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가 되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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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비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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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흔들리며 낙하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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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모를 산허리 굴러,
숲길을 흐르며 자유를 부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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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삭이는 시냇물이 되어
아주작은 개천에서
친구들과 재잘대며 자꾸 흐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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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치는 강으로 가고,
다시 광막한 바다로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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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끝없는 대양에서
한갓 물방울로 있다가,
깊은 꿈을꾸며 영혼을 항해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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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침묵의 황혼녘
언덕 기슭이 보이는 해변에 다다르면,
은빛 모래위를 쉬다가
풀잎하나 베고 포근히 잠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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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안개가 문을 열면,
그때 가벼운 몸으로 창공에 올라,
떠도는 구름으로 거닐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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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목마른 날,
순백의 사랑을 서둘러 입어야지,
그리고 당신께 흘러 가리다,
애절한 당신을 부드럽게 적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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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비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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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 松
人間의 條件 -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