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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1부 1막 : 묘령(昴靈)의 추억 #08)

J.B.G |2004.11.03 01:49
조회 200 |추천 0

그날 밤.

묘령은 은밀히 장수들을 불렀다.

 

“이제 곳 이곳에 현국의 사신이 군사를 회수하기 위해 도달할 것입니다.”

“네?”

“현국의 사신은 이미 봉군을 막기 위해서 천위국에 원군을 요청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거절 당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이곳에 있는 현의 군사를 돌리려 올 것입니다.”

“그렇다면 큰 일이 아닙니까?”

“그래서… 그 사신을 요서위(要瑞委) 장군께서 처리해 주셨으면 합니다.”

“…”

“그렇게 되면 우리는 여기에 계속 남게 될 것입니다.”

“천위국에서 의심하지 않을까요?”

“양군의 협정이 깨진 것을 모르는 우리를 굳이 돌려보내지 않고, 전장에서 이용하려 할 것입니다.”

“과연 그렇군요…”

“…”

“전략을 다시 점검하겠습니다. 결전의 날이 되면 나를 포함한 9장수는 예정대로 행동 합니다. 그리고 요서위 장군께서는 전투가 벌어지면 급히 해안으로 이동해 바람의 방향이 바뀌기를 기다리십시오. 그리고 방향이 바뀌면 그 동안 은밀히 강 바닥에 설치했던 덫을 풀기 바랍니다. 명심해야 합니다. 바람의 방향이 바뀐 다음이어야 합니다. 만약, 바람의 방향이 바뀌지 않으면 덫은 그대로 두고 사용하지 않습니다. 어찌 되었든 희생이 좀 더 따르겠지만 덫을 사용하지 않아도 우리는 승전할 것입니다.”

 

그렇게 묘령은 장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 장군 요서위는 현의 사신을 맞으러 나갔다.

 

다음날.

천위국의 황도에서는 지난날 밤의 변괴에 대해 논하고 있었다.

 

“현의 사신이 오늘 정오에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하는데… 어찌 생각하시오. 군사?”

“아무래도… 현의 병사들을 모두 참살해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어째서…”

 

그의 이 발언에 다른 대신들은 모두 놀라면서도 의아해 하는 표정들이었다.

 

“우리 군에서는 현의 사신을 주살하라 명 한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현의 병사 중에… 돌아가고 싶지 않은 병사가 있다는 말입니다.”

“설마… 자신들의 사신을 스스로 죽인단 말이요?”

“만약, 현의 군사 중에… 봉의 첩자가 있다면…”

“하지만… 그들은 봉의 싸움에서 우리 병사보다도 용맹하게 싸웠지 않았습니까?”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것도 이상합니다. 어찌 타국의 싸움에 더 용맹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건…”

 

그날 밤.

묘령은 밤이 깊었는데도 잠이 오질 않았다.

 

‘이 불안함은 뭐지…?’

 

그녀는 깊은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갑자기 소스라치게 몰라 벌떡 일어섰다.

 

‘이런, 큰 낭패군. 왜 그 생각을 못한 것이지?’

 

그녀는 황급히 이동해서 다시 다른 막사의 장수들을 불러들였다.

 

“어찌 된 일입니까?”

“예정을 앞당겨 오늘 밤 모두 행적을 감추어 천위의 군사 속에 숨어드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어째해서 갑자기…”

“명 대로 해 주세요. 그리고 천위국의 군사 속에 잠적해 있다가 천위의 병사들이 현의 병사를 주살할 때 그 혼돈을 틈타 결행 합니다.”

“네?”

“잠시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천위의 군사는 틀림없이 현의 군사를 모두 주살할 것입니다.”

“…”

 

봉의 첩자들이 모두 잠적할 즈음… 묘령의 예상대로 천위국의 진영에서는 피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천위의 병사들이 깊은 밤 이미 대부분 잠들어 있는 현의 병사를 학살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순식간에 천위의 진영은 혼돈에 휩싸이고 말았다. 그리고 이 광경은 무진주의 봉국도 이미 바라보고 있었다.

 

“대장군 어서 군사를 준비 시키시지요.”

“네? 제상 그게 무슨 말입니까?”

“령이는 틀림없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한편, 천위의 장수들은 걱정스럽게 학살이 벌어지는 불타는 현군의 진영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항이 생각보다 심하군요”

“도대체… 황도에서는 어찌할 생각인지…”

 

천위국 병사와 현국의 병사가 작은 전투를 하고 있는 천위의 진은 점점 더 혼란스러워 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갑작스럽게 봉화가 올라가고 있었다.

 

”아니? 저… 저것은…?”

 

이 갑작스러운 봉화에 천위의 장수들은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도하 준비를 마치고 출정을 대기하고 있던 봉국의 진영에서는 봉화를 보자 마자 일제히 진격 명령이 떨어졌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

 

갑작스러운 봉화와 무진주에서의 들려오는 함성으로 천위의 진 전체는 큰 혼란에 빠졌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사태가 위태해진 상황에서도 진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군의 소요는 진정되지 않고 있었다. 이렇게 군세가 흐트러져 미처 정비되기도 전에 대장군 호정(好淨) 앞에 한 병사가 나타났다.

 

“무슨 일이냐?”

“대장군…”

“…”

“봉의 장수 묘령 그대의 목을 가지러 왔소?”

“뭣이?”

 

촌음을 다투는 그 순간에 그만 대장군 호정의 목이 곧 땅에 떨어졌다. 그때 변장하고 숨어 있던 봉의 군사들이 달려들어 호정의 부장들마저 주살했다. 그렇게 해서 이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인해 진의 지휘부에 큰 소요가 발생하고 말았다.

