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달래는 엄마처럼 가슴이 열린 바다
그는 가진 게 많아도 뽐내지 않는다. 줄 게 많아도 우쭐대지 않는다.
답답한 마음 바다에 내려놓고 시원한 마음 들고 온다.
가득한 욕심 벗어 놓고 빈 마음 들고 온다.
썰물 때의 바닷가에서 내가 바치는 바다 빛 기도는
혼자서 가만히 당신을 부르는 것 바람 속에 조용히 웃어 보는 것
바다를 떠나서도 바다처럼 살겠다고 약속하는 것
아주 나지막한 목소리로 상현은 지금 노래를 부르고 있다. 바다를 눈앞에 두고 있어서 인지 평소 때 보다 더 감미롭게 들려 왔다. 서원의 마음이 울렁거렸다. 분위기에 내 마음이 동하는 건가? 그런데 왜 갑자기 노래를 하고 분위기를 잡는 걸까? 이해가 되지 않는 서원이였다.
- 서원아... 나에게 기회를 줄래? 오늘 내가 너에게 소개 시켜주고 싶은 사람은 바로 너야... 놀랐니?
- “선배! 무슨 뜻이예요?”
- 정말 몰라서 묻니?
- ............
- 나....... 아픈 첫사랑을 했다.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는 해바라기 사랑... 지금까지의 사이가 더 멀어질까봐... 어색해져서 아님 내가 싫어져서 떠나 버릴까봐... 아예 못 보게 될까봐... 그게 두려워 고백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가 결국 내 사랑을 다른 남자의 품으로 보내 버렸어. 그런데... 나에게도 행운이 찾아 온 건지... 그 사랑이 다시 나에게 왔어 그래서 이번엔 다시는 놓치고 싶지 않다. 그게 바로 서원이 너야... 너가 날 싫다면 아프겠지만 난 포기 해야 하겠지... 그래 아마 많이 아플꺼야.... 지금도 이 고백을 하기 까지 많은 고민을 했고 하루에도 몇 번씩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경험을 해야 했으니까... 내 상상 속에서 말야... 내가 싫지만 않다면... 아님 다른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면 내가 네 곁에 머물 수 있도록 허락 해줄래?
- “선배... ”
- 춥다!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야겠지? 대답은 다음에... 단 칼에 잘리면 내가 더 충격을 받지 않겠니? 충분히 생각하고 대답해줘! 뭐.... 나를 아프게 하는 대답이 아니기를 빌어야 겠지...
서원은 지금 머리가 너무 복잡하다. 오지 말아야 할 곳을 온 것 같은 기분이 아까부터 들었는데... 그 이유를 몰랐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고백을 받게 됐다. 이럴거라는 걸 몸이 먼저 느낀건가? 그래서 아까도 그렇게 불안 했던 걸까? 고백 같은걸 받으면 무척이나 기쁘고 흥분될 줄 알았는데... 좋다거나 싫다거나 그런 감정보다는 상현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무언지 알수 없음에 갑갑한 마음만 생기는 서원이였고 그저 빨리 바다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만 간절했다.
바다를 다녀온 후 아니 정확히 상현에게 고백을 받은 후 서원은 힘들어 졌다. 자신의 감정을 모르겠기에... 그냥 좋은 사람... 좋은 선배라고만 생각 해왔기 때문에... 물론 바다에서 가슴이 울렁거렸던 느낌을 잊을 수는 없지만 그걸 사랑이라고 말하기는 어딘가 어색하고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서원이였다. 내일 모레면 무엇이 됐든 대답을 해줘야 한다. 상현이 내일 모레 오기로 했으니까... 함께 새해를 맞이하자고 했으니까... 물론 서원의 대답에 따라 행복한 새해 첫 순간이 될 수도 불행한 첫 순간이 될 수도 있다. 말도 못하고 또 말을 한다 해도 들어줄 누군가도 없기에... 골머리만 썩고 있었다.
‘딩동’
인터폰으로 내다본 문 밖에는 범열이 서 있었다. 전혀 반갑지 않은 방문이긴 하지만 자신의 시아버지였기에... 별수 없었다. 알 수 없는 벽이 두 사람 사이를 막아 놓은 것처럼 서원은 좀처럼 범열과 친해지지 못했다. 차라리 사고 때문에 만나게 된 현민이 마음에 더 남았다. 현민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는 느낌... 아마도 자신의 과거를 모르고 있다는 생각에서 오는 편안함인지도 모른다.
