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밖이네요, 저로선 전혀 짐작못한 연예인 이름이 거론되니...
선우에 관한 건 그동안 연예기사들 보아온 걸 많이 짜집기했던지라
쉽게 눈치채실 줄 알았는데....
이야기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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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 흡혈귀 마녀와 동침을 -16 >>
쓰는 이 : 연지바른 마녀(mskim0920@nate.com)
#
신혼 여행은 달리 없었다.
아픈 사람을 달리 어디로 끌고 다니겠나.
게다가 마녀는 방콕 스타일이라...
결혼식을 끝내고 그 자리에서 폐백 올리고
곧바로 우리가 살 집으로 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엄마는 마녀의 절을 받고는
상 위에 있는 대추와 밤을 그릇 채 집어들고
다가와서는 마녀의 소매폭에 몽땅 들이부었다. -_-;
[엄마 : 이건 니 자식 숫자가 아니라
니가 앞으로 살 기간이다.]
[마녀 : T_T]
....
창 밖으로 스쳐가는 들녘 풍경이 한가롭다.
[선우 : 처남 잠깐! 세워!!!]
운전하고 있던 윤수가 차를 급히 세웠다.
결혼식장에선 오래도 잘 참고 견디더니...
차에서 뛰쳐나간 마녀가 풀밭에 주저앉아 한참 구토를 한다.
제대로 먹은 것도 없이 위산만 올라온다.
...이젠 괜찮냐고 묻기도 미안하다.
[선우 : 조금만 참아요, 곧 도착할거야.]
[마녀 : (끄떡끄떡) ...]
처남이 보든말든, 살짝 안았다.
...우린 이제 시작이다.
[선우 : ^^]
[윤수 : @@;;;;]
#
먼저 도착한 태석형, 현민이, 희영씨, 장모님, 장인어른까지
이삿짐 들여놓느라구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선우 : (마녀 어깨 감싸고 들어서며) 좋죠? 좋죠? ^^]
[마녀 : (정원보며) ...디게 넓다, 비쌌겠네요.]
[선우 : 벼, 별로 안 비싸요, 그 정돈 싸게 전세 든거랬어요.
집주인이 내 팬이래요! ^_^]
[마녀 : 저 정원 나무들 손 많이 가겠다...]
[선우 : 내가 할께요.^^]
[마녀 : 낙엽치우는 것도 장난 아니겠다...]
[선우 : 어, 그것도 내가 할께..요... ^^]
[마녀 : 집은 왜 저렇게 커요?
청소하는 데 하루종일 걸리겠다...]
[선우 : 내, 내가 할...께....요오...^^]
[마녀 : 그럼 내 얼굴은 언제 봐요?]
[선우 : 으응? ^_^]
핫 ^^ 여자는 9개 꼬리를 감춘 백여시라드니...
마녀의 애교가 점점 는다.^^;;;
지나가던 윤수가 한마디한다.
[윤수 : 최선우씨, 진정 존경합니다~
저 마녀를 어떻게 저렇게 만들었는지 ^^]
허걱 -_-;;; 처남도 마녀를 마녀라고 한단 말야?
[마녀 : 너 죽을래?]
[선우 : 아하하~ -_-;;;]
[마녀 : 매형보구 최선우씨가 뭐야!!!]
아하~ ^^ 그것땜에 열받은거였어? ^0^
[선우 : 화내지 마요...^^ 차차 입에 붙겠죠.
그나저나 우리두 호칭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마녀 : ...? ^^]
[선우 : 골라봐요~^^
여보야~, 자기야~, 달링~, 허니~]
[마녀 : -_-;;]
[현민 : (짐들고 지나가며) 못말린다, 으으....닭살~
누가 저 카리스마의 닭살을 믿으리?]
[선우 : -_-; 이삿짐이나 날러~]
[태석 : (짐들고 가며) 너 나중에 한 턱 쏴야 돼,
신혼인 나를 부려먹는 놈은 너밖에 없다.]
[선우 : 헷 ^^ 알았어~
앗! (달려가서) 아버님 그거 저 주세요~]
[장인어른 : 자네는 윤아나 지켜,
나 이래뵈도 아직 쓸만해.
(윤아에게) 괜찮냐?]
[마녀 : (쪼르르 달려가서 퍽- 안기는) 아빠아-T.T]
...부럽다, 아버지란 존재.
하긴 이젠 아버님두 내 아버지나 마찬가지지.
