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춤[影舞] 22 - 제1장 지나온 세월, 그리고 새로운 출발 21 -내글-
- 새로운 출발은 항상 기분을 들뜨게 한다. 약간의 두려움을 주기도 하지만…
21
36번은 이틀 만에 훈련장으로 돌아왔다. 36번을 맞이하는 교관과 조교들의 태도는 변함이 없는 듯했다. 36번에게 당한 교관들 중 갈비뼈가 부러진 4명을 제외한 모두가 복귀해 있었다. 수석교관은 윤도형의 지시사항과 함께 36번의 복귀를 알렸다. 간단한 복귀신고를 한 36번은 훈련에 임했다.
36번은 특별한 애로사항 없이 훈련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고공침투훈련에 접어들자 상황이 돌변했다. 조장이라는 감투가 주어지고 나서부터 완전히 동네북이 되었다. 여기저기로 불려 다니면서 조원들의 잘, 잘못을 혼자서 다 받아 내야했다. 훈련이 끝나고도 쉴 시간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이렇게 시달리면서도 36번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주눅들은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연정의 배속에서 곱게 자라고 있을 아기를 생각했다. 이 훈련만 잘 마치면 연정에게 정식으로 결혼할 생각에 힘들지 않았다. 더불어서 황준일에게 산에서 익혔던 것들 중에 변형하여 발전시킨 격투 기술을 전수 하면서 은연중에 의형제가 된 것을 인정했고, 그에 따라서 훈련이 끝나고 본사에 올라가는 즉시 결혼식을 올릴 수 있게 사전준비를 해주기로 했다. 그렇게 36번이 힘든 줄 모르고 훈련을 받을 수 있게 해주었다.
고공침투 훈련 6주차 훈련이 끝나갈 무렵 36번에게 윤도형의 호출이 있었다. 모든 일과가 끝나고 막사에서 쉬는 시간의 호출이었다. 36번은 유난히 힘들었던 훈련 때문에 파김치가 된 몸을 겨우 추스르고 윤도형의 사무실로 달려갔다.
- 똑똑
“들어와”
36번은 윤도형에게 경례를 하고 그의 책상 앞에 섰다. 윤도형은 책상서랍에서 조그마한 소포를 하나 꺼내어 책상위에 올려놓았다.
“이게 뭔 줄 아나?”
36번은 눈으로 소포를 살펴보았으나 어떤 것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저는 모르겠습니다.”
“후후, 본사에 있는 김 문관이 내게 보낸 건데 주인은 자네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편지에 그렇게 쓰여 있더군, 자네에게 전해 달라고.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 줄 수 있나? 원래 훈련기간 중에는 절대로 외부와 어떤 방법으로도 통신이 금지되었다는 걸 잘 알 텐데. 이렇게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 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네.”
36번은 윤도형의 말에 당황했다. 김인문에게 부탁한 거라곤 연정에게 안부나 전해달라는 것뿐이었다. 비록 황준일에게는 좀 더 과한 부탁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김인문과는 상관이 없는 일이었고, 황준일에게도 절대로 김인문과는 연관되지 않도록 부탁을 특별히 했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 문관님이 무었을 제게 보냈는지 모르겠으나, 제가 특별하게 부탁한건 없습니다. 그리고 규정에 어긋난 점이 있다면 처벌을 받겠습니다.”
36번의 강한 부정에 윤도형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그렇게 까지는 필요 없고, 국수 먹는 날에 나를 빼놓지 말고 불러달라고. 자 펴보게, 특별히 국내과장의 부탁도 있는 거니 염려 말고.”
윤도형은 소포를 36번에게 건네주며 한 마디를 더했다.
“단, 훈련이 끝날 때 까지는 내가 보관할 거니까 보기만 하라 구.”
36번은 윤도형의 말에 언뜻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흥분되는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애쓰며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36번은 소포를 풀었다. 그 안에는 자시의 이름과 연정의 이름이 새겨진 금반지와 작은 쪽지가 있었다.
