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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사무실 아르바이트...

무등산물탱크 |2004.09.12 02:15
조회 3,829 |추천 0

졸업을 하고 마냥 놀다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부모님한테 매번 손 벌리는 것도 죄송스럽고, 그렇다고 집에서 집밥 먹으면서 쳐박혀 있기 싫어서...;;

 

전공도 살리고, 제법 조건도 좋아서 변호사 사무실 아르바이트 구인광고를 보고 일하게 되었습니다.

 

주5일 아침 8시30분부터 저녁 6시 30분까지 일하고 월 150씩 받는 알바가 또 어디 있겠냐 싶어서 앞 뒤 안재보고 일을 시작했죠.

 

첫 한달간 정말 하는 일 없이 잘 지나갔습니다.

 

밥도 꼬박꼬박 비싼거 먹여주고, 가끔씩 좋은 꿀이나, 고깃감 들어오면 직원들도 잘 챙겨주시더군요 사무장님이...

 

그런데 법대 졸업한 사람으로서 양심에 가책 느끼게 하는 일이 잦더군요.

 

법원 직원들한테 제법 돈 찔러주고, 일 진행시키는데 다소의 편법을 동원하는거야 그냥 넘어갈 만 했습니다.

 

한달이 넘어가고, 두번째 달...

 

수임료를 제법 많이 챙겨먹고(그것도 선금으로) 맡았던 일이 있는데,

 

그 의뢰인에게 받은 사건이 양이 꽤 많고, 승산도 별로 없어서

 

사무장님 이하 직원들 모두 그 사건에 별로 신경도 안쓰더군요. 돈은 돈대로 받아먹고...

 

하루는 그 의뢰인이 사건 진행 알아보신다고 자료 뽑아달라고 하시고선 사무실로 찾아오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러자 사무실 비상 걸리더군요.

 

밤 12시까지 직원 모두 남아서, 각종 사문서 및 공문서 위조했습니다.

 

접수하지도 않은 사건에 대한 접수증명원, 기타 가압류 신청에 대한 보정명령이나, 결정문 등등 방대한 양의 문서를 위조해서 다음날 의뢰인한테 보여주고 잘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해주고...

 

그 담날부턴 또 신경도 안쓰더군요.ㅋ

 

의뢰인 속여서 돈만 받아먹고 사건은 시작도 안하는 경우도 많고

 

어려운 사건 쉽다고 돈 받아서 시작하고 난항을 거듭해서 재판에서 지고...

 

좀 지나고나서야 알았지만 사무실에서 진행하는 일들 거의 대부분이 속칭 야메로 하더군요.

 

변호사님은 이런 사실을 잘 모르시고,

 

위의 일들은 대부분 사무장님의 주도하에 이루어지더라구요.

 

중요한 사건, 혹은 지위가 좀 있는 의뢰인에 관한 사건만 변호사님이 담당하시고,

 

나머지 일반 사건들은 법학에 대해서는 제대로 공부조차 해본적 없는 아르바이트생이 서식책만 보고 대충 내용 만들어서 다 처리합니다.

 

저희 사무실에서 법학 전공한 사람은 저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다른 알바생 아니면 사무장이 데려온 직원이더군요.

 

그리고 두달이 지난 무렵...제 위에 있던 직원들 사무장이 화날때마다 윽박질러대는거때매 맘 상해서 모두 그만뒀습니다.

 

그리고 제가 사무장 바로 아래 위치인 실장 자리에 앉게 되었죠.

 

저 아무리 법학 전공했다지만, 3달도 채 안되서 이것저것 소송진행할 능력 안됩니다.

 

더구나, 사무장 하는 말따라 돈이면 뭐든 된다는 식의 각종 불법,편법 쓰면서 의뢰인, 법관, 검사 속이는짓 정말 하기 싫네요.

 

사무실이 외지라서 벌써 방 구하느라 빚도 있고, 계약기간 동안 월세도 꼬박꼬박 물어야 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쉽게 그만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른 아르바이트 자리도 알아봤지만 이 근처에선 구하기도 쉽지 않네요.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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