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우는 철진의 행동에도 화가 났지만 자신이 철진을 그렇게 까지 기다린거에
대해서도 불쾌한 심리를 드러냈다.
무작정 은우가 도착한 곳은 어느새 형우가 운영하던 까페앞에까지 오게 되버
렸다.
발을 멈칫멈칫 잠시 망설이다,고개도 갸웃갸웃 해보기도 하고 형우에게 별다
른 감정이 특별히 있는게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왠지 지금은 형우가게로 들
어가기가 영 어색하기만 한것 같아 발걸음을 돌렸다.
때마침 형우는 가게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런 그가 은우의 뒷모습을 안볼리가 없었다.
"앞에가는 아가씨! 어깨에 힘좀 실어야 겠는데요?"
은우는 말하는 이가 형운지를 곧 알아차렸고,머뭇거릴 필요없이 은우는 머리를
형우에게로 돌렸다.
흰색 셔츠와 검은색 기지바지가 너무도 잘어울리는 형우는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은우를 맞아 들였다.
"그냥 가려고 했으면 내가 서운해 할걸 몰랐어요?"
"형우씨!"
"들어와요"
형우가 머리를 흔들어 은우에게 장난끼 있은 행동을 보인뒤,은우가 그런 형우의 모습
에 웃음을 보이자,형우는 '예스'를 외치며 나란히 들어갔다.
저녁 시간인데도 아직까진 까페안은 한산했다.
"손님들이 없네요?"
"문닫아야 될거 같애요"
은우가 놀래자 형우는 또 미소를 띄워 보냈다.
"정작 8시가 넘어서야 사람들로 붐벼요..아직까진 한산한게 정상이예요"
형우는 밖이 훤히 보이는 창가 쪽으로 은우를 안내했다.
은우는 왠지 형우앞에서는 마음이 편해 진다.
"밥은 먹었어요?"
은우는 딴청을 피웠다.
그런 은우의 얼굴을 형우는 뚫어져라 쳐다봤다.
"안먹었구나!"
은우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뭐 먹고 싶은거 있어요?없는거 빼고 다 있으니까 뭐든 말해요"
"아무거나요"
"아무거나?그런것도 있었나?"
형우가 진지하게 고개를 갸웃 거리자 은우가 웃으며 싫지 않은 얼굴로
째려 봤다.
"알았어요,우리집에서 젤로 맛있고 자신있는걸로 내올께요"
형우는 주방에 직접 나가 손수 만들어 내왔다.
은우에게 음식을 건네주고는 형우는 은우의 건너편에 앉아 양손을 턱을 괴고 그녀
를 보고 있었다.
"형우씬,안먹어요?"
"전,들쑥날쑥해요, 정확히 2시간전에 점심겸 저녁을 먹었거든요"
"그래두....저 혼자 먹고 있을때 그렇게 계속 보고만 있을꺼예요?"
"알았어요,눈 감고 있을께요"
은우는 형우의 넋살에 피식 웃어 보였다.
"눈떠요..괜찮으니...그럼 같이 먹어요"
"알았어요"
형우와 은우는 가운데 음식을 놓고 서로의 젓가락의 시선을 멈추지 않았다.
아무말없이 먹던 형우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은우씨!저보다 나이 많은거 알아요?"
은우도 의외라는듯 거의 다먹었던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형우를 바라보며 얘기
했다.
"정말요?"
"자그만치 네살이나"
"그럼 형우씨가 스물 일곱이란 말이예요?"
은우는 못믿겠다는듯 민증을 꺼내보라 그랬다.
"여기요"
형우는 은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민증을 꺼내보이며 78년생이라는걸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
"그렇군요
최소한 저랑 동갑 아니면 한두살 많겠거니 했어요"
은우는 보기보다 어려 보이는 형우가 다시 못믿어운듯했다.
"제가 들어 보이는게 아니라 ,은우씨 얼굴이 어려보이는거죠"
"그런가요?뭐,그다지 기분은 나쁘지 않네요"
형우는 다시한번 은우를 깊게 훓어 봤다.
"내 얼굴에 뭐 묻었어요?"
은우는 얼굴을 만지작 거리며 형우를 빤히 바라봤다.
"아니요,,그냥 은우씨가 왜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됐나 그게 갑자기 궁굼
해 져서요...아니요...말하고 싶지 않음 안해도 돼요...말안해도 충분히
알것 같으니까 ...."
형우는 갑자기 물컵을 만지작 거렸다.
"행복해요?"
불쑥나온 형우의 말에 은우는 순간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도 무슨 말은 해야 겠거니 형우에게 웃음을 내비췄다.