- ‘꾸벅’
- 잘 지냈니?
- ‘끄덕끄덕’
별로 할 말이 없는 두 사람이기에 그냥 눈 둘 곳을 찾아 두리번거리기만 했다. 침묵을 깨뜨린건 여전히 범열이였다.
- 서원아... 너를 처음 본 곳이 천사마을 이라는 고아원이였단다... 알고 있지?
- ‘끄덕끄덕’
- 그곳 원장님을 며칠전에 뵈었단다... 여전 하시더구나... 그분이 너를 무척이나 아꼈었거든... 그분은 정말 그 일을 즐겁게 하신단다. 무엇보다 그분은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시거든... 마음이 답답할 때 그분과 대화를 하다 보면 조금은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단다... 꼭 필요한 사람이신거지...
- ............
- 혼자라고 굶지 말고 끼니 꼭 챙겨 먹거라... 그럼 난 이만 간다.
- ‘끄덕끄덕’
서원은 범열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집에 찾아온 이유를 모르겠다. 단지 그 원장님 칭찬을 하기 위해 온 것 같지 않은데... 잔뜩 칭찬만 하더니 가겠다고 일어서는 범열을 배웅하는 서원이였다.
- 서원아... 너도 한번... 만나보지 않겠니? 혼자 고민하지 말고... 약도는 놓고 가마...
범열이 문을 나서면서 마지막으로 한 말로 인해 서원은 모든 의문이 풀렸다. 왜 왔는지... 왜 칭찬을 했는지... 어떻게 서원이 고민 중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라는 또 하나의 의문을 남긴 채로 범열은 가 버렸다.
오랜만에 서원이 잘 있는지 궁금해서 갔는데... 무슨 고민이 있는지... 표정이 조금 어두웠다. 말을 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상현의 고백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자신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 그래서 천사마을 원장님 이야기를 해주고는 그냥 나와 버렸다. 있어봤자 서원을 불편하게만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한 행동 덕분에 서원이 조금이라도 편해졌으면 하는 생각을 가진 범열이였다.
마음이 조금 울적해지는 서원이였다. 저분은 나를 무척이나 배려하고 있는데... 내 몸은 오 이렇게 거부 반응을 보이는 걸까? 왜 아무런 이유도 없이 사람이 이렇게 싫은 걸까? 죄송한 마음도 컸고... 고마운 마음도 너무 컸다. 서원은 옷을 챙겨 입고는 범열이 두고 간 약도를 집어 들었다. 아무래도 가 보는 것이 좋을 듯싶었다. 그리고 간절히 필요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복잡한 머릴 누군가 정리를 해주기를 바랬다.
‘똑똑’
- 네 들어오세요.
- 오랜만이야 오빠!
- 어! 왠일이니? 잠시만 앉아있어... 뭐 마실래?
- 오늘은 기분이 좋아 보인다. 무슨 좋은 일 있어?
- 하하하~~~ 니가 눈치가 빠른거니? 아님 내가 너무 티를 내고 있는 건가? 좋은일! 있지... 아직 확답은 듣지 못했지만... 아마도 조만간 좋은 소식 듣게 될꺼다. 나도 이제 결혼을 해야 하지 않겠니?
- 뭐! 무슨 말이야?
- 왜 소리는 지르고 그러니... 말 그대로야 내가 청혼을 했거든... 그런데... 느낌이 좋아...
- 누... 누구야? 상대가...
- 음... 너도 알꺼다. 그런데 이거 우리 부모님께는 비밀이다. 서원이야.
- 누구! 서원이... 서원언니 말하는 거야? 그런 거야? 오빠 미쳤구나!
- 내가 왜 미쳤니? 암튼 너 입 조심해! 이상한 말 하고 다니지 말고... 말해도 내가 말할꺼니까... 나가자. 점심전이지? 내가 밥살께... 요즘 내 기분이 너무 좋거든...
- 말도 안돼! 그 언니 결혼 했잖아!
- 지금은 혼자야. 그만한 사정이 있어. 밥 먹으면서 말해 줄께...
- 싫어! 나 오빠하고 말하기 싫어... 나갈래!
‘쾅!’
- 야! 문 부서져... 내가 뭘 잘못했나? 것보다 저것이 이상한말 하면 안 되는데... 설마...
