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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 할머니>>

동해바다 |2004.10.19 14:06
조회 531 |추천 0

<<떡 할머니>>

 

서영이 할머니는 한 달에 한 번 고아원에 가셨다.
그 고아원은 할머니가 태어나신 고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고아원에 가는 날이면, 할머니는 전날부터 엄마와 함께 아이들에게 줄

음식을 정성껏 준비하셨다.
과자나 과일도 준비했지만 언제나 빠지지 않는 음식은 떡이었다.
그래서 고아원 아이들은 서영이 할머니를 '떡 할머니' 라고 불렀다.

 

서영이도 가끔 할머니를 따라 고아원에 갔다.
아이들과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서 서영이는 할머니에게 묻곤 했다.

 

"할머니, 아이들은 왜 고맙다는 말도 안하지?
할머니가 맛있는 음식을 해다 주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사람들한테 늘 받기만 해서 그런가?"

 

"서영아, 그렇지 않아. 그 아이들은 고맙다는 표현을 하는데 익숙하지 못할 뿐이야.
사랑을 받지 못하고 큰 아이들이라서 그래. 가엾은 아이들이야."

 

"그래도 고맙다는 말 정도는 할 수 있는 거잖아."

 

"왜 고마운 걸 모르겠니? 하지만 사랑은 강물 같은 거란다.
흐르는 소리는 들리지 않아도 강물은 여전히 흘러 가거든.
할미는 조그만 아이들의 눈빛을 보면서 사랑과 감사를 느낄 수 있는 걸."

 

서영이는 할머니의 말을 다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차창 밖으로 보이는 남한강 줄기를 바라보며,

할머니가 했던 말을 마음속으로 되뇌어보았다.

"사랑은 강물 같은 거란다. 흐르는 소리는 들리지 않아도

 강물은 여전히 흘러가거든."

 

돌아가시기 몇 해 전부터 서영이 할머니는 거동을 못하셨다.
할머니는 고아원에 가시지 못하는 걸 가장 마음 아파하셨다.
아카시아 꽃이 피어날 무렵, 할머니는 평생 지니고 다니시던

조그만 십자가를 손에 꼭 쥐고 평화롭게 눈을 감으셨다.

 

할머니가 돌아가시던 해 가을, 서영이는 할머니 산소에 갔다.
할머니는 할머니가 태어나신 고향 뒷산에 잠들어 계셨다.
서영이는 마을 입구에서부터 눈물을 글썽이며 할머니가 누워 계신 언덕까지 올랐다.
그런데 할머니 산소 앞에 도착했을 때, 서영이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할머니 산소 앞에는 삼십 개도 넘어 보이는

조그만 박카스 병들이 가지런히 놓여져 있었다.
조그만 병들마다 형형색색의 들꽃들이 물과 함께 담겨져 있었다.
시들어버린 꽃들도 있었지만, 꽂아놓은지 얼마 되지 않은 싱싱한 들국화들도 있었다.
들깨만한 개미들이 줄을 잇는 햐얀 종이 위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고마운 떡 할머니, 떡 맛있게 드세요. 몇 밤 자고 또 올게요.'

 

'할머니는 하늘 나라에서도 아이들에게 떡을 만들어주시겠죠?
우리도 할머니가 해주시던 맛있는 떡이 자꾸만 자꾸만 먹고 싶은데….'

 

서영이 눈가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
할머니를 잊지 않고 한 시간을 넘도록 걸어서 산소에 다녀가는

아이들의 사랑이 너무 고마웠다.
아이들이 손을 잡고 종종걸음으로 걸어왔을 먼길을 내려다보는

서영이의 눈가에 자꾸만 눈물이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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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은 이철환님이 쓰신 『연탄길』(2)라는 책에 실린 내용중 하나이지요..

이철환님이 전국을 돌며 감동적인 실화를 수집하여 실은 책이지요..

 

한때 TV에서 권장도서로 선정되기도 해서

자녀를 두신분들은 아마 읽어 보신분들이 많으실텐데..

저도 애들 덕(?)에 읽어 보았지만(10번은 읽은것 같은데.^^)

언제 읽어보아도 잔잔한 감동을 불러오는 글들로

잃어버린 감성(눈물도 흘렸다는.ㅎㅎ)을 되찾아 주지요..

책 광고하는것은 아니구요.^^ 꽤 오래된 책인걸로 아는데

1,2권 으로 나와 있습니다.

 

깊어가는 가을의 스산함을

잔잔한 감동으로 눈시울을 적시고 싶으신 분들은

한번 읽어보시는 것도 괜찮을 듯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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