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이 지나도 철진이나 은우는 서로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 애를 썼다
그들은 자존심 대결이라도 하는 듯 누구 하나 쉽사리 다가서려 하지 않고
있었다.
집에서는 당연히 때는 이때다 생각하고 이혼을 서두르려고 했고,그에 비해
철진은 다시 냉정을 되찾아 어떤말을 하건 절대 흔들리거나 하는건 없었다.
"교양없고 무식하게 짝이 없는아이야!
여기가 감히 어디라고 지 맘대로 행동할려고 하는게냐!
도대체 지가 튕길 베짱이 뭐가 있느냔 말이야"
김여사는 거실에 식구들이 둘러 앉은 상태에서 그녀 자신의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드러냈다.
"더이상 질질 끌거 없어 ,이혼해!"
김여사는 철진을 보며 내 뱉었다.
진경도 철진을 보며 김여사의 말을 거둬 들였다.
"그래,세상에 암만 그래도 며칠씩이나 외박을 하고 그건 올케가 너무 했다
너희둘이 무슨사정이 있는지는 몰라도 시어른들과 같이 사는 이상
자기 멋대로 행동하면 안되지"
철진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침묵으로 일관하던 강회장도 입을 열었다.
"그아이 그렇게 안봤는데....정말 실망이 크구나.."
철진은 그들과 더이상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일어 나겠습니다"
"명심하라구..길게 두지마...알았어?!!"
김여사는 당부하듯 철진에게 쏘아부쳤고
철진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자리를 나와버렸다.
철진이 차를 몰고 도착한곳은 형우 가계 앞이었다.요며칠사이 철진이
했던건 반복적으로 가계 앞에 차를 대놓고 그녈 지켜 보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절대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아니면,철진이 그녀가 행동할때의 찬스를 제대로 맞추지 못했을수도
있는 일이었다.
담배를 꺼내들어 입에 물고는 라이터를 켜려는데,지이잉 하며 핸드폰
굉음이 차안에 울렸다.
그가 핸드폰을 집어 들어 번호를 확인했을때,그는 양미간을 찌푸렸다.
혜린이었다.
혜린또한 며칠동안 철진에게 연락 한번 하지 않았었다.
철진은 계속 울리는 핸드폰을 받을까 망설였다.
그는 입에 물었던 담배를 보조석에 내려 놓은뒤 무표정한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
"..........."
철진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폴더만 연채 귀에만 대고 있었다.
'저에요'
"내말 잊었나?"
'만나요..우리...'
"바빠!"
'당신에게 마지막으로 할얘기가 있어요
기다릴께요'
그녀의 무조건적인 통보에 철진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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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우는 테이블을 힘껏 닦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은 한갈래로 묶은 머리와 청바지에 스웨터 차림과 화장기
없는 얼굴로 매우 청초하게 변해 있었다.
은우는 형우의 배려 덕분으로 가계안에 딸린 조그마한 방에서 얹혀 살고
있었다.
그녀는 한사코 마다 했지만 형우는 그런 은우가 오갈데가 없는걸 알고는
선듯 그녀를 위한 따사로움을 잃지 않았다.
"힘들죠?"
"힘들어두,저 먹여주구 재워주구 하는데..이정도는 감수 해야죠"
애써 웃어 보이려고 노력하는 은우였다.
초췌해진 그녀의 얼굴에 형우는 또다시연민의 정을 느낀다.
"나한테,시집오면 마음고생은 안시킬 자신은 충분히 있는데..."
갑자기 형우의 말에 은우는 당황했지만 다시 형우를 보며 미소를 잃지 않았다.
"나같은애 데리고 살려면 얼마나 피곤한데요"
"전혀요..당신은 ...사람을 편하게 하는 무언가 있는것 같아요
뭐라고 딱 꼬집어서 얘길 할순 없지만 당신은 생각보다 굉장히 많이 순수하다는
거예요.."
은우는 자신을 생각해주는 형우가 고맙기만 했다.
그런데도,고맙고 자기밖에 모르는 형울 놔두고 자꾸 철진이 생각이 은우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자 머리를 흔들었고,
은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 졌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놓칠리 없는 형우가 그녀에게로 다가가 양손으로 마주보고
있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짚어 가만히 올려 놓는다.
"사랑하진 않죠?"
은우는 다짜고짜 본론부터 얘기하는 형우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 듣고 있었다.
"형우씨가 보기엔 어때요?"
"잘모르겠어요...당신의 맘속에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나두 나를 잘 몰라요"
그러고는 은우는 하얀치아를 드러내 보이며 웃어보였다.
형우는 웃고 있는 그녀가 무슨 뜻으로 웃고 있는지는 몰랐다.
다만, 형우가 알수 있는건 은우가 철진을 조금은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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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진은 먼저 기다리고 있는 혜린앞으로 걸어가 그녀의 얼굴은 쳐다보지 않고
앉아 버렸다.
