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캔디 이야기 6.

태평양 |2004.09.05 10:03
조회 3,147 |추천 0

캔디 이야기 6.



이민생활도 여러 단계가 있어요.  삼사년이 지나서 언어가 소통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이민생활의 한계를 느끼기 시작해요.  말조차 안 통하는 이민생활 초기에는 새로운 환경이 좋기도 하고 한국과 비교하면 편한 것도 많아요.  그저 열심히 일해서 터를 닦으려는 일념으로 살아가죠.  그러나 영어에 익숙해지면서 미국인의 속마음을 알아채고, 그 사회가 정확하게 피부에 와 닿으면 이민 온 자로서의 자신이 어떤 위치인가를 확연하게 깨달아요.  캔디는 아주 정밀하게 짜여진 자본주의 시스템과 신용사회, 그리고 노후를 보장하는 복지사회가 인간에게 무엇을 말하는지 의문을 품어요.  한국인들은 시간단위로 계산되는 노동에 내몰리고 기껏 터를 잡는 것이 겨우 세탁소, 식료품점, 모텔, 주유소 등의 장사에요.  그것도 은행융자를 얻어 시작해요. 


십만 달러의 자본을 가진 사람이 은행에서 이십만 달러를 융자 받아서 장사를 하면 가게주인은 삼십만 달러의 재산을 굴리게 되어요.  그러면 십만 달러의 자기재산에 다시 은행융자 이십만 달러의 재산까지 합산된 세금을 내고 대출금의 은행이자도 내야 해요.  어느 정도 장사가 되면 이번에는 집을 마련하기 위하여 20년간 상환되는 주택융자를 받아요.  주택가격 삼분의 일 정도의 현찰을 주고 나머지는 매달 칠팔백 달러씩 월세를 내듯 상환해요. 또 주택에 대한 재산세를 내게 되고, 주택융자금 이자도 역시 꼬박꼬박 내야 해요.  자동차도 역시 월부, 모든 생활용품도 역시 월부, 자녀학자금도 역시 은행융자로 충당하는 미국은 인간을 신용이라는 쇠사슬로 칭칭 감아 놓았어요. 


"신용만 지켜라.  그러면 너는 살 수 있다."라는 신용사회는 인간의 미래를 말살하는 사회에요.  신용이란 항상 부자의 논리고 그들에게 유리한 제도죠.  인간이 최후에 의지할 수 있는 미래를 담보로 잡고 인간을 쫓기게 하거든요. 신용이 있다는 말은 부자의 말을 잘 듣는다는 뜻이고, 그만큼 사냥해서 먹잇감을 잘 물어온다는 말이에요. 자본가는 돈을 마음껏 풀고 신용이라는 쇠사슬로 채무자를 꽁꽁 묶어요.  어떻게 하든 신용을 잃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어요.  달력은 오늘을 확인하기 위하여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지켜야 할 약속으로 가득 차 있어요.  마치 미래가 상실된 노예들이 일만 하다가 죽어야 하는 사회가 선진국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죠. 열심히 일만 하는 입장에서 보면 다음과 같은 불만도 품을 수 있어요. 복지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높은 세금과 노후를 보장하는 사회보장보험성격의 각종 공과금은 기껏 일해서 모은 오늘의 돈을 뜯어가는 것은 아닌가,  노예의 생산량은 은행이나 세무서의 컴퓨터에 정밀하게 입력되어 있기에 추호의 착오도 없어요.  각종 할부금을 갚아야 하는 미래가 상실된 노예, 그 노예는 미래라는 이름으로 또 현재를 빼앗기는 기분이요.  그래서 선진국은 미래뿐만이 아니라 현재도 말살된 사회인지도 모르겠어요.


하여튼 캔디는 열심히 일했어요.  같은 처지로 농장에서 품을 파는 남미사람들을 주로 상대했고 눈치 빠르게 그들을 상대하는 캔디는 많은 단골을 확보했어요.  전원에 자리한 이층자리 고급주택도 마련했어요. 힘들면 교회에 나가서 열심히 하나님에게 기도했고, 아이들에게는 친구로서 누나나 언니로서 또한 엄격한 어미로서의 자리를 지켰어요.  그러다가 또 힘들면 차를 고속도로로 몰고 나가서 혼자서 소리치고 목 놓아 울기도 했죠.  눈물도 기운이 있어야 흘려요.  어떤 때에는 일부러 펑펑 울려고 방문을 꼭꼭 잠그고 앉아있지만 피곤한 얼굴에 쏟아지는 졸음과 하품으로 그냥 쓰려져 버리기도 했어요.  아이들은 미국에서 낳았으니 그냥 미국에서 살아야 하지만, 자신은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어요. 아메리칸드림이 코리안드림으로 변했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고국과 형제들이 그립기도 했어요.  입버릇처럼 아이들에게는 한국으로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말하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어요. 


