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묘를 빠져나온 연아는 한동안 막막하였다. 어디서부터 유혼교를 추적하여야 할지 무턱대고 쫒을 수 도 없는 입장이라는 만홍루주의 당부가 생각이 나자 더욱 암담하였다. 우선 진천장의 상황을 먼저 살펴보고 싶었으나 전갈을 받을 방법이 없었으며 현재 혼자서 암중에 활동하여야 하므로 들어 내놓고 다닐 수 없기에...
우선은 만홍루를 중심으로 활동반경을 정하고 그 안에서 해답을 찾아야겠다는 결정을 하였다. 그래서 만홍루 주위에서 만홍루의 상황을 볼 수 있는 객점에 들어 객방에서 그곳을 감시하기로 하였다. 연아는 여각을 찾아가서 전망이 좋은 방을 한 칸을 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점원이 이끌고 간방이 다행히 만홍루를 감시하기 좋은 방이어서 연아는 창문을 반쯤 열어놓고 그 안쪽에 의자를 옮겨놓고 앉아서 연공을 하며 수상한 움직임이나 유혼교의 동정을 살피고 있었다. 하루 종일을 기다려 보았으나 찾아오는 사람들은 보통의 무림인으로 보이는 사람들과 상인으로 보이는 사람들 뿐 이었다.
더 이상의 기다림은 무의미한 것 같다고 판단하여 움직이려는데 마침 유혼교도 같은 자들이 나타나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연아는 기다린 보람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밖으로 나와 그들의 행적을 추적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거의 군산을 다 헤집고 나서야 방향을 잡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심스럽게 미행을 하자니 긴장되기도 힘들기도 하였지만 그래도 멀리서 꾸준히 추적을 하였고 거의 세 시진을 쫒아 가니 커다란 장원이 보였다. 장원은 편액도 없었지만 거대하였으며 예기가 밖으로까지 뻗치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많은 인원이 경계를 하는 듯 하였다.
더 이상 가까이 가면 탄로 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여 일단 조금 물러서 주변의 높은 산으로 올라가서 지켜보자고 조심스럽게 산을 올라갔다.
나지막한 동산의 꼭대기에 큰나무가 있어 나무위로 올라가 장원을 내려다보니 장원 안에는 움직임이 없었다.
그때 커다란 전각 쪽에서 사람들이 나오는 것이 보였다. 멀어서 잘 볼 수는 없었지만 그들이 유혼교도임인 것은 확실했다. 그들의 복장이 유혼교도임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찾기는 찾은 것 같군. 그나저나 포로로 잡아간 사람들을 어디에 감금하였을까?’ 안력을 돋우어 자세히 살피다보니 취개, 영충와 싸우던 호법도 보였다.
이들이 벌써 이곳에 왔다면 진천장은 그냥 이목을 속이기 위한 행동이 맞았다는 건데 그럼 이들의 진정한 목표가 만홍루였단 말인가? 왜? 하필이면 만홍루였을까? 어째서 만홍루가 이들의 목표가 되었을까? 혹 우리가 각대문파의 신물과 비급을 전달해 준 것을 이들이 이미 알고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각대문파에서도 이미 문제가 발생하고 있겠군.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말 엄청난 사건이 될 수 있다. 이들이 이미 각 문파에도 세작을 심어놓았다는 것인데... 혼자서 추측하는 것이지만 이미 조심해서 세인들은 모르게 하자고 각파의 장문들과 협의를 했었던 것인데... 잠깐 생각에 잠겨서 몰두하는 동안 장원의 정원에서는 모종의 지시가 있었는지 예닐곱의 인물들이 한개씩의 봉투를 받아 어디론가 떠나려 하고 있었다.