"참,신기하죠?우린 여태껏 이렇게 마주보며 차마시는일이 한번도 없었다는거
알아요?이렇게 마주보고 있으니...당신의 이런모습도 있었구나 하고 생각해요"
"할얘기란 뭐지?"
철진의 턱은 며칠째 깎지 않는 수염때문에 매우 거칠어 보였었다.
매우 수척해진 그를 본 혜린은 입술을 깨물었다.
"힘든일 있었어요?당신 얼굴이 안되보이네요"
철진의 눈은 여전히 딴곳만 보고 있었다.
"나 그렇게 한가한 사람아니라는거 잘 알고 있을텐데?어서 얘기해
아니면 지금 일어나겠어"
"...은우씨 만났어요"
철진은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혜린이 은우를 만났다는 말에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은우씨 정말 예쁘더군요...당신이 좋아할만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무슨 말을 한거지?"
"당신과 나와의 관계에 대해서 얘기 했어요"
철진은 이를 악물고는 그녀를 노려 보았다.
"웃기군!"
"당신이 절 좋아하지 않는것도 얘기 했구요"
철진은 앞에놓인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고는 물컵을 쾅하고 바닥에
내려놓았다.
"더이상 할말이 없군! 다시는 연락 하지마"
철진은 일어섰고,그런 그녀도 같이 일어났다.
"내 뱃속에 당신의 핏줄이 숨을 쉬고 있어요!"
철진은 두눈을 부릅뜨고는 혜린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뭐라구? 지금 뭐라 그랬지? 내 아이를 가졌다구?하하
다시 말해봐! 당신 지금 나에게 장난 하는거지?내가 당신을 만나주지않으니
당신이 나를 이렇게라도 잡으려는 속셈인거지!
그말을 내가 지금 믿을거라고 생각하는거야?!!"
"사..사..실이에요...은우씨도 알고 있어요"
철진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흥클어 뜨렸다.
그는 몹시 답답했는지,넥타이를 마구잡이로 풀어 버렸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철진은 앞이 캄캄 했다.
정직한 그녀를 누구보다도 더 잘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거짓말을 할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미안해요..어쩔수 없었어요...언젠가는 알거 잖아요..."
철진의 몸은 힘없이 풀어져 버렸다.그녀가 떠올랐다.
은우 그녀가 왜이리 철진에게 발발 뛰며 철진에게 대들었는지 이제야 알것
같았다.
철진의 눈은 다부진 각오라도 한듯 혜린을 쳐다보았다.
"그런식으로 나와 결혼이라도 할작정인가?그런 어린석은짓은 시작도 안하는게
좋을거야! "
그는 맹수같은 눈을 하고는 혜린을 뒤로 한채 혼자만 나와 버렸다.
철진은 무작정 차에 올랐다.
혼란스러웠다.
아이...라는건...생각지도 않았다.
그녀가 갑자기 무섭게 느껴졌다...
철진은 혜린을 원망했다. 자신에게 통쾌하게 복수를 해버린 혜린이 딴사람 처럼
느껴 졌다.
철진은 차를 쎄게 몰고 어딘지는 모를 곳에 외곽쪽에다 차를 세우고는 핸들에
머리를 묻었다.
철진은 자신의 머리를 양손으로 부여 잡고는 소리를 질렀다.
자신이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렇게 모진 벌을 주는지 하늘을 원망했다.
이제서야 사랑을 알게 됐는데...윤은우란 여잘 이제서야 좋아하게 됐는데...
얼음보다 차가운 철진의 눈에서 묘한 액체 같은게 흘러 내렸다.
철진은 눈에서 흐르는 액체를 손으로 스윽 닦았다.
핸들을 잡고 그는 차를 다시 거쎄게 몰았다.
어느새 그는 형우 가계 근처 까지와버렸다.
저녁무렵일 즈음에 그 근처에는 사람들로 붐볐다.
철진은 차를 멈춰놓고,내리려 할때 저멀리서 다정하게 형우와 은우가 웃고 걸어
오는 모습이 보였다.
다행히 그들은 철진을 보지 못한것 같았다.
그런 철진은 한시도 은우에게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그녀가 웃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는 철진이 아닌, 다른사람옆에서서 활짝 웃고 걸어 오고 있었다.
철진은 미어지는 가슴때문에 손으로 가슴을 부여 잡았다.
한번만 간절히...당신이 ...한번만 봐주기를....
철진은 애절한 눈으로 형우와 은우가 가계안으로 사라질때까지 놓치지 않고
그들을 자신의 눈으로 보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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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우도 힘들지만 ,,철진도 앞으로 힘들어 하는 일 이 많을꺼에요.
하지만 그둘을 더이상 많이는 힘들게 하지 않으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