난 한 번 미친척 해보기로 했다.-_-;
[선우 : (달려가서 퍽- 안기는) 아버님-]
[장인어른 : 허허- 졸지에 아들 한 놈 더 생겼네~ ^^]
...Y-Y 감사합니다!
...우리 열심히 살게요.....
#
이 집을 구하는데도, 또 마녀의 여러 조건이 붙었었다.
내 아파트는 사람들 눈도 있는데다가
고층인 것도 마녀의 거동에 또 다른 고통이 되었다.
귀가 울린다나, 어쩐다나....
그래서 다른 곳을... 처갓집과도 멀지 않은 곳으로 구해야 했는데,
참 난감했다.
내가 당장 현찰화 할 수 있는 돈도 별로 없어,
급매물로 아파트를 전세로 내놓고...
조용하고,
공기 좋고,
도로도 깔끔한 곳,
병원과도 멀지 않은 곳,
만약을 위해 긴급출동한
119차가 찾아 오기 쉬운 곳으로
찾아헤맸다.
도로가 울퉁불퉁하면
차가 심하게 요동쳐서
마녀가 많이 힘들다.
좀 넓고
금액이 좀 무리가 있었지만
대략 조건에 맞는 곳이 눈에 띄자
일단 급하게 계약을 했다.
의외로 엄마와 소속사 사장이 두말없이
부족한 부분을 보태주었다.
그런데...
[마녀 : 뭐하러 쓸데없이 2년씩이나 계약해요!]
[선우 : 원래 전세 계약은 기본이 2년이에요!]
[현민 : 또, 또 싸워? -_-;]
[마녀 : 선우씨 바보에요?
1년씩도 재계약되고, 사정있음 반년도 되요!]
[선우 : 아, 됐어요, 여러번 재계약하기
귀찮아서 그랬다니까요!!!
다 끝난 얘기라니까요!!!]
[태석 : 선우야 -_-;;;]
[희영 : (기함) 윤아야-- 두 사람 정말 왜 이래!]
[현민 : (말리는 거 포기상태) 냅두세요~ 결혼하기 전부터도
머리 박터지게 싸운 사람들이에요.]
[희영 : -_-;;;]
[윤수 : 이거 집들이 맞아? -_-;;]
[마녀 : 정말 이상한 사람이야!!! 뭣하러 2년이나 해요!!!]
[선우 : -_-;;;;]
졸지에...이상한 사람까지 됐다 -_-;;;
[선우 : 씨잉- 계약했음 계약한만큼 살면 되잖아요!!!
뭐가 문제에요!!!]
마녀의 아버님, 어머님이
젊은 사람들끼리 편하게 놀라고 먼저 내려가셔서
이런 꼴사나운 모습을 안보여드려 다행이긴 하지만...
[마녀 : 1년 반동안 여기서 혼자서 뭐하게요!!!]
서서히 ...주변이 싸아- 고요해진다.
다들 우리 다툼에 상관없이 먹거리를
하나씩 입에 물고 있다가...
결국 모두 동작 그만이 되어 있었다. -_-;;;
[희영 : 윤아야- 너 그렇게 말 함부로-]
[선아 : 내가 왜 혼자 살아요?!!
(버럭버럭) 내가 왜 혼자 살아!!!
내가 누구랑 결혼했는지 까먹었어요?
여길 누구랑 왔는지 몰라요?
당신 정말 이럴거야?!!]
[마녀 : 왜 함부로 반말해요!!
여긴 내 친구도 있어요!!
내 동생도 있어요!!]
희영씨가 마녀에게 다가가
그 펑퍼짐한 몸매로 감싸안고 다독이며
방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나는 풀썩 주저앉았다.
[선우 : (현민에게) 술 줘.]
[윤수 : (선우에게 술잔 주고 따라주며, 속상한)
아...진짜, 우리 누나 왜 저러냐.]
술이 넘어간 입안이 덥다.
희영씨가 방에서 나왔다.
[선우 : 김작가는요...?]
[태석 : 그렇게 싸우고, 궁금하냐?]
[현민 : (도리도리) 정말 이해안가~]
[희영 : 잠들었어요, 울다가 기진해서.]
나는 소리없이 일어나
이삿짐 속에서 약봉투를 찾아 꺼내
약봉투와 물컵을 챙겨, 방에 들어갔다.
잠든 마녀의 얼굴이 눈물로 얼룩져있다.
