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에게 기대해선 안될 두 가지 - 11
어렸을때 부터 친구가 없었던 나는 외롭거나 기댈곳이 필요하면
어머니를 찾아갔다.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하고,쉽게 길들여지지도 않던 나는
사나운 눈빛을 하고 있는 한 마리의 야생 고양이였다.
그런 나 였지만 어머니 한테서 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보통 사람들에게서 느낄수 없는 따스함을 어머니에게선 느낄수 있었다.
그건 바로 믿음,사랑,확신 때문이였다.
내가 아무리 못생기고,못난 짓을 하고 다녀도
날 절대 미워하지 않을꺼란 믿음을 주었고,
이 세상에서 나라는 인간에게 유일하게 관심과 사랑을 가져 준 사람이였고,
저 위의 믿음과 사랑은 어떤일이 있어도 변하지 않을꺼란,
눈물의 확신을 주었다.
그러니까 그녀는 나에게 있어 어머니란 존재 그 이상이였다.
그런 나의 모든것을 5년전에 잃었다.
난 내가 살아야할 이유도,그렇다고 죽을만한 용기도 없었다.
그녀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수 없다는 두려움이 내 마음의 벽을 쌓기 시작했다.
벽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더 높게 쌓여져만 갔다.
키 작은 나는 위를 아무리 바라보아도 벽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벽을 부술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잃어버리자 내 마음속엔
내가 아닌 또 다른 내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 녀석은 처음엔 많이 낯설어하며 내 마음속의 구석 한부분을
차지하며 살아가더니,점점 날 밀어내기 시작하며
자신의 집인것마냥 행동하기 시작했다.
너무나 잘 알면서도 녀석을 밀어낼수가 없었다.
녀석은 똑똑하면서도 욕심이 많았다.
날 구석으로 밀어낸것에 만족 하지 않고,
내 마음속의 두려움을 이용해 날 위협 하기 시작했다.
난 그렇게 천천히 죽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나의 감겨진 눈가로 빛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한 여자의 목소리가 나의 눈을 뜨게 한것이다.
"미안해.아프게 해서.."
"내 눈엔 이렇게 잘생기고 멋진 현민인데.."
처음으로 웃을수 있었다.
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녀석에게 소리를 쳤다.
여기서 나가라고..여긴 네가 있어야할 곳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 모든게 꿈이였을 줄이야..
녀석은 꿈에서 깬 나를 쳐다보고는 씨익 웃으며 말한다.
"참고 지내다 보면 미운 정이라도 들줄 알았다?
그런데 너란 남자애.진짜 불가사의 하다.
보면 볼수록 싫증나고 꼴 보기 싫어져."
손으로 귀를 막으며,소릴 질렀다.
"꺼져.꺼지라고!!다 사라져 버리라고!"
그때서야 난 정말 꿈에서 깰수 있었다.
-오늘 하루만-
눈을 뜨니 두가지 사실을 발견 할수 있었다.
첫번째,나의 온몸이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는 것이고
두번째,지나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날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천천히 눈을 감으며 입을 열었다.
"쳐다보고 있지 말고 나가줄래?"
"현민아."
"귀 먹었어?나가달란 말 안들려?"
지나는 내 말이 끝나고도 몇 초간 더 망설이는듯 싶더니
결국 방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지나가 내방에서 나가자 난 눈을 떴고
꽉 닫혀있는 방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가식적인 년."
거실에서 하나와 지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토요일이여서 그런지 지나는 학교를 가지 않았던 모양이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문득 알수없는 웃음이 입밖으로 터져나왔다.
집의 주인은 방구석에 쳐박혀있는데 얹혀사는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거실에서 TV를 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무 뻔뻔스럽고 괘씸하다는 생각만 들뿐이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집 문제를 거들먹거리며
나한테 잘 보이라는 얘기 따위는 하기 싫었다.
솔직한 내 마음을 얘기하자면,
지금은 저 자매들의 얼굴을 마주 하는것조차 싫었다.
