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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의 잠못드는 밤-여섯번째 <생일>

원조자라 |2004.11.05 12:53
조회 258 |추천 0

"학교 때려 치우고 당장 집으로 올라와! 아부지가"

아니 이기 무신 청청벽력 같은 말씀이데요...
"오빠야, 큰 일 났뿟다. 아부지 한테 맞아 죽었다 이제..."
"와 먼 일 있었노"

고딩2. 여동생과 시내서 자취할 때다.
자라 생일날이라꼬 친구넘들 4명이 구멍가게를 털었다.

"아제요, 저기 두루마리 하나만 내려 주이소"
천장 선반에 있는 화장지를 내려 달라고 한다.
아자씨가 의자를 놓고 올라 서는 순간
점빵 입구에 있던 친구 한넘이
잽싸게 캡틴큐 두병을 궁디에 찔러 넣는다.

"그라고요 울 어매가 소금도 한봉다리 달라 카던데..."
이번엔 가게 딸린 방안에 있던 소금 가지러 간 사이
꽁치통조림은 어느새 다른놈 안 주머니에 들어 갔다.

자취방으로 돌아온 우리 도둑놈들은 훔친 전리품인
꽁치통조림으로 찌계를 끓여
그 당시 최초의 국산양주인 "캡틴규"로 뽄떼가리 나게 생일 파티를 열었다.

다음날 시내 장터에 오셨던 울 어매와 아부지...
자식새끼 공부 잘하나, 어디 빨래라도 해주고 가야지
방문을 열어보니 책상 밑에 나뒹그는게 술병이요,
방바닥엔 꽁치가 냄비에서 뛰쳐나와 헤엄을 치고 있었으니

뚜껑 무자게 열린 울 아부지...
"당장 학교 때려 치우고 집으로 올라와"라는
갱고장을 벼루빡에 부쳐 놓으셨다.

우짜 됐냐고? 반 죽었다가 사흘만에 깨어 났다.
그때부터 내가 온 정신이 아니다.

이제 어느덧 내 나이가 그때 아부지 나이가 되었다.
그때 생각을 하면 "씩" 웃음이 나다가도 왠지 서글퍼 진다.
그래서 어제도 자라는 잠을 못잤다.

음력 9월23일, 또 한살을 먹은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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