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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적절한 남자(50)-마지막회(에필로그)

리드미온 |2004.10.20 18:27
조회 9,578 |추천 0

http://blog.nate.com/blogon/guestbloghome.asp?page=3

 

[소설] 시기적절한 남자(50)-마지막회

에필로그

 

대학교 삼학년 여름방학을 맞이해서 민아는  2달 가량의 해외 연수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출발하는 날은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서 제대로 짐을 챙겼는지 가방을 몇 번이고 열어보았다가 닫곤 했다.

엄마도 처음으로 딸을 해외로 내보내는 것이라서 그런지 서운하고 걱정된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혹시 빠진 것이 있는지 이것저것 물었다.

"민아야. 양말은 챙겼니?"

"응."

"생리대는?"

"그것도 두통이나 넣었어."

"그럼..고추장은?"

"응. 라면옆에 넣어뒀어."

"참참...두통약은?"

엄마의 말을 듣고 보니 어제 사온 두통약이 보이지 않았다.

"어. 분명히 가방에 넣었는데..."

"언니..그건 내가 작은 가방에 넣었어."

옆에서 동생인 현아가 알려주었다.

"근데 언니? 공항에는 몇시까지 가야해?"

"응 2시간전까지 오라고 했으니까 곧 나가야해."

짐을 챙겨서 집을 나오려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현아가 달려가서 받았다.

"민석 오빠? 언니 지금 막 나가려는데...잠시 기다려요."

같은 과 친구인 민석의 전화인 것 같았다. 민아는 역시 의리있는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인사를 하려고 전화를 한 모양이었다.

"시간 잘 맞췄다. 안그래도 지금 나가려는 중이었는데..."

"그래, 영어 공부 많이 해서 부디 멜깁슨 같은 사람이라도 하나 만나라..."

"멜깁슨?"

"응. 호주 출신이잖아."

"나 없는 동안 서울이나 잘 지키고 있어."

민아는 민석과 인사를 나누로 집을 나와 동생인 현아랑 엄마와 함께 택시를 탔다. 짐이 많아서 버스를 타는 것보다 나으리라고 했다. 그런데 평일 출근시간이라 그런지 올림픽도로가 꽉 막혀 있었다.

민아는 혹시 공항에 늦이 않을까 걱정스런 얼굴로 창밖을 내다 보았다.

이렇게 짜증 나는 서울 도로도 한동안 안녕!이라고 생각하며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 사이에 삐삐가 왔다. 호출기를 집에 두고 온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마 작은 가방 속에 그냥 담아 놓은 모양이었다. 번호는 없고 음성만 있었다. 누군지 궁금했지만 공항에서 내려 공중전화를 걸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옆에서 엄마가 물었다.

"누구니?"

"몰라. 공항가서 음성을 들어봐야겠어."

공항에 도착하니 1시간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민아는 일단 티케팅을 하고 환전도 하고 이것저것 준비했다.

그리고 다행히 시간이 좀 남은 것 같아서 공중전화를 걸어 음성을 남긴 사람이 누군지 확인했다.

"민아야. 오늘 떠난다고 들었는데 갔는지 모르겠다. 집에 전화하니깐 아무도 안받길래 음성 남긴다. 짧은 기간이지만 많이 배우고 몸 건강히 돌아와라."

학교 선배인 정훈이었다.

민아는 정훈의 호출기에 음성을 남길까 했는데 음성에 번호도 찍혀있지 않았고 정훈의 호출기 번호를 적어놓은 수첩도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포기했다.

공중 전화를 끊고 오자 엄마가 물었다.

"누구니?"

"응. 정훈 선배..."

"그 사람 너 좋아하는 거 아니니? 꽤 자주 전화하더라."

"그런 거 아냐. 그냥 선배라고. 민석이 그냥 과친구인 것처럼..."

민아는 주변의 남자들에 대해 엄마가 실제보다 더 깊은 관계로 착각한다고 생각하며 약간 짜증스럽게 대답했다.

"언니. 난 전화만 몇 번 받았는데 정훈 선배인지 그 사람보다 왠지 민석오빠가 더 좋아보여..."

현아가 옆에서 엄마를 거드는지 민아를 거드는지 모를 한마디를 했다.

"혹시 알아? 어학 연수 가서 멋있는 남자라도 만날지?"

민아는 정훈 선배나 민석의 얘기에서 화제를 바꾸려고 농담을 했다.

"쓸데 없는 생각 말고 영어 공부나 열심히 해라..."

엄마가 늘 그렇듯이 진짜로 민아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아셨는지 한마디 충고를 했다.

"걱정 마. 두 달 동안 죽어라고 영어공부만 할테니까..."

민아는 굳은 의지를 보이는 대답을 하고 엄마와 현아에게 인사를 하고 출국장 앞에 줄을 섰다. 민아의 차례가 다 되었을 때 공항직원은 민아가 내미는 여권을 보더니

"처음이죠? 출입국신고서 써오세요."

라고 말했다.

민아는 처음이라 출입국신고서 쓰는 것을 챙기지 못해 여러 사람앞에서 창피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출입국신고서를 찾았다.

높은 테이블에 출입국신고서가 놓여 있는 것은 봤는데 볼펜이 없었다. 볼펜이 담긴 필통을 전부 가방에 넣어서 짐을 부쳐 버린 것이다.

옆에서 어떤 남자가 출입국신고서를 쓰고 있었다.

민아는 용기를 내어 물었다.

"저, 볼펜 좀 빌려주실래요?"

"네. 그러세요."

남자는 고맙게도 자신의 출입국 신고서를 쓰다 말고 민아에게 볼펜을 빌려주었다.

민아는 서둘러 출입국 신고서를 쓰고 남자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며 볼펜을 돌려주었다.

남자는 자신이 쓰다만 출입국 신고서를 마저 쓰기 시작했다.

도착지: 북경

출국목적: 어학연수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인란에 자신의 이름을 썼다.

'이현수' 라고.

남자는 출입국신고서와 비행기 티켓, 여권을 조심스레 챙겨들고 자신에게 볼펜을 빌려 쓴 여자의 뒤에 줄을 서서 출국 수속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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