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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님과의 로맨스 [1] 첫만남

미니미니 |2004.09.10 18:14
조회 2,462 |추천 0

“손님 이 색깔은 어떠세요?”

 

“하연아 너 자꾸 딴 짓 할래? 지금 너때매 여기 와있는거야. 자꾸 왜 그래?”

 

“아~ 엄마. 이런거 안해주셔도 저 실습 잘해요. 자꾸 왜 그러세요? 필요하면 엄마 사든가.”


 

 백화점 화장품 코너에서 옥신각신하고 있는 모녀. 그 앞의 매장직원은 당황한 표정으로 서있다.

 

 부인은 40대 중반쯤 되어보이는데, 곱게 컬이 진 머리에 수수하지만 우아한 분위기이다. 부인의 크고 서글서글한 눈매와 웃음 띈 입매를 그대로 닮은 딸은 무척이나 앳되 보이는 모습이다. 발랄해 보이는 미니 청치마에 흰 티, 검은 운동화를 신은 그녀는 동그란 눈을 더 동그랗게 뜨며 부인에게 말을 한다.


“아! 엄마 잠깐만 전화와요. 여보세요? 응? 민재? 어~ 엄마랑 지금 쇼핑하고 있어, 아주 죽겠다니~. 왜그래? 응. 그래 급한 일이야? 알았어. 지금 바로 출발할게.”

 

“무슨 일이야?”


 

전화를 끊는 딸의 표정이 어두워보여 부인이 물어본다.

 

“엄마, 죄송한데요 저 지금 가봐야할 것 같아요. 친구가 급히 찾네.”

 

“7시쯤 미라랑 얘들 보기로 한거 아니야?”

 

“미라네 말고 딴 친구가 지금 바로 좀 와달래. 얘 보고 나 미라네 만나고 갈꺼니까 오늘 좀 늦어요. 저녁 때 뵈요~”

 

“얘! 하연아!! 너 이거 안사?”


 

하연의 어머니와 매장 직원을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남겨둔 채 그녀는 황급히 지하철을 타고 어디론가로 향한다.


“어서오세요.”

 

짤랑~하는 소리와 함께 작은 그녀가 열고 들어가기에 좀 버거워 보이는 까페의 문이 열렸다. 누군가를 찾으며 두리번대는 하연의 눈에 구석에 앉은 민재의 모습이 들어왔다. 반갑게 손을 흔들며 걸어가는데 가까이 다가갈 수록 분위기가 좀 이상하다. 술을 마시기에 아직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민재의 얼굴은 취한 것처럼 약간 상기되어있었으며 민재의 옆에 누군가가 딱 붙어서 앉아있었다.

 

“흡!”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하연은 숨을 들이마셨다. 자신과는 정반대인 화려한 차림에 세련된 화장을 한 여자.

 그 여자가 누구기에 자신의 애인인 민재의 팔짱을 끼고 있는 것일까.

 

“이 사람 누구야? 왜 오라고 한거야, 송민재!”

 

“보다시피 이렇게 됐어.”

 

설명하는 것도 귀찮다는 듯이 손사래를 치며 눈을 돌리는 민재. 과 CC로 시작해 늘 다정하고 부드럽게 대해줬던 민재였다.

 반년 정도를 사귀며 가슴 떨리는 그런 느낌은 별로 없었지만 늘 가슴 따뜻한 감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배신을 하다니.

 

“이유가 뭐야?”

 

가방을 쥔 손을 꽉 쥐며 하연은 자신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느꼈다. 이를 앙다물고 서 있는 다리에 힘을 주느라 땀이 다 났다.

 

“내가 유치원 보모냐? 처음에는 좀 괜찮다 싶어서 사귀었더니 반년이 넘도록 손도 못대게 하고 짜증나게.

 

 너 혼자 동화 속 세계에 사는 건 좋은데 철 좀 들어라. 이제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으면서 그렇게 철이 없냐. 남녀 사이가 소꿉장난이냐고!”

 

“그래서 이런 여자랑 사귀려는 거야?”

 

“이런 여자?”

 

민재 옆의 여자의 잘 그려진 눈썹이 확 치켜올려지는 것과 동시에 하연이 집어든 컵 속의 물이 민재의 머리로 쏟아져내렸다.

 

“꺄아~”

 

“아~씹! 이게 뭐야!”

 

“잘됐네. 나도 너같이 유치하고 저질인 놈이랑 사귀기 싫거든. 헤어지기 전에 알아서 정말 다행이네.”

 

“야! 이게 사귄 정을 생각해서 봐줄랬더니”

 

“봐주긴 뭘 봐줘! 이 나쁜 놈아!! 비열하고 치사한 거 자랑하려고 불렀냐?”

