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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12 ] 피렌체에서 7일

시아 |2004.08.16 08:19
조회 4,963 |추천 0

 

주말 잘 지내셨어요. 저도 잘 지냈습니다.

좋은 한주 맞으세요. ^^*

이제 슬슬 서늘해 지겠죠. 힘내시면서 ,,,,^^*

바다님, 일등을 축하합니다. 제 사랑과 뽀뽀를 전해요.

이번 한주 건강하세요.

이수연님, 엘리쑤님, 겨울나그네님, 제 사랑과 부비부비를 드려요.

잘 지내고 계시죠.

희동이마을님,  제 사랑과 부비부비를 드려요. 더운데 건강챙기시고요.

윤현주님, 아가페님, 깨비님,  제 사랑과 부비부비를 드려요! 화이팅! 행복한 한주!

임경옥님, 곰돌이님, 블루님, 제 사랑과 부비부비를 드려요 더운데 건강챙기시고요

 민들레님, 윤혜정님, 밥풀님,  제 사랑과 부비부비를 드려요 화이팅! 행복한 한주!

새치미님, 따기님,  제 사랑과 부비부비를 드려요 화이팅! 행복한 한주! 잘 지내고 계시죠

그리고 추천과 클릭하여 주신님들 ^^*

감사합니다.