제발... 그런 걸로 시비걸지 마..
우리 웃으면서 살자, 응?
나... 2년으로 계약한 거,
당신이랑 그만큼 더 살고 싶은 거...몰라?
정말 몰라?
마녀의 마른 손에 입술을 갖다댔다.
인기척이 느껴졌다.
희영씨가 물을 적신 물수건을 들고 들어와 건냈다.
물수건으로 마녀의 얼굴을 조심하면서 닦았다.
벽에 부착해놓은 컵홀더에 물컵을 걸고,
약봉투를 마녀가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놓아두었다.
이 약은 언제까지 마녀의 고통을 덜어 줄 수 있을까, 후우-
#
이 곳에 와서 처음 맞닥뜨린 것은
마녀의 교육이었다.
와르르르-
[선우 : 그, 그게 다 뭐에요? -_-;]
[마녀 : 보면 몰라요? 드라마, 영화, 책이잖아요.]
[선우 : 그, 그건 알겠는데...]
세상에 -_-;;;
그 드라마 테이프, 영화 테이프, 책들...
국화꽃 향기, 접시꽃 당신,
네멋대로 해라,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작별, 그 외 많은 단막극과 책들...
모두 암과 뇌종양, 불치병에 관한 소재로 만들어진 것만 -_-
대체 이런 걸 어디서 어떻게 구해왔는지...
보름 내내 이 테이프를 보고 읽고
감상까지 주저리주저리 떠들어야 했다.
[선우 : 이거 꼭 봐야 되요? ^^]
[마녀 : 의학 전문 교육용 비디오보단 낫지 뭘 그래요.]
[선우 : -_-;;]
특히 통증에 관한 대처하는 장면이 나오면
꼭 기억해둬야 했다.
아픈 사람이 뭔 기억력이 좋은지 -_-;;;
일일히 테스트한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내용 중 하나는...
제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여자가 췌장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사는데,
병수발을 하던 남편이 교통사고로 죽어버린다.
(이런 황당한 설정이 있나 -0-
그러나 세상엔 정말로 이런 경우도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린 딸 3명만 남긴 채...
그 때부터 여자는 까무러쳐도 좋으니,
아이들을 위해서 조금만 더 살게 해달라고
수술이라도 받게 해달라고 의사에게 애원하며
강하게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준비해나간다.
[마녀 : 보니까 어땠어요?]
[선우 :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는 강하다.^^]
지금이라도... 아이를 가질 수 있다면,
마녀도 저렇게 강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마녀 : 저게 진짜 아픈 사람 모습이에요.]
화면 속의 여자는 자기 생일상 앞에서
중학생쯤 되는 큰 딸과 욕지거리를 하며
머리끄뎅이 잡아당기며... 싸우고 있다.
[마녀 : 다른 영화나 드라마처럼 그저 울며짜며
-괜찮아요~- 그런 건 리얼리티가 전혀 없어요.
내가 아픈데, 남 생각하게 생겼어요?
난 아무것도 못먹고, 아파서 죽을 거 같은데,
아무리 내 남편이고 내 딸들이래도
그림의 떡이고 아무도 내 고통을 몰라주는데
생일상이 퍽이나 반갑겠다, 당연히 욕 나오지.]
[선우 : 김작가님두 저럴거에요? ^^;;;]
[마녀 : 모르죠.]
[선우 : -_-;;;]
'접시꽃 당신'하고 '국화꽃 향기'에선
마녀의 광분이 극치에 다다랐다.
[선우 : 저, 저기 진정해요 -_-;;;]
[마녀 : 어떻게 저럴 수 있어요?
저 여자 정말 잔인하다!(펄펄~)]
아니, 이 사람이! 아픈 사람 맞아?
[선우 : 아니, 왜요? 죽어가면서도 아이를 낳았잖아요.]
무, 물론... 수술 장면에선 구석에 숨어서 소리만 들었다.
피...때문에.-_-;;;
[선우 : 얼마나 위대해요? 여자는 역시 어머니가 되야 강...]
[마녀 :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형벌이 뭔 줄 알아요?]
[선우 : 뭔데요?]
[마녀 : 죽은 사람을 평생 기억하라는거요.]
[선우 : ...]
[마녀 : 저 여자는 지금 자기 남편보구
애 남기면서 날 평생 기억해라- 그거잖아요.]
[선우 : (조용히) 둘은 서로 사랑했어요,
그 정도 권리는 있어요.]