- 정민씨, 이것은 저의 마음입니다. 연정.
간단하게 적혀있는 글은 36번의 마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반지를 조심스럽게 꺼내서 손가락에 끼웠다. 약간 작은 듯 했지만 상관없었다. 36번은 잠시 손가락에 끼어있는 반지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그는 반지를 손가락에서 다시 뽑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원래 있던 자리에 놓았다.
“깊은 배려 감사합니다.”
윤도형은 36번의 침착한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과연 구렁이 김인문이 반할만한 친구야. 그동안 교관들에게 꽤나 시달렸을 텐데, 그런 티도 안 내는군.’
윤도형은 36번의 생활로 화재를 돌렸다.
“그래, 훈련은 받을 만한가?”
“네, 잘 받고 있습니다.”
“후후, 이제 내일 이면 첫 고공낙하를 처음 경험 하겠군. 조심하라 구, 새신랑 될 사람이 허리를 다치면 곤란하니, 하하하!”
“네, 조심하겠습니다.”
“나도 예전에 낙하산을 많이도 탔지만 다치는 친구들 많이 봤다 구, 그러니 자만하지 말고. 항상 첫 번째가 어려운 법이야.”
“잘 알고 있습니다. 학교시절에 이미 공수훈련을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번 낙하훈련을 통해 충분히 경험을 했습니다.”
윤도형은 어제 있었던 대책회의를 떠 올렸다.
“그렇다면 안심이 되는군. 하지만 눈이 많이 왔기 때문에 더욱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눈 덮인 지형은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야. 1m가 넘는 눈이 쌓였다고 하니 조심하도록 해.”
“네, 잘 알겠습니다.”
윤도형은 반지를 챙겨 다시 서랍에 넣고는, 다시 다른 서랍을 열어 무언가를 꺼내놓으며 말했다.
“그럼, 이 물건은 내가 잘 보관하고 있겠다. 그리고 이건 황계장이 특별히 부탁하여 자네에게 돌려주는 것일세. 자네를 지키는 부적과 같은 거라며?”
윤도형은 36번의 개인사물 중에 들어있던 목각 6개를 책상위에 올려놓았다. 36번이 산에서 내려온 후로 늘 지니고 있던 물건이었다. 그런데 특수 훈련에 들어가면서 규정을 어기고 몸에 지니고 있다가 교관에게 압수를 당했던 것을 황준일에게 부탁을 해서 돌려받게 해달라고 했던 것이다. 윤도형은 압수한 교관을 수소문하고 압수한교관이 임의로 자신의 집으로 가져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곡절이 있어 거의 두 달여 만에 원래의 주인 손에 돌아온 것이다.
“그 물건이 무슨 의미를 가진 것 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훈련을 무사히 마치라는 의로 내가 주는 특별한 선물일세. 앞으로 그 물건에 대해서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네. 단,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야기하지 말게, 규정은 규정이니까. 특별대우를 받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남들이 알아서 좋을 건 없다고 생각이 드는군!”
“네, 잘 알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조심 하겠습니다.”
36번은 조심스럽게 목각의 상태를 살폈다. 다행이 모양은 그대로였다. 단지 색깔이 옅은 색으로 탈색된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원래모양이 온전하게 유지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그럼 돌아가 쉬도록 하게나. 새색시 꿈꾸느라고 내일 훈련에 지장을 주면 안 되네, 하하하!”
“네, 잘 알겠습니다.”
36번은 목각을 챙겨 주머니에 넣고 경례를 한 후 윤도형의 사무실을 나와 막사로 걸어갔다. 연정의 얼굴을 떠올리며 마음이 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36번의 입에는 절로 웃음이 터져 나오려 했다. 그렇게 실성한 사람처럼 실소를 흘리며 36번은 막사를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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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이 끝을 맺습니다.
주말 푹 쉬시고, 월요일부터 시작되는 2장의 이야기도 재미있게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한글을 사랑 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