그렇게 방안에서 한숨만 쉬고 있기를 몇 시간째였다.
아침도 안먹었던터라 허기도 진 상태였고,
방안에서 계속 이러고 있을수도 없는 일이였기에.
단단히 마음을 먹고 방문을 열었다.
내가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가자,
하나와 지나가 깜짝 놀라며 날 쳐다본다.
난 하나와 눈이 마주쳤지만 시선을 재빨리 다른곳으로 돌리고는
부엌을 향해 묵묵히 걸어갔다.
부엌에 가서 냉장고 문을 열려고 하니
쇼파에 앉아있던 하나가 내 쪽으로 다가온다.
그리곤 냉장고 앞에서 가만히 서 있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오빠."
대답하기 싫었기에 대답하지 않았다.
난 하나의 말을 못 들은척,냉장고 문을 열었다.
"어제 죄송했어요."
역시 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냉장고안을 들여다보니 마땅히 먹을만한것도 없었기에
다시 냉장고문을 닫아버렸다.
그리고는 내 앞에 서 있는 하나를 스쳐 지나갔다.
뒤에서 들려오는 하나의 목소리가 날 붙잡는다.
"오,오빠."
난 크게 쉼 호흡을 하고는 하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하나는 울상을 지은채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난 그때서야 하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어쩌자고?"
"......."
알수없는 비웃음이 내 입가에 서려졌다.
"너희 언니가 나보고 사과하라든?"
"......."
"그런거라면 사과할 필요없어.
넌 어제 나한테 술 주정 부린게 아니잖아?
너의 진심을 솔직하게 얘기한건 잘한거야.
그러니까 미안해할 필요없어."
하나는 날 향해 무슨 말을 하려다가
나의 얼굴을 보더니 입을 다물어버렸다.
더이상 그 어떤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
변명은 변명일뿐이니까 말이다.
하나와 지나를 번갈아보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한마디만 더 할께.너희들이 무슨 큰 착각을 하나 본데
난 처음부터 너희들에게 아무 기대도 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아무렇지도 않다는 얘기야.
내 앞에서 불쌍한 표정 따윈 짓지마.역겨워."
아무 대답도 없는 그녀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수작부리지마.
항상 말했지만,너희들을 받아들일 마음 따윈 없어.
여기서 나갈때까지 조용히 쉬다가 가라."
난 그렇게 말하고는 내 방으로 돌어와
지갑과 핸드폰만을 챙긴채 집을 나와버렸다.
집에 있기 싫어 밖으로 나왔지만 내가 갈말한 곳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었다.
혹시나 싶어 핸드폰을 뒤적거려보지만,역시 연락할 만한 사람은 없다.
연락은 커녕 핸드폰에 1번으로 저장되어 있는 상진이 녀석을 지워버렸다.
돈 때문에 붙어있던 친구였던지라 미련없이 지워버렸다.
집 주변을 배회하다가 근처에 있는 공원으로 들어갔다.
공원 벤치에 앉아 담배 한 개피를 입에 물고는 불을 붙였다.
생각해보니 이 시간에 이렇게 밖에서 혼자 담배를 피는 경우도
처음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에 알수 없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렇게 하늘을 쳐다보며 담배를 피고 있는데
옆에서 한 남녀의 속삭이는듯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자기야.이거 먹어봐."
"자기라 부르지 말래도."
"왜 자기야.내가 자기라고 부르는게 싫어?"
"아니,자기야.풉."
"히히힛."
그 소리를 듣고 있는 나의 얼굴은 어느새 굳어져있다-_-
난 일부로 헛기침을 해대며 조용히 좀 해달라는 무언의 표현을 했다.
그러자 그 커플들은 자지러지는 웃음 소릴 낸다.
"푸하하.부끄럽게 왜 그래."
"왜?니가 귀여우니까 귀엽다고 그러지."
