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던 후안베 후스또 집에서 일곱 블럭을 가면 너무 아름답지만 개똥 천지인 공원이 있다. 공원의 흙은 대부분 자연스럽게 냅두는데 그 공원은 멋좀 부릴라구 예전 한국의 마로니에 공원처럼 빨간 돌을 좍 깔아놨다. 그래서 공원이 참 예쁘게 보였다.
그래도 난 그 공원에 개똥 때문에 잘 안가게 되었는데, 아이가 커가다보니, 그 공원의 아이들 놀이터가 시설이 꽤 괜찮다는걸 발견한거다. 그래서 자주 가게 되었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뭔 미끄럼틀이 그케 높냐는거다. 내가 올라가기도 현기증 날 정도로 높아서 아들을 꼬셔서 미끄럼틀은 되도록이면 안타게 했다.
아들넘이 그 미끄럼틀을 올라가면 아슬아슬해서 못봐주겠는거다. 거서 떨어지면 최소한 뭐하나 부러지지 싶다.
그 공원 모퉁이에 새로 엘라도(아이스크림) 집이 생겼다.
아르헨티나는 엘라도 가게에서 대부분 직접 만들어판다. 커다란 플라스틱 통마다 종류별로 엘라도가 담겨 있는데, 가서 종류별로 달라고 하면 썩썩 주걱으로 비비다가 커다랗게 퍼주는거다. 아주 된 밀가루 반죽같다.
나같이 한국의 브라보 콘이나, 딱딱한 하드에 맛들여진 입맛에도 그 엘라도는 너무 맛있었다. 근데 이 새로 생긴 엘라도 집은 재료를 전혀 아끼지 않고 썼다. 새로 생겨서 그런가....
난 세레사 엘라도(체리 아이스크림)를 좋아했는데, 반토막씩 잘라진 내가 너무 좋아하는 세레사가 듬뿍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생크림도 어찌나 많이 쓰는지 집으로 사다가 먹을 때 커다란 은수저로 퍼먹다 보면 은수저에 잔뜩 크림이 엉기기 일쑤였다.
고소하고 감칠맛나는 아르헨티나 엘라도는 가게마다 맛이 달라서 맛있게 한다고 소문나면 정말 줄서서 기다려야했다. 내가 미식가라 맛없는 건 입에도 안대는데, 그 집껀 너무 맛있었다. 얼마 안지나 소문이 나서 그 집에 낮에가면 번호표를 받아서 기다려야했다.
오전 열시쯤 문을 열면 세벽 세시까지 문이 열려있었다.
한 밤중에 돌아디니길 좋아하는 아르헨티나 사람들이라 새벽 1시쯤에 가도 그 엘라도 집은 사람들로 왁자지껄했다.
오후에 아들 넘을 데리고 공원에 갔다가 번호표를 받고, 30분쯤 다시 그 엘라도 집에 가면 내 순서가 되었다. 시골서 랑이 올라왔길래 한밤 중에 졸라서 엘라도를 사러갔다. 자기는 조금밖에 안먹는다고 조금만 사라는걸 내가 우겨서 반 킬로그램을 사가지고 왔다.
집에 사다 놓고 아들넘하고 한 이삼일 먹겠구나 하고 좋아하며 사왔는데, 웬걸, 랑이 앉은 자리에서 다 먹어치웠다. 맛은 알아게지구~!!
랑은 엘라도가 정말 맛있다며 새벽 두 시에 나보고 또 사러가자고 꼬셨다. 아들넘은 자니까 둘은 일곱 블럭을 걸어서 아이스크림을 또 사러갔다. 그리고 사온 엘라도를 또 앉은 자리에서 다 먹어치웠다.
난 원래 엘라도 같은걸 많이 못먹는다. 한국의 브라보콘 하나 정도 먹음 배불러서 못먹는데...그 브라보콘의 열 배 정도 되는 양을 정신없이 퍼먹게 되는 맛있는 엘라도였다.
요즘 한국에 여러가지 외국 메이커의 퍼주는 아이스크림이 들어와 있던데...내가 먹어보니 아르헨티나의 그 집 아이스크림의 반도 안되는 맛을 가지고 있다. 그 정도로 아르헨티나 아이스크림은 맛있다.
로미나와 알렉한드로가 놀러왔다가 그 엘라도 맛을 보더니 허구헌날 그거 사다먹자고 졸랐다. 그래서 이젠 으례히 우리 집에 놀러오면 그 엘라도 사러가는게 일과가 되었다.
그들은 한 번 우리 집에 놀러오면 이삼일 씩 머물러 있으면서 지네 집에 갈 생각을 안했다. 집도 그리 멀지 않구만....