 

~~~~~~~~~~~~~~~~~~~~~~~~~~~~~~~~~~~~~~~~~~~~~~~~~~~~~~~~~~~

 

 

 

12장. 젊은 그들 .

 

 

 

 

 아침 식사를 마치고, 거실에  나와 앉아 차를 다 마실 때까지도 시일의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는 더는 궁금해서 못 참겠다며 그의 어머니에게 물었다.

 

 

 

 


“하실 말씀 있으시다면서요?”


“너랑 조용히 이야길 하고 싶어서 ….”

 


“무슨 말씀이세요?”


“ 시일아 , 넌 그동안 쭉 엄마 말을 잘 들어 주고 있었지. 넌 좋은 아들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어린 너에게 계속 , 엄마가 빼앗긴 회사를 다시 찾아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어서 미안하

 

긴 했지만 , 그래도 넌 지금까지 아주 잘 해 주어서 ……내가 언제나 고맙고 .”

 


“회사도 찾았잖아요. 어머니 ……이제 시작이에요”


“네, 아버지가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았더라도 우리가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문

 

이수라는 아가씨, 말인데 ……  .”

 


“ 네 , ”


“ 너랑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

 


“ 어머니, 아시잖아요. 제가 여자들에게 관심 없는 거 , 이러는 거 문 이수가 처음이에요.  제

 

가 알아서 하겠어요. ”


“음…안 돼. 시일아 . 생각 해봐라. 우리가 패션 회사를 인수 한 것도 모자라 약혼녀까지 빼앗

 

으면 지민이 가만있겠니? 그 애를 만만하게 보지 마라.  무서운 사람이야. 절대 만만하게 봐선

 

안 돼. ”

 


“그렇다면 싸워야겠지요. 어머니의 한과 아버지의 죽음도 책임을 져야 할 테니…… ”

 


김 미희여사는 입을 다물었다. 가슴의 한. 시일이 굳이 그렇게 풀어 말했지만 그게 무얼 의미

 

하는지 물론 알아들었던 것이다.

 


“이수씨는…어떻게 아셨어요?”


“내가 너에 대해 모르는 게 어디 있니?”

 


“언제…아셨어요?”


“지난번에, 네가 피렌체에 있을 때, 들었다.”

 


순간 시일의 가슴이 툭 내려앉았다.

 


“혹시 …정 진하에 대한 파일을 보내 준 게 ?”


“무…무슨 말이니?”

 


“ 죄송해요. 어머니 ……아버지한테 다녀오신 거 알아요.  함께 가서 뵙지 못해서… 죄송해요 .

 

하지만  이수 문제는 제가 알아서 하겠어요.  ”


“그래 …너를 믿는다. 절대 경거망동하면 안 돼. 신중해야 된다. 알겠니?  ”


“걱정 마세요. 어머니 , 우리 싸움은 이제 시작입니다.  ”

 


웃으며 시일을 돌아보던 김미희 여사가 그의 손을 꼬옥 잡았다. 그건 백 마디의 말보다도 더

 

위로가 되는 말이었다.

 

 

 

 

 

 

* * *


“어마, 아가씨! 축하드려요.”

 


아주머니가  현관문을 열며 반가와 했다.

 


  “네……”

 


아주머니의 축하 인사에 대해서도 이수는 따뜻한 말을 건넬 수가 없었다. 마음이 착잡했다.

 


  “아주머니, 거실로 커피 좀 갖다 주세요.”

 


  지민은 무뚝뚝하게  말했다. 아주머니가 주방으로 들어가자 이수는 지민을 두고 


거실로 들어갔다.  이 거실에는 정이 들지 않는다. 이수의 취향대로 화사하게 꾸며진 거실이

 

었지만  지민과 마찬가지로 조금도 포근함을 느끼게 하지 않는다.


  도대체 자신이  이제 와서 왜 지민과의 결혼을 그처럼 망설이는지 알 수가 없었다. ? 나는 어

 

차피 지민을 열렬히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을 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진하 외에 그

 

어떤  사람도 사랑할 줄 모르니까. 그러나 내가 지민의 프로포즈에 승낙한 것은 지민의 변함

 

없는  사랑에 마음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사랑도 시일의 등장으로 그 강렬했던 피

 

렌체에서 7일과 함께  더불어 죽고 말았다. 샤워를 마친 지민이 이수 곁으로 다가와 앉았다. 

 

 


“오늘 밤 장인어른께서 저녁 식사하러 오실 거야. 우리가 결혼 날짜를 잡았다는 말씀을 드렸

 

어. 연락은 드려서  알고 계시지만, 전화로만  알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그리

 