그 자리에 계속 앉아있으면 나도 모르게 살인마가 될것 같아;
피던 담배를 바닥에 비벼 끄곤 벤치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공원을 다시 나오려 하는데,
커플중 여자의 목소리가 나의 귀를 파고든다.
"쟤 너무 불쌍하다.못 생겨서 여자친구도 없나봐."
그러자 남자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쉿.들리겠다.조용히 말해."
하지만 남자의 얘기에 여자는 코웃음을 친다.
"풋.들리면 어때.저런 애들은 우리가 아무리 욕해도
뭐라고 말 한마디도 못할껄."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맞는 말이다.평소같았음 분명히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못 들은척 그냥 뒤돌아 섰을것이다.
하지만 난 지금 충분히 화가 난 상태였다.
굳이 너희들이 나를 건드리지 않아도 머리 끝까지 화가 난 상태라고..
난 그 커플들을 향해 웃으며 다가갔다.
그러자 여자는 깜짝 놀라며 손으로 입을 막는다.
웃음을 계속 유지한채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뭐라고 그러셨죠?"
"아,아니.그게요."
난 다시 한번 웃어주며 입을 열었다.
"제 귀가 잘못 들은걸까요?아니면 그 쪽 입이 미쳤나요?"
그때서야 여자 옆에 앉아있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실수 할수도 있지.그만 하고 가지?"
내 앞에 서 있는 남자는 나보다 덩치가 훨씬 커보인다.
싸움을 잘하게 생긴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나 정도는 충분히 가져놀꺼란 생각이 들었다.
"실수라고요?"
"아.그만 가라니까!"
"네.가,갈꺼예요-_-;"
이,이게 아닌데.난 지금 분명히 이성을 잃었단 말이다.
그런데 내 입에서 터져나오는 이 비굴한 얘기들은??
남자는 짜증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 가슴을 밀쳤다.
"야.가라고.맞고 싶지 않으면."
남자의 손에 한발자국 뒤로 밀리면서 난 피식 웃었다.
남자는 내가 웃는걸 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치켜뜬다.
"웃어?너 뒤지고 싶냐?"
"아뇨.안웃었어요;"
마음은 내 앞에 있는 남자랑 싸우고 있는데
행동은 병신 처럼 도망갈 궁리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냥 도망가기는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았기에
도망갈 껀덕지라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너 3초안에 안가면 나한테 맞는다?"
"하하."
난 남자를 보며 큰 소릴 내며 웃었고..
"하나."
"근데요."
"둘."
"음-_-;"
"셋."
"셋" 소리가 끝나기가 무섭게 몸을 돌렸다.-_-;;
그리곤 빠른 걸음으로 공원을 빠져 나오려 했다.
하지만 날 다시 멈추게 하는 여자의 웃음소리..
"아하하.쟤 너무 웃겨.병신 같애.하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앞에서 대놓고 욕을 하고 있는 저 여자와,
이쁜 말로 포장시켜 내 마음을 욕하는 지나와
도대체 뭐가 다른가?하는 생각 말이다.
몸을 다시 돌려 그 커플들을 향해 걸어갔다.
아니,뛰어갔다는 표현이 옳을것이다.
그리곤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는 남자에게 달려가 발로 가슴을 차버렸다.
"퍽."
남자의 몸은 벤치 뒤로 넘어가버렸고
벤치 뒤에서 다시 몸을 일으키는 그 남자의 면상에다가 주먹을 날렸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남자는 미친듯이 소리를 질러댔다.
"악.."
그리고 내 호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으로 남자의 뒷통수를 힘껏 내려찍었다.
남자는 비명소리와 함께 벤치 옆으로 쓰러져버렸고,
여자는 옆에서 계속 비명소리만 질러대고 있었다.
여자를 무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닥쳐.씨벌년아."
"왜,왜 이래요?"
"왜 이러냐고?네 년 눈까리에는 내가 병신으로 보여?어?"
여자는 무서웠는지 울음을 터트렸다.
