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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부를때...<11>

레비쥬 |2004.10.19 23:35
조회 733 |추천 0

은수는 볼을 간지르는 따가운 햇살에 눈을 부비며 여유롭게 눈을 떴다

주위를 휙 둘러본 은수는 놀라며 벌떡 일어났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가구들과 여기저기 놓인 남자 물건들을 볼때

자신의 방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는데 메모가 보였다

 

 

' 잘 잤나 ?  회사에서 보지.. ' - 현채

 

 

 

정말 짧은 메모와 함께 열쇠가  놓여 있었다

은수에게 문을 잠그고 오라는 것이리라...  

 

메모를 본 은수는 정신을 번쩍 차리고 후다닥 침대에서 내려왔다

" 그러니까...   여기가   이사님댁.... "

은수는 어제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르자 자신의 어이없었던

행동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정말 위험했던 순간이라고도 생각 했다 

 

 

 

 

현채는 아침에 자고있는 그녀를 깨우려다 너무 곤히 잠든 천사같은

그녀의 모습에 한 참을 넋을 잃고 바라보다 먼저 출근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들어오는 현채를 비서인 혜미가 의아하게

쳐다봤다

 

 

'왠 일이야...'

 

 

 

현채는 각각의 신문들을 훑어보며 그녀가 자기 집에서 그것도 자신의

침대에서 자고있다는 생각에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매일 아침을 이런 기분으로 출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 참 신문을 훑어보던 현채는 그녀가 출근 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열쇠를

받을 목적으로 그녀를 불렀다

 

 

은수는 그의 부름에 당황해하며 어느덧 이사님 방앞에 와있다

 

 

 

'똑똑'

 

노크를 했지만 아무 소리가 안난다

 

 

은수는 쭈뼛거리며 방으로 들어갔다

 

 

 

" 부르셨습니까? "

 

 

 

" 잘 잤나? "

 

 

 

" 네? "

 

 

 

은수는 어제의 일이 생각나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 창피한 건 아나? "

 

 

 

" 네?...  저기 ..  어젠 정말... "

 

 

 

" 됐고..  어제 못한 식사나 하지.. "

 

 

 

" 저기... "

 

 

 

" 또 거절할 구실을 찾는군.. "

 

 

 

" 네? "

 

 

 

" 다 보여 오늘은 거절할 생각마..  퇴근하고

정문에서 기다리지 열쇠 놓고 나가봐 "

 

 

 

" 네... "

 

 

 

 

은수는 아무말 못하고 그냥 나왔다

나서는 성격은 아니지만 할 말은 하는 그녀 였는데 언제 부턴가 이사님

앞에만 가면 머리에서 이 단어 저 단어 떠돌기만 할뿐 도통 말이되어

나오질 않는다

이상하게 어지럽기도 했다

방금 전 또 엉겁결에 저녁이라니...

 

 

 

" 내가 미쳐..  휴 "

 

 

 

 

은수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 사무실로 갔다

사무실로 들어선 은수는 민주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다

 

 

 

" 은수씨!   이사님이 왜 부르신거야? "

 

 

 

지은이 자리에 앉으려는 은수에게 물었다

 

 

 

" 네?   그냥.... "

 

 

 

" 그냥? "

 

 

 

" 네.... "

 

 

 

은수는 얼른 대답하고 자리에 앉아 서류로 눈을 돌렸다

서류들을 쳐다보지만 일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오늘따라 시간도 잘 가는거 같았다

점점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자 더욱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퇴근 시간 10분 정도를 남겨두고 휴대폰이 울렸다

 

 

 

" 여보세요! "

 

 

 

" 오늘 저녁 다음에 먹지... "

 

 

 

" 네? 무슨.... "

 

 

 

' 뚝 '

 

 

이게 다였다 그가 저녁약속을 취소하는데 딱 '5초' 걸렸다

은수는 갑작스런 그의 전화에 놀라기도 했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왠지 서운하다거나 아쉬운 뭐 그런 감정들이 살짝

생기는거 같기도 했다

 

 

 

 

현채는 그녀와의 저녁을 생각하며 한 껏 들떠 있었다

일에 관해서는 철저하던 그가,  한 치의 오차도 허락치 않는 그가,

형편없는 결재서류에도 다시 해오란 말 뿐이었다

그런데 퇴근하기 한시간 전 본가에서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아버지의 부름이라 거역도 못 하고 그녀와의 약속을 눈물 머금고

취소해야 했다

무슨 일인지 짐작이 가질 않았다

본가로 부르실 일이라면 작은 일은 아닐텐데...

현채는 일을 서둘러 마치고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들어선 순간 웃음 소리가 가득했다

언제나 조용하다 못해 고요한 집인데...

현채가 들어서자 모두들 웃던 웃음을 그치고 돌아봤다

 

 

 

" 현채야 어서 오너라... "

 

 

 

언제나 곱게 치장하고 교양이 넘쳐 보이게 행동하시는 어머니가

쇼파에서 일어나 반가워 하며 현채를 안았다

 

 

 

" 이제 오냐? " 

 

 

 

언제나 화난거 같은 표정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건넨 말이다

" 예 "

 

 

 

" 어머 오빠!  더 멋있어 지셨어요 "

 

 

 

현채는 처음 보는 거 같기도 하고 어디서 본 거 같기도 한 얼굴을 한 여자의

인사에 어리둥절했다

 

 

 

" 누구? "

 

 

 

" 어...  기억이 안나는 모양 이구나 윤회장님 외동딸...