상현에게 찾아왔던 미혜는 독을 품었다. 그 여자 때문이다. 문서원이라는 여자! 사사건건 상현과 자신의 사이를 방해 놓고 있다. 이제 겨우 상현이 마음을 다스리고 상현의 집에서도 인정해주고 있는데... 왜 하필이면 지금 나타나서 상현을 또 어려움에 빠뜨리려고 하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결혼이라니 말도 안되는 소리! 상현의 짝은 엄연히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좋아한 것도 자신이 먼저였다.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부모님들도 상현을 좋아하고 마음에 들어 했다. 그리고 한국병원 원장의 외동딸인 자신과 결혼을 하게 되면 상현은 든든한 배경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아직도 한국이라는 사회는 끈이 중요하다. 그런 사회에서 상현에게 미혜는 힘이 되어줄 수 있다. 그걸 상현도 알고 있음에도 미혜를 여자로 봐주지 않는 것에 화가 났다. 아니 여자로 봐주지 않아도 좋았다. 자신을 이용하더라도 괜찮았다. 하지만 상현은 첫사랑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미혜는 조금 시간을 두고 보기로 했었다. 시간이 약이니까... 그러기를 2년! 이제는 됐다고 생각했다. 자신도 아직은 시간 강사지만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니까... 좀 더 상현의 위치와 비슷해졌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고백만이 남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릴적의 만우절의 거짓말처럼 끝나버린 고백이 아닌 자신의 맘과 뜻이 담긴 고백을 할 생각이였다. 그런데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인지... 서원에게 청혼을 했단다. 눈에서 불이 뿜어져 나올 것만 같았다. 청혼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해 하는 상현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신이 금방이라도 질투의 화신으로 변해 상현에게 험한 말을 할 것 같아 자리를 피해버렸다. 그리고 서원 생각으로 행복해 하는 그런 상현의 모습을 보는 것은 참기 힘들었다. 도대체 자신이 무엇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전생에서 내가 무슨 큰 잘못이라도 한 것인지... 서원보다 자신이 부족한게 없는데... 그리고 이제는 집안이나...이런 것 다 치우고라도 서원보다는 자신이 낫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혼자라지만 어쨌든 서원은 결혼을 했던 사람이니까.... 다른 사람은 필요 없다. 서원에게 직접 따져야겠다. 왜 이제와서 무슨 염치로 상현에게 접근 하는 것인지 물어야겠다. 그렇게 생각한 미혜는 서원의 소식을 수소문 했다. 별로 어렵지 않았다. 결혼하고 처음 살던 그 집에 아직까지 살고 있었으니...
한 시간 남짓 가자 천사마을이 나왔다. 서원은 차에서 내려 건물로 들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머리가 아파왔다. 편두통! 지금까지 이런 적이 없었는데... 왜 갑자기 머리가 아픈 거지? 이를 악물고 참았더니... 한겨울에 이마에 땀이 맺혔다.
- 언니? 어디 아파?
- .........
- 선생님~~~ 여기 좀 보세요!!!
서원이 담장을 붙잡고 버티고 있는데 여자아이 하나가 오더니 말을 걸었다. 잠시 후에 건물 안에서 꽤 많은 사람들이 서원이 있는 곳으로 나왔다.
- 어떻게 오셨어요?
- “제가 말을 못하거든요”
- “저 수화 할 수 있습니다. 어디 아프세요?”
- “갑자기 머리가 아파서 그래요. 괜찮아 질거예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저 들을 수는 있거든요”
- 아! 일단 안으로 들어가죠. 날씨가 많이 추워요.
- “고맙습니다.”
안으로 들어간 서원은 두통이 조금 가라앉자 원장님을 찾았다. 하지만 그 시간 치애는 천사마을에 없었다.
- 미리 연락을 하고 오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죄송해요.
- “아닙니다. 다음에 오겠습니다.”
- 운전 하실 수 있겠어요? 여기서 묵어 가셔도 괜찮은데...
- “아니요. 집에 가야죠. 안녕히 계세요.”
집으로 돌아온 서원은 불안했다. 머리는 계속 아파왔고 가슴은 커다란 돌덩이가 짓누르고 있는 것처럼 갑갑했다.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잠을 청했지만 정신은 더 말짱해졌다. 뜬눈으로 밤을 지세고 아침에 일어나 겨우 몸을 추스렸다. 밥 먹을 기분이 아니였지만... 자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범열의 얼굴이 떠올라 억지로 밥을 떴다.
‘딩동’
이른 아침은 아니지만 이 시간에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리자 의아해졌다. 인터폰으로 보이는 얼굴도 누군지 알 수 없는 사람이였다. 그런데 방문객은 서원을 알고 있는 듯 했다. 자신의 이름을 전혀 거부감 없이 불렀으니까...