[마녀 :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살아야 되요, 어떻게든 살아가게 되요,
그 마음을 평생 과거 속에서 가두고 살라구요?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한테 그런 형벌을 내릴 수 있어요?]
[선우 : ...]
[마녀 : 기를 쓰고 흔적을 남기는 거...정말 잔인해.]
[선우 : ...]
[마녀 : 남자의 맘을 가져가고
빈 자리에 새 사랑이 오길 기도해줬어야지,
내 아이 보면서 평생 날 생각해라...
정말 나빠, 저 여자 나빠요.
함부로 재혼도 못할 거 아니에요,
아이가 자길 빤히 쳐다보면 그 여자가 생각날텐데...
아무리 기억이 흐려질만큼 세월이 흘러도
그 흔적은 절대 안지워질거에요.
아이가 그 흔적이고 커가니까.]
[선우 : 저건 그냥 영화에요.]
[마녀 : 실화를 바탕으로 쓴 거에요...
그 남자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
왜 아무도 그 내용이 슬프다고만 떠들고,
그 남자가 실지론 현재 얼마나 지옥속에서 살고 있을지
걱정하진 않는거죠?
사람들이 왜 그렇게 다 매정해요?]
이젠... 세상 사람들, 저 영화를 본 사람들
모두 매정하다고 매장당했다 -_-;
[선우 : 그럼, 김작가님 같음 어떻할거에요?
아이랑 자신이랑 둘 중 하날 선택해야 한다면.]
[마녀 : (생각하다가) ... 내 아인 내가 데리고 가요.]
[선우 :(버럭) 뭐에요? 지금 아이도 죽이고
당사자도 같이 죽겠다구요?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엄마란 사람이?
그리고 남은 사람은 뭐에요?
한꺼번에 둘이나 잃구 어떻게 살라구요?
나같음 미쳐버린다.]
[마녀 : 죽지않으면 살아져요,
어떻게든 살아져요.
당장은 힘들어도,
빈 자리엔 새 사람이 오게 마련이에요.
완전히 빈 자리는 그 허전함 때문에라도
뭐라도 채우려하게 되구요.]
[선우 : ...김작가님이야말로 넘 잔인해요!
말도 안돼!!!]
[마녀 : ...선우씨.]
[선우 : 왜요!]
[마녀 : ...그 지옥을, 그 형벌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몰라요...]
내가 무슨 수로... 작가란 사람의 말빨을 당해내리 -_-;;;
말없이 깨갱- 꼬리를 내렸다.
.....
화면 속에서...
남자는 부엌에서
여자는 침실에서
따로 흐느껴 울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서로 서로를 걱정하면서...
[마녀 : 바보! 멍청이!]
[선우 : -_-;;; 저긴 슬픈 씬인데 T-T]
[마녀 : 환자를 저렇게 울게 내버려두면 안되욧!!]
[선우 : 네?]
[마녀 : 안그래두 통증때문에 에너지를 다 소진하는데
울기까지 하면 기운 빠져서
그 담에 얼마나 힘들지 생각도 못하잖아요!
저거 남편 맞아? 아내를 사랑하는 거 맞아?
빙신! 당장 가서 못 울게 해야지!!!]
그 교육 한 번 리얼하다 -_-;;
[선우 : 저, 저기 -_-;;; 기운 빠져요, 진정해요.]
[마녀 : ^^]
드라마에서....
뇌종양에 걸린 남자 주인공이 느닷없이 퍽퍽- 쓰러진다.
다른 드라마에선
서서히, 갑자기, 시력과 청력을 잃는다...
어떤 영화에선...
뜨거운 불에 손을 갖다대도 신경이 죽어서 뜨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마녀가 자기 손바닥을 빤히 들여다본다.
내가 손바닥을 살짝 꼬집었다.
[마녀 : 아야-! ]
[선우 : 감각 있죠? ^^]
마녀는 희미하게 웃었다.
....
그 날밤 마녀는 무슨 기운이 남아도는지
욕실의 세면대와 바닥을 닦았다, 열심히.
[선우 : 뭐해요? 내가 내일 할게요.]
[마녀 : 흔적을 지우는 거에요, 내 흔적.]
[선우 : ...]
손잡이까지 박박 닦는다.
그렇게 거기 있는 당신 흔적을 지우면...
내 맘에 있는 당신의 흔적도 지워질 수 있어요?
턱 밑까지 그 물음이 올라왔다.