 

한편, 이런 사태가 지휘부에서 발생한지 모르고 해변에서 전투를 벌이는 다른 장수들은 우뢰와 같이 달려드는 봉의 상륙선에 대항하여 병사들을 독려하고 있었다. 천위국은 활과 포를 쏘며 대항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진 내에서는 아직도 현국의 용병과 천위의 병사가 전투를 벌이고 있었으며, 진영의 각 부대에서는 아직 출전을 준비하고 있던 장수들이 봉의 결사대에 의해 하나 둘 그 목이 떨어지고 있었다.

 

천위는 수송선만으로 상륙하지 않은 채 포와 화살만으로 공격하는 봉군을 맞기 위해 황급히 전함을 띄우려 하고 있었다. 이제 곧 양군은 해안에서는 큰 해전을 맞이할 사태에 직면하게 되었다. 모든 준비를 하고 있었던 봉국이지만 천위국의 저항은 내부의 혼돈 속에서도 거센 것이었다. 수송선을 호위하기 위한 전함만으로 수추의 전함 모두를 당해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화공을 쓰지 않고 승전해야 할까요?”

“피해가 커지겠지만… 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이제 곧 수추의 전 전함이 대부분 출항할 것입니다.”

“그 전에 모두 불태워야 하는데…”

“아직 바람의 방향이… 자칫 그 불에 우리 군까지 휘말려 들지 모를 일 입니다.”

“기다려 보죠…”

 

지금 천위의 진에서는 출항하지 못한 천위의 전함들로 수군들이 승선하고 있었으며, 봉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안간힘 이었다. 그리고 묘령의 부장 요서위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항구의 바다 밑바닥에서는 계속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제발… 하늘이시여 봉을 선택해 주소서…’

 

요서위는 그 어느 때 보다 초조했다.

 

‘수추의 전함이 출항해도 봉의 전함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에게 너무나 큰 피해를 의미한다.’

 

한편, 수추의 진 내에서 암살을 계속 하던 묘령은 검붉게 타오르는 하늘에 빗발치는 화살을 바라 보았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

 

그녀는 바람을 타고 있는 화살을 바라보며 이렇게 되뇌었다. 그리고 요서위의 간절한 기도 때문인지 아니면,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계절이므로 당연한 결과인지는 알 수 없으나 곧 하늘의 뜻이 봉의 선택했다는 듯이 바람의 방향이 강하게 바뀌고 말았다. 그렇게 전황이 전개되자 요서위와 그 휘하 병사들이 일제히 해저에 은밀히 설치해 해 둔 덫을 부상시켰고, 그 덫은 부상하면서 진에서 출정을 하려고 수군을 가득 실은 전함과 부딪쳐 깨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는 기름을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자 이미 예견된 대로 봉의 대장군은 허조위는 명을 내렸고, 봉은 군사들은 일제히 불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수군을 가득 실은 천위의 전함은 순식간에 불바다 속에 수장되게 되었다. 그리고 불바다를 피해 진 외곽으로 봉의 수십만 대군이 상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봉의 전함은 바다의 불이 수추의 전함과 수군을 모두 삼켜 태우고 꺼진 후에야 상륙을 시도하고 있었다. 이리하여 이날의 피 비린 내가 강을 뒤덮은 이 해전은 봉의 대승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다.

 

다음날 해가 뜰 즈음. 천양의 지척에서 천위의 황제 양정후는 진원(進遠)으로 천도를 하게 되었다. 이로써 봉국은 천위에서 그 영토를 천위의 천양을 비롯한 그 일대의 제후들을 복속했고, 현에서는 인성을 복속하게 되었으며, 그 일대의 지방 제후들과 재야의 세력들을 자신의 전력으로 편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제국력(帝國曆) 1315년에 벌이진 이 ‘무진전투’로 묘령은 그 이름을 영웅(英雄)으로서 만 천하에 알리게 되었다.

 

한편, 천위의 군사 소성을 또 다시 위기를 맞고 있었다.

 

“그것은 아니 되옵니다. 지금 이제 와서 현과의 화친을 무너뜨린다면 그것은 봉이 원하는 바 입니다. 현의 사신이 우리의 진에서 주살 되었으나 그 사실을 아는 현국의 병사는 없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사신이 전란 중에 죽었다 믿을 것 입니다. 그리고 반대로 비록 그들의 병사 중에 역적이 있었으나 그것은 틀림없이 봉국에서 현국에 숨어든 첩자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이렇게 또 다시 봉의 계략에 넘어질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은 현의 유다에게도 마찬가지 였다.

 

“전하, 지금 천위와 적대한다면 현은 큰 위기를 맞을 것 입니다. 천위가 비록 우리의 어려운 상황을 모른 체 하였으나, 처음부터 무리한 요구였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보낸 사신이 객사한 것은 전란 중에 있던 일이니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습니다. 또 소문대로 사신의 죽음이 천위의 소행이라는 증거 또한 없사옵니다. 만약 그런 일이 정말로 있었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천위와 현을 이간질시키기 위한 봉국의 첩자의 짓이 틀림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 의지할 힘이 필요한 때 입니다. 나무 강대한 적을 친구로 삼으면 그 힘에 벗어날 수 없사오나 대등한 적과 친구다 된다면 분명 후일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천위와 현의 군사는 입을 모아 한탄했다.

 

“도대체… 봉의 군사는 어떠한 자란 말인가…? 어찌 이리 나에게 참담한 패배를 안길 수 있단 말인가…? 내가 3가지의 수를 내다 보았는데.. 그자는 나보다도 몇 겹의 수를 더 뛰어넘지 않았는가…?”

 

그들은 자신을 한탄하며 이를 갈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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