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해!” 효연이 소리쳤으나 팔용은 전력을 다해 맞받아쳐갔다. “콰쾅~” 하는 소리와 함께 팔용이 뒤로 밀리며 “울컥” 피를 토해낸다. 효연이 달려 나가 얼른 부축하고 입속에 소환단을 한 알 넣어주고 배심에 손을 대어 약간의 진기를 흘려 넣어 내상이 조금 가라앉도록 도와주었다. 육룡이 훌쩍 날아 나서며 “그럼 내가 한수 배워보겠소.”
육룡역시 적수공권으로 금의위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파팡~”소매바람 소리가 날카롭게 퍼지며 주먹과 발 무릎과 팔꿈치 등 모든 부위를 사용하여 금의위를 향해 공격을 하였다. 금의위의 무공이 대단하여 눈코뜰새없이 휘몰아치는 육룡의 권 각에 당황해하지 않고 침착하게 맞대응하며 육룡의 공격을 무력화시키고 있었다.
효연은 팔용의 상세를 잠시 돌보고는 전장을 보았다. 육룡이 우세한 공격을 하고 있는 것 같았으나 이것은 밖으로 보이는 것일뿐 실속이 없는 공격이 계속되고 있었다. 효연은 전음으로 ‘침착하게 그놈이 밀종의 대력금강장을 사용하는 것 같으니 배운수와 회선각으로 대응하도록’ 공격중에 효연의 전음을 듣고는 육룡이 흥분을 가라앉히고 배운수로 전환하여 금의위가 보내는 장력을 역이용하며 이어받아 되쏘는 것이었다.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육룡의 공격이 금의위에 작렬하기 시작하자 연거푸 칠팔장을 두드려 맞고 비칠대며 밀려나기 시작하였다. 금의위는 그리 맞고도 신형을 약긴 비틀거렸을 뿐 큰 타격을 받은 모습이 아니었다. ‘회선각으로 놈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족삼리와 용천을 공격하라’ 효연의 전음이 전해지자 배운수로 공격하며 발로는 회선각을 펼쳐내자 큰 몸집이 비틀거리기 시작하며 물러선다. 육룡이 거푸 몇 대를 더 치자 뒤로 넘어지며 용천이 들어났다. 때를 놓치지 않고 금의위의 용천에 일양지를 내 쏘았다. “아악!” 용천에 일양지를 얻어맞은 거구는 바들바들 떨기만 할뿐 움직이지도 못하고 비명을 질러대었다. 역시 밀종무공의 취약점인 발을 공격한 것이 주효하여 육룡이 쉽게 이겨내었다.
“허! 대단하군.... 감히 금의위에 맞서 이겨내고 있어....”
“난 겨우 우리 청룡단의 여섯째이나 당신들을 이겨낼 자신이 있소. 누가 나와 대적하려오?”
“창!” 검집에서 검이 빠져나오며 맑은 소리를 내었다. “내가 상대하지.”
육룡이 그 소리를 듣고 땅에 꽂혀있던 장검을 뽑아들고 상대를 향해 돌아섰다. 상대는 단아한 문사의 복장을 하고 있었으며 한손에는 검을 들고 다른 한손에는 검집을 들고 있었는데 검집을 한쪽으로 던지며 “내 검은 한번 뽑히면 반드시 피를 본다. 나 역시 살아서는 이 싸움을 끝내고 싶지 않다. 상대를 반드시 죽여야하는 게 나의 원칙이다.”
