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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메디 앞마당 (한번 웃어보자)

왕방울 |2004.11.04 22:18
조회 2,517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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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가 민정이양을 약속해 놓고 이 약속을 지켰다가는 자신은 물론 구데타에 가담했던 모든 자들이 체포되어 처형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이렇게 해야되나 저렇게 해야되나 하고 고민에 빠져 있을 때였다.
하루는 왕방도사가 박정희를 찿아왔다. 그렇치 않아도 박정희는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서 소문에 듣던 왕방도사를 한번 불러다 물어 보고 싶던 참이었다. 왕방도사는 당대에 유명한 점술사였던 것이다.
>장군의 운명을 보건대 장차 화를 부르는 결정을 내릴 것 같아서 찿아 왔소이다.
하는 것이 왕방의 첫마디였다.
>그것이 무슨 말이외까?
박정희는 시치미를 뚝 따고 정색을 하며 물었다.
>장군은 지금 땅으로 인한 고민을 태산같이 짊어지고 있습니다. 장군의 손안에 들어있는 이 나라 땅덩어리를 놓고 어떻게 처신해야 목숨을 보존할 수 있을가 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입니다.
박정희는 역시 소문대로 왕방은 범상치 않은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솔직이 그렇오.
하고 박정희는 시인하는 것이었다. 예사롭지 않은 예감에 등골이 서늘해지는 긴장감을 느끼며 박정희는 왕방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땅 때문에 고민에 빠진 것 말고도 장군은 항상 검은 안경을 쓰고 다니십니다. 주역에서 검다고 하는 것은 감(坎)에 해당이 됩니다. 감은 곧 물(水)입니다. 땅은 지(地)가 되고 감은 수(水)가 되니, 이 둘이 합쳐지면 주역의 64쾌중에 지수사(地水師)라는 쾌가 되는 것이지요. 지수사라고 하는 쾌는 장군이 많은 병사들을 거느리고 출전하는 것과 같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절대 후퇴라고 하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그런 쾌이지요.
>그렇다면 내가 물러나서는 안된다는 뜻인가요?
>그렇습니다. 절대 물러나서는 안됩니다. 앞으로 나가면 살고 물러나면 죽습니다.
>그러나 내가 민정이양을 하겠다고 공언을 한마당에 이를 번복한다면 국민들이 모두 들고 일어날텐데 이를 어찌 감당한단 말이요?
>그런 점은 염려할 것이 없습니다. 아직 약속한 날까지는 여유가 많으니까 지금부터 일을 벌리는 것입니다.
박정희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검은 안경속에서 눈을 빛냈다. .
>일을 벌린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박정희는 왕방의 손을 덥썩 잡으며 묻는 것이었다.
>새마을 운동을 벌리는 것입니다.
>새마을 운동이라...?
>그렇습니다. 마을 사람들을 아침 일찍부터 동원해서 마을길도 넓히고 초가집도 고치게 하는 것입니다. 새벽종이 울렸네. 어서어서 일어나.....이런 노래도 부르게하면서 말입니다.
>국민들이 말을 들을까요.
>그건 염려마십시오. 왜놈들이 말을 잘 듣도록 훈련을 잘 시켜 놓았으니까요.
이때 옆에서 잠자코 듣고만 있던 박정희의 보좌관이 버럭 화를 내었다.
>이것 보시오. 왕방선생! 왜놈이라니요? 우리 박장군께서 대일본 제국 군대의 장교 출신이라는 것을 몰라서 왜놈이라는 말을 쓰는 거요.
>아참 그렇치요. 제가 깜박 했습니다.
왕방은 황망스러워 하면서 손을 맞잡고 부볐다. 박정희는 우쭐해져서 흠 하고 헛기침을 하고는 어깨에 힘을 주었다.
>그럼 일본인이라고 말을 고쳐 쓰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요.
보좌관은 자기의 말이 먹혀드는 것에 기분이 우쭐해져서 훈게하듯 말을 받는 것이었다. 왕방의 말은 계속된다.