고 ”

 


커피를 기다리면서 지민이 말했다.

 


  “아버지께서 좋아하시겠군요.”

 


이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실 테지. 쭉 이수와 내가 결혼하기를 바라셨으니까…… ”

 


지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는 커피를 마시기를 포기하고 작은 컵에 위스키를 따랐다. 이수

 

는 그런 그를 놀라서 바라보았다.

 


  “이런 시간에 벌써 위스키를 마셔?”

 


 지민의 슬픈 눈이 이수를 힐끗 쳐다본다.

 


  “왜? 나는 이러면 안 되나?”


  “그러지 말아.”

 


이수는 어깨를 움츠렸다.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그는 위스키를 단숨에 들이마셨다.

 


“네가  이렇게 냉담하고 차가워진 이유가 뭐지?


 물론 난 진하를 그리워하는 것은 이해했어…하지만 어째서 그 다음이 내가 아닌 김 시일인

 

거야? 응 ? 넌 내가 남자로는 안 보이는 거니?”


 “……”

 


  지민은 울화가 치민다는 듯이 이수를 노려보았다.

 


  “나도 그렇게 둔한 놈은 아니야.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알아. 그러나 김 시일에게  놀

 

아나 문 이수가  이렇게 변할 줄은 상상도 못했어.”


   “정말 왜 이러니? 저녁에 아버지 오시라고 했다면서 ……”

 

 


  지민은 이수의 어깨를 거칠게 붙잡고 자기 쪽으로 돌리려고 했다. 이수는 뿌리쳤다. 그 바람

 

에 그녀의 손에 부딪쳐 곁에 세워둔  꽃병이 미끄러져 두 사람의 발 밑에서 소리를 내며 깨졌

 

다.

 


  “너,  정말….”


  “정말 어떻다는 거지?”

 


  지민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이수의 입술을 응시했다. 이수는 얼른 뒤로 물러앉았다.

 

 

  “자기 약혼녀가 잠깐만 눈을 돌리면 다른 곳을 보는데 넌 어떻게 하겠어 그럼?”

 


  오전에 사무실에서 시일에게 안겨 있다가  지민에게 들켜버린 일이 생각나 이수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다 끝났어, 이제는…다시 안 만날 거야. ”


  “기다리셨지요, 차를 가지고 왔어요.”

 


  아주머니가 쟁반을 들고 거실로 들어오다가 깨진 꽃병을 보고 우뚝 멈춰 섰다.

 


  “치워 주세요. 차는 침실로 가져가서 마시겠어요”


“ 미안해요. 아주머니 ……”


  “걱정 마세요. 올라가세요. ”

 


  아주머니는 깨진 꽃병의  파편을 줍기 시작했다. 지민이 커피를 준비한 쟁반을 들고 이층 침

 

실로 먼저 올라갔고 이수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현기증이 심해져서 제대로 서 있을 수

 

도 없어 풀썩 쓰러져 버렸다.  그녀는 아득해지는 정신을 붙잡으로 애쓰다가 길을 잃고  어두

 

운 무의식의 터널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 * *

 

학원 옥상에 막 18살 생일을 맞은 이수가 앉아 있다.


흐린 하늘에 빗방울이 돋아 이따금 툭, 툭 땅으로 떨어져 내린다. 단발머리의 이수는 검정 색

 

티셔츠에 바지 단이 너풀너풀한 청바지를 입었다. 크고 동그란 눈에는 쌍꺼풀이 뚜렷하고, 곧

 

게 내려온 콧날 밑으로 적당한 크기의 입술은 야무지게 다물었다. 무언가에 화가 난 것도 같

 

고, 볼이 실룩거리며 곧 터져 나올 울음을 간신히 붙들어 맨 것도 같은 표정이다.   꽃을 소재

 

로 한 그림엽서를 붙잡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 진짜 , 재수 없어. 재수 없는 세상이야. 이깟 엽서 보내면 뭐해 ? 딸 생일날 미국에서 엽서나

 

보내는 아빠 ! 진짜 재수 없어. ”

 


누군가 옥상의 문을 열고 나온다.  이수 또래의 남  학생이다. 그 애는 놀라서 보더니 이수 쪽

 

으로 걸어온다. 조심스럽게  거리를 조금씩 좁히며 그 애는 이수를 향해 천천히 걸어온다. 그

 

애의 걸음은 마치, 큰 대사를 치르러 오는 장군의 발걸음 같다.  이수 바로 앞까지 다가온 그

 

애는 키가 몹시 크다. 그리고  안경을 쓰고 이마에는 여드름이 몇 개 쏟은 , 얌전한 머리에 단

 

정하게 입은 교복 , 딱 범생이 스타일이다.   그 애가 이수를 내려다본다. 이수는 그 애를 올려

 

다본다. 그 애는 아주 여려 보이고 순한 얼굴을 지녔다. 그러나 검은 빛 피부와 짙은 눈썹 아

 