지나가던 주위 사람들이 이 광경을 쳐다보고 있었다.
일이 커질것 같아 재빨리 지갑에서 십만원 짜리 수표 3장을 꺼내어
여자에게 던지며 말했다.
"돈 줄테니 어디 조용한데 들어가 술이나 쳐 마시던지,
아니면 둘이서 밤새도록 관계를 갖든 뭘 하든 상관안할테니까
다음부턴 공공장소에서 함부러 아가리 놀려대지마.알았어?"
난 그 커플을 향해 그 말을 내뱉고는 재빨리 공원을 빠져나왔다.
그리곤 길거릴 걸으며 한참동안 웃어제꼈다.
지갑을 열어보니 만원 짜리 2장이 전부였다.
순간적인 감정을 못 이겨 남자를 때리고,돈을 던져줬지만..
굳이 30만원이나 줄 필요가 있었을까?-_-;
자꾸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수 없을것이다.
오늘 하루종일 밖에서 시간을 때울려면 2만원으론 부족했다.
이런일이 있을줄 알았으면 카드라도 들고 나오는것인데 말이다.
날씨도 덥고,마땅히 들어갈만한곳도 없었기에
눈 앞에 보이는 피씨방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아르바이트 생으로 보이는 여자가 나에게 인사를 한다.
난 그 여자를 보며 얼떨결에 고개를 숙였다.
그리곤 뭘 해야될지를 몰라 문 앞에서 가만히 서있었다.
그랬다.피씨방은 처음 와보는곳이였다.-_-;
난 친구가 없었던지라 피씨방 같은 곳은 와볼 기회가 전혀 없었다.
피씨방안에 들어가서 멀뚱 멀뚱 가만히 서 있으니
카운터에 있던 여자 아르바이트생이 씨익 미소를 지으며 묻는다.
"뭐 하시게요?"
난 여자 아르바이트생을 쳐다보며 대답했다.
"뭐 해야되요?"
"네?-_-;"
여자 아르바이트생은 어이 없다는 표정이였다.
"여기 돈 2만원 주면 몇 시간 있을수 있어요?"
"하,하루종일 있을수야 있긴 한데.."
"그럼 저 오늘 하루만 여기 있을께요."
그리고는 지갑에서 2만원을 꺼내어 여자에게 내밀었다.
날 이상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여자를 뒤로한채,
카드에 적힌 번호를 찾아가 앉았다.
피씨방 의자에 앉은 나는 그때서야 겨우 한숨을 돌리고 있었다.
그리곤 자연스럽게 옆을 쳐다봤는데..
씨부랄 -_-;또 옆 좌석엔 한 커플이 다정스럽게 앉아있었다.
아르바이트생에게 자리를 옮겨달라고 말해볼까 생각하다가
그것마저 귀찮았던 나는 의자에 머리를 기댄체 눈을 감았다.
-나의 그림자-
피씨방에서 그렇게 잠이 들었다가,
호주머니에서 울려대는 핸드폰 진동때문에 잠에서 깨버렸다.
눈을 감은채로 핸드폰을 귀에 갖다대었다.
"여보세요?"
"현민이냐?"
"누구시죠?"
"삼촌이다."
"사,삼촌?"
나에겐 삼촌이 없었다.
"뭔 헛소리야.나한텐 삼촌 없어."
"너 정말 나 누군지 모르겠어?"
그때 어린시절부터 나의 뒤를 따라다니며 그림자 역활을 해주던
종민 형이 떠올랐다.
"아.조,종민형?"
"그래.형이다."
너무나 반가웠다.이 세상에서 어머니 다음으로 친했던 사람은
우습게도 종민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너무 반가웠던 나머지 이렇게 말했다.
"종민이 왠일이야.잘 지냈어?"
"..........."
"형.장난이야-_-;;"
"이 새끼.그러다 죽는다?"
"형.아버지 한테 이른다?"
"하하.미안하다;"
역시 종민형은 우리 아버지에게 약했다.