- 서원씨! 언제까지 밖에 세워둘 꺼예요. 정 내가 집에 들어 가는게 싫으면 밖으로 나오시던지요. 어떻게 할까요?
말이 괭장히 뽀족했다. 많이 꼬여있었다. 왜 그러지.... 내가 알지 못하는 기억 중에 저 사람에게 잘못이라도 한건가? 생각하려 했지만 어제부터 아파온 머리가 나아지지 않아서 더 이상의 생각은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들어오라는 제스처를 취할 따름 이였다.
- 오랜만이네요. 서원씨? 이제 둘 다 사회인이니 꼭 언니라고 부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괜찮죠?
- ‘끄덕끄덕’
미혜는 어젯밤 내내 좋은 말로 하려고 다짐을 했다. 그런데 오늘 서원을 보니 이성을 제어하기가 힘들었다. 얼굴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화가 났다. 그리고 조금의 죄책감도 없는지...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지... 아니 서원이 미혜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아 화가 났다. 그렇겠지... 당신은 언제나 주위사람들에게 보호 대상이였으니까... 나 같은 사람 기억 날 리가 없겠지... 난 당신 때문에 이렇게 화가 나고 마음이 아픈데... 그리고 약간 백치미의 서원이 오늘 더 매력적으로 보였다. 그게 더 화가 났다. 자신도 노력 했는데... 잘 웃고 남을 잘 배려해주던 서원 이였기에 상현이 그녀를 좋아하는 것 같아 자신도 잘 웃고 남을 배려하는 것에 힘을 기울였는데... 그런데... 이 순간에도 차분한 얼굴을 하고 있는 서원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현민은 유학을 결심했다.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서원이 보이지 앟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한국이 그리 큰나라도 아닌데... 어쩔수 없이 마주쳐야한다면...차라리 아주 멀리로 떠난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서원과 상현을 축복해주지 못 할 것 같았다. 더 솔직히는 상현이라는 사람이 행복해 하는 모습이 보기 싫었다. 서원의 옆자리는 자신이여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럴수 없는 자신에게 화가 났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유학이였다. 아버지도 적극적으로 찬성을 하셨다. 얼마전에 가족회의를 하고는 현민의가족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 상대방에게 아니 가족들에게 조금씩만 솔직해지고 대화를 하자 이렇게 화목한 가정이 되는 것을 지금까지 쓸데 없는 고집들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오해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현민이 유학을 말하자 어머니가 서운해서 가지 말라고 말렸지만 진정한 남자가 되어 오겠다며 허풍을 떨었다. 그래서 우학을 가기전에 가까운 친지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오늘은 천사마을의 치애고모를 만나러 왔다.
- 그러기로 했니?
- 예, 고모님.
- 음... 현민아!
- 예, 말씀하세요.
- 나도 서원이를 알고 있단다... 성훈이랑 서원이 잘 어울리는 아이들이였는데... 성훈이가 누군지는 알지?
*********************
바다는 서원에게 아픔의 장소였다. 그곳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모두 잃었다. 중학교 3학년 여름 방학때...
여름방학이 되자 모드들 피서길에 올라섰다. 서원의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주위의 어느 가족보다도 행복해 보였다. 바당 도착한 서원의 가족들은 정말 원없이 신나게 즐겼다.
- 아빠~~~ 우리 보트 타요! 예?
- 너무 늦었지 않나? 금방 어두워 질텐데...
- 아빠는~~ 그게 훨씬 더 멋져요... 노을 지는 바다 위를 보트로 달리는 모습~~ 아! 환상적이야!!! 물살을 가르며... 휘날리는 머리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지나가고...