[선우 : 저기도 닦아요, 먼지 많네~ ^^]
[마녀 : (열심히 닦는다)]
[선우 : 저기도!! 저기도!! 요기도!!!]
마녀는 열심히 닦다가, 에잇- 걸레를 집어던졌다.
[마녀 : 선우씨가 닦아요!]
[선우 : ^^;;;; 그럴게요.]
대체 누가 교육시키고, 누가 교육받는건지... -_-;
시간은 맛있는 과자를 조금씩 야금야금 베어먹듯
금방 흘러갔다...
#
회복까진 아니더라도,
병의 진전을 늦추려는 의도로
이곳까지 왔는데...
오히려 마녀의 상태는 더 빨리, 약해졌다.
이젠 전화도 머리가 울려서 받지 못한다.
TV도 화면을 조금만 보면 눈이 튀어나가는 것 같아서
정해진 약 먹는 시간도 아닌데 추가로 먹어야 했다.
환자가 있는 집이라,
매일 먼지없이 쓸고 닦고,
부지런히 집안 전체가
내 손을 거쳐 반짝반짝 하다 ^^
홍소연씨는 파스처럼 붙이는 진통제가 있다더니,
마녀한텐 해당되지 않는단다.
워낙 토를 잘해서 진통효과가 직접 피부에 닿으면
수시로 생기는 울렁거림을 견디를 못한다는 거다.
약 복용량이 꽤 늘었는데... 다른 진통제는 없나...후우-
[마녀 : 선우씨~]
[선우 : (쪼르르 온다) 왜요? 왜요? 어디 안좋아요?]
[마녀 : ^^ 심심해요, 청소 그만하구 나랑 놀아요.]
[선우 : ^^;;; 저기만 청소하구.]
[마녀 : (짐짓) 아...머리 아프려고 해~^^]
[선우 : 아, 알았어요 ^^
무슨 놀이 할까요?]
[마녀 : 꼭끼.^^]
맨날 꼭끼밖에 모른다.
여태 살면서 노는 것도 제대로 모르고 살았나...
잠깐, 꼭끼가 뭐냐구?
꼭 껴안기지...ㅋㅋ
집안 살림 할 때 빼곤, 거의 이 놀이밖에 안한다. ^^
어떨 때는 조금 움직이기만 해도,
머릿 속이 흔들리는 거 같다고 해서...
마녀를 안은 채 마네킹처럼 안움직이는 것도
이젠 많이 익숙해졌다.
꼭끼하면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하게된다.
홍소연씨는 마녀가 기초적으로 타고난 기운이 약해서
특별히 조심하라고 주의를 해줬다.
그러면서 얘기는 대체로 무리없이 하는 걸 보고 엄청 신기해했다.
말하는 것도 에너지 소비가 큰데...
마녀는 말조차 잘 못하면, 무척 답답할텐데...
그나마 참 다행이다 싶다.
그래도...내가 독심술이라도 있음 좋을텐데...
#
하루 종일 가사 노동에 곤히 잠들어있다가
느닷없이 가슴을 얻어맏는 느낌에 잠이 깼다.
[마녀 : (선우 가슴을 주먹으로 때리며) 나쁜 놈, 나쁜 넘-]
[선우 : (당황) 왜 그래요? 아파요? 어디가요?]
[마녀 : (신음, 울음 섞여서) 싫다 그랬잖아- 싫다 그랬잖아-
아픈거 제일 싫다 그랬잖아-]
[선우 : 약, 약 줄게요.]
더듬더듬 스탠드를 켰다.
어둠 속 작은 빛에도 악! 소리 지른다.
약 봉투를 잡는데,
[마녀 : 음..흐...하아 ...주사 주사 놔 줘...]
[선우 : !!]
너무 당황했다.
[선우 : 약으로 안되요? ]
[마녀 : (선우 몸이 닿는대로 때리는) 나쁜 놈! 왜 나보고 살라 그래!!
살고 싶지 않다니까!!!]
[선우 : 알았어요, 알았어요!!!]
부엌으로 달려가 냉장고 속에 보관된 진통제 주사약을 꺼내고,
허둥대며 상자 속의 주사기를 손에 잡히는 대로 집다가 상자를 엎었지만
그대로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홍소연씨가 가르쳐준대로
주사약을 주사기에 빨아들였다.
마녀는 극심한 통증에 이젠 비명조차 못지르고
숨만 허덕허덕한다.