>일본인들은 걸핏하면 우리 국민들을 부역에 동원을 했습니다. 부역에 나오지 않으면 혹독한 댓가를 치루어야 했기 때문에 지금도 그것이 습관이 되어 면사무소에서 부역을 나오라고 하면 꼼짝도 못하고 나오는 실정입니다. 그것을 이용하자는 것입니다.
박정희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비로서 무언가 감이 잡히는가 보았다.
>군대처럼 통반장에게 상당한 권한을 주어서 마을 사람들을 통솔하게 한다면 국민들을 부려먹기가 아주 용이 할 것입니다. 그리고 통반장을 통해서 국민들을 세뇌시키는 것입니다. 일제의 침탈과 6,25로 인하여 우리가 이처럼 못살게 된 것이지만, 말을 꾸며서 조상대대로 물려 받아온 가난을 장군께서 물리쳐 줄것이라고 믿게 만드는 것입니다. 신문과 방송을 장악해서 장군님에 대한 좋은 소식만 전하게 하는 한편, 외국에서 차관을 뭉청뭉청 들여다가 밀가루로도 나누어 주고 고무신으로도 나누어 주면서 여기저기에다 공사판도 벌리고 해 보십시오. 장군께서 물러난다고 하는 날이 난리가 나는 날이 될 것입니다. 박정희를 청와대로 보내자 하는 함성이 천지를 진동할 것입니다.
박정희는 갑자기 이마를 탁치며 덜썩 주져 앉았다.
>세상에, 세상에 그렇게 좋은 묘안이 있는 것도 모르고 여지껏 고민만 하다니...왕방도사! 당신이야 말로 나의 구세주요, 이나라를 중흥시킬 최고의 인물이외다.
박정희는 너무 좋아서 왕방의 손을 덥썩 잡고는 호들갑을 떠는 것이었다. 왕방은 더욱 신이 나서 떠들기를 계속하였다.
>그렇치 않습니다. 정통성이 없는 정권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장군만이 최고의 인물이 되어야 합니다. 없는 일도 있는 일처럼 꾸며서 마구잡이로 선전을 해야 합니다. 밑에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일도 좋은 일이면 무조건 장군이 만들어 낸 일이라고 선전을 해야 합니다. 북쪽에서 김일성이가 그 짓을 참 잘하고 있습니다. 장군님도 김일성이를 조금은 따라갈 필요가 있습니다.
>왕방도사! 당신은 나의 제갈량이요. 하늘이 나에게 당신같은 인재를 보내주셨구려.
박정희는 너무도 기쁘고 감격해서 어린애처럼 다리를 쭉 뻗고 앉아서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것이었다.
이 대목을 보아서도 알 수 있듯이 당시 박정희가 민정이양(民政移讓)을 두고 얼마나 고심을 했는지 모른다. 이때 왕방이 나타난 것은 박정희의 말마따나 그에게는 구세주의 출현과 같은 것이었다.
박정희는 왕방의 제안을 받아드려 그대로 실행을 하였고 실행하는대로 일이 척척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이후로 박정희는 어려운 일에 부딪칠 때마다 왕방의 이름을 왕방왕방 하고 염불하듯 되뇌이는 버릇이 생겼다. 그러면 이상하게도 어려운 문제가 잘도 해결이 되는 것이었다. 3선개헌을 선포할 때 뉴스에 나오는 그의 표정에서 입이 알게 모르게 중얼거리는듯해 보인것도 다 그때문이였음은 물론이다.

내가 왕방을 만난 곳은 금오산이였다. 금오산 치마바위 밑에서 도를 닦다가 그를 만났다.
하루는 풍채가 허연 노인이 수풀사이로 난 오솔길에서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범상치 않은 그의 모습이 나의 눈길을 끌었다. 그는 성큼성큼 내 앞으로 닥아와서는 ,
>너 여기서 무엇하고 있는 거냐?
하고 묻는 것이었다.
>도를 닦고 있습니다.
>도를 닦는다고...?
>네, 도를 닦고 있습니다.
>아하하하, 도를 닦는다.... 그렇다면 이것이 무엇이냐?
>그는 불쑥 내 앞에 손가락을 내밀었다.