 

“너 말이면 다인 줄 알어?”

 

민재의 팔이 올라가는 순간 하연은 눈을 용감하게 감았다. 맞고 나도 한대 때려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아픔은 느껴지지 않고 대신 듣기 좋은 베이스의 음성이 들렸다.

 

“구경하다보니 좀 너무한 것 같네요. 잘못한 건 그쪽인 것 같은데요.”

 

하연은 눈을 살짝 떠 보았다. 이얏! 심봤다. 자신의 옆에서 얼굴이 벌개진 민재의 팔을 잡고 또박또박 말을 잇고 있는 남자는 소설의 한 구절처럼 비누향이 날 것 같은 뽀샤샤한 미남이었다.

 

 잡티하나 없는 뽀얀 얼굴에 키도 180은 훌쩍 넘을 듯 했으며 약간 마른 듯 했지만 자신의 등에 살짝 닿는 느낌이 허우대도 멀쩡해 보였다. 게다가 높아서 잘은 보이지 않지만 크고 맑은 눈망울에 오똑한 콧날, 촉촉한 분홍빛 입술까지. 완전히 일본만화에 출연하는 꽃돌이가 아니던가.

 

“씨! 너 학교에서 보면 두고보자.”

 

만화 속 악당처럼 민재는 팔을 만지며 그녀의 부축을 받으며 퇴장했다.

 

“두고보자는 놈 하나도 안무섭다! 메에~”

 

“방금 애인이랑 헤어진 사람 맞아? 넘 씩씩한데~”

 

꽃돌이의 간지러운 듯 기분좋은 목소리가 들려 하연은 고개를 돌렸다. 아~ 근데 너무도 멀어서 목이 아프구나.

 

“한대 맞을 것 구해준 건 고마워요. 근데 왠 반말?”

 

“고등학생 아냐? 근데 저 놈은 아무리 봐도 대학생 같은데. 너 감히 대학생이랑 연애를 한거냐?”

 

뭐시! 고등학생!!! 이 이하연 방년 22세라구!!! 남들이 아무리 오해하기는 하지만!!!

 

 부글부글 끓고 있는 하연의 머리를 톡톡 치며 꽃돌이 녀석 한마디 더 건낸다.

 

“꼬맹아! 정신차리고 열심히 공부해야지. 나쁜 아저씨들하고 놀지말고 빨리 집에가~”

 

키득대고 있는 자신의 친구들에게로 돌아서는 꽃미남의 등에 대고 하연은 바

락바락 소리를 질렀다.

 

“야 이 싸가지야! 나 22살이다. K대학교 4학년이라고! 이 새파란게 어따대고 넌 몇 살이야!”

 

걸어가고 있던 꽃돌이의 길고 긴 다리가 멈칫하며 섰다. 서서히 돌아보는 황당한 표정의 꽃돌이

 

“진짜 22살이야?”

 

잔뜩 독이 오른 얼굴로 하연은 입을 앙다물고 민증을 척 하니 내밀었다.

 

“헉!”

 

“조심해 이놈아!!”

 

하연이는 멍하니 서있는 꽃돌이의 다리를 툭 차고 까페를 벗어나왔다.


 

“야~ 너 왜 이래? 안마셔?”

 

“응? 아~ 마셔야지.”

 

딴 여자를 대동하고 나타나지를 않나, 인신공격을 하지를 않나, 태어나고 본 미남 중 최고의 꽃돌이를 만나질 않나, 고등학생이란 얘기를 듣질 않나 여러 일이 있어서 잠시 잊고 있었는데 그러고보니 나 실연당했네.

 

“어? 야~ 너 이하연 왜 이래?”

 

“으아앙! 민재 이 나쁜자식!!!”


 

대학교 동기 미라, 수정, 현재 이렇게 세 명이서 내일 K대 부속고등학교로 실습 나가게 된 것을 기념하며 한잔하고 있는 자리였는데, 하연은 얼김에 울음을 터뜨려버렸다.

 

 목놓아 우는 하연의 띄엄띄엄 사정설명을 들은 미라는 술병을 쾅! 하고 내려놓았다.

 

 

“하여튼 민재 그 자식 내가 알아봤어. 왜 너같이 순진한 애를 사귀나 했더니 다 딴 마음이 있어서 그랬던거라구. 쳇! 음흉한 놈.”

 

“자기 맘대로 안되니까 답답했겠지. 우리가 말릴 때 넌 쫌 새겨듣지 그랬냐?”

 

“야~ 그러지마. 안그래도 서러운 애 왜 그렇게 울리니?”

 

“현재 너 왜 은근히 민재 편드는 것 같냐? 너도 알고 있었던 거 아냐?”