연아는 미리 길목을 지켰다가 그 봉투의 내용을 확인하여보아야겠다고 생각을 하여 미리 십여리 떨어진 길목에 잠복하였다. 그들의 복장을 잘 살펴보았기에 여럿 중에 하나는 잡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한 두어 식경이 지날 때 예상대로 그 일행으로 보이는 자들 두 명이 길목으로 접어들었다. 말을 타고 급하게 몰아가는 것으로 보아 가깝지 않은 곳을 향하는 것 같았다. 연아는 이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뒤따르며 나뭇가지를 둘을 향하여 쏘아내었다. 뒤에서 쏘아낸 암기이니 꼼짝 못하고 맞아 땅으로 떨어지고 빈말만 계속 달려 나갔다. 연아는 얼른 둘을 끌어 숲 속으로 들어갔다. 둘의 품속을 뒤졌으나 봉투가 보이지 않자 온몸을 샅샅이 살피는데 발목 속에서 봉투가 나왔다. 얼른 봉투를 열어보니 ‘변수가 발생. 산 아래 모여 다음을 기다릴 것’ 알쏭달쏭한 한 구절만이 있을 뿐이었다. “음.... 대체 무슨 말인가?” 또 다른 사람의 몸에서 나온 편지에도 그렇게만 씌어있을 뿐이었다. “아!” 번뜩하고 떠오른 글자가 있었으니 산 아래 모인다는 것은 숭(崇)자의 파자가 아닌가? 그렇다면 그들의 목표가 소림이 아닌가? 이들이 왜 소림을 염두에 두는 걸까? 무슨 의도로 소림을 치려는 걸까?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어쨌든 더 이상의 정보를 알 수 없어진 연아는 다시 그 장원의 움직임을 파악하기위하여 숨어있던 나무에 다시 올라갔다. 장원내의 움직임이 부산하였는데 유독 내원쪽이 너무 조용하였다. 장원의 뒤편으로 돌아가 내부를 정탐해야겠다고 생각하여 뒤편에서 잠입하는데 역시 주변에서 살기가 감도는 것이 고수급의 인원이 경계를 하는 것 같았다. 아직 잠입하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라 판단하여 물러서 시간을 보내며 운공 요상하여 상처를 돌보았다. 아직 등의 상처가 조금 결렸으나 행동에는 이상이 없었고 발목의 상처는 이미 아물었다. 연아는 유선의 도인법이 자신의 상처를 빠르게 치유하는 신비로운 기운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못할 만큼 효력이 대단한 것을 알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칠흑 같은 어둠이 세상을 덮어버리자 연아는 서서히 장원으로 잠입을 시도하였다. 이 늦은 야밤에도 주변을 경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거점이라는 것을 알자 위험을 무릅쓰고 침투하려는 것이다. 마치 안개처럼 장원으로 스며드는 연아를 아무리 많은 인원이 감시한다 해도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 연아는 어렵게 담을 넘었고 아무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내원의 전각 벽에 몸을 붙이고 내부의 동정을 살피는데 내부에는 몇몇의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아마도 누군가를 윽박지르는 것 같았는데 그 대답을 듣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살며시 처마에 매달려 창 안쪽의 상황을 바라보니 유혼교의 호법 둘과 한 젊은 여자가 나무침상위의 여자를 거칠게 다루는 것이었다. 침상위의 여자는 이미 벌거벗겨진 채 온몸에 채찍자리와 피멍으로 성한 곳이 한군데도 없었다. 입술을 깨물며 참고 있는지 입술이 이미 새카맣게 변하여 도저히 살아있는 사람의 형상으로 볼 수조차 없었다.
“이 독한년을 보아요. 아무래도 죽기 전에는 말을 안하려나보네요.”
“어디 죽을 때까지 한번 해보자는 거냐?”
“고문을 하고 있던 젊은 여자가 이번에는 좀더 강도를 높여보겠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반드시 입을 열도록 만들어야해.”
“우린 나가서 해야 할 일이 많으니 네가 알아서 입을 열게끔 만들어야해.”
“알겠습니다. 이 방면에서는 내가 그래도....”
“어쨌든 죽으면 안 되니 살려서 입을 열게끔 해. 독종은 독종이네.....”
두 호법들이 나가자 여자는 대바늘을 준비하여 누워있는 여자에게 다가섰다. “이제 이 대바늘로 네년의 손톱 밑을 찌를 것이다. 조금 아플 것이니 잘 참았다가 그 기분을 내게 말해..”
대바늘의 길이가 반자정도였다. 여자는 누워 꼼짝 못하는 여인의 손을 잡아 쥐고 바늘로 찌르려 하는데 피투성이의 여인은 부들부들 떨기만 할뿐 꼭 깨문 입술을 벌리지도 않고 있었다. 연아는 부득이 기왓장을 조금 부수어 작은 알갱이로 만든 다음 바늘을 든 여자의 각 요혈을 겨냥하여 한번에 뿌려내었다. “털썩” 요혈을 얻너맞은 여자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연아는 얼른 창으로 들어가 고문을 하던 여자를 침상위에 누이고 옷을 벗겨내어 피투성이 여자에게 입히기 시작했다. 겨우 겉옷만 입히고 진맥을 해보니 혈맥을 제압한 후 계속 고문을 하여 이미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겨우 숨만 붙어있는 상황이었다. 연아는 급하게 진력을 불어넣고 각 요혈을 추나하여 정신이 들도록 요상하였으나 단시간에 위험한 이곳에서 요상하기에는 너무 위험이 크기에 두 여자를 양 허리에 끼고 탈출하기로 하였다. 혹시 신음이나 비명을 지를까 염려되어 아혈을 미리 제압하고 창을 통하여 피투성이인 여인을 먼저 밖으로 운반하고 다시 속옷차림의 여자를 운반한 후에 발각날 것을 대비하여 최대한의 공력을 끌어올리고 능공답허의 경신술을 시전 하였다. 비록 두 여자를 양 허리에 끼고 시전 하였으나 은신하고 있던 사람들은 한줄기 바람이 세차게 휩쓸고 지나간 것 밖에 느낄 수 없는 속도였기에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다. 급한 대로 우선 고묘에 가서 상세를 치료하고 여자를 문초해보면 뭔가 알아낼 수 있으리라 생각을 하니 촌각이 아까울 지경이었다. 고묘에 당도하여 비석을 밀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안에서 “누구냐?” 하며 못 들어오게 막으려하였다.