그들은 내가 해주는 음식을 너무나 좋아해서 그 신혼 부부가 옆으로 토실토실 우리 집에서 살이 쪄갔다. 게다가 저녁마다 우린 엘라도를 사다가 퍼 먹어대니 안찌고 배기겠나. 랑과 로미나 알렉한드로는 마구 쪄가는데 나만 말라깽이로 그대로였다. 다들 같이 먹는데 어케 나만 안찌냐고 너무 불공평하다고 투덜댔는데, 나도 그게 참 이상했다. 나도 무지 먹어댔는데...
그 엘라도 집에서 제일 재료가 적게 들어간게 리몬 (레몬)엘라도가 아닌가 싶다. 난 신걸 별로 안좋아해서 그 엘라도는 잘 안사게 되었는데, 로미나가 그게 먹고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우린 그 엘라도가 싫었지만(다들 신걸 별로 안좋아했다), 로미나를 위해서 샀다.
한 수저 먹어보니 으~ 신맛이 너무 강해서 두 번은 못먹겠다. 로미나는 그걸 눈하나 깜짝 안하고 혼자서 다 먹어치웠다. 그 뒤로도 그 엘라도만 찾고, 나보고 뭐 먹고싶다고 해달라는거도 많아졌다. 흠. 무지 수상하다. 완전 입덧 증상이다. 근데 아직 아이가 들어설 날짜가 아니구만, 어케 된겨? 신혼여행 댕겨온지가 을매나 됐다고...
내가 심히 수상쩍으니 병원에 가서 진찰 받아보라켔다. 둘은 펄쩍 뛰었다. 아니랜다.
"아니긴 뭐가 아녀. 수상혀. 언능 병원가봐. "
임신이랜다. ㅋㅋ 요것들이 속도위반을? 내가 날짜를 아무리 따져봐도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가 빠르다. 지넨 죽어도 허니문 베이비라고 우기지만, 내가 지네들하고 붙어 살았는데 말도 안되징.
로미나가 임신부가 되니깐 이젠 거의 우리 집에 와서 죽치는 날이 많았다. 호박죽,팥죽, 현미죽 등등 종류별로 해먹어가며 놀았는데, 우리 집 옆에 피자 가게가 또 새로 생긴거다.
커다란 돌로 만든 오븐에 피자를 구워서 팔았는데, 손님이 피자를 주문하면 그 보는데서 밀가루 반죽을 했다. 물론 동그랗게 밀가루 반죽을 해놓은 걸 갖고 와서 보는데서 납작하게 펴는거다. 빙글빙글 손바닥에 놓고 돌리다 천정으로 높이 던졌다가 몇 번 그렇게 난리를 쳐댄다.
그걸 피자 판에 놓고 토마토 소스를 바르고, 올리브기름도 살짝 바르고, 주문대로 치즈와 햄을 넣는다. 나폴리타나 피자면 거기 토마토랑 햄과 치즈를, 무싸렐라면 무싸렐라 치즈를, 아메리카나면 치즈와 양파를........로미나는 무싸렐라 알 아호 피자를 좋아했는데, 나도 그 피자를 젤루 좋아하게 되었다. 한국인 입맛에 딱인거다.
쫄깃한 무싸렐라 치즈를 잘게 썰어서 납작하게 만든 반죽에 골고루 뿌려놓고 오븐에 애벌구이를 하다가 다시 꺼내서 다진 마늘을 한 웅큼 뿌려서 살짝 다시 오븐에 구워서 주는데, 정말 입에서 살살 녹는다. 밑에 피자 빵보다 치즈 두께가 훨씬 두껍다. 얇은 반죽이 돌에 구워져 단백한데다 두껍게 얹어져서 지글지글 녹아있는 치즈가 약간 익은 마늘이랑 어울려 환상적인 맛을 내었다.
그걸 먹다가 한 번 피자헛에 가서 사먹었는데, 으 정말 맛이 없어서 한 입먹고 못먹었다. 사람 입맛은 거의 다 비슷한가부다. 피자헛은 아르헨티나에서 망해서 나가버렸다. 동네 피자가 훨씬 더 맛있는데 뭐하러 그 느끼한 피자헛 피자를 사먹겠는가.
한 번은 알렉한드로가 피자 헛 앞에 있는 아르헨티나식 피자를 사준대서 갔다. 재료가 엄청 비싼거만 들어간 해물 피자를 시켰다. ㅎㅎㅎ 아구. 맛없어라. 비싸긴 젤루 비싼데 뭐 이리 맛없노. 역시 난 싸구려 입맛인가부다. 가장 기본적인게 난 최고 맛있다.
우리 동네 피자 집은 엠빠나다도 맛있게 만들어 팔았는데, 특히 닭고기를 넣은 엠빠나다고 맛있었다. 역시 그 집도 소문이 났는지 한 두달 지나니깐 번호표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중엔 번호표를 받아다가 집에서 30분 정도 놀다가 가야지 내 번호가 되어서 피자건, 엠빠나다건 사다 먹을 수가 있었다.
공원 끝자락에 있던 그 엘라도 집의 엘라도와, 돌판에 구운 담백한 아르헨티나 피자가 먹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