주사 바늘을 찔러야....하는데...
찔러야 하는데...
마녀에게 다가가자...
[마녀 : ...혈관에..]
하면서 팔꿈치 안 쪽을 가리킨다.
손등의 혈관도 아니고
그곳은 금방 다이렉트로 효과가 퍼지는 혈관 부분이다.
[마녀 : 악!!!]
가슴을 송곳으로 찔린것처럼 갑자기 자지러진다.
마음이 급해졌다.
알려준대로 제대로 할 수 없거든,
일단 찔러만 보라던 홍소연씨의 말이 윙윙거렸다.
멍청하게 주사를 세우고 마녀의 혈관이 보이는 살에 찔렀다.
[선우 : 으악!]
피, 피가... 솟는다...
아아... 정신이 자꾸... 눈 앞이 흐릿해진다.
안되는데, 안되는데, 안되는데!!
기절하면 안되는데!!!
마녀야- 마녀야-!
그러나 내 몸은 나도 모르게 방 벽에 등을 붙이고
문으로 기어가고 있었다.
도망치면 안 돼!!!
머리는 안된다는데...
나는, 나는...
열린 방 문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서야
조금 정신이 들었다...
마녀의 신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를 악물고 방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입술에 피가 나도록 입술을 꽉 깨물면서
마녀에게 다가갔다.
까무러친 모양이다.
코 밑에 손가락을 대봤다, 불규칙적이지만 숨이 있다.
아아... 다행이다.
고개를 돌리고 손만 뻗어 마녀의 팔꿈치 안의
대강 피를 닦으며 지혈했다.
속이 심하게 울렁거렸다.
피 묻은 주사기를 휴지로 둘둘 말아
피 닦은 솜과 함께 쓰레기통에 넣고 뚜껑을 닫고나서야
다리가 후들거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한참을 못일어났다.
애초에 난.. 마녀를 간호할 자격불능인 놈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곁에 있었으면...
까무러치기 전에 진통제를 놓아 통증을 가라앉혀줬을 것이다.
애초에 피에 대한 두려움을 외면한 내가 멍청한 놈이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
화장실로 갔다.
붉게 충혈된 눈동자...
물을 틀고 손을 계속 씻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피가 묻어있는 것 같아, 계속, 계속, ....
주사에, 주사약의 다이렉트 효과에
의지하기 시작했다면...
이젠 기적같은 건 아예 없는 것이다.
...통증은 점점 심해질 것이고,
급속도로 모든 것이 악화될 것이다.
그렇지만... 난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다.
진통제조차 놓아주지 못해,
통증을 못이겨 까무러치게 만들지 않았는가.
그제서야 지금까지 무모하게
미친놈 소리 들어가며 결혼을 진행시키고,
여기까지 오면서도 실감하지 못해왔던
커다란 두려움과 마음의 고통이....
뼛 속 깊이... 시리도록 체감되어 닥쳐왔다.
[선우 : 흐흐흑- 흑-흑-]
거푸 세수하면서... 흐느낌은 오열이 되어갔다.
머리를 통채로 물 밑으로 들이밀었다.
후두둑- 머리카락을 타고
물방울이 세면대 위로떨어진다....
울음 소리가 새나갈까봐 샤워기를 세게 틀고
그 아래에서 심한 자책감으로 쉴새없이 소리죽여 울었다.
....
쾅쾅-!!!
무, 무슨 소리...!!
희미하고 작은 목소리도 들렸다.
[마녀E : 문열어!!! 문 열어!!! 이 새끼야!!!]
깨, 깨어났구나...
[마녀E : 문열어!!]
당황했다, 거울에 비친 나는...나는... 내 꼴은!
[선우 : 샤, 샤워중이에요!!!]
얼결에 샤워기 밑으로 뛰어들었다.
잠옷이 흠뻑 젖었다.
[마녀E : 샤워 좋아하네, 내가 바본줄 알아!!
문 열어, 이 새끼야!!!]
[선우 : 다, 다 벗었어요...]
[마녀E : 당장 안열어!! 하아- 하학-]
[선우 : !!!]
무슨 일 있나 싶어서, 문을 열어제쳤다.
몸을 숙이고 숨을 허덕이던 마녀가 발딱 몸을 일으키더니
주먹으로 내 가슴을 퍽- 한 방 먹였다.
...전혀 아프지 않았다.
어느새 이렇게 약해진 사람.... 마냥 슬펐다.