래의 깊은 눈이, 고집이 셀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그 애는 이수를 보며 싱그러운 미소를 짓는다. 그 애의 미소는 붉어진 볼을 타고  입가

 

를 맴돌다가, 가지런한 치아를 드러내는 선명한 웃음으로 바뀐다. 이수가 그 애 에게 묻는다.

 

 


“야, 너 왜 웃어?”


“문 이수, 생일 축하해 .”

 


그렇게 말하며 그 애가 손에 작은 상자를 내민다. 작은 상자는 노란  포장지로 포장이 되어 있

 

다. 아무렇게나 포장지를 쭉 뜯어 열어보니 빨간 삐삐가 들어 있다.

 


“ 너, 진짜 웃기는 구나? 개그 하냐? 이건 웬 주접이야? ”


“호출기야, 두개 샀어. 너 하나, 나 하나, 나 언제나 대기중이야. 내가 너한테 나를 선물로 주

 

는 거야. 문 이수! 우리 사귀자.  ”

 


이수에게로 건너오는 그 애의 목소리는 떨고 있지만  차분하면서도 친밀하다.

 


“응? 뭐 이런 게 다 있냐? 야! 범생이 ! 너 , 내 이름 어떻게 알았어? 너 지금 나한테 작업 하

 

냐? 하하핫 !”


“ 응, 나 그거 하는 거야. 작업 . ”

 


이수는 다른 여자 애들은  사용하지 않는 반말에 거친 욕을 한다. 그러나 응, 이라 대답하며

 

그런 이수를 보며 그 애는 다시금 환하게 웃는다. 이수 앞에 그 애가 무릎을 굽히고 앉는다.

 

이수의 시선이 놀라서  그 애에게로 옮겨간다.

 


“ 나, 문 이수가 하라는 대로 뭐든 다할 거야. 나랑 사귀자. 나 너 일 학년 때부터 쭉 지켜봤어.

 

고 3이니까 이제 내가 너랑 쭉 같이 있을게 . ”

 


이수가 비쭉이 웃으며 또 묻는다. 좀더 다정하고 친근한 목소리다.

 


“야, 도라이 ! 이름이 뭐냐?”


“ 나, 정 진하 , 정진하야. ”


“ 알아, 정 진하! 너 재수 없게 줄기차게 전교 일등 하는 범생이잖아. 기 막혀. 너 지금 나한테

 

입시 스트레스 푸냐? ”


“아니, 나 너랑 같은 대학에 가고 싶어서 , 나 너랑 같이 공부해서 같은 대학 가고 싶어서 그

 

래. ”

 

 


이수는 얼른 말하지 못한다. 지나치게 자신 있어 보이는 그애의  얼굴과 나지막한 목소리와

 

환한 미소 때문이다. 이수의 볼이 연한 분홍빛으로 달아오른다. 하지만 앞에 있는 그애가 싫

 

다거나 위협적이라 느껴지진 않는다.

 

 


“그러셔? 그럼 너, 지금 일어나서 나한테 키스해봐. ”


“응?”

 


그 애의 눈이 동그랗게 되자 이수는 더욱 자신 만만하게  재촉을 한다.

 


“어서, 범생아 , 뽀뽀말고 키스해보라고…… .”

 


말해 놓고도  이수는 조금 쑥스러워진다. 그래서 키득키득 흘러나오는  웃음을 감추고 그애의

 

무릎을 툭툭 걷어찬다.

 


“진짜?”


“응. 진짜지 , 그럼.”


“정말 한다 .”

 

 


그 애는 벌떡 일어나 이수의 어깨를 잡고 고개를 숙인다. 그러자 그 애의 떨고 있는 입술이 눈

 

에 들어온다. 이수는 고개를 들고 약간 놀란 듯 그 애를 쳐다본다. 그 애의 입술이, 여전히 떨

 

고 있는 그 애의 입술이 천천히 다가와 이수의 입술 위에  머문다. 그리고는 다시 수줍게 떨어

 

져 나간다. 이수는 짧게 안도의 숨을 내쉰다.

 

 


“ 야, 범생이 ! 그게 키스야? ”


“왜, 여기 혼자 앉아 있니?”

 


이수의 어깨에 손을 얹은 채로 그 애가 묻는다. 이수는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몰라도 돼. ”


“오늘 저녁 사줄게 .”


“그럼? 싸구려 사주면 죽는다?”


“뭐 먹고 싶은데……”


“피자?”


“피자면 되는 거야?”

 


이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 애가 씨익 웃는다.

 

 

 

 

 


* * *


“나는 수학이 싫어.”

 


이수가 간신히 거기까지 풀었을 때, 진하가 다가와 이수의 연습장을 집어 들었다. 진하는 선

 

생님으로는  무서운 편이 아니었다. 언젠가 이수가 머리에 쥐가 난다고  책상 위에 머리를 대

 

고 엎드려 있었을 적에도 진하는 가만히 어깨를 토닥여주고 지나갔을 뿐, 재촉하지 않고 기다

 

려 주었다.  이번에도 이수는 진하의 너그러움을 기대했으나, 기대는 조금 빗나갔다. 진하는 

 

이수가 대충 끄적여 풀어놓은 문제를 빨간 색연필로 채점을 해서는 틀린 숫자만큼의 문제를

 

더 내어 주었다.  그리고는 다시 자기도 문제집 속으로 들어가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었다.

 