>손가락입니다.
하고 나는 대답하였다. 그 순간 나는 눈에서 불이 번쩍 하는 것을 느꼈다. 어느틈에 왕방의 지팡이가 내 머리통을 후려쳤던 것이다.
>이눔아 너를 가리켰으면 너를 보아야지. 왜 손가락은 보고 지랄이냐.
왕방은 호되게 꾸짖는 것이었다.
나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 얻어 맞은 것도 그렇고, 놀림을 당하는 것 같은 것도 그렇고 해서,
>왜 때립니까?
소리치며 대들 듯이 왕방을 노려 보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 광채가 품어 나오듯 이글거리는 그의 눈빛에 나는 그만 기가 죽고 말았다.
>그래도 저는 손가락이라도 보았지 않습니까? 손가락도 못보는 사람도 얼마나 많은데요.
하고 중얼거리듯 말했다.
>우하하하
왕방은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맞다. 맞아. 손가락도 못보는 놈들도 많기는 많지.
왕방과 나는 이렇게 해서 곧 친해졌고 그날 밤 그는 나의 토굴에서 자고 갔다. 토굴속 한자루 촛불밑에서 나는 왕방으로부터 박정희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은 것이다.
다음날 새벽 참선을 하려고 눈을 떴을 때 왕방의 허연 모습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세월이 꽤나 흘렀다.
내가 왕방을 다시 만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속가로 내려온 뒤로 한동안 산을 찿지 못한 끝에, 나는 다시 치마바위의 토굴을 찿아갔는데 왕방이 그곳에 머물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도 찿아갔던 모양이었다.
>노무현이는 틀렸어.
하고 그는 입을 여는 것이었다
>저는 그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잘해 내고 있다고 보는데요.
나는 그의 말을 반박 하였다.
>아냐.아냐. 내 말뜻은 그게 아냐. 내가 박정희처럼 새마을 운동을 하라고 권했더니, 글쎄 뭐라고 했는줄 알어? 날보고 미쳤다는 거야.
>도사님이 미칠리야 없겠습니다만, 요새 세상에 새마을 운동같은 것이 통할 리가 있나요. 안그래도 박정희의 새마을 운동이 정권유지차원에서 벌어졌다는 것을 알고, 어이없어 하는 국민들도 많은데요,
>맞아. 노무현이도 그런 말을 하더라고.... 그런짓을 했다가는 천신만고 끝에 차지하게 된 대통령 자리에서 당장 쫓겨 날 거라는 거야. 글쎄.
>당연히 그런 말이 나오기 마련이지요.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요. 인터넷 게시판에 들어가 보면 대통령을 발밑에 때만치도 안여기는 글도 많이 올라오는 세상이예요.
>세상이 그렇게나 변했나?
>그러믄요. 대통령이 말한마디 한 것을 가지고 지금 탄핵을 한다고 난리법썩이예요.
>말세로군. 말세야. 가만있자. 난리법썩이라고 했겠다. 난리와 법석을 둘로 나누어 쾌를 지으면 重兌澤 쾌가 나온단 말씀이냐. 兌澤은 부녀자를 가리키는 대표적인 쾌란 말이지. 으이그 여자들이 무엇도 모르고 모여서 재잘거리고 있는 격이군. 탄핵이 이루어 지기는 고사하고 세상의 웃음거리만 되겠네.
>탄핵이 부결되겠습니까?
>부결되다마다. 여자들이 모여서 떠들어 보았자 별수 있겠나.
>말씀 조심하십시오. 그런식으로 말씀하시면 여성을 폄하시킨 발언이라고 해서 여성부에서 감사원에 감사를 의뢰할 수도 있습니다.
>감사라고? 으하하 웃기고 있네. 박정희때 내가 차떼기는 아니라도 좀 해먹었거던. 그랬더니 세상이 요란 시끌버쩍 난리가 난거야. 결국 감사원에서 감사가 나오더란 말씀이야. 그래서 내가 물었지. 뭐하러 온 사람들이냐고....그랫더니 그 사람들이 뭐라고 한줄 알아?
