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파리는 힘이 쎄보인다. 게다가 커다란 종류도 있는데 아마도 그게 우리 할머니가 쇠파리라고 불렀던 그런 종류같다.
그 쇠파리는 광채나는 푸른빛과 녹색이 어우러진 몸을 갖고 있는데, 어찌나 날래고 소리도 요란한지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다. 게다가 이넘은 김치를 죽어라 좋아한다.
냉장고에서 김치통을 꺼내려면 난 먼저 창문부터 닫는게 습관이 되어있는데 방충망이 없던 그 집은 어느 창문이 열려있는지 어느 구석으로든 침입하는 그 파리의 놀라운 공격력 때문이다.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내어 도마에 올려놓으면 그 시큼한 김치 냄새를 맡고 벌써 위잉 벌소리를 내며 쇠파리가 온다. 보통 두세 마리 한꺼번에 놀러오는데 재빨리 잡지 않으면 어느 커텐에 달라붙어 있다가 그 새끼인 구더기를 깔지 모른다.
일단 들어오면 난 기절초풍하며 잡으려고 애를 쓴다. 나쁜 파리.
한 번은 불고기 반찬에 점심을 먹다가 난 중간에 아가 젖주러 들어갔다 왔다. 나 먼저 먹고 젖을 주면 나도 좋으련만 어디 아가가 그걸 기다려줄 수 있는 인내심있는 동물이어야지. 가서 먼저 앙앙 우는 입을 젖으로 틀어막아야 내도 속이 편하니 그렇게 했다.
젖을 다주고 나와서 아가씨와 수다를 떨며 남은 밥을 먹고 있었다. 물론 불고기 반찬은 다 식어 있었지만 배고픈 상태니깐 그냥 먹었다. 그 뒤로 커피를 마시며 아가씨와 신나게 얘기하는데 불고기가 식으면 하얀 기름덩이가 여기저기 있지 않겠는가.......난 그중 하나를 젓가락으로 눌렀다.
컥.
그 하얀 주머니가 터지며 수도없는 아주 작은 구더기가 쏟아져 나오는게 아닌가. 난 눈물이 나올정도로 놀랬다.
으악~~
한국에서도 파리가 그렇게 구더기 봉지를 직접 음식에 까놓는진 난 모른다. 원래 누가 그런거에 관심갖고 사냐말이다. 걍 파리는 지저분한 곤충~! 이런 식이지.
그 뒤로 난 몇년동안 불고기를 입에도 안댔다. 아 정말이지 그거만 보면 구더기의 꿈틀거림이 생각나서 말이다.
몇일 뒤에 우리집 커텐에 파란 쇠파리가 있는게 발견됐다.
호기심이 발동했다.
파리채가 없으니 얇은 책을 들고 그 파리 잡기에 나섰다.
한 10분의 쫓고 쫓김에 의해 그 파리는 책에 압사당했다.
근데 그넘이 죽으며 또 하얀 봉지를 툭 배에서 쏘아내고 죽어버렸다.
으앙ㅇㅇㅇㅇㅇㅇㅇㅇ
거긴 수없이 많은 작은 구더기가 꿈틀거리며 나오는게 아닌가. 아 정말 파린 너무 싫어 싫어.
그렇게 파리 혐오증이 생겼다.
여름이 오면 쓰레기를 제까닥 갖다 버려야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하루라도 늦게 갖다 버리면 혹시 김치를 담그거나 야채를 다듬고 남은 쓰레기를 담날 갖다 버리자면 뒷골이 땡긴다.
파리가 어느새 들어와서 새끼를 까낳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놀라운 번식력과 나라가 커서 그런지 구더기는 아주 짧은 시간에 크기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거같다.
반나절동안 있던 쓰레기 봉지에서 몇 번이고 난 그 1센티는 족히 되는 구더기를 많이 발견하곤해서 머리가 하루종일 삐죽 서 있던 적도 있다.
쓰레기 차가 오후에 들리는 우리 동네는 커다란 검은 쓰레기 봉지에 작은 쓰레기 봉지를 모아서 한꺼번에 잘 묶어서 집 앞에 내 놓으면 쓰레기 차가 가져간다.
그러기에 아무 시간에나 내 놓으면 이웃들이 눈쌀을 찌푸리니깐 그 시간까진 집에 쓰레기 봉지를 갖고 있어야는데 구더기에 노이로제가 걸린 난 그게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다.