“나요. 나 효연이오.”
“어...어서오세요.” 루주의 시비들이 얼른 여자들을 받아 안았다.
“어마! 기향 언니이네요.”
“그래요? 누군지 모르고 고문을 당하기에 구해가지고 왔습니다.”
“잘하셨어요.” 여자들이 급하게 움직이며 약재와 물을 가지고와서 씻기며 상세를 돌보기 시작하는데 전갈을 받은 루주가 들어섰다. “기향을 구해왔다고? 어디 있느냐?”
“여기.... 너무 참혹해서 볼 수가 없네요....”
“음...... 이런...이런...”
“제가 급하게 요상하기는 했지만....” 하며 품속에서 가지고 있는 소환단을 한 알 꺼내어 입에 넣어주었다.
“그리고 이 여자가 고문을 하던 여자입니다. 깨워서 좀 문초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구경하게나.”
“우선 정신이 들도록 풀어주게.”
“그전에 유혼교가 숭산 쪽을 노리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 내용을 좀 보십시오.”하며 빼앗았던 편지를 보여주었다.
“그렇군. 유혼교가 소림을 노린다? 음... 까닭을 모르겠군. 이 계집을 문초해보면 좀 알겠지. 혈을 풀게나.”
“예” 연아는 가볍게 혈도를 열어놓았다. 그러자 “끄응”하며 정신을 차린 여자는 바뀐 분위기에 눈이 휘둥그래 져 말도 못하고 눈동자만 굴리고 있었다.
“네가 누구냐?” 만홍루주가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 잡혀온 여자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흔들었다. “그래, 너도 똑같이 겪어야 말하겠구나.” 하며 “준비 좀 해라.” 말하자 비녀들이 달라 들어 여자의 속옷을 찢어내어 알몸을 만들어 버렸다. 꼼짝없이 연아앞에서 알몸이 들어나 버리자 수치심에 얼굴만 붉어질 뿐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연아도 똑바로 볼 수 없어 슬며시 외면했지만 자꾸 눈길이 가는 것은 막을 수 없는 본능인가. 시비들도 적라라한 모습은 보기 싫은지 여자를 엎어놓았다. 그리고는 준비된 채찍을 만홍루주에게 건네었다. “음....” 가볍게 휘두르자 “팍” 채찍이 부딪는 소리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소름을 돋게 한다.
“혹 독한마음으로 혀를 깨물지 못하도록 결후를 제압해라.”
“예.” 시비가 대답을 하고는 여자의 결후혈을 제압하였다.
“빨리 말하는 게 네게 이로울 것이야.” 하며 채찍을 휘둘렀다. “휘익” “짝!” “악!” 채찍이 지나간 자리가 금방 부풀어 오르며 하얀 몸뚱이에 자욱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말 안하겠느냐?” “휘익” “짝” “아악!” 여자의 눈에서는 아픔의 눈물이 흘러나왔다. 하얀 몸뚱이에 그어지는 한줄기 혈흔은 마치 붓으로 한 획을 긋는 것처럼 똑바로 그어졌으며 점점 그 속도를 빨리하고 있었다. 어느덧 여자의 등줄기는 제색이 아닌 검 푸른색으로 변하고 군데군데는 터져서 핏물이 베어 나오기 시작하였다. 루주는 몸을 뒤집으라 하였다. 그러자 달라 들어 뒤집어놓으니 여자는 고개를 막 흔들며 제발 그냥 죽이라고 하였다. “내가 그리 쉽게 죽이면 우리 기향이가 슬프지... 네가 한 짓을 한번 보아라. 내 사십이 넘도록 살아왔지만 너처럼 악랄하게 사람을 못살게 하는 여자는 처음 보았느니라. 나도 네가 한 짓만큼은 한 후에 죽일 것이니 그전에 입을 열어라.” 머리만 움직일 수 있는 여자의 가슴으로 채찍이 날아들자 이내 뱀이 기어간 듯한 자욱이 생기며 비명소리가 온방을 메아리친다.
“네가 여자의 몸으로 같은 여자를 그리 괴롭혔으니 그 죄를 이렇게라도 씻고 죽어야겠지?”
“제발 ....헉.헉...제발 다 말 할 테니 그만 하세요..” 여자는 수치도 모르고 다리사이에서 오줌을 흘려내었다.
연아는 결국 고개를 돌려 버렸다. 더 이상은 바라볼 수가 없었다. 기향은 서서히 정신이 돌아오는지 웅얼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연아가 다시 추나를 시작하자 한쪽은 덥고 한쪽은 추운기운이 기향의 체내에서 서서히 융화하면서 순환하기 시작하였다. 연아의 손이 전신을 스치듯 지나며 소환단의 흡수를 돕자 기향은 정신이 돌아왔다.
어제는 너무 바빠서 글을 쓰지 못하였습니다. 되도록 매일 쓰려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죄송합니다. 기다리시는 분들이 많다고하시니 더욱 죄송스럽네요. 열심히 쓰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