“좋소, 나 역시 그리 하겠소.” 육룡이 진운배사를 펼쳐 먼저 검례를 하였다. 상대역시 가벼이 허초를 펼쳐 받아주었고 둘의 행동이 딱 멎어 움직이지 않고 상대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으로 상대를 제압하며 진천검식을 펼쳐내자 은은히 우뢰 소리가 들리는 듯 하였고 문사복장의 금의위는 느린듯하지만 빈틈없는 보법으로 육룡의 진천검식을 한초 한초 파해하는 것이었다. 마치 다음의 검로를 예측하기라도 하듯 완벽하게 파해하고 있었다. 역시 동창 금의위사들의 무예는 당금 무림의 절정고수와도 막상막하의 실력을 보이고 있었다. 하긴 황궁의 서고에는 아직도 수많은 절전비급들이 쌓여있다는 말이 있는 만큼 그들이 새로운 무예를 접할 기회가 일반 무림인사들 보다는 쉬웠을 것이기에 그들의 무공이 일반무림인의 무예와는 큰 차이를 보여 왔었다. 만약 청룡단원이나 백호단원들이 무리수를 두어가며 생사현관을 뚫지 못하였다면 그 결과는 참담하였을 것이다. 당금 무림의 각대문파의 장문인과도 견줄 수 있는 무공을 발휘하는 육룡이었지만 이에 조금도 밀리지 않는 금의위들의 무공은 실로 가공할 위력을 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육룡이 진운섬뢰를 펼쳐내자 사위가 어두워지는 듯 하였고 이어 섬광이 작열하는 순간 두 인영이 갈라섰다. 뒤이어 “콰르릉~”하는 폭발음이 들리며 주변의 돌 모래와 흙이 비산하여 시야를 가렸다. “야아앗” 육룡의 기합소리가 날카롭게 울려 퍼지고 검광이 한줄기 쭉 뻗어가며 소림삼검이 펼쳐졌다. “불법무변!” 검강이 폭포수처럼 문사차림의 금의위에게 쏟아져 내렸고 금의 위사는 전신의 모든 내력을 전부 짜낸 듯 굳게 서서 막아내었다. “카캉” 검과 검이 맞부딪는 소리가 청량하게 울리고 두인영이 다시 갈라섰다. 육룡의 검이 절반만 남고 부러져있었고 등을 보인 문사차림의 금의위가 들고 있는 검은 온전한듯하였다. 천천히 몸을 돌리는 금의위가 돌연 비틀거렸다. “아!” 문사차림의 금의위 가슴에는 육룡의 부러진 검이 깊게 박혀있었던 것이다. 육룡에 비하여 약간 공력의 우위를 점한 금의위였으나 육룡의 쾌검과 죽음을 도외시한 공격에 밀렸고 설마 하는 마음이었으나 질긴 잡초와 같은 육룡의 공세가 곱게 자란 금의위와는 차이가 있었기에 육룡의 검을 부러뜨렸으나 그 부러진 검의 검세까지 막아내지 못하고 말았던 것이다.
“흐으..... 불법무변이라 했는가?......”
“그렇소.”
“흡..... 그 검세까지 파해하지 못했어......”
“당신의 무예에는 진심으로 존경을 표합니다.”
“흑....... 고맙네.....” 마지막 말이었는가? 힘들게 버티고 섰던 그가 마치 통나무 쓰러지듯 넘어졌다.
육룡이 부러진 검을 금의위 가슴에 가지런히 얹어두고 그가 들고 있던 검을 들었다.
“당신을 기억하기 위해 지금부터 이검을 내 분신으로 여기겠소.” 하며 사자에게 마지막 경의를 표하였다.
이로서 천무장이 사승일패의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육룡이 전장의 중앙에 늠름하게 서있었고 금의위사 쪽에서 다시 한명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내가 위진의 복수를 하기 위해 나왔다.”
“아! 저분이 위진이란 분입니까?”
“그렇다. 나와는 동고동락하던 친구였는데 네가 죽였으니 그 빚을 갚아야겠다.”
“좋소, 무인이라면 응당 그래야 하는 법. 저도 양보치 않을 것이외다.”
“하하하하..... 역시 호기 있는 사내군.... 잠시 운기 할 시간을 주겠다.”
“흠..... 고마운 말씀이요. 허나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소이다.”
“한줌의 진기라도 승패에는 무한한 차이를 주는 법.....”
‘그의 말이 맞으니 운기를 하여 진기를 고르게 하라’ 효연이 전음으로 말을 하면서 육룡에게 다가가서 호위를 하였다. 목숨을 걸고 있는 전장에서 운기를 하다니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하지만 이곳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효연은 여차하면 안전하게 피할 수 있게 주변에 강기의 막을 치고 육룡을 보호하였다. 한식경이 채 지나기도 전에 육룡이 눈을 뜨고 일어서 검을 고쳐 잡는다. “이제 괜찮은가?” 효연이 걱정스런 말로 물었다. “아무런 이상이 없습니다.”
“당신이 추면유룡 주효연인가?”
“그렇소.”
“흠....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자네 수하들의 무공이 대단한 만큼 자네의 실력은 그보다 위이겠지?”
“글쎄요..... 청출어람이라는 말도 있으니 내가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소.” 하며 뒤로 물러서 제자리까지 돌아 왔다. 이제 전장에는 두 사람만이 남아 목숨을 건 혈투를 하여야 했다. 한사람은 친구의 복수를 위함이요 한사람은 무림의 안위를 위하여 절대로 패해서는 안 될 임무를 지니고 있었으니.....
육룡이 들고있던 검의 검신을 조용히 쓸어보고 있었다. 검신에는 희미하긴 해도 뚜렷하게 ‘수월’이란 글씨가 음각되어 푸른 서슬 속에도 보이고 있었다. 검극 쪽에 무게가 더하여진 것을 보니 공격을 위주로 한 검이었다. 자신의 진력을 불어넣자 검신이 바르르 떨리는듯하더니 “우웅~” 검명이 묵직하다. 무척이나 뛰어난 검임에 틀림없었다.
