장가 좀 가자, 알잔아, 나 이번에 제대로 삘 받은 거. 그래그래 알았
다. 야, 나 들리던 바에 키핑해 둔 술 있으니까 가 봐. 비싼 거니까, 홀짝홀짝 마
셔, 알았지? 요놈아. 또, 포장마차서 난동 부리지 말고.조용한 데서 얌전히 마셔"
늦바람이 무섭다더니 매일 데이트에 열을 올리던 사수 가 겸연쩍은 웃음으로..
그 곳에서 바텐더 일을 하는 그녀를 만났습니다.
단발이라고 하기엔 어색하고 웨이브라고 하기에도 어색한 "싱글즈" 의 장진영 같은
헤어 스타일을 가진 그녀.
처음엔 서로 말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몇 주가 지났습니다.
어슴푸레한 회색빛 조명에 이름 모를 jazz 가 흘러 나오는 바에서 그녀의 얘기를 듣
게 되었습니다.
"매번 스트레이트로만 드시네요, 몇 번 뵙진 않았지만.."
선배가 남겨 준 스카치 블루 가 바닥을 드러 낼 쯤에서야 그녀는 입술을 열었습니다.
"다르게 먹는 법을 몰라서요, 알고 싶지도 않고.."
적당한 그저그런 대답으로 흘려 보내고 싶었지만, 나도 사람이 그리웠습니다.
그녀는 한 쪽 다리가 불편했습니다.
"고향은 광주예요, 학교도 거기서 다녔구여."
그런 다리를 보며 난 미간에 주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항상 인상을 그렇게 쓰면서 술을 마시는 건 나쁜 버릇이예요, 술도 친구거든요."
내가 건네는 술잔을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한 모금 마셨습니다.
"난 낮에 잠을 자요, 밤에도 할 건 많으니까.."
그런 그녀가 부러웠습니다. 잠이 오지 않으면 그냥 그대로 눈을 뜬 채로 불을 밝혀
두면 되는 그녀가 ..
"무던한 사람이었어요, 3년 동안 사귀면서 친구들 앞에선 아무런 표현도 하지 않던
친구였어요, 그래도 둘이 있을 땐 얼마나 다정했다구요."
조심스레 옛사랑을 드러내는 그녀.
" 그런 사람이 갑자기 들이서 여행을 가자는 거예요, 사실 단 둘이 여행간 적은 한
번 도 없었거든요. 너무 기뻤어요, 솔직히."
흐뭇한 미소가 어린 그녀를 투명한 술잔 너머로 건너 보았습니다.
"교통 사고였어요. 걷는 게 불편해 보인다고 했죠? 그 때부터 이래요. 이틀만에 깨어
났대요,,"
어떤 표정을 보여야 할 지 고민하는 내 얼굴을 그녀는 미소로 바라 봐 주었습니다.
"어제도 그 친구 어머니랑 통화했었어요, 그런데, 아직도 잊지 않고 연락한다고, 고
맙다고 하시더라구요.."
"그저께가 기일이었거든요.."
"이제 그쪽 얘길 해 줄래요, 난 밑천 다 떨어 졌거든요.."
그녀는 여지 껏 미소를 띄우고 있었습니다. 회색 빛 조명 아래 그녀 뒤에서 흘러 나
오는 유리잔에 비친 내 모습과 그녀의 미소 띤 뒷모습을 보았습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넌 나를 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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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분이 쓴 글을 퍼온건데...호호호
인제 주말입니다...
아싸..이번주 끝입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