세린이 ..  유학마치고 어제 귀국했다는구나... "

 

 

 

" 아..  네..  그런데 오늘 부르신 이유가 뭡니까? "

 

 

 

" 너두 눈치챘는지 모르겠다만 세린이랑 너

결혼 시키기로 했다 될수 있는 한 빨리... "

 

 

 

" 아버지!!   무슨 말씀 이세요?   갑자기 결혼이라니...

형도 아직 있잖아요 "

 

 

 

" 형 핑계대지마라 너희 형은 예술인지 뭔지에

미쳐있는데..  어떤 여자가 좋아하겠냐?  마침

세린이도 오랫동안 널 마음에 두고 있었다고 하니

잘 된 일이다... "

 

 

 

" 싫습니다 "

 

 

 

" 이유가 뭐냐? "

 

 

 

"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이랑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 사랑? 시끄럽고...  우선 빠른시일내에 약혼 날짜 잡아

알릴테니 그렇게 알고 있거라..  "

 

 

 

" 아버지!!  전 싫다고 했습니다 "

 

 

 

" 내 말 끝났다 저녁 안 먹을거면 가거라 "

 

 

 

" 저 결혼할 사람 있습니다 "

 

 

 

현채의 말에 누구 보다 놀란 건 아버지 어머니도 아닌 세린이었다

 

 

 

" 뭐?  결혼할 사람이 있어? "

 

 

 

" 예 "

 

 

 

" 믿어지진 않는다만 만약 진짜라면 정리해라

그만 가거라 "

 

 

 

" 정리 같은 거 안 합니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

 

 

 

현채는 주먹을 불끈 쥐고 일어났다

 

 

 

" 현채야 저녁이라도 먹고 가지 그러니.. "

 

 

 

" 죄송해요 어머니...  다음에요 가볼께요 "

 

 

 

현채가 붙잡는 어머니를 뒤로 하고 현관를 나서는데 세린이 뒤쫓아

왔다

 

 

 

" 오빠!  너무해요 제가 반갑지도 않으세요? "

 

 

 

" ............... "

 

 

 

" 결혼할 사람 있다는거 거짓말이죠 오빠 성격에 누굴

좋아하고 그런거 절대 못할 사람인거 내가 아는데... "

 

 

 

" 사실이야 그러니까 부모님들 시키는대로 끌려 다니지

말고 다른 좋은 남자 만나 "

 

 

 

" 난 오빠가 좋아요 오빠랑 할거에요 "

 

 

 

" 난 말했어 싫다고..  들어가봐.. "

 

 

 

" 전 꼭 오빠랑 결혼 할거에요 "

 

 

 

뒤에서 소리치는 세린에게 대꾸도 않고 뒤도 보지 않고 현채는 대문을

나왔다

 

 

 

신경질적으로 차문을열고 운전석에 앉아 죄없는 운전대를 마구 내리쳤다

 

 

 

" 이런...  제길... "

 

 

 

그런데 갑자기 그녀가 미치도록 보고 싶었다

아까부터 계속 뭔가 아른거리고,  속이 쓰렸다가,  복잡하던 머리가

그녀 생각에 깨끗해짐을 느꼈다

현채는 더이상 지체치 않고 그녀의 집으로 달렸다

 

 

 

막상 그녀의 집앞에 왔지만 어찌해야 할지 모르고 차 안에서 밖을 두리번

거리다 밖에 나와 그녀의 집을 올려다 보다를 몇 번 반복하고 있는데

멀리서 그녀가 보였다

현채는 얼른 차에 올랐다

  그 때 회사에서 본  친구와 함께 뭔가를 들고 걸어오고 있었다

무슨 얘기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그녀는 얼굴 가득 그 큰 눈이 없어지도록

웃고 있었다  

정말 그녀 주위가 온통 빛으로 반짝였다

그런 그녀를 보고 있으니 머리가 하얘지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녀를 어쩌면 좋은지... 저 웃음을 다른 남자들이 먼저 알아차리면

안되는데...  현채가 그녀를 넋을 잃고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을때

그녀가 입구로 들어갔다

 

 

 

" 아~~~ 담배 생각이 절로 나네.. "

 

 

 

그는 그녀의 방에 불이 꺼질때까지 바라보다 자신의 멋드러진 오피스텔로

운전대를 돌렸다

방으로 들어선 그는 씻지도 않고 그녀의 향기가 남은 자신의 침대에

누웠다

이제 어떻게 해야할지..

아버지의 빠른 판단력과 결단력으로 세린이네 집과 사돈이 되면 이득이

많으리라 생각하신 이상 곧 날짜를 잡을텐데...

 

 

 

 

현채는 찌뿌둥한 몸을 애써 일으켜 세웠다

어느새 아침이다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누워있다 잠들었는 모양이었다

그는 그녀 없는 어제와 다른 아침을 맞으며 확실하게 자신의 생각을 굳혔다

그녀와 결혼 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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