이수는 지우개를 쥐고 무언가로 얼룩진 상위를 빡빡 공연히 지워댔다. 지우개 가루가 가득 모

 

이자 일부러 진하의 문제집 위로 후우! 하고 물어 댔다.

 


“ 장난꾸러기 ! ”

 


 문제 푸는데 집중해있던 진하는  웃음을 터뜨렸다. 얼른 다가와 이수를 등뒤에서 끌어안고는

 

꼼짝 못하게 만들고는 손가락으로 마구 간질였다.

 


“ 아악! 간지러워 ! 범생이! ”


“ 왜? 수학이 싫으니 ? 너무 재미있는데 ?”

 


 그렇게 덧붙이곤 다시  이수를 상 앞에 끌어 앉히고  공책을 펴주고는 연필을 쥐어 주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진하는 다시 문제집 속으로 빠져 버렸다.

 

 

 


사실 이수의  성적은 그다지 좋은 편은 못 되었다. 가까스로 중간 반에 끼어 들어왔을 뿐이다.

 

엄마가 일찍 돌아가시고 연구하느라 늘 바쁜 아버지는 이수를 언제나 혼자 내버려뒀다. 별로

 

끔찍하게 사랑 받지 못한 이수에게 진하의 사랑은 산소  같았다. 진하를 만나면서 거칠어진

 

이수는 다시 숨을 쉴 수가 있었다. 수와 논리와 체계에 갇힌 끊임없는 반복은 이수에겐 맞질

 

않았으나 성적이 오를 때마다 기뻐하는 진하를 위해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공부는 주로 진하의 집과 이수의 집에서 일주일씩 돌아가며 했고 부모님들도 서로 잘 알고 지

 

내게 되었다. 그 날은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고 모의고사 중이어서 이수의 집에서 밤을 새워

 

공부하고 있었다.  이수의 아버지는 세미나를 위해 부산에 가고 없었고 두 아이들만이 공부하

 

고 있었다. 진하는 설명을 하다 말고 가끔 이수를 쳐다보며 푸식 웃어댔다. 연신 까불거리는

 

이수를 보며 어이없다는 듯한 웃음이었다. 큰상 밑으로 발을 뻗어 진하의 다리를 건드려 놓고

 

는 놀라서 쳐다보는 진하에게 혀를 날름거려 보였다.

 

 


“ 우~ 범생아, 어때 ? 나 섹시하지? ”

 


진하는 책과 공책과 필통을 가지런히 챙겨놓고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 야, 범생아 ! 어디 가? ”


“ 찬물 가지러 간다. ”


“ 찬물은 왜? ”


“ 우리 섹시한 이수 ! 찬물 먹고 속차리라고 ……”


“ 야! 범생이 ! 나 떡볶이 먹고 싶어. ”


“ 알겠어요. 섹시한 이수님, ”

 


진하는 앞치마를 두르고 프라이팬에 고추장을 풀고 있다. 이수는 날름 뛰어가서 커다란 진하

 

의 등뒤에 매달린다.

 

 


“ 범생아! 나 요기 아파! ”


“ 어디? ”

 


진하가 프라이팬에 주걱을 내려놓고 뒤돌아 서서  이수의 포동포동한 귀여운 얼굴을 내려다 

 

본다. 이수는 입술을 조금 내밀고 이마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 머리 아파 !”


“ 요기? ”

 


진하가 이수의 이마에 가볍게 입맞춘다. 이수가 생긋 웃는다.

 


“ 됐어? ”


진하가 피식 웃는다. 이수가 다시 얼굴을 찡그리며 자기의 볼을 가리키며 말한다.

 


“ 요기도 아퍼! ”


“ 어디? 요기?”

 


진하가 다시 이수가 가리키는 볼에  쪽 소리가 나게 입맞춘다. 이수가 다시 까르르 웃는다. 

 


 “ 이제 됐지? ”


“ 아이! 아니야! 요기는 진짜 많이 아파! ”

 


이수가 몸을 배배 비틀며 자기의 입술을 가리킨다. 진하가 피식 웃으며 이수의 볼을 살짝 꼬

 

집는다.

 


“ 여우같은 문 이수! 그런 건 대학 합격증 받는 날 하자고 그랬지? 그 날 아예 같이 자고 , 다음

 

날로 우리 결혼하자? 응? ”


“ 진짜? ”

 


이수가 새끼손가락을 내민다. 진하가 새끼손가락을 마주 걸고 흔든다.

 


“ 문 이수…… 나, 정진하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건강 할 때나, 병들었을 때나 , 영원까지 함

 

께 할거야. ”

 


이수의 볼 위로  따뜻한 무언가가 번졌다. 이수는 진하가  그대로 자신에게 흡수되고 있는 느

 

낌이었다.  그러나 그 느낌은 이수의 볼을 타고 내리는  눈물과 함께  서서히, 그림자처럼, 젊

 

은 그들의 영혼 속으로 스며들었다.  진하는 손을 내밀어 이수의 볼을 닦아주었다.

 

 


 “ 사랑해, 진하야 …… 나 혼자 버려 두고 가면 안 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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