그도 그럴수 밖에 없는게 우리 아버진 종민형을 고용한 사람이기 이전에
종민형에게 주먹 세계의 큰 형님이셨기 때문이다.
"그래.몸은 건강하고?"
"그렇지 뭐."
종민형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술도 땡겼거니와
얼굴도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나 오늘 술 한잔 사줄래?"
"별일이다?니가 나한테 그런 부탁을 다하고."
"그냥 술 마시고 싶어서."
"이 녀석이?얌마.넌 술 마시고 싶으면 형님께서 하는 술집 많잖아?
거기 들어가서 밤새도록 퍼 마셔도 되잖아?"
"나 아버지가 하는 곳에서 술 마시기 싫어."
"음.."
"형.사줄꺼야?말꺼야?"
"사주는거야 문제 없지.그럼 지금 올래?"
"어디로 가면 돼?"
"XX동 XX사거리에 있는 하나 단란주점으로 와."
"하나 단란주점?이름이 왜 그 따위야-_-"
"싫음 말구."
"알았어요.갈께."
"그래.기다리마."
"아참.형."
"어?"
"나 택시비 없어."
"시발넘;;"
전화는 그렇게 끊겼다.
난 피씨방을 나와 택시를 잡고는 종민형이 일하는 주점으로 향했다.
간만에 종민형 만날껄 생각하니 그때 생각이 난다.
내가 공업 고등학교에 입학 한지 얼마 안됐을때 얘기다.
싸움도 못하고 겁이 많았던 나는 교실에서 자주 놀림을 당하곤 했다.
날 그림자 처럼 따라다니는 종민형에게 말하면
금방 해결될 일이기도 한데 그러기가 싫었다.
중학교를 다닐때도 종민형의 도움을 자주 받아왔던 나는
전교생에게 비겁하고 겁 많은 새끼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따돌림을 받으며 지냈더랬다.
그 일로 인해,아무리 힘들더라도 종민형에겐 도움을 받지 않으려 했다.
어쨌든 난 고등학교에서도 계속 이어지는 구타와 놀림때문에
항상 얼굴이 어두웠고,나의 얼굴을 보고는 대충 눈치를 챈 아버지는
그 일로 인해 종민형을 자주 혼내셨다.
물론 나는 모르고 있었지만 말이다.
하루는 종민형이 나에게 물었다.
"너 괴롭히는 녀석 없어?"
"없어."
"없다고?있는거 다 알아."
"내가 없다는데 무슨 말이야?그리고 형."
"왜?"
"형 돈 때문에 이러는거지?"
"........."
"형 나 어린애 아냐.그러니까 나 따라다니지마.
형 일 잘하고 있다고 아버지한테 잘 말해줄테니까.
나 학교에 있을 시간에 형 하고 싶은거 해.
무슨 일이 있어도 형 피해 안가게 할테니까."
종민형은 나의 그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일이 있고 난 며칠후..
학교 수업을 마치고 나서도 4명의 애들에게
돈을 뺏기는등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사람 마음이라는게 막상 일이 닥쳐오면 후회하기 마련이다.
얼마전에 종민형에게 그렇게 말해버린걸 후회하고 있었다.
자존심?그딴거 다 필요 없었다.
난 지금 더이상 맞기 싫었을뿐이고,
날 괴롭히고 있는 이새끼들에게 미친듯이 복수하고 싶을뿐이였다.
나의 복수는 현실로 이루어졌다.
종민형은 어느새 내 옆에 나타나서는 애들을 한명식 때려 눕히고 있었다.
4명의 애들을 순식간에 때려 눕힌 종민형은 고개를 돌려 날 쳐다보았다.
그리곤 형은 나에게 물었다.
"더 할까?아님 그냥 갈까?"
"형.내가 할래."
"그러던지."
비겁하지만,난 종민형에게 맞고 쓰러진 애들에게 발길을 해댔다.