 

“야! 너 말이면 다야? 내가 그 자식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면서. 솔직히 하연이 애인이라서 참고 있었던 거라구.”

 

“흐읍~ 싸우지 마.”

 

하연은 눈물을 소매로 훔쳐내며 술을 꼴깍꼴깍 마셨다. 두 시간 후 울다가 마시다가 연거푸 몇병을 비운 하연은 드디어 테이블에 납쭉 엎드려버렸다.

 

 

 


“이하연 정신 차려봐. 너 괜찮아?”

 

“응. 혼자 갈 수 있어. 이제 가~”

 

“진짜 혼자 갈 수 있겠어?”

 

“그래그래 얼른 가~ 내일 보자~ 빠빠이~ 안녀엉~”


 

불안한 표정을 못내 지우지 못하던 미라와 현재는 하연이가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는 하연이를 보고서야 뒤돌아서서 택시를 잡았다.

 

“흑..”

 

그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하연은 다시 입구에서 나와 계단에 걸터앉았다. 아무리 나쁜 놈이라도 치사한 놈이라도 처음 사귄 남자친구였다.

 

 키스밖에 안해봤지만 그래도 첫키스 상대였는데.. 처음 마음을 준 사람이 그런 사람이었다는 것이, 배신당했다는 것이 너무 서러웠다.

 

 


“야! 102동이 어디냐?”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 있는 하연에게 환한 자동차 불빛이 다가왔다. 이어 들려오는 낮고 매력적인 목소리.

 

 차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소리나 몸체로 봐서 외제 스포츠카라는 느낌이 들었다. 눈이 부셔 하연은 손으로 눈을 가리며 퉁명스레 대꾸했다.

 

“몰라.”

 

“이 아파트 주민 아니냐? 그럼 거지야? 쭈그리고 있는 포즈를 보니 그런 것도 같네.”

 

오늘은 왜 이렇게 재수없는 일만 연달아 터질까. 하연은 벌떡 일어나 비틀대며 걸어가 막 후진하려는 빨간색 스포츠카를 힘껏 걷어찼다.

 

“야! 넌 말꼬리는 어따 잘라먹고 싸가지없이 처음 본 사람한테 반말이야. 거지? 이 싹수없는 자식이!!”

 

씩씩대며 하고 싶었던 말을 내뱉었던 하연은 차문을 열고 내리는 그를 보며 숨을 헉!하고 멈췄다. 185가 넘어보이는 장신에 균형이 잘 잡힌 근육질 몸매, 짙게 풍겨오는 남자향수냄새.

 

“다시 한번 말해보시지.”

 

그 남자는 하연의 팔을 부러져라 움켜잡으며 말했다.

 

“그.. 그쪽이 먼저 말 놨잖아.... 요.”

 

잘생긴 짙은 눈썹이 사정없이 일그러진 모습을 보며 하연은 말을 더듬다 말꼬리를 붙이고 말았다.

 

“쪼끄만게 깨갱대기는. 어린애라 봐준다. 고삐리가 벌써부터 술쳐마시고 다니기는 세상이 말세야.”

 

아씨! 아까 그놈이랑 형제인가. 오늘 왜 이리 고등학생 운운하는 사람이 많은거야. 어엿한 성인에게!!!

 

“나 고등학생 아니야!... 요.”

 

호기롭게 외쳤던 하연은 저 높은 곳에서 그의 얼굴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말꼬리를 다시 붙여야만 했다.

 

“흐음. 생긴걸로 봐서는 솜털 뽀송뽀송한 꼬맹이 맞는데. 어른한테 거짓말하면 못쓴다.”

 

가까이 다가온 그의 얼굴은 놀랄만큼 남성미가 물씬 풍기면서도 조각같은 얼굴이었다. 적당히 그을은 피부에 길게 쭉 찢어진 시원한 눈매, 남자다운 시원한 콧날과 섹시한 입술선.

 

 강인한 목선과 턱선을 지나 검은정장 수트에 쌓인 몸도 탄탄해보였다. 그야말로 섹시한 남성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그의 모습과 너무 잘 어울리는 향수 향기에 하연은 술기운이 다시 확 오르는 느낌이었다. 


 

“뭐야. 꼬맹이 얼었냐? 얼른 들어가라. 담에 또 이렇게 만나면 그때는 안봐준다.”

 

잡혔던 팔이 얼얼하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그는 차를 후진하여 거칠게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고 있었다.

 

“뭐야. 오늘 진짜 이상한 날이야.”

 

 

 

**********************어떠셨나요? 처음 올리는 것이라 많이 떨려요.

 앞으로 재미난 이야기 많이 풀어낼 수 있도록 많이많이 읽어주시고 추천이랑 답글도 팍팍 달아주셔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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