어머님이 한국에 방문하시러 가시면서 식구들 먹으라고 커다란 조기를 궤짝으로 사오셨다. 그걸 반나절 옥상에서 말려서 냉동고에 넣고 오븐에 구워먹으면 일미였다.
짭짤한 조기.......너무 맛있는 널려 있는 조기를 걷으러 갔다가 눈이 너무 좋은 난 그 조기들이 이미 구더기들의 집이 된걸 알아서........기절초풍해서 내려온 적도 있다. 그걸 남자들이 커다란 쓰레기 봉지를 가져가서 넣어서 버려줘야지 정말 나같은 사람은 심장이 떨려서 근처에도 못가겠다.
우리 가게엔 페르시아산 고양이가 터줏대감으로 있었는데, 먼저 먼저 주인 때부터 그 고양인 그 가겟집을 지키며 쥐를 감시하고 있었다. 포도주 창고에서 살았는데, 동네 사람들과 아주 친했다. 고양이도 귀족이 있다면 아마 그 페르시아산 고양이들일꺼다. 기다란 멋진 털을 우아하고 품위있게 늘어뜨리고 걸음걸이도 아름답다.
고양이의 이름은 '미취'인데, 난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진 않아도 그 고양이는 이뻐했다.
좀체로 고양인 암놈인지 숫놈인지 잘 구분을 못하겠는데 그 미취가 암놈이었는지 숫놈이었는지 모르지만 발정이 나서 집을 나가버렸다. 일주일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던 그 고양이는 어느 날 창고 창문으로 들어와서 높은 포도주 박스에서 서글피 울어댔다.
정육점 성규씨한테 부탁해서 그 고양이를 데려오라고 했지만 좀체로 잡히지가 않고 박스 사이로 피해다녀서 잡지도 못했다.
며칠 후, 그 고양이가 밖으로 나왔을 때, 난 머리털이 삐죽 서버렸다.
밖으로 돌아다니다 개한테 공격을 당했는지 목에 커다란 상처가 나 있는게 아닌가. 너무 불쌍한 맘에 다가갔다가 그 상처에 하나가득 있는 구더기 더미를 보고말았다. 난 다가가지도 뒤돌아 도망도 못가고 얼어붙어서 손가락으로 고양이를 가리키며
"저......저......" 하며 더듬거렸다.
고양이는 거의 죽어가는 듯 힘이 없어 보였고, 난 그 고양이를 만지지도 못하고 서있었다.
그 땐 아주버님이 있을 때였는데. 아주버님은 그걸 발견하더니 커다란 박스를 창고에서 가져나와 그 고양이를 집어 넣었다. 그리고 가축 병원에 데리고 갔는데, 이틀 후에 죽었다고 했다.
불쌍한 미취.......
형님이 생선알들을 사다가 알젖을 담갔다. 커다란 플라스틱 통 두 개에 맛있게 담가놓은걸 나중에 형님이 오셔서 꺼내다 그 안에 가득찬 파리네 식구들을 보고 비명을 질러대며 아주버님을 불렀다.
흐흐흐.
형님 표현을 빌자면, 플라스틱 통이 전체가 들썩들썩 하드랜다. 미쵸.
근데 도대체 그 밀봉된 플라스틱 통에 어케 들어가서 알을 낳았을까?
그리고 그 짠데서 걔네들은 어케 살아남을까?
아르헨티나 시골의 여름은 무지 무덥다. 물론 지방마다 다르지만 그 때 우리가 묵었던 그 고장은 정말 등에서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운 곳이다.
랑이 북어를 술안주로 맥주를 마시다 부엌 선반에 올려놨다. 이틀후에 난 청소를 하다가 비명을 질렀다는거 아닌가.
북어를 먹으며 자란 통통하다못해 동글동글한 구더기들이 북어를 들자마자 내 발로 쏟아져 내린거다. 난 팔짝팔짝 뛰며 집 밖으로 도암갔고, 나중에 들어온 랑이 치워준 후에야 들어갈 수 있었다.
놀라운 번식력...
기후가 좋아서 그런지 뭐든지 크고 번식력이 좋은 아르헨티나. 글치만 구더긴 난 정말 싫어. 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