학교에 입학한 이후로 몇 개월동안 당했던지라,
아무리 밟고 밟아도 증오심은 풀리지 않았다.
"현민아."
"어?"
"죽일려면 죽여.내가 책임지마."
땅에 쓰러진 고등학생들은 그 얘기를 듣고 몸을 흠칫 떨었다.
종민형의 얘기는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죽일 용기 없으면 그만해라."
".........."
"어차피 너의 그 증오심은 오래전부터 쌓인거라
쉽게 풀리지 않을꺼다.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그냥 참아라.남자라면..알았냐?"
"........"
한숨을 쉬던 나는 종민형을 쳐다보며 말했다.
"형.가자."
그날 차에서 운전을 하고 있는 종민형에게 물었다.
"형은 몸집도 작은데 왜 그렇게 쎄?"
종민형은 나의 그말에 피식 웃었다.
"짜샤.너희 아버지께서 왜 하필이면 나를 너한테 보냈겠냐?
내가 이래뵈도 너희 아버지 밑에 애들중에서 가장 쎄다."
한번 띄어주니 아주 작정하고 거짓말을 해대는 종민형이였다.-_-
"아버지 한테 물어볼까?"
"쿠,쿨럭;"
"제일 도움이 안되니까 왔겠지-_-"
"........."
종민형은 아무말 없이 조용히 운전대만 잡고 있었다.
옆을 쳐다보며 말했다.
"기사 아저씨,여기 세워주세요."
"여기요?"
택시 앞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종민형이 보인다.
난 웃으며 택시에서 내렸고 악수를 권하는 종민형에게 말했다.
"형.택시비 달래."
"으,응-_-;"
난 종민형을 따라 단란주점 안으로 들어갔고
단란주점의 문을 지키고 있는 남자 직원들이 종민형에게 90도로 인사를 한다.
"형."
"왜?"
"형 여기서 뭐 좀 되나보다?"
종민형은 나의 그 질문에 그냥 웃어보일 뿐이였다.
종민형은 날 VIP석으로 데리고 들어갔고,
자리에 앉은 종민형은 마담에게 귓속말로 뭔가를 주문한다.
난 그걸 보며 눈치를 챘고 종민형을 쳐다보며 말했다
"형.여자는 부르지마."
"내가 알아서 해줄테니 기다려."
"아,아니.정말 여자는;;"
"됐어.넌 그냥 잠자코 있어."
잠시후 방안으로 10명 가량 되는 여자들이 들어왔고,
난 한숨을 쉬며 고개를 내리깔고 말았다.
종민형은 내 팔을 흔들며 말한다.
"야.제일 이쁜 애로 골라봐."
"형.나 정말 이런거 싫어."
"괜찮아.남자는 다 이런거야.골라봐."
"형.싫다니까."
라고 말하고 있는 나는 어느새 여자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_-;;
전부다 너무 이뻤던 관계로 눈을 맞춘다는것 자체가 벅찼다.
한명씩,한명씩 살펴보다가 오른쪽 제일 구석에
서 있는 여자를 보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지,지나..??"
종민형은 그런 날 쳐다보며 말한다.
"아.채영이?이녀석 보는 눈은 있네.
쟤가 여기서 제일 인기 많다."
내 눈을 믿을수가 없었다.
지나가 일하던곳이 여기였단 말인가?
아니다.자세히 보니 지나가 아니였다.
하지만 우연치고는 지나와 너무 닮은 여자였다.
종민형은 나의 표정을 살폈는지 그 여자에게 오라는 손짓을 했다.
여자는 내 옆으로 다가오더니 웃으며 인사를 한다.
"채영이라고 합니다.잘 부탁합니다."
옆에서 여자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으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세상에,이렇게 닮을수도 있단 말인가??
채영은 날 쳐다보며 씨익 웃는다.
난 채영의 얼굴에서 지나를 발견하고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그러자 채영은 나의 팔을 살짝 흔들며 말한다.
"너무 귀여운거 아니예요?"
Written by Lovep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