"녜..지금은 아니여도 언젠가는 오겠죠....그시간이 언제까지 갈건진 모르
겠지만....뭐, 저에게도 행복이란 단어가 찾아 올거라 생각하고 있어요"
은우는 애써 형우에게 웃음을 보이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런 은우의 얼굴을 형우는 한시도 놓치지 않고 쳐다봤고,형우는 그런 그녀
의 불행을 감추려는 얼굴을 보자 가슴이 애려 오는걸 느낄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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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진은 누워 있는 혜린을 등뒤로 창쪽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얼굴로 서있었다.
철진이 벗은 쟈킷은 의자에 가지런히 놓여있었고,그의 반쯤 열린 푸른 셔츠 가
눈에 띄게 윤이 나있었다.
의사의 말은 그렇다.
그녀는 위경련을 몇년째 앓아왔었고,병원을 찾은 적은 거의 없었다고 철진에게
얘기 했었다.
철진은 두손을 주머니에 넣은 상태로 머리만 혜린에게로 돌려 바라봤다.
초췌해진 혜린의 얼굴이 가엾기까지 했다.
슬쩍 눈을 뜬 혜린이 철진의 모습을 보고는 금새 눈을 떠버렸다.
"당신이 여길 어떻게...철진씨!"
철진은 혜린을 보지않고 무뚝뚝한 말로 대신 답했다.
"그건 내가 할소리야.당신이야말로 이게 무슨짓이야!"
"미안해요..당신한테는 걱정 끼쳐 드리고 싶지 않았는데..."
"다신,이런식으로 사람 끌어 들이지마!"
"하여간 당신이 내옆에 있다는게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에요"
누워 있던 혜린은 간신히 일어나철진이 목을 끌어 안았다.
여전히 움직이지 않던 철진이 혜린의 팔을 가만히 내려 놓는다.
"당신이 스트레스 쌓일 이유가 뭐가 있지? "
철진은 쟈킷을 집어들었다.
"끼니는 거르지 말고 알아서 스스로 먹도록해!"
철진이 문을 열고 나가려 하자 혜린이 목이 메이게 철진에게 말했다.
"당신 ,나 아프잖아요..나 걱정 안됐어요?당신도 내가 걱정 되니까 이렇게
온거 잖아요...사랑해요..."
철진은 잠시 서있더니,혜린에게로 얼굴을 돌리고는 대답대신 그의 무표정
한얼굴을 혜린에게로 보여 줬다.
혜린은 간절한 얼굴로 철진을 쳐다봤지만
철진은 혜린을 뒤로 하고 병원을 빠져 나왔다.
혜린은 멍하니 앉아서 철진에게 원망썩인 말을 했다.
"그래도,다행이에요..당신이 이렇게 까지 올거라는거...그래서 내가
당신을 사랑하나봐요...영원히..."
혜린은 혼자서 철진이 옆에 있기라도 한듯 울면서 얘길했다.
철진은 구겨진 쟈킷을 보자 차앞에 도착하자마자 차문을 열고는 매우 거칠게
구겨진 쟈킷을 차 뒷쪽에다 던져 버렸다.
차안에 들어온 철진은 시동을 켠후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은우와의 약속을 잊은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미안하다는 감정도 있는게 아니었다.
단지 그녀를 위로의 차원에서 밥한끼정도 사주려 했던것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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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우는 형우와의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 맘이 서로 너무 많이 통하다는걸 느낄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얼마 보지 않은 형우와 힘들었던 얘기들이 스스럼 없이 나온것도
그이유에서 였는지도 모른다.
"벌써,시간이 저렇게 됐네..."
"그래요..담에 또 올거죠?"
"저같은 유부녀 비젼도 없는데....뭘 또 기다리려는 거예요?"
"맞아요..비젼도 없고 ,,,편하고...불편한것도 없으니까...
유부녀의 좋은점 그거 아닌가요? 편하다는거"
은우는 형우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한뒤,가게를 빠져 나오려 하자 형우가
뒤에서 달려 오며 은우를 불러 세웠다.
"가요,집까지 모셔다 드릴께요"
"아니에요..됐어요...
아무일도 아닌것 가지고 오해 받기는 싫어요"
"알았어요..불편하다면 ...혼자가는게 낫다면 그렇게 해요"
형우는 매너의 소유자 만큼 은우를 큰길까지 데려와 택시를 잡아준다음
은우에게 힘들면 꼭 다시오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거대한 성앞에까지 온 은우는 성안이 깜깜하다는게 보였다.
또 다시 심호흡을 크게 한후 늦은 시간인 만큼 고양이 걸음으로 조용히 집안
으로 들어갔다.
집안에 도착한 은우는 거실에 놓인 짐가방들을 눈으로 확인할수 있었다.
무슨 짐가방인지는 몰라도 은우는 2층으로 조용히 올라 갔다.
방문 앞에 도착한 은우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문을 편하게 열었고,들어오자마자 은우는 입고 있었던 갑갑했던 옷들을
하나하나 벗어가며 욕실로 향했다.