>뭐라고 했는데요?
>글세. 박대통령이 안부 전하라고 해서 왔다는거야. 으하하하.
왕방은 배꼽이 빠지게 웃어댔다.
>지금은 그때하고는 틀립니다. 괜이 걸려들어서 치도곤이를 치지 말고 말씀 조심하십시오.
>그렇고롬 달라졌나?
>그럼요. 독재시대하고는 감이 비교도 안됩니다.
>음. 그렇다면 조심을 하긴 해야겠고만...하였튼 말이냐. 노무현이 그 사람, 나 같은 기인을 몰라보고 푸대접을 해도 그렇게 할 수가 없었어. 내가 또 말하기를 박정희 시대 이래로 결속 되어온 군사독재의 통반장 부대로 표현되는 하부조직을 와해 시키지 않고는 정권 재창출은 물론 장차 총선에서도 굉장히 힘들게 될거라고 알려 주었거던.
>통반장 부대가 지금도 그렇게 영향력이 있습니까?
>있다마다. 지금은 수면아래로 스며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정권 재창출이나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는데는 그 통반장 부대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걸세.
>듣고보니 그렇듯한 말씀같군요.
>그럴듯한 것이 아니라 사실이 그렇단 말이냐. 노무현이가 정권욕이 큰 사람 같았으면 박정희 처럼 내 손을 붙들고 고맙다고 난리를 쳤을건데 말야. 노무현이는 도대체 안통하는 사람이냐.
>통하면 또 한탕 하시려고요?
>옛끼 이 사람. 내가 맨날 한탕만 하고 다니는 사람으로 보이나. 박정희 때 한탕 한 돈을 아직도 다 못썼다구. 그때 나처럼 한탕씩 한 사람들은 요새 같이 경제가 어려운 때도 흥청망청 잘만 살고 있더구만. 모르면 몰라도 부정축재된 그 돈들이 노무현이를 괴롭히는 총알이 되어 계속해서 날아 다닐걸.
왕방은 내가 열심히 귀를 기울여 들어주는 것이 신이나서 계속해서 떠들어 대는 것이었다.
>그건 그렇고요. 탄핵을 발의한 사람들은 어찌 되겠습니까?
나는 왕방의 말을 가로채서 가장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그 사람들 모두 몰락하게 생겼어. 몰락을 해도 폭싹 하겠어.
>중태택(重兌澤) 쾌가 나오면 그렇게 풀이가 됩니까?
>지금의 천기가 그렇게 흐르고 있는게야. 그렇기 때문에 태택(兌澤)쾌가 나온거라고... 태택의 고유숫자는 2란 말이냐. 태(兌)가 겹쳤으니까 4가되고 또 난리법썩이라는 네마디 말로 쾌를 만들었으니까 4를 4에 보태면 8이 된단 말씀야. 이 8을 6으로 나누면 2가 남게되고... 즉 2효의 목(木)이 동(動)한 것인데. 이 木이 6효(爻)에 있는 未土 世를 극을 하는 형국이 되었어, 그러니 저들이 몰락할 수 밖에..... 특히 최빙열이 같이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재기 불능이야. 극(剋)을 입은 세(世)가 6효(爻) 높은 자리에 있고, 또 미(未)는 윗사람을 의미하는 글자이기 때문이지.
왕방의 쾌풀이는 여간 명쾌한 것이 아니였다. 주역을 공부중인 나로서는 왕방이 여간 부럽지가 않았다.
>참으로 신묘하십니다.
나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풀이만 잘하면 뭘해. 맞아 떨어지기를 잘해야지.
>도사님이 용하다는 것은 만천하가 다 알고 있는 사실 아닙니까? 이번에도 도사님의 쾌풀이대로 될줄 믿습니다.
>아암. 이 왕방도사의 말이 곧 천기이니라. 아하하하.
한바탕 웃고 나더니 왕방은 소피 좀 보아야 겠다면서 산모퉁이 입구에 있는 뒷간으로 갔다.그리고는 그 길로 종적을 감추어 버렸는데, 아직까지 그의 소식을 들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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