[마녀 : 지금 뭐하는 짓이야!!! 내가 당장 죽어?! 어? 어?]
[선우 : ...]
[마녀 : 지금 내가 죽었어? 왜 죽은 사람 취급이야!!]
입술을 꽉 깨물고 고개를 떨궜다.
울음 소리가 새어나올까봐.
[마녀 : 마누라가 죽으면 화장실 가서 웃어야지, 왜 우니, 어?
왜 날 자꾸 비참하게 만들어!!!
차라리 내 앞에서 통곡을 해!!! 어?!]
[선우 : ...]
[마녀 : ...]
[선우 : (간신히) ...잘못했어요.]
마녀는 소리치느라 힘들어,
숨을 헉헉 허덕이다가,
[마녀 : 옷이나 갈아입어!]
문을 쾅- 닫아버렸다.
아니... 마녀로선 힘차게 문을 닫은 거였는데..
문은 힘없이 다 닫히지 못했다...
...한동안 돌처럼 굳어서 마냥 그대로 서 있었다.
샤워물에 흠뻑 젖은 잠옷에선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울지말자, 울지말자...
나는 어리석게도 나보다 더 힘든 건
마녀 당사자라는 걸 잠시 잊고 있었다...
바보같은 놈, 멍청한 놈!!!!
...나는 젖은 소매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쓱- 닦았다.
#
마른 옷으로 대충 갈아입고
발소리죽여 방에 들어갔다.
장에서 이불을 꺼내 바닥에 깔고 눕는데,
[마녀E : 거기서 뭐해요?]
[선우 : 괘, 괜찮아요? 잠든 줄 알았는데...]
[마녀 : 침대 놔두고 거기서 뭐해요, 올라와요.]
[선우 : ...몸이 차요.]
[마녀 : 올라와요.]
[선우 : 네. -_-;;;]
침대로 올라가 마녀 옆에 누웠다.
[선우 : ...아까 많이 힘들었죠..?]
마녀가 내 품을 파고 들었다.
[선우 : 김작가님...]
[마녀 : 선우씨, 나 안아주라...]
[선우 : ...]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 마녀의 말뜻은...
[선우 : 안돼요.]
일어나 앉았다.
[마녀 : 당신... 나랑 자고 싶지 않아?]
[선우 : ...]
[마녀 : 나 안고 싶지.]
[선우 : 안돼요, 위험해요.]
마녀의 유혹에서 벗어나려, 침대에서 내려갔다.
'접시꽃 당신'이란 영화에서
여자는 남편에게 시한부 인생이란 얘긴 듣곤
그 자리에서 옷을 벗는다.
이렇게 멀쩡한데, 어떻게 내가 죽냐고...절규하면서.
마녀도 그런 걸까.
지금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은 걸까.
그래도... 안된다.
[마녀 : 바보, 멍청이, 해삼, 말미잘. 줘도 못먹냐?]
[선우 : 말 좀 곱게 해요, 서방님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야!!]
[마녀 : 서방님이면 뭘해!!! 남자구실도 못하면서!!!]
[선우 : 이익!!!]
내가 누구때문에 이러고 있는데...
누구때문에 이러고 사는데...
말이면 단 줄 아나.
버럭버럭 소리지르면서
방을 박차고 뛰쳐 나가고 싶지만,
한시도 맘놓을 수 없는 사람이라...
그냥 방바닥 구석에 누웠다.
....성질 많이 죽었다, 최선우.
[마녀 : (중얼) 하긴 싫지, 싫겠지.
약 냄새, 위산 냄새, 그런 냄새만 나는
여잘 안고 싶겠어, 알아...]
[선우 : (버럭) 그런 말 말아요, 누가 싫대?!]
[마녀 : ...]
[선우 : 울기만해도 기운 빠져 나자빠지는 사람이,
그거까지 하면 당신 힘들거잖아요!!
몇 일을 기운도 못차리고
나도 못알아보면 어떻하라구!!]
[마녀 : 알았어요, 알았다구.
(비아냥) 앞으로 거기서 혼자 잘 지내세요~]
[선우 : T_T]
괜히 내려왔다...-_-;;;
<계속.............>
뱀발 : 우씨... 병 얘기는 죽어도 안쓸라구 했는데...
드라마, 영화에서 하두 허접시리 써대놔서...열받아서리
평생 아픈 사람 얘긴 안쓰게 될 줄 알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