미국을 상징하는 자유와 평화는 무척 공허해요.

청교도들이 아메리카대륙에 도착한 이후의 미국역사는 글자 그대로 침략의 역사에요.  미국인들은 개척이나 진출이라고 스스로 말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디언을 우세한 무기를 앞세워 몰아내고 죽이면서 미국대륙을 차지했어요.  그리고 공장을 운영하는 신흥자본주의계층과 농장을 운영하는 전근대적 지주계층이 서로 맞붙었고, 노예석방으로 지주계층을 무너뜨리며 남북전쟁을 일으킨 링컨대통령에 의하여 미국은 하나로 통합되었어요. 또 계속 이어지는 서부개척, 즉 서부침략으로 인디언을 몰아내면서 서해안에 도달한 미국은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서 서쪽으로 계속 나아가 일본에 도달했어요.  세계 2차대전으로 국력이 쇠하여진 일본의 틈새를 파고든 러시아를 견제하려고 한국에 미군을 주둔시켰어요.  미국은 막사이사이 필리핀 대통령과 손을 잡고 필리핀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태평양의 긴 보급로를 확보했어요.  그리고 동남아시아에서 대륙으로 진출하는 교두보를 확보하려고 월남전에 뛰어들었지만 실패했어요.  다시 미국은 서쪽으로 항진하여서 중동에 도달했고, 막대한 석유자원을 놓고 오늘날에는 이라크전쟁을 일으켰죠.  전쟁은 표면적으로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다 경제행위에 불과해요.  즉 남지 않는 장사는 안 한다고 전쟁도 다 남는 것이 있어야 하는 법이거든요.  현대역사에 있어서 가장 전쟁을 많이 일으킨 나라가 바로 미국이고, 그것도 미국 본토가 아닌 남의 나라에서 일으킨 전쟁이에요.  미국인조차도 지금 미국이 누리는 번영이 정당한가에 의문을 품을 지경이죠. 


캔디는 한 마디로 말했어요.  미국은 외국에서 전쟁을 일으키고, 이민 온 사람을 부려먹으면서 뜯어낸 돈으로 잘 산다고 말해요.  물론 약간의 감정이 섞인 표현이겠지만 어느 정도는 타당성이 있는 말이에요.  지금 미국은 모든 국가에게 고립당하고 있어요.  겉으로는 할 수 없이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지만 속으로는 다  미국에 대하여 의구심을 품고 있어요. 심지어는 다음에 당선되는 미국대통령이 어느 나라에서 전쟁을 일으킬 것인가를 점치기도 해요.  미국에 도착한 이민자들은 밑바닥 인생으로부터 삶을 개척해 나가기 시작하는데, 점점 위로 신분이 상승될수록 미국인들의 텃세에 맞부딪칠 수밖에 없어요.  집요하고 악착스런 그들의 장벽에 가로막히고 걸려 넘어지는데, 캔디는 그들이 야비하다고 딱 찍어 말해요.


미국생활의 한계에 부딪쳐서 고국으로 돌아올 꿈을 꾸면, 교포들은 이미 미국화 되어 있기에 한국생활에 불편을 느끼게 되고, 어떤 교포들은 한국에 발붙일 근거마저 없어져 버리기 일쑤에요.  그러면 한국인도 아니고 미국인도 아닌, 태평양을 고향으로 둔 유랑민신세가 되어 버리거든요.  돈 한 푼도 없이 한국에 나온 캔디는 당장에 식당에라도 취직하여서 돈을 벌어야 해요.  잠을 자다가도 빼앗긴 재산 때문에 "노우"하고 비명을 지르며 벌떡 깨는 캔디와 아메리칸우먼이 되어서 돌아온 캔디를 바라보는 그의 형제들...... (계속)


☞ 클릭, 캔디 이야기 (7)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