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가을에 쓰는
그리운 운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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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총소리가 갑자기 귀청을 때리면 출발점 앞에 마음 졸이고 있던 아이들이 앞으로 내 달립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오로지 주전자에 하얀 횟가루 풀어 금 그어 놓은 선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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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는 철수가 달리고 뒤에는 누가 따라오는지도 모른 체 그저 앞만 보고 달립니다.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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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응원 소리에 힘차게 달리고 달리다 보면 어느새 6 학년 언니들이 서로 맞잡고 있는 하이얀 결승 테이프가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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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져도 부끄러울 것 없는 즐거운 운동회.
일어나서 다시 달리면 꽁지에게도 공책 한 권은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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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 가득 덮은 만국기는 향기 해맑은 코스모스와 서로의 바람으로 얼굴 간질이고 넘어진 아이들을 재미있어 하며 하늘거리고 팔랑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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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타나스 넓은 잎도 싱글싱글 웃는 소리가 들립니다.
운동회날은 언제나 가을 색깔 가장 고운 때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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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은 금가루처럼 묻어나고 하늘은 흰 옷고름 적시면 금방이라도 파르라니 물들여 질 듯 깊기만 하고, 새털구름은 높고 높아 양털처럼 보드랍게 깔려있는 가을의 운동회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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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끼요~~~ 장닭 우는 소리에 새벽잠 설치고 일어난 어머니는 알밤톨 깎아 강낭콩 버물린 오곡으로 기름진 찰밥을 짓고 달기만 한 알밤도 한 바가지 삶고 까만 찰옥수수 속노란 고구마도 한 솥 가득 쩌 낸 뒤 씨암탉 몇날 며칠 모은 귀한 달걀도 두 어줄 삶아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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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동네 뒷 동네 산 넘어 숨은 동네, 학교를 둘러싼 모든 동네에 잔치가 열리는 마당입니다. 수확의 뒷 끝 풍성한 가을에 열리는 운동회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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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에는 발 빠른 장사치들이 몫 좋은 자리에 좌판을 벌려놓고 장작불 무쇠 솥에 끓이는 구수한 국밥 냄새로 사람들의 시장끼를 자극하면 아이들 보다 먼저 신명난 어른들은 막걸리 한 사발에 불콰해져서 만나는 사람마다 한 잔 권하기 바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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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 밭에 붉은 사과 못 생긴 돌배와 울 넘어 대추나무 붉은 알 따내고 아직은 떫은 감 몇 알도 보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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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운동회날을 잔칫날 처럼 준비합니다.
시집올 때 가져온 옻 칠 잘 먹인 윤기나고 아끼는 찬합에 우리 예쁜 선생님 점심도 특별히 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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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동무들에게 나누어줄 여분 음식도 풍성하게 준비 합니다.
아버지는 동네 가게에서 사이다 몇 병도 사 오셔서 달리기하다 숨 가빠진 나의 목을 추겨줄 준비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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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리길 타박타박 걸어 학교로 가는 길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기만 합니다. 누렇게 익은 황금들판에 펼쳐진 나락줄기 탁탁 건드리면 놀란 메뚜기 어쩔줄 몰라 틔어 오를 때 제빨리 몇 마리 잡아 나락줄기 꺽어 꿰메어 허리춤에 차고 가다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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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밀짚모자에 앉은 빨간 고추잠자리와 눈싸움도 하고
실개천 송사리 쓸 때 없이 조약돌 던져 놀래주기도 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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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섶에 떨어진 살찐 도토리 몇 알 줍다 보면 학교 가는 길 시오리, 그렇게 멀기만 하던 길이 운동회날은 금새 코앞에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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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마전에 할퀸 손톱자국도 달리다 넘어져 멍든 무릎도 줄당기기하다 뒤로 넘어져 까진 엉덩이도 어머니는 언짢은 표정도 없이 빨간 소독약 발라주시며 즐겁고 너그럽게 웃으시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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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가을 운동회 그 총소리가 다시 그리워집니다.
누런 속종이 네모진 칸 얇은 공책도 새록새록 그리워집니다.
몽당연필에 침을 무쳐가며 삐뚤빼뚤 글이 쓰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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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어머니와 시집간 누나와 함께 오곡밥이랑 밤이랑 삶은 고구마를 다시 한 번 먹고 싶어지는 즐거운 운동회가 생각나는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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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다시 흐드러지게 피었지만 그리운 운동회는 다시 오지 않습니다. 괜스레 콧등이 시큰해지고 눈물이 핑 도는 이상한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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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가을에 쓰는 그리운 운동회
김 명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