따뜻한 물을 가득 받아 몸을 욕탕안에 담궜다.
따뜻한 기운때문에 그런지는 몰라도 은우는 눈이 저절로 감기는걸 느꼈다.
몸을 어는 정도 씻은다음 은우는 몸에 물기가 채가시기도 전에 수건으로
몸을 두르며 욕실문을 열어 나오자마자 그녀는 방안에 불을 켰다.
순간,은우는 두르려했던 수건을 놓치고 말았다.
철진이 언제 들어 왔는지 의자에 기댄채 다리를 꼬고는 눈을 감고 있는 그가
보였다.
"뭘,놀래지?"
은우는 바닥에 떨어진 수건을 얼른 올려 중요부위부터 가렸다.
철진은 감고 있던 눈을 지그시 떴다.
눈을 뜬 철진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 했다.
"다..당신 ...지금 뭐하죠?"
"당신이야말로 이시간까지 어딜 싸돌아 다니다 이제야 들어오는거지?
이젠 당신 맘대로 하겠단 말인가?"
"무슨 말씀을요!당신이야말로 제멋대로인 사람 아닌가요?"
"내가 지금 그런소릴 들을만한 이유라도 있나?"
"몰라서 그러는건 아니겠죠!아니,몰랐다면 당신은 나와의 약속을
당신이 중히 여기는 일중에는 속하지 않을런지도 모르겠죠!"
철진이 갑자기 일어나 매서운 눈으로 은우에게로 다가왔다.
"다...당..신은...비겁해요...잘못했단 말한마디도 못하나요?"
은우는 점점 뒤로 물러 났고,그런 철진은 은우에게로 계속 다가왔다.
"떨고 있는건가?"
"내..내가 ..왜요?...설마 당신 같은 사람한테요...그럴일은 추호도 없어요!"
은우는 막다른 곳 까지 오게 됐고,벽에 기댄 은우를 철진은 양손으로 그녀가
빠져 나가지 못하겠끔 그녀의 코가 철진이 코와 닿을만큼에 위치 까지 차지해
버렸다.
철진의 숨소리와 철진의 향기를 은우는 감당해 낼 자신이 없었다.
철진은 그런 그녀의 양볼을 한손으로 잡아 올렸다.
은우는 철진을 분노하리만치 그를 쳐다보았다.
그녀를 본 철진도 곱게만은 보지 않았다.
"당신!그 이글거리는 눈으로 날 어떻게라도 하겠다는건가?"
철진은 잡고 있던 손을 쎄차게 내려 놓았다.
그런 그녀가 철진에게 한마디 쏘아 부쳤다.
"당신은 정말 자기밖에 모르는 독선 적인 남자예요!
자신이 잘못한 일은 모르고 상대방의 잘못만 꾸짖을지만 알고 ..그런 당신이
과연 회사의 오노라면 누가 믿겠어요?"
"내가 잘못한 일이 뭐가 있지?"
"구지 꼽을수는 없지만 첫째..."
은우는 말을 얼버 무렸다.
"참,웃기군..."
철진은 은우의 당황하는 행동을 보자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은우는 순간 그남자의 웃는 모습을 처음보았다.
잠깐이었지만, 순간 웃었던 철진의 얼굴이 무표정한 얼굴보다는 훨씬 잘생겼다
는걸 알았다.
은우는 다시 마음을 가다 듬었다.
"궁..굼..해요.."
"뭐가 궁금하다는거지?"
"당신 나와 약속 했었잖아요...오늘 일인데 잊지는 않은것 같구요"
"급한일이 있었어"
"급한일 무슨 급한일이요"
"내가,그런것까지 일일이 보고 해야 하나?!"
"알았어요..됐어요...그냥 예의상 해본 소리에요"
철진은 입었던 옷을 은우 앞에서 자연스레 벗어갔다.
그런 철진의 모습을 보고 은우는 머리를 돌렸다.
철진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욕실로 들어가버렸다.
은우는 침대맡에 앉아 있으면서 초조함을 느꼈다.
샤워기 물소리는 계속 들렸지만 저 샤워가 끝나고 나면 어떤 행동을 취하게
될지 은우 자신은 순간 묘한 상상을 했다.
고개를 쎄차게 흔들때,물소리는 멈췄다.
은우는 이불속으로 얼른 들어가버렸다.
침이 유난히도 오늘따라 많이 나는것 같아 은우는 짜증을 냈다.
침을 삼키는 소리를 철진이 혹시나 들을까봐 노심초사 했다.
혼자서 응큼한 생각을 한다고 할까봐 은우는 잠을 청하려고 노력했다.
욕실문열리는 소리가 나고 철진이 발자국 소리는 침대앞에 까지 오자 멈춰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