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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하는 아내

정상수 |2004.08.22 18:46
조회 1,243 |추천 0

흘러 나오는 음악만큼이나 우울합니다. 날씨도 내 맘을 아는지 왠종일 먹구름에 비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지금 슈베르트의 현악사중주 제14번 죽음과 소녀를 듣고 있습니다. 이 음악을 꽤 오래전에 들어보고선 오늘 몇 년만에 또 꺼내서 들어봅니다. 애 나로 하여금 이 음악을 듣고픈 생각을 갖게 했을까요?

 그건 아내 때문입니다. 휴~ 제 아낸 나이가 어린만큼 그만큼 순진하답니다. 우리들이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들을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사건의 발단은 누가 뭐래도 내 잘못이 큼니다. 하지만 난 아내가 나를 충분히 이해해 줄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으며 주변의 부부들을 보면 이런 문제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가는 것을 봐았기 때문입니다.

 사건의 개요를 보면, 내가 인터넷에서 포르노사진이 아닌 수영복과 란제리패션의 사진을 보고 있는 것을 아내가 본 것입니다. 왜 있잖아요. 네이트 게시판의 성인마당의 사진영상 코너에 올라가 있는 사진들 말입니다. 이 사진들은 물론 좀 야시시한 사진도 간혹 나오긴 하지만 포르노사진은 없습니다. 물론 야시시해봤자 여자의 가슴만 나오고 중요한 부분은 다 가려진 정도의 사진들 뿐이잖아요. 또한 게시판지기가 음란물이라 판단되는 것들은 죄다 삭제해 버리니까요. 바로 그 사진들을 보고 있는데 아내가 그 장면을 본 것입니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나와 히히덕거리며 웃었던 아내의 표정이 확 바뀌는 것입니다. 그리곤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바뀌더군요. 꼭 무슨 못볼것을 보는 듯한 그 표정 말입니다. 그리곤 단절된 대화... 난 그러한 아내의 표정이 이해되지 않았음은 물론 화까지 나더군요. 이게 무슨 큰 일이냐고, 나와 말을 않을 정도로 큰 일이냐고...

 아내의 한 마디,

 '거짓말쟁이'

 '뭔 소리야? 내가 당신에게 무슨 거짓말을 했다고 그래?'

 '흥! 기억이 안난단 말이죠? 산이가 내 뱃속에 있을 때의 일이 기억이 안난단 말예요?'

 '아뿔사...'

 '그때 나랑 약속했잖아요. 다른 여자는 그림은 물론 처다도 안본다고... 그런데 그때의 그 약속을 잊었단 말예요?'

 그런 적이 있었다. 우린 좀 급행열차를 탄지라 결혼전에 아내가 임신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결혼을 한달여 정도 앞두고부터 동거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짐이라야 옷가지 몇 개와 컴퓨터가 전부였던 시절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컴퓨터에는 컴퓨터를 다루는 많은 독신자들과 총각들이 그렇듯 많은 양의 그림파일들이 들어있었다. 그 그림파일 중에는 물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자들의 사진도 다량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파일들을 아내가 본 것이다.

 설명을 했다. 비교적 솔직히... 아낸 이해를 했고 그 파일을 모두 삭제하고 향후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하고 넘어갔었다.

  그러데 그때 그 일을 아낸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억력은 참 좋다. 난 기억치 못하고 있었는데... 일이 터진 지금 기억이 나긴 하지만...

 그런데 내가 먼저 약속을 어긴 것이란다. 맞는 말이다. 난 않으리라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어긴 내가 잘못한 것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난 단지 그림만 봤을 뿐이다. 다른 여자를 데려온 것도 아닌데 단순히 그림만 봤을 뿐인데 너무 심하게 화를 내는 아내를 보니 괜히 신경질이 났다. 그 신경질에 아낸 화가 더 나나 봅니다. 건너방에 가더니 가방을 하나 꺼내면서 가방안에 옷가지를 넣더군요. 그리곤,

 '나 머리 정리 좀 해야 겠어요. 이 상태로는 도저히 안될 것 같으니까 며칠 나갔다 돌아올께요.'

 난 말렸습니다. 이 일은 네가 가출을 할 정도로 큰일이 아니다를 강조하면서... 하지만 그건 내 생각 뿐인가 봅니다. 아낸 나름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었나 봅니다. 집안에 여자가 있는데 컴에서 다른 여자를 찾아서 보고 히히덕거리는 나의 모습이 자신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되나 봅니다. 다음엔 그러지 않겠으니 한번만 더 믿어달라는 나의 말도 더 이상 못믿겠다며 듣질 않습니다.

 그리고 나의 만류를 뿌리치고 가방을 들고 한손에 산이를 잡고 대문을 나서는 겁니다. 더 말려야 소용없을 것 같고 잠시 헤어지면서 서로 생각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어  '돈은 있어?' 하는 질문만 던지곤 난 들어왔습니다.

 몇 시간이 흐른 후 마산의 언니집에 전화를 해봅니다. 처형이 받았는데 안왔답니다. 분명히 갈곳은 그곳 뿐인데... 아마도 아내가 여기 안왔다고 말하라 일러둔 모양입니다. 그래서 이번엔 동서에게 직접 전활 했습니다. 남자끼리는 통하는 것도 있고 해서요. 역시 나의 생각은 적중했습니다. 아낸 그곳에 가 있었습니다.  난 아무 말도 않고 잘 있는냐고 물어보고 며칠 묵울 것 같으니 잘 돌봐달라는 말을 하고 끊었습니다.

 이삼일이 지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오겠죠? 하지만 아내의 행동을 내가 먼저 용서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지나야 될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에 아내도 뭔가를 깨달았으면 하는 바램은 너무 큰 건가요?

 여러분 저의 행위가 옳다고 주장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나의 이러한 행동을 이해 못하고 가출을 하는는 아내의 행동은 옳은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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