육룡이 먼저 검신을 들어 검례를 취하였다.
금의위사는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사람으로 수염이 거칠게 자란 것으로 보아 성품이 걸걸하고 강직한 인상을 주는 사람이었다. 그 역시 가벼운 검례를 하더니 자신의 인상에 걸 맞는 검신이 넓고 무거운 중검을 들고 있었다. 중검을 쓴다면 보통사람보다 완력이나 내공이 뛰어나야 쓸 수 있는 병장기였기에 육룡도 최고의 절기를 머릿속으로 그리며 조용히 서있었다. 잠시 서로의 눈을 바라보던 둘은 어느 순간엔지 접근하여 삼초를 교환하였다. “카카캉~” 경검과 중검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렸으나 둘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자세조차 별로 변하지 않은 상태로 대치하고 있었다. 육룡은 상대의 검을 통하여 느껴지는 압력이 상당한데에 놀랐고 금의위사 역시 경검으로 자신의 중검을 이어받고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은 듯한 육룡의 내력에 놀라움을 느끼고 경각심을 갖게 되자 자세가 더욱 신중하여져 그 움직임이 거의 없는 거처럼 보였다.
육룡은 서서히 공력을 검에 주입하고 있었는데 검극에서 검강이 뻗어 오르는 것이 뚜렷해지기 시작하였고 금의위사의 검은 작지만 잔 떨림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그 역시 내력을 검에 모으는 것으로 보였다. 육룡이 먼저 빠른 움직임을 보이며 다가서기 시작하였고 금의위역시 지축을 울리는 듯한 발걸음으로 다가서며 검을 휘두르는데 검풍이 멀리까지 미칠 정도로 가공할 위력을 보였다. 선제를 한 육룡의 검세가 닿기도 전에 광풍 같은 금의위의 검풍에 육룡의 검극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검과 검이 맞부딪지는 않았지만 이 한초에 영향이 상당하였다. 화려한 육룡의 검초가 위력적인 금의위의 검에 눌려 검로가 비틀린 것이었으니.....
이를 바라보던 효연이 깜짝 놀라며 “의검!” 심검의 바로 아랫단계인 의검의 경지에서 나온 무초식의 검결 이었다. 모두가 효연의 외침을 들을 수 있었고 육룡 또한 효연의 외침을 들었다. 육룡은 효연의 소리를 듣고 상대가 자신보다 거의 한 수위의 검결을 구사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경공으로 그 차이를 좁혀야 자신에게 겨우 승산이 반반 정도일 것으로 판단을 하게 되었는데 효연의 전음이 들려오는 게 아닌가?
‘그의 검과는 절대로 맞부딪치면 안 되니 최대한 빠른 보법과 이력제어로써 이를 흘려보내고 쾌검으로 승부를 보아야 한다.’ 역시 자신의 판단이 옳다는 것을 효연으로부터 들어 알게 되자 잠시 움추러 들었던 호기가 다시 생겨나게 되었다. 금의위의 중검은 무거운 공세를 펼쳤으나 그 반경이 작고 세밀하여 쉽게 다가설 수 없는 효과적인 검결이었고 육룡의 검세는 화려하며 그 빠르기가 빛살 같아서 잠시도 방심할 수 없는 쾌검이라 겉으로 보기에는 넓은 공간을 점하여 공격을 하는 육룡이 우세해보였지만 이런 상태로 지속된다면 육룡의 패배가 거의 확실하게 보였다. 효연은 마음이 다급해지기 시작하였다. 금의위의 중검에는 한번만 적중된다고 하여도 그 결과는 무조건 죽음과 직결될 터.... 하지만 누가 나서서 도울 수 없는 결투가 아니던가?
‘역부족이라 느끼면 최대한 빨리 전장을 벗어나 패배를 인정하라.’ 효연은 육룡이 걱정되어 그렇게 전음을 보냈으나 이것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것이나 다름없는 말이 되었다.
육룡은 주공의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왔다는 데에 대한 자괴감에 자신의 가장 절초를 모두 펼치고 최후에는 동귀어진 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음......” 효연이 침음을 흘린다.... 육룡의 자세를 바라보는 효연의 얼굴에 당황해 하는 빛이 역력하였다. 육룡이 동귀어진 하겠다는 자세가 효연의 눈에 그대로 들어나 보였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육룡의 검강이 세자가량 뻗치고 그의 동작이 완만해지면서 육룡의 손에든 검이 울기 시작하였다. 멀리에서도 그 검명이 우는 것을 들을 수 있었으니......
새로운 한주가 시작 되는군요. 독자여러분들의 성원에 정말 감사드리며 휴일을 보낸 피로가 좀 풀리시면 좋겠네요. 요즘 휴일에는 오히려 피로가 쌓이니...ㅠ.ㅠ 즐거운 한주가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