서원의 고집을 아는 부모님 이였기에 서원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솔직히 기분은 좋았다. 여름에 시원한 바람을 가른다는 것이... 주위배경도 눈이 부시게 이뻤구... 그렇게 행복한 일이 서원에게 불행으로 변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기계 오작동으로 보트 사고가 난 것이다.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펑’하는 굉음과 함께 서원의 가족은 바다로 빠졌다. 그리고 잠시 후에 보트에 불이 났다. 정신을 잃었고 눈을 뜬 것은 다음날 병원에서였다. 사고에서 살아남은 건 안전요원과 서원 밖에 없었다. 서원의 부모님은 그 사고로 서원을 떠나 버린 것이다. 장례식이 치러지는 동안 서원은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멍하니 앉아 있었다. 눈물도 나지 않았다. 자신은 꿈을 꾸고 있는 거라 생각했다. 눈을 뜨면... 꿈에서 깨어나면... 참 어처구니없는 꿈을 꾸었구나...라고 생각하겠지.... 그리곤 빨리 꿈에서 깨어나고 싶어 잠을 잤다. 그런데... 가위라도 눌린 건지 자꾸만 눈을 떠도 또 다시 꿈을 꾸는 건지... 옆에서 울고 있는 친척들이 보인다. 부모님을 화장하고 납골당에 모셨다. 모시고 돌아와서 서원은 큰아버지 집으로 갔다.
- 쟤 때문이야... 엉엉엉~~~ 그러게 남의 자식 거둬서 키우는거 아니라고 했잖아.. 내가...
- 막내야! 입 조심해! 서원이 듣는다.
- 그래... 지금은 서원이가 가장 충격이 클꺼야... 그게 사고지 누가 일부러 그런거니?
- 알아! 하지만...
- 그만해라! 듣기 싫다.
- 막내 말이 전부 틀린건 아니 잖수. 결국 오빠랑 언니가 딸내미 대신 죽은 거잖아.
- 그런 말들 하려면 다들 집으로 가!
자다 목이 말라 깬 서원은 이들의 대화를 듣고 말았다. 하지만 충격을 받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제 와서 충격 받아봤자 어쩔 것이며 벌써 서원이는 또 다시 고아가 된것이니... 고야였단 사실에 놀라지 않았다. 다만 자신의 부모님이 고마울 따름이였다. 그리고 자신 때문에... 자신이 부모님을 죽음으로 내몬 것 같아 죄송했다. 사고야 어쩔수 없었다 치더라도 보트를 타자고 조른건 자신이니까... 그렇게 여름에 부모님을 떠나보내고 서원은 고등학생이 되었다.
Rrrrrrrrrr Rrrrrrrrrrrr
- 여보세요?
- 안녕하셨어요? 막내고모
- 누구?... 서원이니?
- 예....
- 왠일이니? 전화를 다 하고?
- 지금 괜찮으시면 저 좀 만나 주세요. 제가 그리로 갈께요.
- 그래... 진짜 무슨 일이야?
- 가서 말씀드릴께요.
서원의 친부모님도 사고로 돌아가셨단다. 그때도 자신만 그 사고에서 살아났다고 한다. 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알수는 없지만... 어쨌든 질긴 목숨이라 생각했다.
- 서원아... 네가 싫어서 그런 말 한건 아니야... 그냥 갑자기 감정이 격해서 그런거지?
- 알아요... 저를 싫어했다면 지금까지 거둬 주지도 않으셨을 거잖아요... 고모 원망 같은거 안 하니까... 걱정 하지 마시고 신경 쓰지 마세요... 전 그냥 고모가 제일 편할 것 같아서 고모를 찾아온거예요. 저...... 이만 갈께요...
- 그래도 서원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게 어떻겠니? 아직 어린데 혼자 사는건 무리야... 요즘 세상이 얼마나 험한데... 여자가 혼자 살아...
- 솔직히 저... 염치가 없어요. 그리고 저 보실 때 마다 우리 엄마 아빠 생각나서 눈물 훔치시는 할머니 보는 것도 힘들구요... 결론은 저 좋자고 하는 거니까... 말리지 말아 주세요.
그래서 서원은 그때부터 혼자 살게 된것이다. 물론 학비나 생활비는 큰아버지가 다 부담하는 조건으로 독립을 허락 했으니... 서원은 꽤나 인복이 많다고 봐야겠다. 그리고 그때부터 서원은 여름 모두가 몰려가는 바다를 절대로 찾지 않았다. 탁 트인 바다를 보면 갑갑했던 마음이 확 풀린다고들 하지만 서원에게는 모든 것을 집어 삼키는 경계의 대상 이였다. 오늘 그 바다를 보러 왔다. 오년만에... 괜찮을거라 다짐에 다짐을 했건만... 무너지고 마는 서원이였다. 분위기 때문인지 마음 한켠에 꼭꼭 감춰두었던 이야기를 성훈에게 다 말해버렸다. 성훈이라면 괜찮을거라 생각했다. 따뜻하게 안아주는 성훈의 품이 좋았다. 그 품에 기대어 한없이 더 울어버렸다.
