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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 15. 나 오늘 애 낳았잖아. 헉~ 너 애가졌었니?

무늬만여우... |2004.09.12 14:06
조회 2,769 |추천 0

아세이뚜나 그건 한국에선 올리브라고 알고있다. 그게 첨엔 짜고 뭔 맛인지 몰랐는데...물에 담갔다가 짠기를 가시게하고 먹었더니 오잉 살이 부드럽고 고소하고 맛난다. 그래서 한 대접을 먹었더니, 우리 아가가 푸른 응가를 물총처럼 쏘았다. 으앙ㅇㅇㅇㅇㅇ

참 신기한게 내가 푸른 음식 먹음 아가도 푸른 응가를. 내가 빨간 음식 먹음 하얀 젖 빨은 우리 아가는 빨간 응가를 했다. 어쨌든 우리 아들넘은 내가 아세이뚜나를 한대접 먹은 후유증으로 이틀간 설사병을 앓았다. 미안해라.

바람이 많은 아르헨티나는 가게에 앉아 있어도 추웠다. 이리저리 가게를 휘젓고 다니며 운동도하고 따끈한 커피를 입에 달고 살거나 가게에 오는 손님과 수다를 떨었다.

15살인데 아가를 유모차에 끌고 오는 어린 엄마가 있다. 엄마도 이쁘고 아가도 이쁘고 그 아빠도 이쁜데 엄만 15살 아빤 16살이다. 그 나이에 생계 대책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지만 식구들 옷을 맨날 넝마 비슷하니 입고 댕기는거 보면 무지 가난하게 사는게 맞다. 고등학교 다니다 아이를 배서 그렇게 같이 산다고 하는데 그렇게 어린 나이에도 서로 아껴주며 위하고 사니깐 왜그렇게 이쁜지 그집 아가가 오면 덤으로 뭐하나 더주곤했다.

친정 엄마도 한 동네에 살았는데, 그 엄만 좋은 차에 좋은 옷을 입고 물건도 비싼것만 집어가는 것을 보니 웬만큼 사는거같다. 그 아이 엄마 언니도 우리 가게에 자주오는데 대학생이라고 했다. 아주 멋쟁이인데 동생이 그렇게 거지처럼 하고 다녀도 괜찮은지 옷 한벌 안주는거같다.

한 동네에서 우리같으면 동생이나 딸이 그렇게 산다면 속이 상해서라도 아님 남의 눈이 있어서라도 좀 보태줄텐데 여긴 그런건 아예 없는듯싶다. 어리고 그 가난한 부부는 사는거도 빈티나게 싼거만 집어가지만 워낙 얼굴들이 잘나서인지 불쌍하게는 안보였다.

매일 약간 단 포도주를 한 병씩 집어가는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바람불고 비가와도 꼭같은 시간에 그걸 집어갔다. 이미 오랜 세월 하루도 빠짐없이 마셔서 그런지 코끝에 알콜기가 배어서 빨갛게 딸기코가 되어 있었는데 그 할아버지의 상냥한 미소와 또 우리 할아버지처럼 나이도 많아서 잘해드렸는데, 꼭 내 손을 한번 스쳐보거나 잡아볼라고 하는통에 ...참말로...에거 나중에 오면 구박했다. 그래도 끈질기게 오시던 포도주 할아부지.

아르헨티나는 뚱뚱한 여자가 많았는데 손님중에도 아주 뚱뚱한 아기 엄마가 있었다. 근데 어느날 쥐새끼만한...정말이다. 그렇게 작은 아가를 머리는 손바닥에 대게하고 기저귀만 딱 해가지고 팔뚝에 턱 얹어서 덜렁덜렁 우리 가게에 온거다.
헉~

"그 아가가 뉘집 아기래? "

지가 낳은 아가랜다.

"어. 내가 오늘 아침에 낳았잖아."

허거덩~

"너 언제 애가졌었니?"

그 아가 엄마는 깔깔 거리고 웃었다. 넘 뚱뚱하니깐 다른 사람들도 지가 임신했는지도 모른댄다. 그래도 그렇지. 오늘 아침에 아가 낳은 사람이 어케 저렇게 씩씩하게 아가를 턱 팔뚝에 얹어서 데리고 올 수있단 말인가. 난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겠드만.

"야 너 괜찮아? 오늘 아침에 애 낳았담서?"

"응 좀 피곤해. 아가 자랑하려고 데리고 왔어."

아가를 보라고 보여주는데, 참 이 나라 애들은 아가들이 꼭 쥐새끼 만한게 얼굴은 윤곽이 뚜렷하며 아가 인형처럼 생겼다. 웬 속눈썹은 저리도 긴지. 이 나라 애들한테 젤루 부러운게 저 기다랗고 숱많고 샥~ 위로 올라간 속눈썹이다. 아가젹에도 저케 이쁘네...

그나저나 오늘 세상 구경한 애를 포대기로 싸지도 않고 기저귀 하나 달랑 해주고 온 무식한 여편네같으니...언능 애 데리고 집에 들어가서 따스하게 둘다 누워있으라고 했다. 괜찮댄다. 어휴.
아가 바람도 쏘여주고 햇빛도 쏘여줄라고 데리고 다닌댄다. 말은 된다만...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 갓난쟁이를...

안가고 수다떨길래 한국에선 애 낳으면 이렇게 저렇게 한다면서 설명을 장황하니 하니깐 이상하다는 듯 날 쳐다봤다. 이 나라 애들에겐 그 냉증이란게 없단다. 아무래도 한국 여자에게만 있는듯싶다. 그래서 그렇게 싸고 누워야 하는 한국 여인네들.
암튼 그렇게 오늘 애낳고도 씩씩하게 돌아댕길 수 있는 체력의 그 산모가 부러웠다.

손님들하고 친해지니, 어느 집 강아지 낳으면 나 준다고 갖다 키우라고도 하고, 어느 집 여편네가 바람이 나서 도망을 갔고, 누구랑 누구와 그렇고 그런 관계고, 푸힛~
내가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일까지 내 귀에 들어오니 그야말로 아르헨티나 깊숙한 골방 얘기 속에 내가 껴들어가 있는 기분이었다.

왜그렇게 부적절한 관계는 많은지...쩝~

싸모님들의 젊은 오빠 앤을 둔거도 많았고, 늙은 오빠들의 휘황찬란한 바람둥이 활약을 들을 때도 많았다. 여기 남미 사람들에게 아르헨티나 남자들의 바람끼 기질은 소문나 있는데...하긴 남미 거의 모든 나라 남자들이 바람둥이라카드만.
어쨌든 남미에서 잘생긴 남자 하면 아르헨티나 남자를 꼽으니 그럴만도 하다. 아르헨티나가 아닌 다른 나라 나와 사니 그 아르헨티나 남자들이 다른 나라에 가서 여인네들 가슴에 상처를 주고 아이도 낳게하고 도망가는게 비일비재라... 한국 남자들 배트남 전쟁 때 뿌려놓은 씨는 저리가라 할 정도로 아르헨티나 남자들도 바람둥이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랜다.

난 그렇게 그네들 깊숙이 들어가 앉아 그네들과 웃고 울며 아르헨티나화하며 나도 그들의 진정한 친구려니하며 착각속에 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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