- 서원아... 난... 바다를 이길 자신이 있거든... 정 못 이길 것 같으면... 바다 오지 말지 뭐... 난 바다 안 와도 상관없거든... 난 서원이 너만 있으면 되거든...
- ...........
성훈이 손이 흘러내리는 서원의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조심히 또 조심히 서원의 얼굴 가까이로 자신의 얼굴을 가져갔다. 그리곤 이마에 눈에 코에 차례로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성훈의 입술과 서원의 입술이 만났다. 성훈의 입술이 서원의 입술을 살짝 핥고는 떼버렸다 또 다시 핥기 시작했다. 어린아이들이 아이스크림을 아껴 먹는 것처럼...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심히... 서원은 첫 키스였다. 그래서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했다. 친구들에게 듣기는 했지만... 그건 말 그대로 들은 것뿐이기에... 그런데 성훈이 자신의 입술을 핥기 시작하자 자신도 모르게 성훈의 목으로 자신의 팔을 둘렀다. 그리곤 성훈의 혀를 받아들였다. 끝이 나자 서원은 민망함에 얼굴을 들 수 없어 애꿋은 모래 바닥만 헤치고 있었다. 어두워서 빨개졌을 얼굴이 안보여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 서원아... 첫눈에 반한다는 말 믿니? 난 그말 안 믿었다. 그건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지금 내가 그래... 천사마을에서 널 처음 봤을 때부터 내심장이 너로 인해 민감하게 반응하거든... 그럼 우리 영화찍는거지? 주인공은 이성훈과 문서원이구... 영화 보면 주인공들은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겨도 나중엔 꼭 행복해지거든... 그러니까 우리도 우리의 삶에 주인공이니까... 꼭 행복해질꺼야... 하지만 행복해지는 법칙중 하나가 사랑하는 사람과 끝까지 함께 하는 거더라. 나랑 함께 할래? 난 행복해지고 싶거든...
성훈의 말에 서원의 심장이 미칠 듯이 뛰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좀 전의 키스로 인해 심장이 맘대로 요동치고 있는데... 기뻤다. 성훈도 자신을 좋아한다는 말에... 하지만 더럭 겁이 났다. 지금까지 서원과 가까웠던 사람은 다 불행해졌으니까....
- 저... 저기..... 성훈오빠... 고마워요... 그런데 저 솔직히 겁이나요. 말씀 드렸잖아요... 제 주위 사람들은 저 때문에 꼭 불행해져요... 이제 그만 잃고 싶어요. 아니 오빠만큼은 잃고 싶지 않아요...ㅠ.ㅠ
- 서원아! 이것만 말해줄래? 싫어 좋아 쉽지? O,X 문제니까... 다른건 그때 가서 생각하는 거야... 대답은?
- ㅠ.ㅠ 저도... 저도 오빠 많이 좋아해요...
- 그럼 된거야... 고맙다. 서원아~~~
서원을 와락 껴안는 성훈이였다. 서원에게는 아픈 기억만 생각나게 하는 바다이지만 성훈에게는 참으로 고마운 바다였다. 바다 때문에 오빠라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고, 고백도 멋지게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저의 부주의로 아홉을 빼먹고 십번을 올렸었습니다. 몇분 보시지 않은것 같았지만... 그 분들께 사과를 드립니다. 그리고 너무 늦게 나타난 저 너무 구박하지 마세요...
설마... 저 잊어버리신건 아니죠?
그럼 제가 지구 끝가지라도 좇아가서 기억나게 해드릴수 있는데...ㅋㅋㅋ
(미저리 아시죠?ㅎㅎㅎ) 휴가때 며칠 쉬면서 하루만 하루만 하다보니 오늘이 되버렸습니다. 죄송함다... 혹시나 제글을 기다리고 계셨던분! 정말로 정말로 죄송합니다. 없었다구요? 빈말이라도 있었다구 해주시죠..
더운 날씨 속에서 고생들 많이 하셨죠? 오늘은 조금 덜 덥네요... 웅~~~ 전 요즘 더워서 밥맛도 없답니다... 구래서 오늘 저녁엔 삼겹살 파티를 하려구요...
(사실은 아는 분들이 삼겹살을 먹는다기에... 습격을 한번 할까? 생각......결국엔 행동으로 옮기기로 한거죠...ㅋㅋㅋ
) 건강들 챙기시구... 덥다고 찬거 너무 많이 드시지 마시기를...케케케~~~ 헤브 어 굿데이!!!!! 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